ORIGINAL FICTION
제147화 — 18개월의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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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멘 연속체와의 세 번째 접촉은 테러 이후 처음이었다. 마리안은 상대가 사건을 언급할지 궁금했다. 먼저 말하지 않았다. 세이렌-4가 지난 회담과 같은 식별자로 접속했다.
[아틀라스 제국 대표권한 확인.]
인증.
[경계접촉 지속.]
그리고.
[귀측 접촉시설에서 폭력사건 발생기록 확인.]
마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공개통신망.]
특별한 첩보가 아니었다. 제국 뉴스. 누구나 볼 수 있음.
“우려를 표하는 겁니까?”
[사건이 경계통신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
위로가 아니다. 실무. 마리안도 감상적으로 굴지 않았다.
“통신은 유지됩니다.”
[확인.]
끝. 옆에 있던 외교관이 나중에 말했다. “차갑군요.”
마리안은 답했다. “우리도 외국 정거장 사고 때마다 울진 않습니다.”
◆이번 회담에서는 등록조건이 처음 공개됐다. 루멘 경계망에 정식 등록할 경우. 고리망 통신우선순위 부여. 일부 안전항로 자료. 분쟁시 중재요청권. 경계구조물 이용절차. 대신. 조건. 고리망 내부 전략무기 전개 제한. 경계감염·생물위협 통보. 등록영역의 최소좌표 공개. 관리질의에 대한 정기응답. 마리안이 바로 걸린 부분.
“관리질의.”
[항로안전·정치단위 존속확인·격리위험 확인.]
“내정자료도 요구합니까?”
[아니다.]
“인구변동?”
[대규모 변동만.]
“군사력?”
[경계안전 관련 부분만.]
표현은 적당. 문제는 실제 운용. 황궁에서는 법무원이 조항 하나씩 뜯었다. 상원 강경파는.
“주권침해.”
하원 일부도.
“외국에 위치를 신고?”
군부는 오히려 실용적. 고리망 안에 함대 넣을 생각 없다면. 무기제한. 큰 문제 아님.
◆에일린이 말했다. “최소좌표 공개 범위가 핵심입니다.”
적에게. 본토 위치? 당연히 안 됨. 마리안 역제안. 수도좌표 제외. 경계접촉용 대표좌표만. 군사기지 제외. 루멘. 검토. 답.
[허용 가능.]
생각보다 유연. 중재권. 흥미. 루멘 연속체가. 등록된 정치단위끼리 분쟁을 조정? 그럼. 등록국이 여러 개. 마리안이 물었다. “현재 등록된 주권정치단위 수를 공개할 수 있습니까?”
이번에는 답이 왔다.
[경계연속 제4관리권역 내 73.]
73. 회의실이 조용. 우리가 모르는 국가. 최소 72개.
“전부 귀측에 속합니까?”
[아니다.]
“그럼 루멘 연속체는 무엇입니까?”
[연결망 유지·분쟁중재·경계관리 기능을 공유하는 연속체.]
국가가 아니라고? 마리안이 다시.
“군사적으로 지휘하는 중앙정부는?”
[상황에 따라 존재.]
더 모호.
◆루멘은. 단일제국도. 연방도. 국제기구도 아닌 듯. 세이렌-4가 질문을 돌렸다.
[아틀라스 제국은 모든 보호권역의 대외전쟁을 결정하는가.]
“예.”
[그렇다면 귀측은 등록단위 하나로 처리 가능.]
저들 기준. 보호국까지. 제국 하나. 마리안은 조금 씁쓸해했다. 우리는 내부지위를 그렇게 복잡하게 만들었는데. 바깥에서는 하나. 다음 정보. 경계 제4관리권역 안에는. 등록정치단위 외. 미등록문명. 보호관찰권. 출입금지권. 있음.
“귀측도 하위문명을 보호합니까?”
[보호라는 용어는 정확하지 않다.]
“그럼.”
[비간섭·격리·접촉유예.]
어떤 건. 아틀라스와 정반대. 문명등급 낮으면. 우린 개도·보호를 고려. 루멘은. 접촉 자체를 미룰 수도. 철학 차이. 마리안은 그 자리에서 논쟁하지 않았다. 첫째. 그들이 왜 그러는지. 아직 모름.
◆등록협상은 계속. 제국 쪽에서 조건 추가. 루멘도. 아틀라스 영토 안 고리망 사용 시. 황실통보. 제국시민에 대한 강제조치 금지. 사고자료 공유. 세이렌-4.
[일부 수용 가능.]
처음에는. 우리가 등록당하는 느낌. 이제. 서로 규칙. 조금씩. 회담 끝. 마리안이 물었다. “귀측에서는 18개월 준비기간이 짧다고 했습니다.”
[그렇다.]
“일반적인 외교정책 재검토주기는?”
[제4관리권역 기준 24~180년.]
마리안이 잠깐 말을 멈췄다. 아틀라스와 비슷. 짧은 쪽은. 오히려 우리보다 길다.
“대표 개인은 그 기간을 살아갑니까?”
[경우에 따라.]
또. 세이렌-4가 이어서 말했다. [개체 지속보다 기능 지속을 더 중시하는 정치문화가 존재.]
그 말은. 세라가 만들던 비서실 후계구조와도 조금 닮았다. 개인은 바뀌어도. 기능.
◆회담 뒤. 마리안은 접촉지점에 하루 더 머물렀다. 경계사절 44는 여전히 창밖에 있었다. 18개월 전에 본 것과 외형이 완전히 같았다. 같은 함선인지도. 확실치 않았다. 그녀는 함교 난간에 손을 얹고 한동안 그 배를 봤다. 이번에는 그 침묵이 불쾌하지 않았다. 루멘 등록조건 중 가장 논란이 큰 건 ‘관리질의 정기응답’이었다.
본토 하원에서는.
“외국 감사.”
라는 표현. 루멘 쪽은.
[생존확인.]
이라고 번역. 같은 기능. 느낌 다름. 마리안은 세이렌-4에게 구체적 예시를 요구했다.
[정치단위 해체 여부.]
[대규모 감염.]
[고리망을 통한 무기전개.]
[비정상 인과변동.]
세금. 선거. 황제 지지율. 그런 건. 안 물음. 그럼. 주권침해 범위. 좁음. 상원에서. 재상은 찬성. 군 일부. 조건부. 외부권역 의원. 상대적으로 찬성. 왜. 고리망 안정.
◆한 보호령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제국에 더 많은 걸 보고합니다.”
회의장 웃음. 맞다. 루멘 등록이. 제국 보호국보다 약한 관계. 그러나. 감정적으로. 제국이 보고하는 쪽. 낯섦. 마리안은 이 문제를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익숙해질 시간. 루멘은 반대로. 우리 상원 150표 구조를 신기해했다.
[행정부가 입법표를 직접 보유.]
재상+12장관. 마리안.
“역사적 구조입니다.”
[황제가 표결하지 않음.]
“황제는 재가권자입니다.”
[권력분리 불완전.]
상대 평가. 본토 정치학자들. 발끈.
“자기들 체제도 공개 안 하면서.”
세이렌-4는 다음 회담에서. 자기들 구조 일부. 공개. 루멘 연속체는. 중앙의회 하나 없음. 관리권역별 조정회. 등록정치단위 대표. 기능개체. 인공지능. 여러 형태.
◆결정방식. 사안마다 다름. 경계안전. 관리권역 우선. 통상규칙. 등록단위 협의. 대규모 전쟁. 상위조정체. 복잡. 나는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우리보다 더 복잡하네.”
세라.
“적어도 설명서는 더 깁니다.”
루멘은. 제국을 비균질 주권망이라 불렀다. 자기들도. 비균질. 차이. 제국에는 황제. 최종점. 루멘은. 기능별 최종점이 다름. 장점. 분산. 단점. 결정속도? 모름. 마리안이 물었다. “전쟁 나면 누가 결정합니까?”
[어떤 전쟁.]
정확. 경계침공. 관리권역. 연속체 전체 위협. 상위조정. 등록국 사이 전쟁. 중재. 아틀라스 입장에서는. 답답. 루멘 입장에서는. 우리 황제 한 명이 전쟁결정. 위험해 보일 수 있음. 서로. 테러 사건도. 루멘이 질문.
[귀측의 정치폭력 빈도.]
마리안이 통계. 매우 낮음. 7조 규모.
◆루멘 답.
[낮은 편.]
“귀측은?”
[비교기준 불일치.]
또. 몇 회담 뒤. 일부 공개. 관리권역 내 정치폭력. 존재. 루멘도. 완벽사회 아님. 고리시설 사보타주 사례. 과거. 여러 번. 그들이 우리의 사건에 놀라지 않은 이유. 한 기록. 120년 전. 등록국 급진세력이 고리중계기 파괴. 사망. 수천. 루멘 대응. 경계망 일부 차단. 가해국 전체 제재? 아님. 가해조직. 비슷.
마리안이 말했다. “생각보다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겪는군요.”
세이렌-4.
[지성집단의 조직행동은 규모와 기술이 달라도 반복구조가 존재.]
철학적. 오르테가가 그 문장을 좋아했다. 나는. 조금 길다고 생각. 루멘과의 접촉이 깊어질수록. 신비는 줄어들었다. 동시에. 규모는 더 커 보였다. 신처럼 완벽한 문명. 아님.
◆그들도. 규칙 만들고. 테러 막고. 등록국 싸움 중재. 다만. 그 일을. 우리보다 훨씬 넓은 범위에서. 오래 해온 것처럼 보였다. 18개월의 손님은. 점점. 이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문 사이에 거리는 컸다. 루멘의 ‘기능 지속’ 개념은 세라가 특히 관심을 보였다. 황제가 보고서를 건네자 그녀는 외교내용보다 대표명 구조부터 읽었다.
세이렌-4는 하나의 생물개체가 직책을 오래 맡는 방식일 수도 있고, 여러 개체가 기억과 권한을 이어받는 기능단위일 수도 있었다. 루멘은 어디까지가 한 사람인지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비서실도 저렇게 만들 생각은 아니지?”
세라가 보고서에서 눈을 들었다.
“폐하께서 제 후임 수십 명을 한 사람으로 부르지만 않으시면 됩니다.”
“그건 좀 무섭네.”
“저도 싫습니다.”
세레프에서는 정반대 반응이 나왔다. 노드-칼릭스는 루멘의 지속개체 개념을 자연스럽게 이해했지만, 생물대표 아델 세렌은 정치적 책임이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누가 120년 전 결정을 내렸는데 기능개체는 그대로이고 구성자는 바뀌었다면, 사과는 누가 하는가. 루멘에 실제로 비슷한 질문을 던졌다. 답은 길었다.
[책임은 권한연속성에 귀속된다. 구성개체 교체는 책임소멸 사유가 아니다.]
제국 법무원은 그 문장을 좋아했다. 기업합병과 비슷한 면도 있었다.
◆등록협상 과정에서 처음으로 루멘 측 실수가 확인되기도 했다. 세이렌-4가 제공한 경계좌표 하나가 실제 고리망 현재상태와 0.08퍼센트 어긋났다. 거리로 환산하면 무시하기 어려웠다. 제국 항법팀이 지적하자 루멘은 11분 뒤 자료를 정정했다.
[오래된 동기화 자료 사용.]
사과 표현은 없었다. 마리안이 물었다. “귀측도 실수합니까?”
[당연하다.]
너무 즉답이라 그녀가 웃었다. 신비가 조금 더 줄었다. 루멘 연속체가 오래됐다고 해서 모든 게 낡지 않는 것도, 모든 사람이 현명한 것도 아니었다. 등록국 사이 분쟁의 상당수는 광산, 이주, 통행료 같은 익숙한 문제였다. 마리안은 황궁 보고 마지막에 적었다.
[저들은 우리보다 오래된 질서를 운영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질서가 오래됐다는 것과 갈등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에는 따로 결론문을 덧붙이지 않았다. 나는 그 한 문장에 표시만 해뒀다.
◆루멘은 자기들 정치폭력 사례를 공개하면서 가해자 종족이나 국가이름을 거의 쓰지 않았다. 제국 외교관이 이유를 물었다. [집단식별자가 사건원인보다 앞서면 후속갈등 가능성이 증가.]
마리안은 그 문장을 본토로 보냈다. 법무원과 정보원 모두 관심을 보였다. 고리테러 직후 본토에서 복원운동 전체를 의심했던 일을 생각하면 낯설지 않은 문제였다. 그렇다고 루멘 방식이 항상 옳다는 뜻은 아니었다. 일부 기록에서는 지나치게 익명화해 피해자가 가해구조를 알기 어렵다는 비판도 함께 붙어 있었다. 루멘도 자기 제도를 완성품처럼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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