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42화 — 꺼진 불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고리 연구정거장의 제6실험실에서 불이 났다. 처음엔 사고였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발화시각 03시 17분. 중력파 분석장치 과열. 자동소화. 7분 뒤 진압. 사망 0. 부상 19. 장비손실. 상당. 오르테가는 보고서를 받고 화부터 냈다.
“냉각계가 왜 동시에 세 개 고장납니까?”
연구정거장장은 답했다. “정비결함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 개가?”
정거장장은 말이 없었다. 사고조사단. 원인. 냉각밸브 오작동. 그런데. 밸브 제조사는 서로 다름. 소프트웨어도. 공통점. 정비업체. 하청. 에일린 정보원은 아직 사건을 테러로 분류하지 않았다.
[산업재해 51퍼센트.]
[의도적 사보타주 34.]
[고리 자체 영향 15.]
경쟁가설. 나는 보고서를 보고 물었다. “추가운영 중단?”
오르테가가 바로 끼어들었다.
“핵심실험만 72시간 중단이면 충분합니다.”
“안전은.”
“점검 후.”
에일린 쪽은 더 보수적이었다.
“사보타주 가능성을 배제할 때까지 접근권한을 줄여야 합니다.”
둘이 서로 쳐다봤다.
◆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현재 피해 적음. 정보 부족. 정거장 전체를 닫으면 루멘 접촉연구도 멈춤. 그 비용도 있다. 결정. 핵심 실험동 72시간 중지. 그 외 구역 정상운영. 정비업체 접근로그 전수보존. 직원 이동제한 없음. 세라가 물었다.
“출입통제는 안 합니까?”
“범인 있는지도 모르잖아.”
사람 수십만을 잠가두면. 나중에 사고였을 때 비용이 더 크다. 연구정거장 사람들은. 황실이 사고를 축소한다고 불평하기도. 반대로. 보안국가처럼 굴지 않아 다행이라는 반응도. 둘 다. 정비업체 이름. 아르덴 기술서비스. 직원 6만. 고리 연구정거장뿐 아니라. 칼드라 관문. 복원항로국. 세레프 공동연구시설에도 계약. 문제 커짐.
만약 사보타주라면. 접근범위 넓음. 에일린은 업체 전체를 폐쇄하지 않았다. 관련팀 83명. 접근정지. 계약망 분석.
◆그날 오후. 두 번째 이상. 제3전력구역. 예비배터리 하나가. 충전명령 없이 방전. 사고 없음. 확률표. 사보타주. 59. 오르테가 표정이 바뀌었다.
“누가 연구를 멈추려 합니다.”
에일린은 말했다. “아직 목적까지는.”
제국은 조용히 보안을 올렸다. 공개 비상사태 없음. 저녁 8시. 아르덴 정비원 한 명. 실종. 숙소 비어 있음. 개인단말. 버려짐. 이제. 사고설. 낮아짐. 정보원 추적. 정비원 이름. 카엘계 아틀라스 시민. 부모. 대단절 당시 외부권역 실종. 본인은 본토 출생. 복원운동 단체 후원 기록. 합법단체. 언론에는 아직 공개 안 됨.
세라가 말했다. “루멘 접촉 반대와 복원운동이 연결될 수 있습니까?”
에일린은 고개를 저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연결하면 너무 빠릅니다.”
좋다.
◆다음 날. 정거장 제어망에 익명문. 한 줄.
[죽은 사람을 찾기 전에 새 문을 열지 마라.]
처음으로. 목적 비슷한 게 보였다. 복원우선 급진파? 내부자? 위장? 나는 문장을 다시 읽었다. 분노보다. 익숙한 감정이 먼저 들었다. 본토에서도. 대단절 실종자 가족들 사이에.
“왜 새 문명에 돈 쓰냐.”
이런 불만. 있었다. 합법. 정상. 그 감정과. 사보타주는. 다른 문제. 나는 명령했다.
“복원단체 전체 조사하지 마.”
에일린이 바로 답했다. “예.”
“관련자만.”
“예.”
제국망에는 아직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정거장 외벽 너머로 고리는 조용히 떠 있었다. 연구동 안에서는 정비원들이 타버린 냉각배관을 갈아냈다. 벽 한쪽에 소화제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날 밤부터 아무도 그 자국을 그냥 사고 흔적으로 보지 않았다.
◆아르덴 기술서비스는 처음엔 조사에 협조했다. 본사에서 기술감사팀 40명을 보냈고, 문제 밸브의 제조이력과 정비표를 전부 공개했다. 기록만 보면 이상한 점은 없었다. 정기점검. 부품교체. 압력시험. 모두 정상. 그런데 실제 장비는 세 개가 동시에 오작동했다. 정거장 정비반장은 화상회의에서 말했다.
“우리가 서류를 조작했다면 흔적이 있어야 합니다.”
에일린 쪽 수사관이 물었다. “서류는 언제 작성합니까?”
“작업 직후.”
“자동기록은?”
“일부.”
일부라는 말이 걸렸다. 사람이 입력하는 구간. 조사팀은 정비원 개인단말과 장비센서 시간을 대조했다. 한 밸브는 실제 교체가 기록보다 17분 늦었다. 다른 하나는 9분. 사소한 차이. 현장에서는 흔할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 장비는 4시간. 정비반장이 얼굴을 굳혔다.
“이건 설명이 안 됩니다.”
◆누군가 작업기록을 나중에 맞춰 넣었다. 사고를 숨기기 위한 것인지. 다른 작업을 숨기기 위한 것인지. 아직. 연구정거장 안에서는 소문이 먼저 돌았다. 루멘이 해킹했다. 세레프 인공지능이 사고쳤다. 복원광신자. 경쟁기업. 다 나왔다. 오르테가는 연구원 전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추측을 연구결과처럼 말하지 말 것.]
효과. 거의 없음. 사람은 과학자여도 불안하면 소문을 만든다. 한 생물연구실에서는 직원 셋이 조퇴했다. 가족이 돌아오라고 해서. 다른 팀은 밤샘.
“누가 멈추라면 더 해야죠.”
이 반응도 위험했다. 정거장장은 연구원들에게 휴식명령을 내렸다. 강제퇴근. 오르테가가 지지.
“피곤한 상태에서 고리 연구하다 사고내면 테러범 필요도 없습니다.”
고리 주변 경비함도 늘었다. 기존 24척. 36. 아델라인은 100척을 보내자는 군부 제안을 잘랐다.
“정거장 보안사건인데 함대전 준비를 왜 하나.”
군사력은 눈에 보인다. 그래서 불안할 때 가장 먼저 늘리고 싶어진다. 이번에는 아니었다.
◆실종 정비원은 이름이 카일 렌. 나이 137. 부모 둘 다 대단절 당시 외부권역 상선단 근무. 실종처리. 카일은 실종자 가족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했다. 그의 공개글에는 과격한 내용이 없었다.
[어머니가 살아 있다면 찾고 싶다.]
[복원예산이 줄지 않았으면 한다.]
그 정도. 귀환전선 게시판 가입기록도 없었다. 후원한 건 합법적인 귀환가족연맹. 그런데 누군가가 일부 언론에 이름만 흘렸다.
[복원운동 관련 정비원 실종.]
제목은.
[급진 복원파 직원 도주.]
에일린이 화가 났다.
“누가 흘렸습니까.”
정보원은 아니었다. 정거장 민간보안업체 직원. 기자에게 돈 받음. 해고. 카일 가족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누나는 말했다. “동생은 실종자입니다. 범인으로 확정된 게 아닙니다.”
댓글은 이미 갈려 있었다. 나는 그 영상을 보고 세라에게 물었다. “명예훼손으로 막을 수 없어?”
“허위사실이면 가능합니다. 다만 수사 중인 사안을 언론이 추정한 것까지 전부 막으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
답답. 그래도.
◆정보원은 카일을 공개수배하지 않았다. 용의자가 아니라. 중요 참고인·실종자. 표현을 정확히. 두 번째 이상 방전 뒤. 정거장 직원 출입권한을 전부 재발급하자는 안이 올라왔다. 43만 명. 며칠. 연구정지. 나이아가 비용표를 보냈다. 예상손실. 보안효과. 불명.
“안 해.”
대신. 핵심제어권한 가진 8,400명만. 재인증. 24시간. 그 결정은 나중에 비판받는다. 더 넓게 했으면. 폭발물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고. 가능. 당시는. 8,400명으로 좁히는 게 합리적으로 보였다. 재인증 과정에서. 가짜 접근권한 두 개 발견. 둘 다 과거 퇴직자 계정. 범죄? 아님. 행정오류. 보안팀은 안도했다가.
더 불안해졌다. 가짜계정이 평범한 오류라면. 진짜 침입을 찾기 더 어렵다. 카일 렌의 개인단말에서 마지막 위치가 잡혔다. 화물구역. 그 뒤 신호 없음. 감시영상. 한 구간이 47초 비어 있음. 우연히도. 그 숫자가 사람들을 더 불안하게 했다.
◆정거장장은 영상을 멈췄다.
“대단절하고 관련 있습니까?”
수사관이 말했다. “아니요. 기록장치 재부팅 시간이 47초였을 뿐입니다.”
숫자가 같다고. 의미가 같은 건 아니다. 그날 밤. 익명문이 올라왔다.
[죽은 사람을 찾기 전에 새 문을 열지 마라.]
정거장 사회망은 몇 분 만에 마비될 만큼 접속자가 몰렸다. 글은 곧 삭제됐지만 캡처는 남았다. 복원항로국 부국장 시아 렌이 공개성명을 냈다.
“복원을 원하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폭력을 말하지 마십시오.”
그녀 자신도 아직 가족 일부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말이 더 무거웠다. 고리 연구동의 불은 이미 꺼졌다. 냉각관도 새것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다음 날 출근한 사람들은 처음으로 천장을 올려다보며 배관을 확인했다. 익명문이 올라온 뒤에도 정거장 전체 대피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대신 비상훈련이 앞당겨졌다. 연구동마다 대피로를 다시 확인하고, 압력문 수동폐쇄 절차를 반복했다.
직원들은 투덜거렸다.
“진짜 사고도 아닌데.”
훈련 담당자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날 오후 한 구역에서 경보가 울렸다. 사람들이 뛰었다. 결과는 센서오류.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누군가는 욕했다. 다음 경보 때 사람들이 늦게 움직일까 봐 운영팀이 더 걱정했다. 불안이 오래가면 경보에도 익숙해진다. 그게 또 위험이었다. 보안팀은 익명문 작성자의 접속경로를 추적했다. 정거장 내부가 아니었다. 민간 중계망을 여섯 번 우회.
마지막 흔적은 본토의 평범한 주거성계. 그 뒤는 끊겼다.
“전문가입니까?”
정거장장이 물었다. 에일린 쪽 분석관은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일반인도 이 정도 우회는 가능합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범죄도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어진다. 그래서 사람과 돈의 흐름을 함께 봐야 했다. 아르덴 정비팀 83명 중 11명이 대단절 실종자가족이었다. 이 숫자도 소문이 됐다. 그러나 정거장 전체 인구의 실종자가족 비율을 반영하면 특별히 높지 않았다. 통계가 없었다면 ‘정황’이 됐을 숫자였다. 에일린은 그 비교자료를 수사회의 첫 장에 붙였다.
같은 사실도 분모가 없으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고 다음 날, 연구정거장 운영위원회는 평소처럼 주간회의를 열었다. 취소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정거장장은 거절했다. 사고가 났다고 모든 업무를 멈추면, 누가 일부러 사고를 냈을 때 원하는 효과를 그대로 주는 셈이었다. 회의 안건은 오히려 평범했다. 식당 임대료, 신규 연구동 산소배관, 어린이학교 증축. 참석자들은 처음 몇 분 동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자신들이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회의는 평소처럼 길어졌다.
정거장 바깥에는 고리가 그대로 떠 있었다.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는 물체처럼, 아무 반응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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