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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28화 — 카르의 흰 머리

별의 제국 · 128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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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케시 황제 카르 발렌을 다시 만난 건.

칼드라 접촉 뒤 47년이 지난 때였다.

그동안 통신은 자주 했다.

직접은 오랜만.

그는 늙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나보다 나이 많았다.

이제.

머리 일부가 하얗다.

눈가 깊음.

걸음은 여전히 단단.

나는 무심코 말했다.

“많이 변했네.”

카르가 웃었다.

“당신은 정말 기분 나쁜 인간이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간감각.

또.

하지만.

이번엔 실수한 걸 바로 알았다.

“미안.”

“사과가 빨라졌군.”

“교육받았어.”

그가 크게 웃었다.

바르케시 종족 평균수명.

360년 안팎.

카르는 이제 인생 후반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틀라스 기준으로 아직 한참.

그 차이가.

처음엔 숫자.

이제 얼굴.

카르가 직접 온 이유.

후계자 소개.

황태녀 아리아 발렌.

나이 82.

군 경력 19년.

행정.

외교.

카르가 말했다.

“내 다음이오.”

나는 아리아를 봤다.

젊다.

바르케시 기준.

나에게는 더.

“잘 부탁하오.”

카르가 말했다.

이상한 말.

국가끼리.

부탁.

나는 말했다.

“자네 죽는 것처럼 말하지 마.”

“당신 기준으로는 다 곧 죽겠지.”

농담.

불편.

저녁.

둘만.

카르가 술을 따랐다.

손이 조금 느림.

“아틀라스 황제.”

“응.”

“당신은 내가 죽은 뒤에도 황제겠지.”

“아마.”

“내 딸이 늙을 때도?”

“가능.”

“손주도?”

나는 대답 못 했다.

가능.

카르는 창밖을 봤다.

“처음엔 그게 위협이었소.”

“지금은?”

“여전히.”

잠깐.

“조금 부럽기도.”

그는 자기 제국을 걱정했다.

정책연속성.

황제가 바뀔 때마다.

아틀라스는 같은 사람.

협상력.

기억.

“당신은 내가 80년 전에 한 말을 직접 기억하오.”

“응.”

“내 딸은 기록으로만 알게 되겠지.”

그 차이.

나는 제안했다.

바르케시-아틀라스 장기외교기록 공동화.

비공식 합의까지.

지도자 교체 때 공개범위.

카르가 웃었다.

“내가 죽기 전에 제도부터 만드나.”

“자네 걱정이라며.”

결론 명확.

그날 실무단 구성.

카르가 말했다.

“이런 때는 빨라.”

“알잖아.”

후계자 아리아는 나와 따로 회담.

그녀는 아버지보다 조심.

“폐하께서는 바르케시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봅니까?”

“경쟁국.”

“적국?”

“아니.”

“보호국 후보?”

나는 웃었다.

“비싸.”

그녀도 웃었다.

카르에게 들은 모양.

아리아는 더 진지하게.

“아버지가 죽으면 관계가 바뀝니까?”

“자네가 바꾸면.”

국가는 사람.

그러나.

제도도.

나는 그녀에게 바르케시와의 충돌방지협정.

생체위협 정보협정.

무역.

모두 유지 의사.

명확히.

그 대신.

바르케시도.

제국 보호권역 내정개입 금지.

기존 약속.

재확인.

서로 선물 없다.

기존관계 확인.

그게 후계안정에 더 가치.

카르는 떠나기 전.

내 어깨를 두드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 못 한 행동.

“다음엔 내가 더 늙어 있겠군.”

“그럼 앉아서 회담해.”

“당신도 늙어라.”

“노력해볼게.”

그의 함선이 떠났다.

나는 오래 봤다.

장수명은.

시간이 많다는 뜻.

동시에.

남들이 먼저 사라지는 걸 더 많이 본다는 뜻.

세라가 말했다.

“폐하.”

“응.”

“카르 황제와 친하십니까?”

생각.

“친구 비슷한가.”

국가는 친구 필요 없다.

예전에 내가 말한 것.

사람은 다르다.

카르는.

경쟁제국 황제.

잠재적 적.

협력자.

그리고.

내가 먼저 늙는 걸 볼 수 없는 사람.

언젠가.

그가 없는 바르케시와도.

나는 협상해야 한다.

그때.

오늘 만든 기록제도가.

사람 하나의 빈자리를.

조금은 줄여줄 것이다.

카르가 아리아를 후계자로 공식지명한 뒤.

바르케시 내부에서도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원로장성.

카르와 같이 싸운 사람들.

은퇴.

젊은 장교.

새 교리.

제국 정보원 보고.

아리아 세대는.

아틀라스 제국을 ‘새로 나타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강대국.

카르 세대와 다름.

위협은 익숙해지면.

정책이 바뀐다.

아리아는 제국과 경쟁하면서.

협력도 당연하다고 봄.

버그 정보공유.

상업.

장교교환.

강경파는.

“너무 친제국.”

카르는 딸을 변호하지 않았다.

“자기 정책은 자기가 설명.”

좋은 후계교육.

한 비공개 만찬.

카르가 내게 말했다.

“딸에게 내 친구관계까지 상속할 순 없소.”

“알아.”

“당신도.”

“나도 뭐.”

“내 딸을 나처럼 대하지 마시오.”

멈췄다.

맞다.

나는 카르와 수십 년 관계.

아리아와는.

별개.

장수명 황제가 가장 쉽게 하는 실수.

부모와 자식을.

같은 국가의 연속선으로만 보는 것.

사람은 다름.

나는 황실비서실에.

후계정권 재설정 원칙을 넣었다.

새 지도자.

기존조약은 유지.

비공식 신뢰는 0에서 다시.

세라가 말했다.

“그 정도로까지요?”

“카르가 맞아.”

카르가 늙어가면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가 약해져서.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바르케시 승계기.

협상.

그런 계산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황제니까.

싫다고 없앨 수 없다.

다만.

그 계산을 실행할 이유가 있는가.

현재.

없다.

카르 승계가 안정적이면.

제국에도 유리.

버그.

칼드라.

오르비스.

지역질서.

우리는 아리아의 승계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약연속성 공개확인.

시장 안정.

선의?

아님.

불안정한 바르케시보다.

예측 가능한 바르케시가 싸다.

카르는 그걸 안다.

그래서 더 믿는다.

정치인은.

상대가 왜 돕는지 알 때 더 편할 수 있다.

몇 년 뒤.

카르가 대규모 즉위기념식 대신.

후계권한 이양을 시작.

아리아.

국방위원회.

외교.

일부.

나는 통신에서 말했다.

“벌써?”

카르.

“내 벌써와 당신 벌써는 다르오.”

이번엔.

웃기 전에 이해했다.

“맞네.”

그가 만족.

“교육이 됐군.”

카르의 흰 머리는.

내게 시간표보다 좋은 교재였다.

나는 수백 년을 본다.

그는.

자기 남은 생을 본다.

둘 다.

국가를 위해 계산.

좋은 외교는.

두 시간표가 겹치는 구간을 찾는 일.

카르와 내가 만든 협정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을 때만 유효하면.

실패.

아리아와.

내 후계자까지.

그 뒤에도 작동해야.

제도.

그래서.

공동외교기록.

분쟁핫라인.

중재절차.

개인친분을.

문서로 바꾸기 시작했다.

친구가 늙어가는 걸 보며.

제국은.

조금 더 개인에게 덜 의존하게 됐다.

카르와 만찬을 끝낸 뒤.

아리아가 나를 따로 찾아왔다.

“폐하.”

“응.”

“아버지가 폐하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당황.

“그런 것 같네.”

“그게 제겐 부담입니다.”

정확.

아리아는 말했다.

“제가 아버지보다 폐하를 덜 믿으면.”

“당연하지.”

“폐하께서 실망하지 않습니까?”

“왜.”

“오래된 관계를 잃는 거니까.”

나는 잠깐 생각했다.

실망은.

할 수 있다.

정책은.

별개.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지.”

“국가적으로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을 원한 듯.

그녀는.

아버지보다 제국을 더 차갑게 본다.

나쁘지 않다.

다음 관계는.

다음 사람이 만든다.

카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리아에게 실제권한을 넘기는 과정에서.

두 사람 의견충돌도 있었다.

바르케시 함대개혁.

카르.

대형함 중심.

아리아.

무인전력 확대.

제국은 누구 편도 안 듦.

내정.

다만.

아리아가 제국 무인기술을 사고 싶어 함.

전략기술.

제한.

카르가 웃으며 말했다.

“딸이 당신한테 가서 내 함대 바꾸는 법을 배우는군.”

“자네가 허용했잖아.”

“후회 중이오.”

농담.

바르케시 내부 세대교체가.

제국 기업시장에도 영향.

무인기 수요.

본토 방산회사들.

돈.

황실은 수출한도 유지.

후계자 호감 얻겠다고.

전략기술 더 주지 않는다.

친분과 거래.

분리.

카르가 늙는다고.

싸게 팔 이유도 없다.

오히려.

승계기일수록.

조건을 더 명확히.

아리아는 그걸 이해했다.

“아버지와 친하다고 할인은 없군요.”

“자네도 안 해줄 거잖아.”

“당연합니다.”

좋다.

몇 년 뒤.

카르는 공식적으로 일부 일상국정을 아리아에게 넘겼다.

여전히 황제.

그러나.

승계연습.

첫 아리아-아틀라스 정상회담.

카르 배석 안 함.

나와.

아리아.

처음 몇 분.

어색.

그녀가 말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안 하시는군요.”

“자네랑 회담하잖아.”

그녀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

카르의 딸이 아니라.

바르케시의 다음 황제로서.

장수명 제국이.

단명종 국가와 오래 관계하려면.

매 세대.

다시 첫 만남을 해야 한다.

그걸 귀찮아하면.

외교가 아니라.

지배만 남는다.

나는.

앞으로 이런 첫 만남을.

수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카르의 흰 머리가.

그 사실을 먼저 알려줬다.

카르가 돌아간 뒤.

나는 그의 첫 회담 기록을 다시 봤다.

“동쪽으로 더 오지 마시오.”

그때의 목소리.

젊다.

날카롭다.

지금 카르는.

같은 말을 해도 훨씬 느리게 한다.

국가가 약해진 건 아니다.

사람이 시간을 통과했을 뿐.

나는 기록을 닫았다.

앞으로도.

협상상대의 국가만 기억하지 말고.

사람의 시간도 기억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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