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28화 — 카르의 흰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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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케시 황제 카르 발렌을 다시 만난 건.
칼드라 접촉 뒤 47년이 지난 때였다.
그동안 통신은 자주 했다.
직접은 오랜만.
◆그는 늙었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나보다 나이 많았다.
이제.
머리 일부가 하얗다.
눈가 깊음.
걸음은 여전히 단단.
◆나는 무심코 말했다.
“많이 변했네.”
카르가 웃었다.
“당신은 정말 기분 나쁜 인간이오.”
나는 입을 다물었다.
시간감각.
또.
하지만.
이번엔 실수한 걸 바로 알았다.
“미안.”
“사과가 빨라졌군.”
“교육받았어.”
그가 크게 웃었다.
◆바르케시 종족 평균수명.
360년 안팎.
카르는 이제 인생 후반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아틀라스 기준으로 아직 한참.
◆그 차이가.
처음엔 숫자.
이제 얼굴.
◆카르가 직접 온 이유.
후계자 소개.
황태녀 아리아 발렌.
나이 82.
군 경력 19년.
행정.
외교.
◆카르가 말했다.
“내 다음이오.”
나는 아리아를 봤다.
젊다.
바르케시 기준.
나에게는 더.
◆“잘 부탁하오.”
카르가 말했다.
이상한 말.
국가끼리.
부탁.
◆나는 말했다.
“자네 죽는 것처럼 말하지 마.”
“당신 기준으로는 다 곧 죽겠지.”
농담.
불편.
◆저녁.
둘만.
카르가 술을 따랐다.
손이 조금 느림.
◆“아틀라스 황제.”
“응.”
“당신은 내가 죽은 뒤에도 황제겠지.”
“아마.”
“내 딸이 늙을 때도?”
“가능.”
“손주도?”
나는 대답 못 했다.
가능.
◆카르는 창밖을 봤다.
“처음엔 그게 위협이었소.”
“지금은?”
“여전히.”
잠깐.
“조금 부럽기도.”
◆그는 자기 제국을 걱정했다.
정책연속성.
황제가 바뀔 때마다.
아틀라스는 같은 사람.
협상력.
기억.
◆“당신은 내가 80년 전에 한 말을 직접 기억하오.”
“응.”
“내 딸은 기록으로만 알게 되겠지.”
그 차이.
◆나는 제안했다.
바르케시-아틀라스 장기외교기록 공동화.
비공식 합의까지.
지도자 교체 때 공개범위.
카르가 웃었다.
“내가 죽기 전에 제도부터 만드나.”
“자네 걱정이라며.”
결론 명확.
그날 실무단 구성.
◆카르가 말했다.
“이런 때는 빨라.”
“알잖아.”
◆후계자 아리아는 나와 따로 회담.
그녀는 아버지보다 조심.
“폐하께서는 바르케시를 장기적으로 어떻게 봅니까?”
“경쟁국.”
“적국?”
“아니.”
“보호국 후보?”
나는 웃었다.
“비싸.”
그녀도 웃었다.
카르에게 들은 모양.
◆아리아는 더 진지하게.
“아버지가 죽으면 관계가 바뀝니까?”
“자네가 바꾸면.”
국가는 사람.
그러나.
제도도.
◆나는 그녀에게 바르케시와의 충돌방지협정.
생체위협 정보협정.
무역.
모두 유지 의사.
명확히.
◆그 대신.
바르케시도.
제국 보호권역 내정개입 금지.
기존 약속.
재확인.
◆서로 선물 없다.
기존관계 확인.
그게 후계안정에 더 가치.
◆카르는 떠나기 전.
내 어깨를 두드렸다.
처음 만났을 때는 상상 못 한 행동.
“다음엔 내가 더 늙어 있겠군.”
“그럼 앉아서 회담해.”
“당신도 늙어라.”
“노력해볼게.”
◆그의 함선이 떠났다.
나는 오래 봤다.
◆장수명은.
시간이 많다는 뜻.
동시에.
남들이 먼저 사라지는 걸 더 많이 본다는 뜻.
◆세라가 말했다.
“폐하.”
“응.”
“카르 황제와 친하십니까?”
생각.
“친구 비슷한가.”
국가는 친구 필요 없다.
예전에 내가 말한 것.
사람은 다르다.
◆카르는.
경쟁제국 황제.
잠재적 적.
협력자.
그리고.
내가 먼저 늙는 걸 볼 수 없는 사람.
◆언젠가.
그가 없는 바르케시와도.
나는 협상해야 한다.
◆그때.
오늘 만든 기록제도가.
사람 하나의 빈자리를.
조금은 줄여줄 것이다.
◆카르가 아리아를 후계자로 공식지명한 뒤.
바르케시 내부에서도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원로장성.
카르와 같이 싸운 사람들.
은퇴.
젊은 장교.
새 교리.
◆제국 정보원 보고.
아리아 세대는.
아틀라스 제국을 ‘새로 나타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있던 강대국.
카르 세대와 다름.
◆위협은 익숙해지면.
정책이 바뀐다.
◆아리아는 제국과 경쟁하면서.
협력도 당연하다고 봄.
버그 정보공유.
상업.
장교교환.
◆강경파는.
“너무 친제국.”
카르는 딸을 변호하지 않았다.
“자기 정책은 자기가 설명.”
좋은 후계교육.
◆한 비공개 만찬.
카르가 내게 말했다.
“딸에게 내 친구관계까지 상속할 순 없소.”
“알아.”
“당신도.”
“나도 뭐.”
“내 딸을 나처럼 대하지 마시오.”
멈췄다.
맞다.
나는 카르와 수십 년 관계.
아리아와는.
별개.
◆장수명 황제가 가장 쉽게 하는 실수.
부모와 자식을.
같은 국가의 연속선으로만 보는 것.
사람은 다름.
◆나는 황실비서실에.
후계정권 재설정 원칙을 넣었다.
새 지도자.
기존조약은 유지.
비공식 신뢰는 0에서 다시.
◆세라가 말했다.
“그 정도로까지요?”
“카르가 맞아.”
◆카르가 늙어가면서.
나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그가 약해져서.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바르케시 승계기.
협상.
◆그런 계산이 자동으로 떠오른다.
황제니까.
싫다고 없앨 수 없다.
◆다만.
그 계산을 실행할 이유가 있는가.
현재.
없다.
카르 승계가 안정적이면.
제국에도 유리.
버그.
칼드라.
오르비스.
지역질서.
◆우리는 아리아의 승계를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약연속성 공개확인.
시장 안정.
◆선의?
아님.
불안정한 바르케시보다.
예측 가능한 바르케시가 싸다.
◆카르는 그걸 안다.
그래서 더 믿는다.
정치인은.
상대가 왜 돕는지 알 때 더 편할 수 있다.
◆몇 년 뒤.
카르가 대규모 즉위기념식 대신.
후계권한 이양을 시작.
아리아.
국방위원회.
외교.
일부.
◆나는 통신에서 말했다.
“벌써?”
카르.
“내 벌써와 당신 벌써는 다르오.”
이번엔.
웃기 전에 이해했다.
◆“맞네.”
그가 만족.
“교육이 됐군.”
◆카르의 흰 머리는.
내게 시간표보다 좋은 교재였다.
◆나는 수백 년을 본다.
그는.
자기 남은 생을 본다.
둘 다.
국가를 위해 계산.
◆좋은 외교는.
두 시간표가 겹치는 구간을 찾는 일.
◆카르와 내가 만든 협정은.
우리가 둘 다 살아 있을 때만 유효하면.
실패.
◆아리아와.
내 후계자까지.
그 뒤에도 작동해야.
제도.
◆그래서.
공동외교기록.
분쟁핫라인.
중재절차.
개인친분을.
문서로 바꾸기 시작했다.
◆친구가 늙어가는 걸 보며.
제국은.
조금 더 개인에게 덜 의존하게 됐다.
◆카르와 만찬을 끝낸 뒤.
아리아가 나를 따로 찾아왔다.
“폐하.”
“응.”
“아버지가 폐하를 친구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당황.
“그런 것 같네.”
“그게 제겐 부담입니다.”
정확.
◆아리아는 말했다.
“제가 아버지보다 폐하를 덜 믿으면.”
“당연하지.”
“폐하께서 실망하지 않습니까?”
“왜.”
“오래된 관계를 잃는 거니까.”
◆나는 잠깐 생각했다.
실망은.
할 수 있다.
정책은.
별개.
◆“개인적으로는 아쉬울 수 있지.”
“국가적으로는?”
“처음부터 다시 계산.”
아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답을 원한 듯.
◆그녀는.
아버지보다 제국을 더 차갑게 본다.
나쁘지 않다.
다음 관계는.
다음 사람이 만든다.
◆카르가 살아 있는 동안.
아리아에게 실제권한을 넘기는 과정에서.
두 사람 의견충돌도 있었다.
바르케시 함대개혁.
카르.
대형함 중심.
아리아.
무인전력 확대.
◆제국은 누구 편도 안 듦.
내정.
다만.
아리아가 제국 무인기술을 사고 싶어 함.
전략기술.
제한.
◆카르가 웃으며 말했다.
“딸이 당신한테 가서 내 함대 바꾸는 법을 배우는군.”
“자네가 허용했잖아.”
“후회 중이오.”
농담.
◆바르케시 내부 세대교체가.
제국 기업시장에도 영향.
무인기 수요.
본토 방산회사들.
돈.
◆황실은 수출한도 유지.
후계자 호감 얻겠다고.
전략기술 더 주지 않는다.
◆친분과 거래.
분리.
◆카르가 늙는다고.
싸게 팔 이유도 없다.
오히려.
승계기일수록.
조건을 더 명확히.
◆아리아는 그걸 이해했다.
“아버지와 친하다고 할인은 없군요.”
“자네도 안 해줄 거잖아.”
“당연합니다.”
좋다.
◆몇 년 뒤.
카르는 공식적으로 일부 일상국정을 아리아에게 넘겼다.
여전히 황제.
그러나.
승계연습.
◆첫 아리아-아틀라스 정상회담.
카르 배석 안 함.
나와.
아리아.
◆처음 몇 분.
어색.
그녀가 말했다.
“아버지 이야기를 안 하시는군요.”
“자네랑 회담하잖아.”
그녀 표정이 조금 풀렸다.
◆그날.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
카르의 딸이 아니라.
바르케시의 다음 황제로서.
◆장수명 제국이.
단명종 국가와 오래 관계하려면.
매 세대.
다시 첫 만남을 해야 한다.
◆그걸 귀찮아하면.
외교가 아니라.
지배만 남는다.
◆나는.
앞으로 이런 첫 만남을.
수없이 반복하게 될 것이다.
카르의 흰 머리가.
그 사실을 먼저 알려줬다.
◆카르가 돌아간 뒤.
나는 그의 첫 회담 기록을 다시 봤다.
“동쪽으로 더 오지 마시오.”
그때의 목소리.
젊다.
날카롭다.
◆지금 카르는.
같은 말을 해도 훨씬 느리게 한다.
국가가 약해진 건 아니다.
사람이 시간을 통과했을 뿐.
◆나는 기록을 닫았다.
앞으로도.
협상상대의 국가만 기억하지 말고.
사람의 시간도 기억해야 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