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18화 — 세라가 자리를 비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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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 수석비서관 세라 발렌티아가 30일 휴가를 냈다.
내가 문서를 세 번 봤다.
“진짜?”
“예.”
“아픈 거야?”
“아닙니다.”
“그럼 왜.”
세라가 표정을 안 바꾸고 말했다.
“휴가니까요.”
◆수백 년 일할 사람도.
쉬어야 한다.
당연한데.
세라가 휴가를 쓰는 장면은 드물었다.
◆“어디 가는데.”
“개인일정입니다.”
“황제한테도 비밀?”
“특히 폐하께.”
나는 조금 상처받았다.
◆대신.
나이아 벨이 30일 동안 수석비서관 대행.
96세에 들어온 신입이.
이제 120대.
몇십 년이 흘렀다.
아틀라스 기준 여전히 젊다.
하지만.
세라 밑에서 충분히 배웠다.
◆첫날.
일정표가 달랐다.
세라는 내 회의 사이 17분 빈 시간을 자주 둔다.
나이아는 10분.
“왜 줄였어.”
“폐하께서 실제로 17분을 쉬신 적이 거의 없습니다.”
맞다.
◆둘째.
보고서 길이.
더 짧음.
세라식 설명.
나이아식 선택지.
1안.
2안.
3안.
나는 말했다.
“영어 등급 같은 건 쓰지 마.”
나이아가 바로.
1안.
2안.
3안.
한국어가 낫다.
◆셋째.
나이아는 회의를 두 개 취소했다.
“왜.”
“결정사항이 없습니다.”
“부처가 요청했잖아.”
“서면으로 충분합니다.”
세라보다 더 과감.
◆일주일 뒤.
황궁 일정 14퍼센트 감소.
결정속도 변화 없음.
◆나는 세라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다 말았다.
휴가.
◆2주차.
문제가 생겼다.
칼드라 중력관문 예산 재배분.
재무원과 과학원 충돌.
나이아가 둘을 직접 조정.
황제 회의 안 올림.
◆결과.
합의.
나는 나중에 보고받았다.
“왜 나 안 불렀어?”
“황제결정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맞다.
조금 섭섭.
◆그 순간.
세라가 무엇을 만들려 했는지 알았다.
황제가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제국이 아니라.
황제가 필요한 것만 결정하는 제국.
◆30일째.
세라 복귀.
나는 말했다.
“잘 쉬었어?”
“예.”
“어디 갔는데.”
“가족 묘역과 오래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처음 들었다.
세라에게도.
황궁 밖 삶이 있다.
당연.
◆그녀는 오래전 대단절 때 잃은 친구 이름 몇 개를 말했다.
외계 보호국 출신도.
세라가 대단절 정책에 유독 건조한 이유.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너무 오래 들고 있어서.
공적인 자리에서 꺼내지 않는 것.
◆“왜 말 안 했어.”
“필요 없었으니까요.”
세라다운 답.
◆휴가 중.
그녀는 대단절 실종자 가족묘역에 갔다.
사망확정도 아닌 사람들.
빈 비석.
30년 넘게.
◆세라는 말했다.
“폐하가 복원사업을 너무 빨리 정치사업으로 만들까 걱정했습니다.”
“내가?”
“예.”
“그래서?”
“지금은 덜 걱정합니다.”
칭찬인지.
◆그녀가 휴가를 간 진짜 이유 중 하나.
나이아 시험.
본인이 없어도 비서실이 돌아가는지.
◆결과.
잘 돌아감.
세라는 만족.
나는 조금 불만.
◆“그럼 나 필요 없어?”
내 말에.
세라가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폐하와 비서실은 다른 문제입니다.”
◆나이아는 대행기간 평가.
등급문자 하나로 매길 일이 아니었다.
평가는 최우수.
세라가 승진안.
황실부비서장.
승인.
◆세라 개인업무 일부 이양.
장기적으로.
수석비서관 한 명에게 집중된 권한 분산.
◆제국은 황제 한 명이 오래 산다.
장관도.
장군도.
비서도.
그래서 더 위험하다.
사람이 제도가 되기 쉽다.
◆세라는.
자기가 없어도 굴러가는 비서실을 만들었다.
그게 그녀의 공훈.
◆나는 휴가신청서를 다시 봤다.
다음 휴가.
5년 뒤.
“너무 늦는 거 아냐?”
세라가 말했다.
“폐하부터 쓰십시오.”
“황제가 휴가 가면.”
“제국은 안 망합니다.”
그 말을.
나는 완전히 믿지는 않았다.
◆하지만.
세라가 30일 없어도 황궁이 굴러갔다.
그 사실은.
조금 마음에 들었다.
◆세라가 휴가에서 돌아온 뒤.
황궁 안에 작은 변화가 하나 생겼다.
내게 오는 서류가 줄었다.
11퍼센트.
◆“왜.”
“나이아 부비서장이 처리합니다.”
“내가 볼 것도?”
“폐하가 안 봐도 되는 것.”
불안.
◆첫 주.
아무 문제 없음.
둘째.
문제 없음.
셋째.
나는 결국 하나를 찾아냈다.
외부권역 대학예산 조정.
내 승인란 없음.
“이거 내가 안 봤는데.”
세라.
“상한 내 재배분입니다.”
법적으로 황제 승인 필요 없음.
◆내가 모든 서류에 서명하는 건.
권력의 증명이 아니라.
병목일 수 있다.
◆세라는 말했다.
“폐하가 결론을 빨리 내려도, 모든 결론을 폐하가 내려야 하면 제국은 느립니다.”
정확.
내 집행시그니처의 약점.
황제까지 올라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결정권한표 재정비.
금액.
군사위험.
외교영향.
시민권.
전략기술.
기준.
◆하위는 부처.
중간은 재상·장관.
상위만 황제.
◆나는 물었다.
“내 권한 줄이는 거야?”
세라가 말했다.
“사용해야 할 권한을 선명하게 하는 겁니다.”
좋은 표현.
◆황제 고유권한은 그대로.
전쟁.
외교최종.
전략기술.
비상.
영토.
대규모 시민권정책.
◆일상예산.
인사.
시장규정.
상당부분 내려감.
◆첫해.
황제결재건수 27퍼센트 감소.
결정시간.
중간급 행정 34퍼센트 단축.
오류율.
거의 동일.
◆좋다.
◆문제도 있었다.
한 장관이 권한확대를 이용해 자기 출신권역에 예산편중.
감사 적발.
바로 해임.
◆“봐, 중앙에서 봐야 하잖아.”
내가 말했다.
세라가 답했다.
“감사가 봤습니다.”
또 맞음.
권한분산.
감사강화.
둘이 세트.
◆새 제도.
장관 재량예산 실시간 공개.
상원 감사위원회.
황실감사원 무작위검사.
◆황제가 모든 걸 직접 보는 대신.
황제가 만든 시스템이 본다.
◆세라 휴가는.
제국 행정개혁이 됐다.
본인은 싫어했다.
“제 휴가를 정책으로 만들지 마십시오.”
“이미 됐는데.”
그녀가 한숨.
◆세라 개인서사도 조금씩 황궁 밖으로 나왔다.
가족묘역.
오래된 친구.
대단절 때 사라진 비아틀라스 동료.
그중 한 명.
카엘인 외교관.
세렌 릴레이 생존자 명단에는 없음.
남방연합 명단에도.
아직 실종.
◆세라는 복원항로국 데이터에 개인적으로 이름을 등록해뒀다.
특혜 없음.
일반 가족요청과 같은 순위.
◆나는 그걸 알고.
우선순위 올려줄까 잠깐 생각.
안 했다.
세라도 원하지 않을 것.
◆황제와 수석비서관.
수백 년 같이 일할 수 있다.
그래도.
개인사까지 황권으로 해결하려 들면.
관계가 망가진다.
◆어떤 선은.
안 넘는 게 이익.
정치뿐 아니라 사람 사이도.
◆나이아는 부비서장으로 자리잡았다.
세라가 없을 때만 대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영역.
외부권역 일정·행정혁신.
◆그녀는 내 회의 하나를 또 취소했다.
“이번엔 왜.”
“결론이 이미 났습니다.”
“누가.”
“폐하께서 어제.”
내가 기억.
맞다.
◆같은 결론을 다시 확인하는 회의.
취소.
◆나는 말했다.
“잘했어.”
나이아가 처음으로 긴장을 풀었다.
◆황제의 빠른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건.
황제가 빨리 말하는 능력이 아니다.
한 번 내린 결론을.
수백만 관료가 다시 묻지 않고.
정확히 실행하는 조직.
◆세라는.
그 조직을 만들고 있었다.
자기가 언젠가 없어도.
◆세라가 가족묘역에서 만난 ‘오래된 친구’ 중 살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전직 황실기록관.
이름 루엔 타르.
현재 640세.
은퇴.
세라보다 훨씬 나이 많음.
◆세라는 휴가 중 그와 하루를 보냈다.
황실 이야기를 거의 안 했다고 한다.
정원.
옛 음식.
대단절 전 음악.
◆나는 왜 그런 사소한 내용을 아는가.
세라가 직접 말한 게 아니다.
나이아가 일정기록을 올렸다.
나는 읽다가 멈췄다.
이건 사생활.
“왜 나한테 올라왔어?”
나이아가 말했다.
“수석비서관 신변보고 규정.”
“바꿔.”
◆고위관료라고.
휴가 중 만난 친구까지 황제가 볼 필요 없다.
보안상 필요한 위험만.
개인일정은 삭제.
◆세라가 알게 된 뒤.
“폐하께서 개인정보 규정을 바꾸셨다 들었습니다.”
“응.”
“제 기록 보고 찔리셨습니까?”
“응.”
정직.
◆그녀가 웃었다.
◆황실은 다른 사람에게 사생활을 요구하면서.
자기 사람의 사생활을 너무 쉽게 보는 습관이 있었다.
강한 중앙권력의 일상적 위험.
악의가 없어도.
정보가 너무 많이 올라온다.
◆새 규정.
고위관료 휴가 중.
보안위험.
외국접촉.
공적이해충돌만 보고.
가족·친구·취미는 비공개.
◆세레프식 개인정보 접근로그 제도를 일부 가져와.
누가 고위관료 사적자료를 봤는지도 기록.
황제 접근도 남음.
◆세라가 말했다.
“폐하 기록도 남습니까?”
“그래야겠지.”
“좋습니다.”
◆황제도.
자기가 본 정보에 책임을 진다.
작은 제도.
하지만.
사람과 국가 사이 선을 조금 더 명확히 했다.
◆세라의 휴가는.
행정분권.
후계자.
개인정보.
세 가지 개혁을 남겼다.
◆나는 말했다.
“다음엔 그냥 쉬고 와.”
세라가 답했다.
“폐하께서 일을 만들지 않으시면요.”
그건.
약속하기 어려웠다.
세라는 다음 휴가 일정을 비서실 공용달력에 직접 넣었다.
이번에는 누구도 지우지 못하게 잠금까지 걸었다.
나는 보고도 승인하지 않았다.
승인할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 작은 변화가 황궁 사람들에게도 하나를 알려줬다.
제국을 오래 움직이는 사람일수록, 쉬는 시간까지 제도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