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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11화 — 가벼운 도시

별의 제국 · 11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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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안 세르는 칼드라 수도의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속도를 줄였다.

발이 너무 가벼웠다.

아우렐리움 중력의 절반도 안 됐다.

신발 밑 자기장이 자동으로 보정하지 않았다면 외교장관이 첫 공식방문에서 계단을 날아올랐을 것이다.

옆에서 칼드라 의전관이 말했다.

“처음 오신 분들은 대부분 한 번쯤 뜁니다.”

마리안이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 장면을 촬영합니까?”

“관례상 하지 않습니다.”

“좋은 관례군요.”

칼드라 수도는 땅보다 공중에 많았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잇는 다리.

수백 미터 높이의 작업장.

천장에 매달린 시장.

중력이 약해서 가능한 도시.

네 팔을 가진 칼드라인들은 난간을 잡으면서도 다른 손으로 물건을 사고, 단말을 보고, 음식을 먹었다.

제국 수행원들은 자꾸 두 손이 부족해 보였다.

마리안은 황궁 보고서에서 이미 숫자를 봤다.

핵심국 7개.

회원성계 약 260.

인구 9천억 안팎.

공동함대 17만 척.

총체 VII+.

일부 중력공학 VIII-.

하지만 그런 표보다.

항구 천장에 거꾸로 붙어 선박을 수리하는 기술자 수백 명이 칼드라를 더 잘 설명했다.

이곳 사람들은 중력을 장애물보다 도구로 봤다.

제1조정관 엘라드 바스는 네 팔 중 두 개만 내밀었다.

악수용.

나머지 두 팔은 등 뒤로 모았다.

제국 의전자료를 읽은 모양이었다.

“외교장관 마리안 세르.”

“제1조정관 엘라드 바스.”

“황제께서는 오지 않으셨군요.”

첫 문장부터.

마리안은 웃었다.

“국가원수께서 모든 첫 회담에 직접 움직이시지는 않습니다.”

“실망해야 합니까?”

“안도하셔도 됩니다.”

엘라드가 웃었다.

말이 통했다.

첫 회담장에는 국기가 일곱 개 있었다.

칼드라는 하나의 공화국이 아니라.

일곱 핵심국과 수백 회원권역이 묶인 합의체.

오르비스와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은 달랐다.

오르비스는 상업규칙이 중심.

칼드라는 공동군사와 중력항로가 더 강했다.

엘라드는 서류를 펴지 않았다.

“저희는 제국이 오르비스를 흡수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현재 그런 계획은 없습니다.”

“현재.”

또 그 단어.

마리안은 이제 외국 지도자가 그 말을 잡는 데 익숙했다.

“미래를 거짓말로 보장할 생각도 없습니다.”

“좋습니다.”

엘라드가 두 손으로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창밖 항구를 가리켰다.

“그런 나라와 이야기하는 편이 낫습니다.”

칼드라가 원하는 것은 세 가지.

제국시장 접근.

전략광물 장기계약.

오르비스의 표준망에 종속되지 않는 대체항로.

제국이 원하는 것도 분명했다.

중력관문 기술.

외부 항로지도.

오르비스 바깥의 시장.

그리고.

칼드라가 바르케시 쪽으로 기울지 않게 하는 것.

마리안은 첫날부터 가격을 깎지 않았다.

상대가 가진 물건의 정확한 가치를 아직 모르기 때문.

황제는 늘 그랬다.

정보가 덜 모였을 때는 조급하게 계약하지 않는다.

한두 달이든 몇 년이든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가치가 계산된 뒤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마리안도 그 방식을 배웠다.

회담을 마치고 그녀는 공식연회 대신 항구시장으로 갔다.

의전관이 당황했다.

“예정에 없습니다.”

“그래서 갑니다.”

상인이 실제로 제국을 어떻게 보는지.

회의실보다 시장이 빠를 때가 있다.

칼드라 시장에는 이미 제국산 물건이 있었다.

정식수입이 아니다.

오르비스와 카론을 거쳐 들어온 재판매품.

의료기기.

장수보조제.

소형에너지저장기.

가격표가 놀라웠다.

본토 가격의 여섯 배.

마리안이 물었다.

“이걸 이 가격에 삽니까?”

상인이 그녀 정체를 몰랐다.

“사는 사람이 있으니 팔죠.”

“제국과 직접 거래하면?”

“가격은 떨어지겠죠.”

“그럼 좋지 않습니까?”

상인은 네 팔 중 하나를 흔들었다.

“우리 상인한테는 꼭 그렇진 않죠.”

중간마진.

당연.

옆 가게에는 오르비스산 제품.

칼드라 자체 제품.

제국제품.

세 개가 경쟁.

칼드라 시민은 국적보다 가격과 수리를 봤다.

한 소비자가 제국 의료기를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좋지만 부품이 없습니다.”

마리안은 그 말을 기억했다.

최고성능과 시장지배는 다르다.

시장 끝에서 작은 소동.

제국 수행원의 결제단말이 칼드라 상점망과 호환되지 않았다.

직원이 현금 비슷한 지역권을 찾는 사이.

상인이 웃었다.

“우주 최강국도 커피 한 잔 못 사는군요.”

마리안이 말했다.

“그래서 통상협정을 하러 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웃었다.

그날 밤.

마리안이 황궁에 보낸 첫 보고는 숫자보다 짧았다.

[칼드라는 제국을 두려워하지만, 필요로도 한다.]

[시장개방은 쉽다.]

[중력관문은 아직 가격을 모른다.]

[현지산업은 보호하려 할 것이다.]

마지막 줄.

[서두를 이유 없음.]

나는 보고서를 읽었다.

“동의.”

세라 발렌티아가 옆에서 다음 일정을 넘겼다.

즉위 초부터 내 옆에서 제국 행정을 붙들어온 수석비서관.

이제는 내가 서류를 읽는 속도보다 먼저 어느 결정을 미뤄야 하고 어느 결정을 당겨야 하는지 알아채는 사람이었다.

“칼드라에서 시장개방안을 먼저 보내겠답니다.”

“받아.”

“중력관문 없이도요?”

“그건 따로.”

좋은 상품 하나 때문에.

다른 좋은 거래까지 묶어둘 필요 없다.

그날 안에 상무원에 지시했다.

저위험상품 임시상호인증.

결제망 시험연결.

통상대표단 확대.

시장부터 연다.

중력기술 협상은 계속 본다.

세라가 물었다.

“기술협상은 천천히, 시장개방은 오늘입니까?”

“시장 쪽은 계산 끝났잖아.”

그게 기준이었다.

느긋한 건 우유부단함이 아니다.

모르는 건 기다리고.

아는 건 움직인다.

다음 날 아침.

칼드라 항구 첫 제국 직통화물선 입항 허가가 떨어졌다.

마리안은 아직 수도에 있었다.

전날 커피를 팔던 상인이 가격표를 바꿨다.

제국 의료기기.

여섯 배에서.

네 배.

며칠 뒤면 더 떨어질 것이다.

제국과 칼드라의 첫 변화는.

함대도.

조약서도 아니었다.

시장 한구석의 가격표에서 시작됐다.

칼드라의 첫 제국 직통화물선은 항구에서 하루 넘게 멈췄다.

서류 때문이었다.

검역.

중량기준.

중력보정 안전검사.

보험.

제국 쪽에서는 이미 다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칼드라 항만청은 달랐다.

“제국 기준과 우리 기준은 다릅니다.”

마리안은 항만청장을 직접 만나지 않았다.

그럴 급이 아니다.

대신 실무단을 보냈다.

황제라면 더 그랬을 것이다.

문제가 작으면 작은 조직이 해결한다.

최고권력이 매번 내려오면 관료제는 스스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

실무단은 18시간 만에 공동검사표를 만들었다.

다음 선박은 4시간.

다섯 번째부터 40분.

항구 상인들은 그 변화를 숫자로 체감했다.

운송료가 내려갔다.

제국 의료기업 하나는 첫날부터 현지대리점을 열려고 했다.

칼드라 정부가 막았다.

현지법상 외국 의료기업은 반드시 칼드라 의료진과 공동운영.

본토 기업은 불만.

“기술은 우리가 더 좋습니다.”

마리안은 답했다.

“환자는 저쪽 사람입니다.”

현지 신체와 법.

그들이 더 안다.

첫 합작병원에는 칼드라 의사 70퍼센트.

제국 장비.

카론산 저가부품.

오르비스 보험.

한 건물 안에 네 경제권.

제국이 모든 걸 독점하지 않아도 돈은 벌린다.

마리안은 회담 일정 사이에 병원을 방문했다.

네 팔 골절환자.

제국 골재생기가 뼈는 잘 붙였다.

문제.

재활소프트웨어가 두 팔 기준.

환자가 욕했다.

“기계가 나보고 팔 둘을 안 쓰래요.”

제국 기술자 얼굴이 굳었다.

현지 의사가 웃었다.

“그래서 우리가 필요합니다.”

마리안은 그 장면을 황궁에 보냈다.

나는 보고서를 읽고 상무원에 짧게 지시했다.

[현지화 비용은 수출기업 부담.]

정부보조 없음.

제국 기술이 더 좋다고.

적응비용까지 세금으로 떠안을 이유 없다.

기업이 시장에서 벌 거면.

시장에 맞추는 비용도 기업 몫이다.

기업들이 바로 움직였다.

3개월 뒤.

칼드라용 재활체계.

여섯 달 뒤.

네 팔 노동보조장치.

1년 뒤.

본토 두 팔 노동자에게 역수출.

시장이 서로를 바꾼다.

엘라드는 제국의 속도를 보고 말했다.

“귀국은 행정이 느리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마리안이 답했다.

“결정하기 전에는 느립니다.”

“결정한 뒤에는?”

“방금 보셨죠.”

그날 저녁.

마리안은 황궁과 비공개 통신을 했다.

“폐하.”

“응.”

“칼드라가 제국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뭘.”

“우리가 시장만 원하는지, 정치까지 바로 가져가려는지.”

“결론?”

“아직은 시장만 주는 게 이익입니다.”

“동의.”

끝.

큰 전략은 짧았다.

세라는 통신이 끊긴 뒤 말했다.

“마리안 장관도 폐하와 닮아갑니다.”

“싫다는 뜻?”

“둘이 회의하면 시간이 줄어들어 좋습니다.”

칼드라 방문 6일째.

마리안은 제국대사관 후보지를 봤다.

항구 중심부.

비쌈.

다른 후보.

정부지구.

정치적 상징은 좋지만 상업현장과 멂.

그녀는 세 번째를 골랐다.

중간.

항구까지 20분.

조정원까지 17분.

의전관이 물었다.

“중앙광장을 원하실 줄 알았습니다.”

“건물이 잘 보이는 것보다 일이 빨리 되는 게 중요합니다.”

제국 대사관은 상징이면서 작업장.

마리안은 거대한 석주보다 회의시간을 줄이는 위치를 택했다.

그 선택은 작은 일이었다.

그러나 칼드라 관료들은 기록했다.

[아틀라스는 체면보다 실무를 우선하는 경향.]

완전히 맞진 않다.

황실 의전은 필요할 때 아주 무겁다.

다만.

쓸모 없는 체면엔 돈을 덜 쓴다.

방문 마지막 날.

마리안은 다시 첫날 시장을 찾았다.

커피 상인이 그녀를 알아봤다.

뉴스에 얼굴이 나왔으니까.

“외교장관이셨군요.”

“이제야?”

“처음부터 알았으면 더 비싸게 받았겠죠.”

“좋은 상인이네.”

가격표.

제국 의료기기.

처음 여섯 배.

이제 두 배 반.

부품망이 생기면 더 내려갈 것.

상인이 말했다.

“제국이 들어오면 우리 상인이 다 죽을 줄 알았습니다.”

“지금은?”

“더 바빠졌습니다.”

“불만?”

“세금은 여전히 싫습니다.”

정상.

마리안은 시장을 나서며 마지막 보고를 보냈다.

[칼드라는 거래 가능.]

[자존심 강함.]

[국가운영 정상.]

[강제편입 필요 없음.]

[중력관문은 별도협상.]

그리고.

[시장개방 속도는 유지 권고.]

나는 바로 재가했다.

모든 걸 한 번에 얻으려 욕심내지 않는다.

첫 거래에서.

제국은 이미 시장과 항로접근을 얻었다.

중력기술은.

가격이 맞을 때 가져오면 된다.

칼드라는 첫 방문에서.

제국 함대를 보지 않았다.

대신.

가격이 내려가는 걸 봤다.

때로는.

그게 더 오래가는 침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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