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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01화 — 33년 후의 보호국

별의 제국 · 10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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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탄 제7피난정부와의 첫 장문통신은 음성도 영상도 아니었다.

문장.

몇십 자씩.

19분 간격.

질문 하나 보내면 대답 하나가 돌아오는 데 거의 40분.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엔 답답했다.

그래도.

33년 동안 통신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충분했다.

첫 공식 상대.

메르탄 국왕 리메르 5세.

대단절 당시 국왕의 증손.

43세.

메르탄 기준으로도 젊은 왕.

그가 첫 문장을 보냈다.

[아틀라스 황제의 정통성을 확인했다.]

법무원과 외교원이 함께 검토한 문구였다.

현 황위승계기록.

황실계보.

제국 의회승인.

과거 황실인장 연속성.

전부 전송.

메르탄 쪽에서도 확인했다.

그다음 질문.

[그렇다면 메르탄 보호조약은 자동으로 재개되는가.]

나는 바로 답을 쓰지 않았다.

33년 전이라면.

예.

옛 조약.

옛 보호국.

본토가 살아 있으니 다시.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편의 33년도 현실이다.

나는 외교장관 마리안 세르를 불렀다.

“마리안.”

“예.”

“자동복구라고 쓰면?”

“법적으로 위험합니다.”

“정치적으로는?”

“더 위험합니다.”

맞았다.

답신.

[자동 재개하지 않는다.]

[양국 정부가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재활성화 또는 개정협상을 한다.]

19분.

38분.

답.

[합리적이다.]

짧았다.

즉위 초부터 제국 재건을 함께해온 수석비서관 세라 발렌티아가 말했다.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군요.”

“저쪽도 33년 살았잖아.”

메르탄도 옛날 그대로일 리 없다.

통신대역이 조금 늘자.

그들의 현재 국가구조가 넘어오기 시작했다.

메르탄 제7피난정부.

이름만 보면 망명정부 하나.

실제로는 훨씬 복잡했다.

메르탄인.

83억.

카엘인.

약 11억.

소르바인.

7천만 이상.

아틀라스계 피난민.

약 4억 6천만.

기타 옛 보호국 종족.

아직 집계 중.

총인구.

100억 전후.

대단절 뒤.

그들은 서로 합쳐 살았다.

공식명.

[남방피난연합.]

긴급식량.

군사방어.

항로.

공동화폐.

검역.

공통의회.

각 국가정부는 남아 있지만.

위에 연합기관이 생겼다.

33년.

임시기구가 제도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

나는 지도를 봤다.

“이거 해체하라고 하면?”

마리안이 말했다.

“반발할 겁니다.”

“나도 싫어.”

왜 잘 굴러가는 걸 없애나.

과거 카엘 왕국.

메르탄 왕국.

소르바 연방.

그대로 복원한다고.

33년 동안 만든 공동체를 부술 이유 없다.

리메르 5세도 같은 질문을 했다.

[본토는 남방피난연합을 불법으로 보는가.]

[아니다.]

[옛 보호국 질서와 충돌해도?]

[살아남기 위해 만든 합법적 비상질서로 본다.]

답이 돌아오기까지 40분.

[감사한다.]

왕이 감사할 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토가 없었는데.

살아남으려고 나라끼리 묶였다.

당연한 일.

더 민감한 질문.

[아틀라스계 피난민의 지위.]

4억 6천만.

대단절 당시 본토 밖에 있던 아틀라스인.

우리는 그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중 일부가.

남방피난권에 있다.

법무원은 바로 결론 내리지 못했다.

대단절 당시 정식 제국 시민.

그 시민권이 끊겼나.

아니다.

사망도.

박탈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도 시민.

문제.

그 뒤 태어난 자녀.

부모가 시민이면.

현행법상 시민권 승계 가능.

그러면.

남방피난권 안에 현재 제국 시민이 수억 명 존재할 수 있다.

본토와 연결 없이.

33년.

세라는 말했다.

“정치적으로 큽니다.”

“얼마나.”

“하원의석, 이동권, 군역, 세금, 상속, 시민권 전부요.”

상원까지.

지역구.

행정권역.

한꺼번에 돌아온다.

리메르가 또 물었다.

[그들은 우리 연합 시민이기도 하다.]

이중지위.

당연했다.

33년 동안 남방피난연합이 보호했다.

그들에게 본토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연합 시민권을 지우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답했다.

[아틀라스계 시민권은 개별검증 후 복구·승계 인정.]

[남방연합 시민권과 병존 가능.]

마리안이 나를 봤다.

“이중시민권을 넓게 인정하십니까?”

“이미 살고 있잖아.”

현실을 법에 맞추는 게 아니라.

법을 현실에 맞춘다.

리메르 답.

[그 결정은 갈등을 많이 줄일 것이다.]

역시.

이미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방피난연합 내부에는 ‘본토귀환파’가 있었다.

아틀라스계 중심.

황실복귀.

제국 시민권.

본토행.

반대로.

‘남방정착파.’

33년.

여기가 고향.

본토 황제는 역사책 속 인물.

특히 대단절 이후 태어난 세대.

한 아틀라스계 청년 인터뷰가 전송됐다.

나이 26.

이름 에단 벨.

[나는 제국 시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국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황제 얼굴도 오늘 처음 제대로 봤습니다.]

그가 웃었다.

[제가 정말 폐하의 국민입니까.]

영상은 저대역폭으로 끊겼다.

나는 답을 생각했다.

법적으로는.

예.

감정적으로는.

그가 정한다.

나는 공개답신에서 말했다.

“시민권은 복구할 수 있다.”

“충성심은 명령하지 않는다.”

“본토로 오고 싶으면 길을 만들겠다.”

“남방에 남고 싶으면 그곳에서 시민으로 살 수 있게 협상하겠다.”

짧게.

남방피난연합 내부에서 그 답이 크게 퍼졌다.

메르탄은 안도.

카엘도.

아틀라스계는 갈렸다.

본토귀환파는 환영.

남방정착파도 의외로 안심.

본토가 자기 삶을 강제로 끝내지 않을 거라는 의미.

리메르 5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황제는 남방피난연합을 제국에 복속시킬 생각인가.]

이번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범위의 제국권을 협상한다.]

[연합 자체는 유지 가능.]

40분 뒤.

왕의 답.

[그 정도면 대화할 수 있다.]

좋았다.

우리는 옛 보호국을 찾았다.

그런데 옛날 그대로 돌아온 건 아니다.

그들도 33년을 살았다.

국가를 만들고.

아이를 낳고.

법을 바꾸고.

전쟁도 했을 것이다.

복원은.

옛 지도를 덮어씌우는 일이 아니다.

흩어진 제국의 조각을.

현재 모습 그대로 다시 연결하는 일.

첫 재연결 협상의 결론은.

그거면 충분했다.

남방피난연합의 생활자료를 보기 시작하자 숫자보다 먼저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식량배급권.

공동출산허가.

위상대피훈련.

학교에서 배우는 ‘본토사’.

그들에게 본토는 이미 역사였다.

교과서 제목.

[잃어버린 중심.]

아틀라스 아이들은 아우렐리움을 실제 도시가 아니라.

옛 수도.

전설.

상징으로 배웠다.

한 수업영상.

교사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황제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들 답.

[사라졌다.]

[죽었다.]

[다른 하늘에 있다.]

정답.

[알 수 없다.]

그 교육이 33년 지속됐다.

이제 갑자기.

정답이 바뀐다.

[살아 있다.]

[통신 가능.]

[이름은.]

내 이름.

본토 교육부는 남방 교과서를 보고 충격받았다.

“황실이 전설처럼 묘사됩니다.”

“33년이면 그렇지.”

세라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남방에서 역사인물입니다.”

“살아 있는데.”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장수명 황제가.

자기 생전에 역사책 속 인물이 되는 경험.

기분이 묘했다.

남방연합의 공동통화 이름은 ‘브리지.’

대단절 초기 임시결제권에서 시작.

각 나라 화폐가 붕괴하면서.

식량·연료·수리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정산단위.

33년 뒤.

완전한 통화가 됐다.

재무원이 평가했다.

“의외로 안정적입니다.”

“왜?”

“발행규칙이 엄격합니다.”

전쟁과 피난 속에서 만든 돈.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면 바로 굶는다.

그래서 보수적.

남방 시민은 제국 크레딧을 처음 다시 봤다.

본토에서는 당연한 통화.

저쪽에서는 역사 속 화폐.

환율논쟁이 바로 시작됐다.

[브리지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된다.]

[크레딧이 과대평가.]

경제통합은 감정도 건드린다.

황실은 고정환율을 강요하지 않았다.

초기 5년 관리변동.

남방 중앙은행과 공동.

벨로아 금융전문가가 자문.

오르비스도 데이터 제공.

3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외부국이.

옛 제국 복원에 도움을 준다.

시간이 엉킨 느낌.

남방연합 뉴스에서는 본토를 두고 토론했다.

[우리는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동맹이어야 하는가.]

[황제는 우리를 존중할 것인가.]

[본토인들은 우리를 낡은 사람으로 볼 것인가.]

불안.

본토도 똑같다.

[남방 시민은 우리와 같은 시민인가.]

[33년 독립했는데 믿을 수 있나.]

[아틀라스계가 공화주의자가 됐다고?]

서로가 서로를 낯설어했다.

나는 양쪽 방송을 일부러 같이 봤다.

세라는 물었다.

“기분 나쁘지 않으십니까?”

“뭐가.”

“황제를 필요 없는 제도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은 할 수 있지.”

“직접 보시면서도?”

“그래야 뭘 생각하는지 알잖아.”

황제가 자기 찬양만 듣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정보가 망가진다.

남방 공화개혁파의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아틀라스계 정치학자 세린 카르.

나이 211.

대단절 당시 178세.

본토 제국대학 출신.

그녀는 방송에서 말했다.

[황실이 사라진 33년 동안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면 황제가 반드시 필요한가.]

본토 강경언론이 분노했다.

나는 전체 발언을 봤다.

뒤 문장.

[그렇다고 본토와 재결합을 거부하자는 뜻도 아니다.]

[필요한 제도만 다시 가져오자는 뜻이다.]

생각보다 온건.

제목만 보면 반역자.

전체를 보면 헌정개혁론자.

나는 외교원에 지시했다.

“저 사람 협상자문단에 넣어.”

세라가 물었다.

“황제 필요 없다는 사람을요?”

“그런 사람도 있어야 협상 뒤에 말 안 나오지.”

남방연합도 수용.

세린 카르는 본토와 첫 정치통신에서 말했다.

[폐하께서 저를 싫어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직 모르겠는데.”

[좋은 답이군요.]

서로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33년 후의 보호국은.

보호국이 아니었다.

피난연합.

시민사회.

새 세대.

새 돈.

새 정치.

본토가 없던 동안에도.

역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재연결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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