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1화 — 33년 후의 보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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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탄 제7피난정부와의 첫 장문통신은 음성도 영상도 아니었다.
문장.
몇십 자씩.
19분 간격.
질문 하나 보내면 대답 하나가 돌아오는 데 거의 40분.
정상회담이라고 부르기엔 답답했다.
그래도.
33년 동안 통신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충분했다.
◆첫 공식 상대.
메르탄 국왕 리메르 5세.
대단절 당시 국왕의 증손.
43세.
메르탄 기준으로도 젊은 왕.
그가 첫 문장을 보냈다.
[아틀라스 황제의 정통성을 확인했다.]
법무원과 외교원이 함께 검토한 문구였다.
현 황위승계기록.
황실계보.
제국 의회승인.
과거 황실인장 연속성.
전부 전송.
메르탄 쪽에서도 확인했다.
◆그다음 질문.
[그렇다면 메르탄 보호조약은 자동으로 재개되는가.]
나는 바로 답을 쓰지 않았다.
33년 전이라면.
예.
옛 조약.
옛 보호국.
본토가 살아 있으니 다시.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편의 33년도 현실이다.
나는 외교장관 마리안 세르를 불렀다.
“마리안.”
“예.”
“자동복구라고 쓰면?”
“법적으로 위험합니다.”
“정치적으로는?”
“더 위험합니다.”
맞았다.
◆답신.
[자동 재개하지 않는다.]
[양국 정부가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재활성화 또는 개정협상을 한다.]
19분.
38분.
답.
[합리적이다.]
짧았다.
즉위 초부터 제국 재건을 함께해온 수석비서관 세라 발렌티아가 말했다.
“의외로 쉽게 받아들이는군요.”
“저쪽도 33년 살았잖아.”
메르탄도 옛날 그대로일 리 없다.
◆통신대역이 조금 늘자.
그들의 현재 국가구조가 넘어오기 시작했다.
메르탄 제7피난정부.
이름만 보면 망명정부 하나.
실제로는 훨씬 복잡했다.
메르탄인.
83억.
카엘인.
약 11억.
소르바인.
7천만 이상.
아틀라스계 피난민.
약 4억 6천만.
기타 옛 보호국 종족.
아직 집계 중.
총인구.
100억 전후.
대단절 뒤.
그들은 서로 합쳐 살았다.
◆공식명.
[남방피난연합.]
긴급식량.
군사방어.
항로.
공동화폐.
검역.
공통의회.
각 국가정부는 남아 있지만.
위에 연합기관이 생겼다.
33년.
임시기구가 제도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
◆나는 지도를 봤다.
“이거 해체하라고 하면?”
마리안이 말했다.
“반발할 겁니다.”
“나도 싫어.”
왜 잘 굴러가는 걸 없애나.
과거 카엘 왕국.
메르탄 왕국.
소르바 연방.
그대로 복원한다고.
33년 동안 만든 공동체를 부술 이유 없다.
◆리메르 5세도 같은 질문을 했다.
[본토는 남방피난연합을 불법으로 보는가.]
[아니다.]
[옛 보호국 질서와 충돌해도?]
[살아남기 위해 만든 합법적 비상질서로 본다.]
답이 돌아오기까지 40분.
[감사한다.]
왕이 감사할 일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본토가 없었는데.
살아남으려고 나라끼리 묶였다.
당연한 일.
◆더 민감한 질문.
[아틀라스계 피난민의 지위.]
4억 6천만.
대단절 당시 본토 밖에 있던 아틀라스인.
우리는 그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그중 일부가.
남방피난권에 있다.
◆법무원은 바로 결론 내리지 못했다.
대단절 당시 정식 제국 시민.
그 시민권이 끊겼나.
아니다.
사망도.
박탈도.
없다.
그렇다면.
지금도 시민.
◆문제.
그 뒤 태어난 자녀.
부모가 시민이면.
현행법상 시민권 승계 가능.
그러면.
남방피난권 안에 현재 제국 시민이 수억 명 존재할 수 있다.
본토와 연결 없이.
33년.
◆세라는 말했다.
“정치적으로 큽니다.”
“얼마나.”
“하원의석, 이동권, 군역, 세금, 상속, 시민권 전부요.”
상원까지.
지역구.
행정권역.
한꺼번에 돌아온다.
◆리메르가 또 물었다.
[그들은 우리 연합 시민이기도 하다.]
이중지위.
당연했다.
33년 동안 남방피난연합이 보호했다.
그들에게 본토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연합 시민권을 지우라고 할 수 없다.
◆나는 답했다.
[아틀라스계 시민권은 개별검증 후 복구·승계 인정.]
[남방연합 시민권과 병존 가능.]
마리안이 나를 봤다.
“이중시민권을 넓게 인정하십니까?”
“이미 살고 있잖아.”
현실을 법에 맞추는 게 아니라.
법을 현실에 맞춘다.
◆리메르 답.
[그 결정은 갈등을 많이 줄일 것이다.]
역시.
이미 갈등이 있었던 모양이다.
◆남방피난연합 내부에는 ‘본토귀환파’가 있었다.
아틀라스계 중심.
황실복귀.
제국 시민권.
본토행.
반대로.
‘남방정착파.’
33년.
여기가 고향.
본토 황제는 역사책 속 인물.
특히 대단절 이후 태어난 세대.
◆한 아틀라스계 청년 인터뷰가 전송됐다.
나이 26.
이름 에단 벨.
[나는 제국 시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제국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황제 얼굴도 오늘 처음 제대로 봤습니다.]
그가 웃었다.
[제가 정말 폐하의 국민입니까.]
영상은 저대역폭으로 끊겼다.
나는 답을 생각했다.
법적으로는.
예.
감정적으로는.
그가 정한다.
◆나는 공개답신에서 말했다.
“시민권은 복구할 수 있다.”
“충성심은 명령하지 않는다.”
“본토로 오고 싶으면 길을 만들겠다.”
“남방에 남고 싶으면 그곳에서 시민으로 살 수 있게 협상하겠다.”
짧게.
◆남방피난연합 내부에서 그 답이 크게 퍼졌다.
메르탄은 안도.
카엘도.
아틀라스계는 갈렸다.
본토귀환파는 환영.
남방정착파도 의외로 안심.
본토가 자기 삶을 강제로 끝내지 않을 거라는 의미.
◆리메르 5세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황제는 남방피난연합을 제국에 복속시킬 생각인가.]
이번엔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현재 상태를 확인한 뒤.]
[필요한 범위의 제국권을 협상한다.]
[연합 자체는 유지 가능.]
40분 뒤.
왕의 답.
[그 정도면 대화할 수 있다.]
◆좋았다.
우리는 옛 보호국을 찾았다.
그런데 옛날 그대로 돌아온 건 아니다.
그들도 33년을 살았다.
국가를 만들고.
아이를 낳고.
법을 바꾸고.
전쟁도 했을 것이다.
◆복원은.
옛 지도를 덮어씌우는 일이 아니다.
흩어진 제국의 조각을.
현재 모습 그대로 다시 연결하는 일.
첫 재연결 협상의 결론은.
그거면 충분했다.
◆남방피난연합의 생활자료를 보기 시작하자 숫자보다 먼저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식량배급권.
공동출산허가.
위상대피훈련.
학교에서 배우는 ‘본토사’.
그들에게 본토는 이미 역사였다.
교과서 제목.
[잃어버린 중심.]
아틀라스 아이들은 아우렐리움을 실제 도시가 아니라.
옛 수도.
전설.
상징으로 배웠다.
◆한 수업영상.
교사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황제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들 답.
[사라졌다.]
[죽었다.]
[다른 하늘에 있다.]
정답.
[알 수 없다.]
그 교육이 33년 지속됐다.
이제 갑자기.
정답이 바뀐다.
[살아 있다.]
[통신 가능.]
[이름은.]
내 이름.
◆본토 교육부는 남방 교과서를 보고 충격받았다.
“황실이 전설처럼 묘사됩니다.”
“33년이면 그렇지.”
세라가 말했다.
“폐하께서는 남방에서 역사인물입니다.”
“살아 있는데.”
“그게 더 이상한 겁니다.”
장수명 황제가.
자기 생전에 역사책 속 인물이 되는 경험.
기분이 묘했다.
◆남방연합의 공동통화 이름은 ‘브리지.’
대단절 초기 임시결제권에서 시작.
각 나라 화폐가 붕괴하면서.
식량·연료·수리시간을 기준으로 만든 정산단위.
33년 뒤.
완전한 통화가 됐다.
◆재무원이 평가했다.
“의외로 안정적입니다.”
“왜?”
“발행규칙이 엄격합니다.”
전쟁과 피난 속에서 만든 돈.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면 바로 굶는다.
그래서 보수적.
◆남방 시민은 제국 크레딧을 처음 다시 봤다.
본토에서는 당연한 통화.
저쪽에서는 역사 속 화폐.
환율논쟁이 바로 시작됐다.
[브리지 가치가 너무 낮게 평가된다.]
[크레딧이 과대평가.]
경제통합은 감정도 건드린다.
◆황실은 고정환율을 강요하지 않았다.
초기 5년 관리변동.
남방 중앙은행과 공동.
벨로아 금융전문가가 자문.
오르비스도 데이터 제공.
33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외부국이.
옛 제국 복원에 도움을 준다.
시간이 엉킨 느낌.
◆남방연합 뉴스에서는 본토를 두고 토론했다.
[우리는 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가.]
[아니면 동맹이어야 하는가.]
[황제는 우리를 존중할 것인가.]
[본토인들은 우리를 낡은 사람으로 볼 것인가.]
불안.
본토도 똑같다.
[남방 시민은 우리와 같은 시민인가.]
[33년 독립했는데 믿을 수 있나.]
[아틀라스계가 공화주의자가 됐다고?]
서로가 서로를 낯설어했다.
◆나는 양쪽 방송을 일부러 같이 봤다.
세라는 물었다.
“기분 나쁘지 않으십니까?”
“뭐가.”
“황제를 필요 없는 제도라고 말하는 사람들.”
“말은 할 수 있지.”
“직접 보시면서도?”
“그래야 뭘 생각하는지 알잖아.”
황제가 자기 찬양만 듣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정보가 망가진다.
◆남방 공화개혁파의 가장 유명한 인물은 아틀라스계 정치학자 세린 카르.
나이 211.
대단절 당시 178세.
본토 제국대학 출신.
그녀는 방송에서 말했다.
[황실이 사라진 33년 동안 우리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러면 황제가 반드시 필요한가.]
본토 강경언론이 분노했다.
나는 전체 발언을 봤다.
뒤 문장.
[그렇다고 본토와 재결합을 거부하자는 뜻도 아니다.]
[필요한 제도만 다시 가져오자는 뜻이다.]
생각보다 온건.
제목만 보면 반역자.
전체를 보면 헌정개혁론자.
◆나는 외교원에 지시했다.
“저 사람 협상자문단에 넣어.”
세라가 물었다.
“황제 필요 없다는 사람을요?”
“그런 사람도 있어야 협상 뒤에 말 안 나오지.”
남방연합도 수용.
세린 카르는 본토와 첫 정치통신에서 말했다.
[폐하께서 저를 싫어하실 줄 알았습니다.]
“아직 모르겠는데.”
[좋은 답이군요.]
서로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33년 후의 보호국은.
보호국이 아니었다.
피난연합.
시민사회.
새 세대.
새 돈.
새 정치.
본토가 없던 동안에도.
역사는 멈추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재연결은 시작됐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