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3화 — 반대편에서 본 4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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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 릴레이의 원본센서는 대단절 당시를 0.001초 단위로 기록했다.
본토 내부기록.
세레프 외부관측.
아르카디아 항로떨림.
이제.
옛 제국 외곽에서 본 기록.
네 번째 시점.
◆오르테가는 정거장 중앙센서를 분해하지 않았다.
“그대로 가져갑니까?”
라미아가 물었다.
“복제만.”
“왜?”
“원본 위치도 데이터니까.”
과학자는 가끔 유물을 너무 사랑한다.
이번엔 이해했다.
◆47초 전.
본토 장거리통신 정상.
46초 전.
미세지연.
42초.
황실중앙망 신호패턴 동기화.
38초.
아틀라스 시민신원망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조회량.
31초.
보호국 조약망 접근.
28초.
본토 경계 비콘 전체 동시재인증.
“누가?”
모름.
◆20초.
본토 안 비아틀라스 신원신호 일부가 순간적으로 ‘외부’로 표시.
이 기록에서 상황실이 멈췄다.
“외부?”
세레프 AI가 말했다.
[분류재정의 가능성.]
게임 기억.
본토 아틀라스.
보호국.
또.
◆13초.
본토 밖 아틀라스 신원신호가 반대로 ‘비본토’로 고정.
정확히.
종족만 선택한 게 아니다.
본토+아틀라스.
두 조건.
◆7초.
세렌 릴레이가 중앙으로 자동오류보고.
응답 없음.
3초.
모든 별자리센서 순간포화.
0.
본토 신호 소실.
◆그 뒤.
정거장 기준 우주는 계속 존재.
본토 자리만.
천문적으로 다른 장기역사를 가진 상태처럼 재정렬.
세레프 ‘역사삽입’ 가설과 맞는다.
◆오르테가는 말했다.
“행정분류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아무도 바로 답하지 못했다.
대단절이 행정망을 읽은 게 아니라.
행정망 자체가 사건 전에 ‘누군가에 의해’ 재분류됐을 가능성.
누가.
어떻게.
◆정보원은 황실중앙망 접근기록을 확인.
출처 없음.
관리자권한보다 높은 권한처럼 동작.
제국 시스템에는 그런 권한이 없다.
◆제0분석실.
게임 표시체계.
내가 본 시스템.
캐릭터.
영토.
보호국.
본토.
혹시 그 ‘시스템’이 실제 제국 행정망과 연결돼 있었나.
나는 21세기 지구에서 화면을 보고 있었다.
수천 년 미래의 제국과.
어떻게.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대단절도 말이 안 된다.
◆나는 제0분석실장에게 말했다.
“내 기억 기준으로 대단절 직전 그 화면에서 뭘 했는지 다시 찾아.”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시기.
게임을 접은 건 오래전.
결제.
캐릭터.
외부령.
정확한 날짜 불명.
기억을 재구성.
◆결론 바로 안 나옴.
사람 기억은 로그가 아니다.
심리학자가 말했다.
“폐하의 현재 지식이 옛 기억을 오염시킬 수 있습니다.”
“알아.”
그래서 더 조심.
◆세렌 기록에는 시스템과 직접연결 증거 없음.
공식연구에는 게임 제외.
세레프에도.
◆생존자 증언에서 다른 이상도 나왔다.
대단절 직전.
정거장의 아틀라스 승무원 일부가 같은 꿈을 꿨다.
[문이 닫힌다.]
[집으로 돌아가라.]
약 200명.
카엘·메르탄인은 거의 없음.
심리적 집단현상?
정보신호?
확정 불가.
◆본토에서도 비슷한 기록이 있나.
검색.
대단절 전날 꿈·환청 신고 증가.
당시에는 스트레스나 네트워크 오류로 분류.
지금 다시 본다.
인과필터가 사람 신경에도 영향을 줬나.
◆오르테가는 말했다.
“물리현상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정신조작?”
“정보현상.”
세레프가 좋아할 표현.
◆나는 그 부분은 공개보류.
대단절 순혈신화와 종교적 해석이 폭발할 수 있다.
먼저 검증.
◆47초 기록의 공개가능부분은 제국 전역에 발표됐다.
핵심.
본토가 사라지기 전에 행정·신원망에 이상.
국소 인과단절 가설 강화.
의도적 사건 가능성.
◆본토 충격.
보호국민 충격.
왜냐하면.
보호국 조약망도 읽혔기 때문.
현재 새 보호국도.
언젠가 비슷한 사건이 오면.
어떤 분류를 받을까.
◆로하르의 자치권을 꾸준히 감시해온 하원의원 세리아가 물었다.
“보호국민은 또 외부로 분류됩니까?”
아무도 답 못 함.
나는 공개답변했다.
“모릅니다.”
불편.
하지만 거짓안심보다 낫다.
◆이 사건 뒤.
보호국민 일부가 정식 시민권을 더 강하게 요구.
“다음 대단절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학적 근거 없음.
황실은 시민권과 생존을 연결하지 말라고 발표.
◆그래도 공포는 남았다.
행정신분이 우주재난에서 생사를 가를 수 있다면.
시민권은 투표권보다 더 큰 의미가 된다.
증거 없는데도.
정치는 움직였다.
◆나는 법무원에 지시했다.
“공포 때문에 시민권 기준 바꾸지 마.”
“예.”
“대신 대단절 비상계획은 전부 종족·신분 무관 보호기준으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우리 제도뿐.
우주의 필터는 아니다.
◆47초.
예전에는 단순한 침묵의 시간.
이제 그 안에.
누군가의 선택처럼 보이는 단계가 있었다.
그 사실이.
대단절을 자연재해에서.
사건으로 바꿨다.
◆47초 기록이 공개된 뒤 가장 먼저 소환된 건 당시 황실정보원 퇴직자들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 많다.
장수명.
당시 중간관리자였던 사람이 지금도 700세.
그들은 30년 전 조사기억을 다시 꺼냈다.
◆한 전직 분석관이 말했다.
“당시에도 신원망 재분류를 발견했습니다.”
“왜 보고서에 없어?”
[있었습니다.]
찾았다.
문서.
최고기밀.
제목.
[선택적 소실 가능성.]
문제.
대단절 혼란과 황제 급사, 승계분쟁.
보고서는 묻혔다.
◆나는 서류를 오래 봤다.
내 즉위 초기.
수천 건 위기보고.
부패.
군부.
식량.
외부자원망 붕괴.
이 보고서를 내가 직접 못 본 건 이상하지 않다.
그래도 기분은 나빴다.
“누가 종결했지?”
정보원 내부위원회.
증거 부족.
자연현상 가설 우세.
30년 전 판단.
◆에일린이 말했다.
“당시 기준으론 합리적입니다.”
“알아.”
후대지식으로 과거 관료를 바보 취급하면 쉽다.
그들은 세레프 데이터도.
세렌 원본도 없었다.
◆옛 보고서에는 다른 단서.
대단절 2시간 전.
황실망에 존재하지 않는 프로토콜 호출.
코드명 자동표기.
[보존.]
현대 제국어의 일반 명령어 형식과도, 고어의 문법과도 달랐다.
번역 인공지능은 의미를 ‘보존’ 또는 ‘기록 유지’에 가깝게 해석했다.
◆제0분석실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게임 표시체계 기억 중.
‘보존’에 가까운 기능이 있었나.
나는 정확히 기억 못 한다.
내가 게임이라고 믿었던 시절의 저장 기능?
보관?
캐릭터 아카이브?
기억이 흐리다.
◆심리기억재구성은 위험.
최면 같은 건 사용 안 함.
기억 왜곡 가능.
대신 21세기 계정자료?
현재는 수천 년 후.
지구 발견도 아직 멀다.
접근 불가능.
◆나는 이 단서를 개인최고기밀로 유지.
공식 연구에서는 ‘미확인 외부프로토콜.’
게임 연계는 없음.
◆세레프는 보존 패턴을 분석했다.
그들 언어와도 무관.
정보압축 구조는.
대단절 인과패턴과 유사.
또 하나.
◆본토 밖 아틀라스 신호를 ‘비본토’로 고정한 시점.
동시에 보호국 조약망에서는 각 국가가 ‘외부종속권’으로 재태깅.
컴퓨터 행정태그처럼.
누군가 제국을 데이터베이스로 본 것 같은 흔적.
◆오르테가는 불쾌해했다.
“우리를 항목처럼 분류했습니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감각이었다.
게임 화면.
제국.
인구.
보호국.
함대.
숫자.
나는 21세기에서 그걸 숫자로 봤다.
현실 사람이라는 걸 몰랐다.
◆죄책감이라고 부르기엔 이상하다.
그때 나는 게임이라고 믿었다.
그래도.
지금 실제 사람 얼굴을 보면.
예전 클릭 하나가 다르게 느껴진다.
◆제0분석실은 새로운 가설을 냈다.
[표시체계는 원인 그 자체가 아니라 고차원 관리체계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번역한 창구일 수 있음.]
즉.
누군가 이미 존재하는 현실 시스템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게임 형태로 보여줬다.
그렇다면.
왜 나에게.
왜 21세기 지구에서.
아직 답 없음.
◆47초 기록은 보호국 정치에도 영향을 줬다.
보호민의 개인권리를 집요하게 밀어온 마엘 코르는 하원에서 요구했다.
“현 보호국 신원망을 본토와 같은 급으로 통합하라.”
과학적 근거 불충분.
하지만 행정상 장점은 있음.
시민권과는 별개.
제국보호민 신원정보를 중앙 재난망에 더 깊게 연동.
◆일부 보호국은 개인정보 우려.
특히 벨로아.
협상.
비상구조에 필요한 최소정보만.
평시 접근 제한.
세레프식 로그공개.
또 외부제도가 도움.
◆대단절 공포가.
결과적으로 보호권역 재난시스템을 개선했다.
이상한 방식의 긍정효과.
◆카엘 시아는 47초 기록을 보고 말했다.
[그럼 우리를 누군가 ‘밖’으로 분류한 겁니까.]
“가능성.”
[누구 마음대로.]
답할 수 없다.
분노할 대상도 없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찾으면 물어보지.”
시아가 웃지 않았다.
[폐하가 직접요?]
“응.”
[무섭지 않습니까.]
“무섭지.”
그리고.
그게 사실이었다.
IX급 이상일 수 있는 존재.
제국 전체를 47초에 재분류할 수 있는 기술.
두렵다.
◆하지만 두려운 것과.
질문하지 않는 건 다르다.
누군가 제국을 선택했다면.
황제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언젠가.
다시는 선택당하기 전에.
◆47초 기록이 알려지자 제국 행정원은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대단절 당시 ‘본토’ 분류는 단순 지리구역이 아니었다.
세금.
시민권.
군사동원.
물류.
수도권 우선도.
수천 개 행정체계가 같은 경계를 공유했다.
즉 누군가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만 본 게 아니다.
제국 전체가 스스로 정의한 ‘본토’라는 관계망을 읽었을 가능성.
◆세레프 분석관은 말했다.
[대규모 정보구조에서 의미는 반복되는 관계로 형성된다.]
“국가가 자기 자신을 계속 본토라고 부르면 우주도 그렇게 본다?”
오르테가가 물었다.
[비유적으로는.]
정확한 답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불편했다.
◆법무원은 즉시 과잉반응을 경계했다.
“행정분류를 바꾸면 대단절 대응이 달라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황실도 공식확인.
보호국을 ‘본토’라고 서류상 바꾼다고 우주현상이 속는다는 증거 없음.
그런 식의 미신적 정책을 막아야 했다.
◆그런데 보호국 정치인 일부는 반대로 상징적 요구를 했다.
“우리도 제국 핵심공동체로 기록하라.”
과학과 정치는 이미 분리될 수 없게 됐다.
나는 하원에 답했다.
“신분제도는 우주재난 공포가 아니라 정치적 기준으로 정한다.”
말은 단순.
실제로는 쉽지 않다.
◆대단절 연구가 시민권 논쟁을 왜곡하지 않도록 별도 윤리지침도 생겼다.
연구자는 행정신분이 생존을 보장한다고 주장할 수 없음.
언론도 ‘시민이면 살아남는다’는 식의 광고 금지.
어떤 보험회사가 실제로 상품을 만들려 했다.
[대단절 시민보장보험.]
재무원이 바로 제재.
“보장할 수 없는 위험을 팔지 마십시오.”
벨로아 보험업계도 동의했다.
보험사조차 저건 너무했다.
◆전직 정보원 중 한 명은 마지막에 말했다.
[당시 우리는 외부공격 가능성을 검토했습니다.]
“누구?”
[모릅니다.]
[다만 사건 8년 전부터 황실망에서 정체불명 ‘관측조회’가 아주 드물게 있었습니다.]
8년.
대단절은 순간사건이 아니라.
누군가 오래 준비했을 가능성.
◆조회는 1년에 한두 번.
제국 전체상태.
인구.
전략자원.
보호국.
함대.
마치.
게임 상태를 확인하듯.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0분석실 사람들도.
◆공식보고서에서는.
[정체불명 고권한 상태조회.]
그 정도.
내 개인기억과 너무 닮았다는 문장은.
아직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나는 세라에게 물었다.
“만약 누군가 진짜로 8년 동안 제국을 보고 있었다면.”
“적입니까?”
“몰라.”
“구했다고 볼 수도 있죠.”
본토는 살아남았다.
그 사실만 보면.
보존.
그러나 외부는 흩어졌다.
누군가 우리를 구했다면.
대가가 너무 컸다.
◆“선의였을까.”
내 말에 세라는 답하지 않았다.
선의인지 악의인지.
결과만으론 모른다.
황제가 사람을 강제로 대피시켜 살려도.
그 과정에서 집과 가족을 잃으면.
구원과 폭력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대단절 행위자도.
그랬을 수 있다.
제국을 살렸고.
제국을 찢었다.
◆나는 47초 원본기록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했다.
숨기려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추측이 사실처럼 퍼지는 걸 막기 위해.
공개자료는 충분히 제공.
핵심 보안로그는 연구자만.
◆대단절 조사원 벽에는 새 문장이 붙었다.
[모르는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는다.]
내가 붙인 건 아니다.
오르테가가.
좋았다.
◆우리는 이제 47초를 훨씬 더 많이 안다.
그런데.
왜였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지식이 늘면.
무지가 작아질 거라 생각했다.
가끔은.
무지의 모양만 더 정확해진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