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2화 — 남겨진 사람들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세렌 릴레이 생존자 전원 확인에는 19일 걸렸다.
27,441명.
그중 건강하게 동면해제 가능한 인원 26,908.
중환자 411.
동면장치 고장으로 이미 사망한 사람 122.
30년 동안의 사망자 전체는 1,903명.
정거장 벽 한쪽에 이름이 모두 새겨져 있었다.
그들은 구조가 오기 전에.
자기들끼리 이미 추모하고 있었다.
◆라미아 세렌의 첫 정식보고는 11시간.
대단절 당시부터.
오늘까지.
나는 황궁에서 끝까지 들었다.
◆대단절 발생.
처음 47초.
본토통신 교란.
그 뒤.
아우렐리움과 본토권 전체 신호 소실.
성도 불일치.
정거장 항법시스템 재부팅.
주변 항성 위치 일부 변동.
우리와 거의 같다.
다만 반대쪽.
그들은 본토가 사라졌다고 봤다.
◆첫 3일.
외곽령과 보호국들 통신은 일부 살아 있었다.
이게 중요했다.
대단절이 모든 외부영역을 동시에 없앤 게 아니다.
카엘 보호왕국.
메르탄 수중국.
소르바 연방.
일부 외곽기지.
그들은 서로 연락했다.
본토만 사라진 것처럼.
◆그 뒤.
상황이 더 나빠졌다.
항로 불안정.
초광속 좌표오차.
몇몇 성계 연락두절.
순서가 일정하지 않았다.
어떤 곳은 2주.
어떤 곳은 8개월.
어떤 곳은 3년 뒤까지 신호.
“사라졌다는 뜻?”
라미아가 고개를 저었다.
[모릅니다.]
통신이 끊겼을 뿐.
멸망.
이동.
분리.
아무것도 확정 못 한다.
◆메르탄 수중국은 대단절 후 2년 4개월까지 신호가 있었다.
세레프가 옛 메르탄과 교신했다는 기록과 연결.
그 마지막 메시지.
[별자리가 변한다.]
[항로가 닫힌다.]
[우리는 남쪽 문을 시도한다.]
남쪽 문.
무엇인지 불명.
◆카엘 보호왕국.
마지막 신호 11개월.
왕실은 살아 있었다.
시아 렌의 가족도.
그녀는 보고서를 듣다가 고개를 숙였다.
30년 동안.
자기 가족이 적어도 11개월은 살아 있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뒤는 모른다.
희망이 늘어난 건지.
고통이 늘어난 건지.
말하기 어려웠다.
◆소르바 연방.
마지막 신호 3년 1개월.
그들은 대규모 피난함대를 조직했다.
목적지.
세렌 릴레이.
그러나 도착하지 않았다.
함대 규모 1,800척.
인구 약 1억.
어디로 갔는지 불명.
◆정거장에 도착한 난민들은 가까운 지역 출신.
소형함.
짧은 항로.
그들 기록을 통해 17개 보호국·외곽기지의 대단절 후 생존이 확인됐다.
적어도 일정기간.
◆“그럼 옛 제국권이 통째로 멸망한 건 아니었네.”
내 말에 세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 사실 하나가 30년 역사해석을 바꾼다.
우리는.
본토만 남은 게 아니었을 수 있다.
우리가 관측할 수 있던 우주에서.
본토만 남았던 것.
◆정거장 생존자들은 왜 이동하지 않았나.
초기에는 시도.
탐사선 312척.
귀환 41.
나머지 실종.
항로가 너무 위험.
돌아온 승무원도 시간오차.
한 선박은 내부 3일.
정거장 기준 11개월.
또 한 선박은 반대.
시공간불안정.
결국 이동중단.
◆라미아는 말했다.
[우리는 기다리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정답이었다.
30년을 버틴 선택.
◆정거장 자원.
소행성채굴.
폐쇄생태계.
원래 1만 명용.
2만 7천 명.
과밀.
식량배급.
출산제한.
전력.
동면.
불편한 결정 많았다.
◆카엘·메르탄·소르바 난민에게도 같은 배급.
종족차이 때문에 식단별도.
의료.
언어.
작은 다종족사회.
30년 동안.
본토 없는 제국의 조각.
◆정거장 의회까지 생겼다.
제국군 관리책임자만으로 30년 운영할 수 없었다.
아틀라스인 5.
카엘 3.
메르탄 2.
소르바 1.
기타 1.
비상위원회.
라미아는 최종거부권.
사실상 작은 보호권역.
◆“황제 승인도 없이?”
나는 물었다.
라미아 표정이 굳었다.
[황제가 없었습니다.]
맞았다.
“잘했어.”
그녀가 놀랐다.
“살아남았잖아.”
중앙이 사라졌을 때 지방이 스스로 제도를 만든다.
그게 제국의 실패가 아니라.
제국교육의 성공일 수도 있다.
◆정거장 사람들은 본토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가장 먼저 무엇을 물었나.
가족.
두 번째.
국가.
세 번째.
월급.
의외.
30년간 지급되지 않은 제국군 급여.
세라가 말했다.
“법적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나는 웃었다.
“이자도?”
“규정상.”
정거장 생존자들이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국가가 돌아왔다는 실감이.
급여명세서에서 올 수도 있다.
◆재무원 계산.
30년 급여.
가족수당.
위험수당.
동면기간 처리.
이자.
금액은 제국 전체예산에선 작다.
개인에게는 엄청남.
전액지급 승인.
◆카엘 외교관 시아는 더 복잡한 질문.
“우리 보호왕국 조약은 살아 있습니까?”
법무원 답.
휴면조약.
정부 또는 법적승계 확인 시 재활성화 가능.
“왕실이 살아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직 휴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도 실종자가 될 수 있다.
◆시아 본인은 카엘인.
대단절 전 제국 준시민.
현재도 법적으로 유지.
정거장에서 30년.
본토로 돌아갈 권리 있음.
“돌아가면.”
그녀가 물었다.
“대사관 문을 열 수 있습니까?”
마리안이 답했다.
“카엘 정부를 대표한다는 권한은 확인해야 합니다.”
시아는 웃었다.
“외교원답군요.”
“대신 개인으로는 들어갈 수 있습니다.”
30년 비어 있던 카엘 대사관.
그곳 주인이.
일부라도 돌아온다.
◆생존자 명단이 가족들에게 비공개로 먼저 전달됐다.
본토 전역에서.
수천 가구.
알림 하나.
[생존 확인.]
30년 동안 받지 못한 문장.
◆어떤 배우자는 기다렸다.
어떤 사람은 추정사망 처리 후 재혼했다.
어떤 부모는 죽었다.
어떤 아이는 30년 더 자랐다.
재회가 전부 행복할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가족통지팀에 지시했다.
“영웅귀환 행사보다 먼저.”
“예.”
“개인들 만나게 해.”
국가적 상징보다.
사람이 먼저.
◆세렌 릴레이 생존자들은 우리에게 답도 줬다.
그리고 질문을 더 늘렸다.
대단절은 한 번의 절단이 아니었을 수 있다.
본토가 사라진 뒤.
외부영역도.
조금씩 서로에게서 멀어졌다.
우리가 찾을 것은.
하나의 잃어버린 제국이 아니라.
흩어진 조각들일지도 몰랐다.
◆정거장 비상위원회 회의록은 30년 동안 한 번도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
첫해.
매일.
5년차.
주 3회.
20년차.
주 1회.
30년차.
월 2회.
위기는 일상이 되면 회의횟수도 줄어든다.
◆첫해 가장 큰 논쟁은 ‘누가 제국을 대표하는가.’
아틀라스 군인들은 제국법상 자기들이 최종권한이라고 주장.
카엘 외교관은 보호조약상 자치권.
메르탄 민간인은 군이 자기 식량까지 결정하는 걸 반대.
결국 비상위원회.
라미아는 군사·정거장 안전에 최종권.
민생은 표결.
작은 헌법이 생겼다.
◆나는 회의록을 읽고 물었다.
“황실 승인 없이 헌법?”
법무원장이 말했다.
“비상상황의 자치행정으로 사후인정 가능합니다.”
“인정해.”
정거장 30년 법률행위 대부분.
결혼.
출생.
계약.
재산.
형사판결.
전부 사후유효화.
그걸 무효로 하면 30년 삶을 없애는 것과 같다.
◆중범죄도 있었다.
식량절도.
폭력.
살인 4건.
정거장 자체법정.
최고형.
장기동면구금.
감옥에 사람을 먹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묘하지만 합리적.
본토 법무원은 사후심사.
절차상 큰 문제 없음.
◆한 살인범은 아직 동면구금 중이었다.
제국 귀환 뒤 본토재판을 요구.
권리.
법원은 받아들였다.
30년 전 비상판결과 현재 제국법.
어떻게 연결할지.
새 판례.
◆정거장에서는 혼인도 많이 생겼다.
종족간.
아틀라스-카엘.
카엘-소르바.
메르탄은 생물학적으로 혼인이 어려워 동반계약.
본토 법에 없던 관계형태.
귀환하면서 전부 인정해야 했다.
다종족 법제가 30년 전보다 오히려 정거장에서 더 발전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순환가족’ 제도.
동면교대 때문에 가족구성원이 몇 년씩 깨어 있는 시기가 다르다.
아이를 누가 돌볼지.
공동후견인 3~5명.
제국 가족법에는 없는 형태.
법무원은 임시인정.
나중에 본토에서도 일부 장기우주근무 가정이 도입했다.
잃어버린 정거장이.
새 제도를 제국에 가져왔다.
◆정거장 아이들은 언어도 다르게 썼다.
제국어 문장에 카엘 단어.
메르탄 수중신호 표현.
소르바 속어.
‘릴레이어’라고 불렀다.
본토 언어학자가 기록.
보존가치 높음.
귀환 뒤 아이들에게 표준제국어만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새 문화도 문화다.
◆유라 같은 대단절 이후 출생자는 법적 신분이 복잡했다.
부모 카엘 보호국민.
보호국 정부 생사 불명.
출생지는 제국 정거장.
제국 시민권은 자동 아님.
그럼 국적?
휴면 카엘 국적.
제국 보호민.
정거장 거주권.
세 층.
◆유라가 물었다.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
법무관이 설명하다 포기.
“카엘 사람이고 제국 보호를 받는 사람이야.”
[제국 사람은 아니에요?]
“넓게 말하면 맞아.”
아이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생존자 중에는 옛 제국 귀족도 있었다.
하급 남작가 방계.
공인가문명 사용권.
30년 동안 본토 가문은 계속 존재.
귀환자가 자기 가문명 사용 가능한지.
친족범위.
법률 계산.
가능.
그런데 본인은 말했다.
[그냥 릴레이 사람으로 살겠습니다.]
가문명보다 30년 공동체가 더 강한 정체성이 된 사람도 있다.
◆라미아는 제국군 복귀를 선택했다.
계급문제.
30년 동안 정거장 지휘.
정식 진급심사 없음.
그렇다고 30년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
군무원 특별심사.
제독급.
라울이 직접 면담.
“본토함대 지휘할 수 있겠나?”
라미아가 답했다.
[30년 전 함대라면.]
정직했다.
최신교리 재교육.
5년.
그 뒤 보직.
장수명 군대라 가능한 복귀.
◆일부 생존자는 본토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세렌 릴레이가 고향.
30년.
아이도.
집도.
묘지도.
제국은 정거장을 폐쇄하지 않았다.
수리.
확장.
정식 제국 외부거주구로 승격.
◆이름도 그대로.
세렌 릴레이.
생존기념도시로 바꾸자는 제안.
주민투표 부결.
사람들은 원래 이름을 원했다.
영웅서사보다.
살던 동네 이름.
◆본토 사람은 그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30년 고립된 곳을 왜 남나.
그곳 주민에게는.
아우렐리움이 오히려 낯선 곳.
고향은 살아온 곳이다.
◆나는 세렌 릴레이를 지도에 다시 등록했다.
[제국 직할 외부거주구.]
대단절 이전 좌표권.
새 제국의 첫 ‘복원거점.’
작은 점 하나.
하지만.
앞으로 옛 보호국을 찾을 모든 함대가.
여기를 지나가게 될 것이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