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91화 — 대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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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선발대의 세 번째 메시지.
[누군가 있습니다.]
그 한 문장 뒤.
황궁 상황실은 완전히 조용해졌다.
나는 화면을 보며 말했다.
“신호 계속.”
귀향선발대의 과학총책임자 오르테가 칼리스의 목소리가 몇 분 뒤 돌아왔다. 세레프와 대단절 연구를 이끌어온 그조차 평소의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국식 인증체계입니다.]
[제국력 13096년 이전 규격.]
대단절 이전.
“AI?”
[아직 모릅니다.]
“음성은?”
[반복신호만.]
구조요청.
좌표.
오래된 황실구조코드.
그리고.
[아우렐리움 중앙, 응답 바람.]
30년 넘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을 문장.
◆신호 발신지는 옛 본토권 외곽의 작은 항성.
대단절 전에는 제국 심외관측소가 있던 곳.
현재 지도에는 같은 이름이 없다.
항성은 존재.
행성 둘.
그리고 인공구조물.
길이 41킬로미터.
회전형 거주정거장.
외벽 손상.
에너지출력 극저.
인증명.
[제국 제441심외계전기지 — 세렌 릴레이.]
기록에서 찾았다.
대단절 당시 상주인구.
아틀라스인 8,211명.
카엘 보호왕국인 1,904명.
메르탄 수중국인 882명.
기타 보호국·민간인 411명.
총 11,408명.
실종자 명부에 모두 올라 있던 사람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존신호면.”
“예.”
세라가 숨을 삼켰다.
대단절 이후.
처음으로 옛 실종자 명부에 있는 이름과.
현재의 살아 있는 신호가.
같은 좌표에 있다.
◆귀향선발대는 바로 접근하지 않았다.
30년 된 정거장.
생물오염.
함정.
대단절 잔류현상.
전부 가능.
무인기부터.
세레프 인과센서.
정상.
버그 생체반응.
없음.
방사선.
허용.
내부 생체신호.
있음.
수천.
“몇?”
[정확히 집계 중.]
오르테가 목소리가 떨렸다.
과학원장이 이렇게 흥분하는 건 드물었다.
◆첫 무인기가 도킹했다.
복도는 어두웠다.
중력 0.2.
조명 일부만.
벽에는 제국 문장.
대단절 전 버전.
내가 즉위하기 전.
전임 황제의 시대.
카메라가 지나갔다.
생활구역.
폐쇄.
식당.
비어 있음.
그리고.
동면실.
수천 개.
◆[생체반응 확인.]
[아틀라스인.]
한 명.
두 명.
열 명.
수백.
오르테가가 말했다.
“살아 있습니다.”
상황실에서 누군가 울었다.
나는 눈을 감지 않았다.
화면을 끝까지 봤다.
◆정거장 중앙제어실은 수동봉인.
무인기가 문을 열자.
사람이 있었다.
동면이 아니다.
깨어 있는 사람.
아틀라스인 여성.
머리가 길게 자랐고.
군복은 30년 전 제국 해군규격.
손에는 낡은 권총.
그녀는 드론을 보자 겨눴다.
[정지.]
음성.
살아 있는 사람 목소리.
오르테가가 통신을 열었다.
“제국 귀향선발대입니다.”
여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 제국.]
질문이 이상했다.
오르테가가 답했다.
“아틀라스 제국.”
[황제는.]
오르테가가 내게 물었다.
“폐하.”
나는 직접 회선에 들어갔다.
“아틀라스 황제다.”
여성이 화면을 봤다.
나를 모른다.
당연.
내가 황제가 되기 전 사라진 사람.
[황제의 이름.]
나는 공식 황제명을 말했다.
그녀는 중앙기록단말을 확인했다.
존재하지 않는 이름.
30년 전 데이터베이스니까.
[거짓.]
“그럴 수 있지.”
[전임 황제는.]
나는 날짜를 말했다.
급사.
내 즉위.
25년 넘는 재위.
현재 제국력.
여성 표정이 조금씩 무너졌다.
◆그녀가 물었다.
[아우렐리움은.]
“살아 있어.”
권총이 내려갔다.
[본토는?]
“살아 있어.”
그녀가 벽에 기대었다.
그리고.
30년 동안 참았던 사람처럼.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름.
제독보좌관 라미아 세렌.
대단절 당시 219세.
현 나이 249세.
정거장 비상관리책임자.
생존자들의 마지막 교대근무자.
“왜 동면?”
그녀가 답했다.
[전력.]
대단절 후.
본토통신 소실.
항로 불안정.
보급선 오지 않음.
정거장 자체자원 4년.
주변에서 난민선 유입.
인구 증가.
그들은 순환동면을 선택했다.
수백 명만 깨어 유지관리.
몇 년마다 교대.
30년.
기다렸다.
◆“현재 몇 명 살아 있지?”
라미아는 숫자를 말했다.
[27,441.]
원래 상주인구보다 많다.
난민.
대단절 직후 주변 보호국·외곽기지에서 도망온 사람.
아틀라스인.
카엘인.
메르탄인.
소르바인.
우리가 30년 동안 살아 있는 얼굴을 보지 못했던 옛 보호국 종족.
◆상황실 화면에 명단이 떴다.
[아틀라스 11,702.]
[카엘 6,311.]
[메르탄 4,908.]
[소르바 2,102.]
[기타 2,418.]
세라가 손으로 입을 막았다.
대단절 뒤 본토에서는.
비아틀라스 지성체가 한 명도 남지 않았다.
여기에는.
수천 명이 살아 있다.
◆라미아가 물었다.
[왜 이제 왔습니까.]
질책이 아니었다.
정말 이해하지 못한 질문.
나는 답했다.
“우린 너희가 어디 있는지 몰랐어.”
[좌표는.]
“우주가 바뀌었어.”
그녀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잃었다.
둘 다 상대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첫 도킹팀은 의료진 중심.
무기 최소.
아델라인이 원정에 없어서 다행일 수도 있었다.
그녀라면 먼저 함교부터 갔을 것 같다.
오르테가는 직접 들어갔다.
라미아를 보고 군례.
“귀환을 환영합니다.”
라미아가 웃었다.
[우리가 귀환하는 겁니까.]
오르테가가 대답하지 못했다.
어느 쪽이 돌아온 건지.
정말 애매했다.
◆동면해제는 천천히.
하루 500명.
의료검사.
영양.
정신상태.
30년을 몇 시간처럼 건너뛴 사람도 있다.
자기 가족이 살아 있는지.
국가가 있는지.
왕이 있는지.
전부 모른다.
◆첫 카엘인이 깨어났다.
여성.
이름 시아 렌.
카엘 보호왕국 외교관.
눈을 뜨자 물었다.
[본토대사관은?]
의료진이 답하지 못했다.
카엘 대사관은 아우렐리움에 아직 그대로 있다.
직원만 사라졌다.
그 직원 중 한 명이.
지금 여기 있다.
◆시아는 내가 황제라는 설명을 듣고 말했다.
[황실기록에서 못 본 얼굴입니다.]
“나도 자네 못 봤어.”
[새 황제인가.]
“30년 동안은 새 황제였지.”
그녀가 웃다가 울었다.
◆대단절 실종자 가족협회에는 아직 알리지 않았다.
확인 전.
유전정보.
신원.
기록.
모두 검증.
그러나 결과는 빠르게 나왔다.
진짜.
30년 전 실종된 사람들.
◆나는 세라에게 말했다.
“공개 준비.”
“제국 전역입니까?”
“전역.”
“가족 통보 먼저.”
“당연.”
수십억 실종자 중 2만 7천.
아주 작다.
그러나.
0에서 27,441은.
숫자 이상의 차이다.
◆실종자 명부에 처음으로 상태가 바뀌었다.
[대단절 실종.]
에서.
[생존 확인.]
한 줄.
세라가 말했다.
“폐하.”
“응.”
“처음입니다.”
알고 있었다.
◆나는 그 화면을 오래 봤다.
30년 동안.
우리는 찾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우주가.
한 사람을 돌려줬다.
◆세렌 릴레이 안에는 대단절 이후 태어난 사람도 있었다.
아주 적었다.
출산제한 때문.
가장 어린 사람.
카엘인 소녀.
나이 11세.
이름 유라.
대단절을 겪지 않았다.
본토도 본 적 없다.
그녀에게 ‘제국’은 어른들이 매일 이야기하는 전설 같은 곳.
오르테가가 물었다.
“아우렐리움이 뭔지 알아?”
유라가 말했다.
[아빠가 태어난 곳.]
“제국은?”
[우리 월급 주는 곳.]
옆에 있던 라미아가 웃었다.
30년 기다린 국가가.
아이에게는 밀린 급여부터였다.
◆유라는 아틀라스 황제라는 말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정거장 교육자료는 전임 황제 시절에서 멈췄다.
내 즉위식 영상도 처음 본다.
[왜 이렇게 젊어요?]
오르테가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통신으로 말했다.
“원래 젊어.”
세라가 옆에서 작게 말했다.
“제국 기준으로는요.”
유라는 더 혼란스러운 표정.
카엘 종족의 평균수명은 400년대.
아틀라스 황제가 137세.
그녀 기준으로도 꽤 젊다.
◆정거장 중앙광장에는 전임 황제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대단절 직전 마지막 국가원수.
30년 동안 교체되지 않았다.
라미아가 물었다.
[내려야 합니까?]
“왜.”
[현 황제가 바뀌었으니까.]
“역사사진인데.”
그대로 두게 했다.
새 초상화를 옆에 걸면 된다.
과거를 지우는 게 충성은 아니다.
◆동면실 해제순서도 정치문제가 됐다.
누가 먼저 깨어나는가.
의료위험.
가족.
행정필요.
정거장 의회는 이미 규칙을 갖고 있었다.
임신부.
의료인.
가족단위.
기술자.
그다음 일반순번.
제국 구조대는 그 규칙을 그대로 존중했다.
“황실 우선명단 만들까요?”
현장관료가 물었다.
“왜.”
귀환자 중 전직 고위관료와 귀족도 있었다.
“신분 때문에?”
“예.”
“필요 없어.”
30년을 같이 버틴 순번을.
구조 온 날 뒤집을 이유가 없다.
◆첫 메르탄 동면실은 수중환경이었다.
해제과정에서 장치 하나가 고장.
제국 의료진이 당황.
정거장 메르탄 기술자가 직접 수리.
“우리가 더 최신인데 왜 못 고쳐?”
젊은 제국 기술자가 물었다.
메르탄인이 웃었다.
[최신이라서 옛날 장비를 모르는 거겠죠.]
맞았다.
기술발전은 과거기술을 자동으로 이해하게 해주지 않는다.
◆동면해제된 사람들은 대부분 첫날 같은 질문을 했다.
[몇 년.]
30년.
그다음.
[본토는.]
살아 있다.
그다음.
[가족은.]
그건 사람마다 달랐다.
의료진은 셋째 질문을 가장 두려워했다.
◆일부 아틀라스인은 본토 가족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장수명.
30년은 짧다.
일부는 부모가 900세를 넘어 사망.
일부는 배우자가 재혼.
일부는 자녀가 자기보다 사회적으로 더 높은 지위가 됐다.
한 군인은 동면 전 162세.
깨어보니 딸이 190세.
자기보다 나이차는 그대로지만.
딸이 이미 본토 대기업 임원.
그는 말했다.
[잠깐 잤는데 딸이 나보다 돈을 많이 버는군.]
가족들이 웃었다.
◆카엘·메르탄인은 더 복잡했다.
본토에 남았던 가족도 대단절 때 사라졌다.
그들의 가족이 현재 어디 있는지.
세렌 릴레이에도 없다.
옛 보호국에도 연락 안 됨.
귀환이 곧 재회가 아니다.
시아는 말했다.
[저는 본토로 돌아가도 고향에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그 말이 기억에 남았다.
◆제국군은 정거장에 새 보급로를 연결했다.
식량.
의료.
전력.
30년 만에 배급제 종료예정.
그 소식에 생존자들이 가장 크게 환호했다.
영웅적 구조보다.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게 먼저였다.
◆첫 자유식사 날.
정거장 식당은 혼란.
아틀라스 음식.
카엘 음식.
메르탄 수중식.
소르바 향신료.
제국 보급선이 옛 보호국 식단 데이터까지 찾아 재현.
맛은 완벽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들은 울면서 먹었다.
◆라미아는 나중에 개인통신으로 말했다.
[폐하.]
“응.”
[30년 동안 제국이 없어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려 했습니다.]
“그래야 살았겠지.”
[그런데 보급선 하나 오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뭐가.”
[국가가 있다는 게 이런 건가 싶습니다.]
정거장 자급체계는 사람을 살렸다.
제국은.
기다림을 끝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생각했다.
국가의 가장 큰 힘이 항상 함대는 아니다.
누군가 30년 기다린 끝에.
정상적인 식사표와 급여명세서와 가족조회망을 다시 받는 것.
그 평범함을 복구하는 능력.
그것도 제국의 힘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