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4화 — 대단절을 본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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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프가 가진 대단절 자료는 아르카디아보다 훨씬 정밀했다.
장거리중력센서.
정보흐름 관측.
통신배경.
312년간 제국신호 기록.
문제는.
그들이 왜 우리를 그렇게 오래 관찰했는가.
◆아델 세렌이 답했다.
“귀국은 매우 큰 문명이었습니다.”
“그때도 접촉 안 하고?”
“멀었습니다.”
“그래도 312년?”
“위험평가.”
세레프는 우리를 잠재적 위협으로 봤다.
멀리서.
수백 년.
신중한 문명.
◆그들의 기록상 대단절 47초 전.
제국 본토권 주변 정보엔트로피 급락.
통신패턴이 이상하게 정렬.
행정망·신원망·군사망이 같은 경계로 수렴.
그리고.
사건.
오르테가가 화면을 멈췄다.
“행정망?”
[예.]
내 심장이 다시 빨라졌다.
◆세레프는 설명했다.
본토 경계와 물리경계가 완전히 같지 않다.
그런데 사건 직전.
정보상으로 ‘본토에 속한다’고 정의된 시스템들이 하나의 묶음처럼 행동.
행정적 소속.
정체성.
네트워크.
물리공간보다 먼저 정렬.
◆나는 개인적으로 게임 분류를 떠올렸다.
본토.
외곽령.
보호국.
혹시.
시스템이 현실 행정정의를 읽었나.
아직 말하지 않는다.
◆“비아틀라스 지성체가 본토에서 사라진 건?”
오르테가가 물었다.
세레프 답.
[정체성 필터 가능성.]
“아틀라스 종족?”
[단순 유전자 기준은 아님.]
왜.
본토 밖 아틀라스인도 사라졌으니까.
[‘본토 아틀라스 사회에 속하는 생명’ 같은 복합조건 가능.]
이상할 정도로 게임 행정조건과 닮는다.
◆세레프는 더 놀라운 자료를 보여줬다.
사건 직후.
본토가 현재 좌표에 나타났을 때.
주변 우주가 밀려난 흔적이 없다.
즉 공간에 ‘들어온’ 게 아니다.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인과관계가 재작성.
[국소적 역사삽입.]
그들의 표현.
◆“시간여행?”
[아님.]
“평행우주?”
[증거 부족.]
“시뮬레이션?”
세레프가 잠깐 멈췄다.
[불필요한 가정.]
좋았다.
적어도 그들도 모든 걸 시뮬레이션 탓으로 돌리진 않는다.
◆대단절은 현실의 물리현상.
다만 우리가 아는 물리보다 위.
인과구조 조작.
VIII급 제국도 못 하는 기술.
IX급 이상 가능성.
◆세레프 AI는 그 사건을 30년 동안 분석했다.
결론.
[의도적일 가능성 72퍼센트.]
오르테가가 말했다.
“너무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 모델 기준.]
“행위자?”
[불명.]
“목적?”
[불명.]
숫자만 올라갔다.
답은 여전히 없다.
◆나는 이 자료를 최고등급으로 분류했다.
전체 공개 안 함.
이유.
공포보다.
게임기억과 겹치는 부분을 더 조사해야 했다.
공식적으로는 ‘행정정보 경계 관련 가능성’까지만 공개.
◆황제직속 제0분석실을 처음 세레프 자료에 투입했다.
그들은 게임 표시체계 기억과 대단절 데이터를 비교.
행정카테고리.
본토플래그.
종족값.
보호국.
겹침.
너무 많다.
하지만 인과관계 증명은 없다.
◆제0분석실 보고서.
[시스템 표시체계가 현실을 단순화해 보여준 것인지.]
[현실이 표시체계 분류를 따라 변한 것인지.]
[둘 모두 제3의 기준을 반영한 것인지.]
세 가설.
나는 세 번째가 가장 안전하다고 봤다.
아직.
◆세레프는 우리에게 물었다.
[귀국은 사건 전후에 정체불명 정보체계를 운영했는가.]
나는 공식적으로 답했다.
“확인 가능한 국가체계는 없음.”
거짓말은 아니다.
게임은 국가가 운영한 게 아니다.
내 개인기억.
◆아델 세렌은 내 답을 오래 봤다.
의심했을 수도 있다.
증거는 없다.
◆특별기술동반자 협상은 계속됐다.
세레프가 대단절 정보를 주는 만큼.
우리도 산업·보호를 제공.
서로 필요.
◆나는 자료를 닫으며 생각했다.
처음으로.
대단절이 왜 ‘본토’만 남겼는지.
설명할 수 있는 물리모델이 나왔다.
아직 원인은 모른다.
하지만.
행정경계가 우연이 아닐 가능성.
그건 내 게임 기억을.
더 이상 단순한 개인착각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들었다.
◆대단절 인과필터 가설이 내부에 퍼지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법무원이었다.
“행정경계가 물리현상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면.”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문제.
국가의 법적 정의가 우주현상에 읽힐 수 있다?
증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가능성만으로도 기분이 이상했다.
◆세레프는 ‘정보적 실재’라는 개념을 설명했다.
어떤 대상을 우주가 구분하는 방식이.
물질구성만이 아니라.
정보관계에도 있을 수 있다.
가족.
국가.
네트워크.
기억.
연결.
우리는 법과 사회에서 쓰는 단어.
그들은 물리학에서도 일부 사용.
◆오르테가는 말했다.
“국가가 물리량일 수 있다는 뜻입니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
다행.
[그러나 고차원 인과조작은 정보적 경계를 참조할 수 있음.]
더 어려워졌다.
◆세레프 과학자는 비유를 들었다.
파일을 복사할 때.
종이의 원자 하나하나를 지정하지 않는다.
파일경계를 읽는다.
대단절을 만든 존재가.
제국 ‘본토’라는 파일경계를 읽었다면?
섬뜩했다.
◆문제.
왜 비아틀라스 지성체는 빠졌나.
왜 본토 밖 아틀라스인은 빠졌나.
파일조건이 더 복잡.
[본토 내 아틀라스 핵심사회.]
게임 표시체계의 종족값과 본토값.
또 겹친다.
◆제0분석실은 내 21세기 기억을 더 정밀하게 인터뷰했다.
나는 수십 년 전 화면을 떠올렸다.
본토.
보호국.
캐릭터.
가챠.
함대.
정확한 메뉴명.
어떤 게 기억이고 어떤 게 나중에 재구성된 건지.
심리학자도 참여.
내 기억이라고 무조건 사실자료는 아니다.
◆“폐하가 기억을 과거와 현재에 맞춰 변형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분석관이 말했다.
“황제한테 기억 틀렸다고 말하는구나.”
“업무입니다.”
좋았다.
제0분석실은 나를 믿는 조직이 아니라.
내 기억을 의심하는 조직이어야 했다.
◆세레프에는 게임 얘기 안 함.
내 개인기억은 최고비밀.
이유.
시스템 존재 자체가 제국 정치와 종교에 미칠 충격.
그리고 아직 사실관계 불확실.
◆세레프는 또 하나의 패턴을 발견했다.
대단절 직전 본토 행정망에서.
황실중앙서버 접근량 급증.
외부명령 기록 없음.
마치 누군가 전체 제국상태를 읽은 것처럼.
정보원은 보안침입 흔적을 찾지 못했다.
◆“시스템?”
제0분석실 내부에서만 단어가 나왔다.
증거 부족.
그러나 처음으로 외부관측과 내부기록이 한 점에 가까워졌다.
◆나는 해당 서버 원본을 봉인해두지 않고 복제연구를 허용했다.
보안기밀 제거.
수백 연구팀.
한 팀만 보면 놓친다.
◆몇 년 뒤 연구결과.
접근량 급증은 실제.
읽기패턴은 인간도 제국AI도 아님.
데이터를 파일이 아니라 관계망 단위로 훑음.
세레프 방식과 약간 유사.
그러나 더 고도.
◆세레프가 한 건가?
그들은 부인.
기술적으로 당시 거리에서 불가능하다고 설명.
검증도 어느 정도 맞음.
그럼 다른 존재.
IX급?
X급?
혹은 시스템 자체.
◆대단절 미스터리는 좁아지는 대신 더 커졌다.
우리는 이제 ‘자연재해’ 가능성을 낮췄다.
의도적.
정보기반.
고등기술.
그 정도.
누가.
왜.
아직 모른다.
◆나는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다.
모르는 것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30년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다.
이제 최소한.
질문을 정확히 할 수 있다.
누가 제국을 선택했는가.
무엇을 기준으로.
그리고.
왜 본토만 남겼는가.
◆인과필터 가설이 외부에 일부 공개되자 음모론이 폭발했다.
“황실이 대단절을 일으켰다.”
“아틀라스인만 선택받았다.”
“세레프가 우리를 옮겼다.”
전부 증거 없음.
제국은 금지하지 않았다.
과학원 팩트시트만 냈다.
[확정된 사실.]
[가설.]
[불명.]
세 칸.
◆가장 위험한 건 순혈민족주의파였다.
“본토 아틀라스만 남은 건 우주의 선택.”
그들은 대단절을 신화화.
비아틀라스인을 다시 늘리는 정책에 반대.
황실은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선택받았다는 증거 없음.]
[대단절은 재난이며 우월성 증명이 아님.]
◆보호국 주민도 민감했다.
“만약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면 우리는 또 사라지나?”
정당한 공포.
아무도 답 못 한다.
황실은 비상대책 연구를 시작.
인과필터가 행정소속을 참조한다면.
보호국민을 본토시스템에 더 깊게 등록하면 보호될까.
모른다.
◆과학자들은 그런 정책적 실험을 금지했다.
“가설도 확정 안 됐습니다.”
맞다.
공포 때문에 시민권이나 행정등록을 조작하면.
더 큰 문제.
◆세레프는 인과필터 재현실험을 아주 작은 정보계에서 시도했다.
물리공간 변화 없음.
그러나 얽힘정보 일부가 관계단위로 재배치되는 현상.
극미세.
에너지 엄청.
대단절 규모와 비교 불가능.
그래도 원리가 완전한 공상이 아닐 수 있다는 증거.
◆오르테가는 말했다.
“IX급 이상이면 가능할지도.”
“우리도 언젠가?”
“몇천 년 뒤일 수도.”
제국 기술의 미래.
지금은 상상.
◆본토 군부는 즉시 군사적 가능성을 생각했다.
적 함대 ‘관계’를 끊는 무기.
보급망 인과절단.
위험.
과학원은 군사전용 연구를 제한.
황실도 동의.
모르는 물리학을 무기부터 만들 생각은 없다.
◆카르는 정보를 듣고 비공개로 물었다.
[대단절을 재현할 수 있소?]
“아니.”
[가능해지면?]
“그때 생각하지.”
그는 웃지 않았다.
당연.
행성이나 국가를 역사에서 잘라낼 수 있는 기술.
누구라도 두려워한다.
◆외부권역 협의회는 인과무기 연구에 대한 사전통보 원칙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기를 두고 조약.
어쩌면 너무 이르다.
하지만 핵무기나 생물무기보다 훨씬 큰 위험일 수 있다.
◆세레프는 가장 강한 규제를 원했다.
바르케시는 연구자유.
제국 중간.
카론 규제찬성.
오르비스는 경제악용까지 걱정.
공간 하나의 소유권을 역사에서 바꿔버릴 수 있다면.
계약도 무의미.
◆합의는 못 했다.
대신 연구정보 공유.
비밀실험 자제.
첫 단계.
◆나는 대단절이 문명들을 또 하나의 규칙으로 묶는 걸 봤다.
30년 전 우리만의 재난.
이제 지역전체의 과학·안보의제.
과거가 현재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