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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81화 — 얼굴 없는 사절

별의 제국 · 8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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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프 첫 공식회담은 그들의 외곽성계 ‘이오라-3’에서 열렸다.

제국 대표단.

마리안.

오르테가.

인공지능윤리원장.

정보원.

군 대표.

황제는 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배웠다.

세레프가 준비한 회담장은 행성도 우주정거장도 아니었다.

거대한 연산구조물 내부.

물리공간은 단순했다.

의자.

탁자.

창문 없음.

문제는 상대 대표.

얼굴이 없었다.

홀로그램 세 개.

하나는 인간형.

하나는 기하학적 빛.

하나는 소리만.

마리안이 물었다.

“세 분입니까?”

[하나이면서 셋.]

통역기가 잠시 멈췄다.

세레프는 생물지성체와 AI가 공동정치했다.

첫 대표.

아델 세렌.

생물지성체.

둘째.

‘노드-칼릭스’.

인공지성 집합체.

셋째.

‘합의체 7’.

여러 도시의 연산의지를 임시통합한 정책AI.

우리 기준으로는 복잡했다.

그들 기준으로는 평범한 대표단.

마리안이 먼저 물었다.

“누가 최종결정권을 가집니까?”

아델이 답했다.

“의제마다 다릅니다.”

“외교조약은?”

“생물의회와 연산의회 공동승인.”

“군사?”

“비상합의핵.”

“경제?”

“대부분 자동분산.”

제국 관료들이 메모했다.

국가가 다르면 ‘정부’라는 단어부터 다시 배워야 했다.

세레프가 제일 먼저 보여준 건 대단절 기록이었다.

312년 전.

아틀라스 본토는 지금과 다른 좌표에 있었다.

그들은 장거리 센서로 제국 신호를 간접관측했다.

그리고 30여 년 전.

정확히 대단절 시점.

신호가 끊김.

47초.

다시 다른 좌표에서 비슷한 문명신호 등장.

우리 기록과 맞았다.

오르테가가 숨을 삼켰다.

“좌표를 주십시오.”

[교환조건.]

“무엇을 원합니까?”

[대단절 당시 아틀라스 내부센서 원본.]

당연한 요구.

제국도 일부 제공 가능.

전략군사자료는 가림.

협상 시작.

세레프는 대단절을 ‘국소 인과단절’로 분류했다.

공간이동이라고 단정하지 않았다.

[위치변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선택적 연속성 손실.]

정확했다.

본토 안 비아틀라스 지성체 실종.

본토 밖 아틀라스인 실종.

지리와 종족이 동시에 섞인 선택.

세레프도 이해 못 했다.

“원인은?”

오르테가가 물었다.

[불명.]

상황이 조금 김 빠졌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를 더 알고 있었다.

[사건 직전 0.8초, 본토권 외곽에서 비정상적 정보밀도 증가.]

“무슨 뜻입니까?”

[공간보다 정보구조가 먼저 변함.]

제국 과학자들이 조용해졌다.

세레프 설명은 어려웠다.

물질이 이동하기 전에.

‘어떤 것이 어떤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가 재작성된 흔적.

본토.

아틀라스인.

행정망.

통신.

정체성.

그중 무엇이 선택기준인지 모름.

그들은 ‘인과필터’ 가설을 세웠다.

나는 황궁에서 실시간 보고를 봤다.

시스템 기억이 떠올랐다.

본토.

외곽령.

보호국.

게임의 행정분류.

혹시.

현실의 인과필터가 행정분류를 읽었다면?

너무 위험한 추측.

증거 없음.

나는 메모만 했다.

세레프 기술평가도 시작됐다.

AI.

VIII급 이상.

센서.

VIII.

정보압축.

VIII.

에너지.

VII.

함선.

VII.

산업.

VII-.

인구.

VI급 규모.

군사량.

작음.

총체.

VII 상위.

예상대로.

오르테가가 말했다.

“특정기술은 우리보다 낫습니다.”

군 대표가 답했다.

“전쟁하면 이깁니다.”

둘 다 맞았다.

세레프는 제국을 파괴할 국가가 아니다.

대신 제국도 모르는 걸 아는 국가.

그게 훨씬 가치 있을 수 있다.

세레프는 우리 평가체계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귀국은 우리를 장기보호국 후보로 분류했는가.]

마리안은 잠깐 멈췄다.

거짓말하지 않았다.

“가능성은 검토대상입니다.”

[현재는?]

“독립유지가 제국에 더 유리.”

세레프 홀로그램의 빛이 변했다.

웃음 같은 건지.

모르겠다.

아델 세렌이 말했다.

“그 답을 예상했습니다.”

“불쾌합니까?”

“예.”

“그래도 회담은?”

“귀국 정보가 필요합니다.”

서로 똑같았다.

싫어도 필요하면 대화한다.

첫날 합의.

대단절 데이터교환.

AI·센서 비전략 공동연구.

상호 사이버비침투 원칙 협상 개시.

군사정보 제한.

영토문제 논의 안 함.

회담 종료 직전 노드-칼릭스가 말했다.

[귀 제국은 우리를 작다고 평가한다.]

마리안이 답했다.

“국가규모는 작습니다.”

[정확하다.]

[그러나 작은 것은 약함과 동일하지 않다.]

“동의합니다.”

세레프는 그 답을 마음에 들어 한 듯했다.

제국은 새로운 종류의 상대를 만났다.

함대수로는 약하다.

정보에서는 강하다.

영토는 작다.

역사는 오래다.

그리고 대단절을 우리보다 더 멀리서 봤다.

완전한 동급은 아니다.

그러나.

함포보다 먼저 질문해야 할 문명.

그게 세레프였다.

세레프 회담 첫날에는 의전사고도 있었다.

제국 측이 생물인 대표 아델 세렌에게만 공식좌석을 준비한 것이다.

노드-칼릭스는 물리적 몸이 없었다.

합의체 7도 홀로그램.

세레프 측은 조용히 물었다.

[좌석이 없는 대표는 대표로 인정되지 않는가.]

마리안은 바로 사과했다.

다음 회담부터 빈 의자 두 개가 추가됐다.

앉을 사람은 없지만.

대표자리.

상징은 물리적 몸이 없어도 필요했다.

본토 의전원은 이 사건으로 새 규칙을 만들었다.

비생물지성 외교대표.

분산지성.

군체지성.

원격지성.

대표성이 물리적 개체수와 같지 않을 수 있음.

우주가 넓어질수록 의전도 철학이 된다.

세레프는 제국 황제제를 아주 흥미롭게 봤다.

[하나의 생물개체에게 최종권한이 집중.]

노드-칼릭스 표현.

“맞습니다.”

마리안이 답했다.

[실패위험이 높지 않은가.]

“그래서 관료제와 의회가 있습니다.”

[그래도 최종결정은 하나.]

“예.”

세레프 입장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위험해 보였다.

그들은 합의와 분산을 선호.

우리는 결단과 연속성을 선호.

반대로 제국 관료는 세레프 의사결정 속도에 답답함을 느꼈다.

외교문구 하나.

생물의회.

연산의회.

합의체.

윤리검토.

몇 시간.

간단한 수정도.

세레프는 말했다.

[빠른 결정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마리안이 답했다.

“느린 결정이 항상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서로 맞는 말.

대단절 데이터 교환에는 가장 민감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제국 신원망 원본.

30년 전 시민 위치.

종족.

가족.

의료데이터 일부.

세레프는 분석에 필요하다고 했다.

본토 개인정보법과 충돌.

황제명령으로 넘길 수도 있다.

나는 안 했다.

익명화.

식별자 제거.

최소필요정보만.

세레프 AI는 불만.

[정보손실.]

“시민 사생활도 정보야.”

[사건규명보다 우선하는가.]

“항상은 아니지만 이번엔.”

대단절 미스터리가 크다고.

7조 시민 기록을 통째로 외국 인공지능에게 줄 이유는 없다.

세레프는 그 결정을 존중했다.

그리고 자기 시민 데이터도 같은 수준으로 익명화해 제공.

신뢰는 상대가 선을 그을 때 더 잘 생길 수도 있다.

군 대표는 세레프 방어망을 봤다.

함대는 적다.

대신 성계 전체 센서.

무인방어.

분산연산.

침입자를 매우 일찍 본다.

“정복 쉽다는 평가 수정해야겠군요.”

라울에게 보고.

라울은 답했다.

“이기는 건 쉽고 숨는 걸 잡는 건 어렵다.”

정확했다.

세레프는 물리적 전쟁에서 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가가 함대와 수도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AI 인격 수십억이 분산백업.

외부망.

비밀노드.

전쟁에서 영토를 점령해도.

세레프라는 문명을 완전히 끝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전략원은 정복비용 모델에 새 항목을 추가했다.

[정보적 잔존성.]

국가가 패배한 뒤에도 얼마나 오래 저항·존속 가능한가.

세레프 최고등급.

오르테가는 회담 쉬는 시간에 노드-칼릭스와 과학얘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대단절.

20분 뒤 우주론.

한 시간 뒤 둘만 알아듣는 수학.

마리안이 끊었다.

“외교회담 중입니다.”

오르테가는 아쉬워했다.

노드-칼릭스는 말했다.

[외교보다 생산적인 대화였다.]

마리안 표정이 굳었다.

AI도 무례할 수 있었다.

첫날 저녁.

생물인 대표단만 식사를 했다.

AI 대표는 식사 대신 연산시간.

제국 측은 그들에게 ‘만찬 참석’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

결국 홀로그램은 그대로 참석.

음식을 먹진 않지만 대화.

외교는 식사보다 같은 시간에 있는 게 중요할 수도 있다.

아델 세렌이 말했다.

“귀국은 생각보다 우리를 불편해하지 않는군요.”

마리안이 물었다.

“왜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까?”

“AI를 도구로 보는 문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일부 AI는 도구입니다.”

“일부는?”

“사람입니다.”

세레프는 그 구분에 관심.

우리도 세레프의 넓은 인격범위를 배웠다.

서로 예상보다 가까운 부분도 있었다.

회담 첫날이 끝났을 때.

대단절 답은 아직 없었다.

기술협정도.

조약도.

그런데 서로를 ‘이상한 문명’이라고 생각하는 단계는 넘어갔다.

이해할 수 없는 문명에서.

다르게 작동하는 문명으로.

첫 접촉은 그 정도면 성공이었다.

세레프 대표단은 황제에게도 질문서를 보냈다.

[귀하는 자신의 권력을 어떤 근거로 정당화하는가.]

정치학 강의 같은 질문.

나는 짧게 답했다.

[법과 역사, 그리고 제국이 아직 나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노드-칼릭스는 재질문.

[시민 다수가 거부한다면.]

[그때는 문제를 해결해야겠지.]

[퇴위?]

나는 잠깐 웃었다.

[경우에 따라.]

황제라고 영원히 자동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제국은 군주국이지만 체제안정도 결국 사회가 받아들여야 유지된다.

세레프는 그 답변을 공개해도 되는지 물었다.

허용.

본토에서 토론이 커졌다.

일부 황실충성파는 “퇴위 가능성”이라는 표현을 불편해했다.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정치체제는 현실이다.

신앙이 아니다.

반대로 나는 세레프에 물었다.

“AI가 다수결로 생물인을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리면?”

노드-칼릭스가 답했다.

[헌정적 금지.]

“위기 때는?”

[비상합의 필요.]

“누가 거부권?”

[생물의회, 연산의회, 윤리핵 중 둘 이상 동의.]

복잡했다.

그러나 그들도 권력폭주를 막는 장치를 만들었다.

형태가 다를 뿐.

세레프 대표단은 제국 황실근위에도 관심을 보였다.

[황제 개인보호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투입.]

카시안이 불쾌해했다.

“황제가 사망하면 국가위기입니다.”

AI는 계산했다.

[분산통치가 더 안전.]

카시안이 답했다.

“그건 정치제도 바꾸라는 말입니다.”

[맞음.]

대화 종료.

서로 끝까지 동의 못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게 정상이다.

첫 회담 마지막날.

세레프는 제국측 모든 대표에게 개인별 피드백을 제공했다.

마리안.

[협상성향: 신중, 예측가능.]

오르테가.

[정보욕구 과도.]

오르테가는 만족해했다.

군 대표.

[위협평가 과도.]

군 대표는 불만.

정보원.

[정보은닉 다수.]

에일린 측 대표는 답변 거부.

세레프는 사람을 숫자로 보는 습관이 있었다.

제국은 그 평가를 참고만 했다.

마리안이 귀환보고 마지막에 썼다.

[세레프는 기술적으로 친숙하면서 사회적으로 가장 낯선 문명.]

맞았다.

함선과 센서는 이해할 수 있다.

‘하나이면서 셋’인 대표가 더 어려웠다.

외교는 결국.

상대 기술보다 상대가 자신을 어떤 존재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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