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0화 — 제국과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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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케시의 황태자이자 수십 년 군 경력을 쌓은 카르 발렌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
“동쪽으로 더 오지 마시오.”
첫 문장 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물었다.
“왜?”
“우리 안보권이오.”
“조약 있어?”
“역사와 힘이 만든 질서가 있소.”
“그럼 힘으로 지키면 되겠네.”
마리안이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황태자 눈빛이 달라졌다.
“도발인가?”
“사실 확인.”
첫 2분 만에 분위기가 끝났다.
◆바르케시는 카론.
오르비스.
주변 소국.
전부 자기 완충권으로 인식.
직접 지배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대강대국이 들어오는 건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와 비슷했다.
차이.
그들은 먼저 있던 쪽.
우리는 새로 들어온 쪽.
◆카르가 지도를 띄웠다.
붉은 선.
“이 선 동쪽은 바르케시 핵심안보권.”
나는 봤다.
오르비스 일부 회원국까지 포함.
카론 변경 일부도.
“저 나라들이 동의해?”
“그들의 동의가 필요한 개념이 아니오.”
나는 웃었다.
“그건 우리랑 생각 비슷하네.”
카르는 웃지 않았다.
◆나는 제국 지도를 띄웠다.
엘리시온.
개척권역.
X-41.
에스칸 공동보장.
“이건 우리 보호권역.”
카르가 말했다.
“새로 만든 질서.”
“응.”
“우리는 인정하지 않소.”
“인정 필요 없어.”
둘 다 제국이었다.
대화가 편했다.
서로가 무슨 생각인지 너무 잘 알아서.
◆군사자료도 오갔다.
공식적으로는 일부.
바르케시 전함 출력.
제국 공개함 데이터.
카르는 숫자를 보고 말했다.
“귀국 함선이 우리보다 강하다는 건 인정하오.”
“좋네.”
“하지만 귀국은 여기서 멀다.”
중요한 지적.
본토에서 바르케시까지 거리.
긴 항로.
현재 보급기지 적음.
우리가 총력전을 하면 이긴다.
현지전력만으로 싸우면 비용이 올라간다.
지리는 기술격차를 줄이는 가장 오래된 방법이다.
◆카르는 그걸 믿고 있었다.
“우리 제국은 700개 성계에서 싸울 수 있소.”
나는 답했다.
“우린 1,100개 직할성계에서 보급할 수 있어.”
“여기까지 가져올 수 있나?”
“시험해볼래?”
또 침묵.
마리안이 드디어 끼어들었다.
“두 분 모두 전쟁의사가 없다는 전제에서 회담하고 있습니다.”
맞았다.
우리는 입으로 전쟁을 끝까지 가고 있었다.
◆본론.
서로의 비공식 세력권을 어디까지 묵인할 것인가.
완전합의는 불가능.
대신 충돌방지선.
카론 독립 유지.
오르비스 독립 유지.
엘리시온 제국권 인정 여부는 보류.
에스칸 공동보장 존중.
양국 함대 대규모 이동 사전통보.
제3국 보호국화 시 상대 통보.
통보지 동의가 아님.
그 점은 내가 양보하지 않았다.
◆카르는 말했다.
“귀국은 결국 카론도 보호국으로 만들 생각 아닌가?”
“가능성은 있지.”
“오르비스도?”
“필요하면.”
“바르케시도?”
나는 잠시 그를 봤다.
“우리보다 약하면.”
황태자 근위가 움직일 뻔했다.
카르가 손으로 막았다.
그리고 처음 웃었다.
“마음에 안 드는군.”
“자주 듣네.”
◆그가 반문했다.
“반대로 우리가 더 강해지면?”
“그럼 우리가 조심해야지.”
“복종하겠소?”
“왜?”
“방금 논리라면.”
“강한 것과 복종은 자동연결 아니야. 비용을 봐야지.”
카르가 웃음을 멈췄다.
제국의 논리는 단순 정복주의가 아니다.
힘.
비용.
전략.
모두 계산.
그도 이해한 듯했다.
◆점심은 의외로 편했다.
군대 이야기.
장수명.
후계자 교육.
카르는 황태자로 40년 넘게 준비 중.
나는 97세에 갑자기 황제.
그가 물었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우리 기준으로도 어린 편.”
“어떻게 버텼소?”
“사람 많이 잘랐지.”
그가 크게 웃었다.
처음으로 인간적인 분위기.
제국끼리도 지도자끼리는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카르는 자기 부황 이야기를 했다.
바르케시 황제.
나이 311세.
재위 84년.
그들 종족 평균수명 360년.
말년.
후계문제 가까움.
카르가 사실상 국정 대부분을 담당.
이 정보는 중요했다.
바르케시는 곧 권력승계를 겪을 수 있다.
에일린이 당연히 기록했다.
◆회담 마지막.
카르가 비공개로 말했다.
“한 가지 경고하겠소.”
“말해.”
“오르비스 너머에서 사라지는 함선.”
X-41.
밤의 천사.
“우리도 봤소.”
“언제부터?”
“200년 이상.”
“왜 말 안 했지?”
“우리 영토가 아니니까.”
바르케시다운 답.
“그리고 최근 많아졌소.”
“버그 같은 걸 본 적 있어?”
내가 무심코 물었다.
카르 눈빛이 바뀌었다.
“그 이름을 어떻게 아시오?”
심장이 아주 조금 빨라졌다.
마리안도 굳었다.
“무슨 뜻이지?”
카르는 천천히 말했다.
“우리 고대군사기록에 비슷한 명칭이 있소.”
◆회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바르케시도.
버그를 알고 있다.
혹은 같은 단어를.
우리가 대단절 뒤 처음 만난 플레이어블 군사제국이.
기억 속 적의 이름을 알고 있다.
◆카르는 더 말하지 않았다.
“다음 회담에서.”
협상카드.
모두 그렇게 한다.
나는 일어났다.
“좋아.”
“오늘 합의는?”
“충돌방지부터.”
양국은 임시충돌방지협정에 서명했다.
평화조약도.
동맹도.
서로의 세력권 인정도 아니다.
단지.
실수로 전쟁하지 않기 위한 규칙.
◆카르와 악수했다.
그는 말했다.
“언젠가 싸울 수도 있겠군.”
“그럴 수도.”
“오늘은 아니오.”
“동의.”
처음으로.
제국과 제국이 만났다.
완전 동급은 아니다.
바르케시는 우리보다 작고 기술도 아래.
그러나 함포 몇 번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소국도 아니다.
전쟁하면 이긴다.
그래도 전쟁하지 않는 편이 더 싸다. 그건 양보가 아니었다. 바르케시를 독립시켜두는 편이 현재 제국에 더 많은 이익을 준다는 계산이었다. 그 계산이 뒤집히는 날에는 결정을 미룰 이유도 없었다.
그 정도의 상대.
◆나는 귀환함에서 새 지도층을 봤다.
엘리시온.
아르카디아.
카론.
오르비스.
바르케시.
권역이 겹친다.
영향력이 부딪힌다.
이제부터는 한 나라를 보호국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 나라를 움직이면.
다른 강대국이 반응한다.
외교가 진짜 시작됐다.
그리고.
바르케시가 알고 있다는 단어 하나.
버그.
그건 모든 계산보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다.
◆바르케시와의 첫 회담 뒤 양국 군사핫라인이 개통됐다.
첫 통화는 놀랍게도 3주 만에 왔다.
변경에서 양국 정찰선이 같은 미확인 함선을 추적.
서로 적으로 오인할 가능성.
핫라인으로 확인.
충돌 없음.
규칙 하나가 전쟁 하나를 막았을지도 모른다.
◆미확인 함선은 해적선이었다.
카론 국적 위조.
오르비스 화물 약탈.
바르케시 추적.
제국 보호권역으로 도주.
누가 체포권을 갖나.
새 문제가 생겼다.
결국 공동수사.
해적은 제9자유항에서 잡혔다.
재판관할은 피해가 가장 큰 오르비스.
제국이 인도.
바르케시가 증거제공.
처음으로 네 권역이 범죄 하나에 협력했다.
◆카르는 이 사건 뒤 메시지를 보냈다.
[싸우지 않고도 귀찮군.]
나는 답했다.
[전쟁하면 더 귀찮아.]
답.
[그건 동의.]
관계가 아주 조금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세력권 문제는 그대로였다.
바르케시는 동부 두 소국에 군사기지를 확대.
제국은 엘리시온 밖 개척권역 확대.
서로 통보.
서로 싫어함.
협정위반은 아님.
냉정한 경쟁.
◆오르비스는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선언했다.
실제로는 양쪽과 거래.
카론은 독자노선 강화.
아르카디아는 어디든 상품 판매.
우주질서가 다극화됐다.
제국이 등장했다고 모두 한 줄로 서지 않았다.
좋았다.
너무 쉬운 우주는 재미도 없고.
통치도 배울 게 없다.
◆본토 전략원은 처음으로 ‘외부 강대권 지도’를 만들었다.
아틀라스 제국권.
아르카디아 통상권.
카론 연방권.
오르비스 시장권.
바르케시 제국권.
겹치는 지역.
중립.
미탐사.
나는 지도를 봤다.
제국 본토만 있을 때보다 훨씬 복잡.
◆“우리가 제일 강합니까?”
젊은 참모가 물었다.
현재 확인범위에서는.
“그래.”
“그럼 결국 전부 우리 질서로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아마 많은 곳은.”
“전부?”
“전부일 필요 있어?”
그가 생각했다.
제국권 밖 독립국이 존재한다고 제국이 실패한 건 아니다.
위협이 아니고.
거래되고.
필요할 때 협력하면.
굳이 행정책임까지 떠안을 이유 없다.
◆물론.
핵심항로.
전략자원.
군사요충.
적대세력.
그건 다르다.
바르케시가 우리 핵심권역을 위협하면.
전쟁할 수 있다.
카론이 적대블록 중심이 되면.
압박할 수 있다.
오르비스가 제국기업을 조직적으로 배제하면.
경제전.
수단은 많다.
◆나는 전략원에 새 분류를 만들게 했다.
[직할필요.]
[보호필요.]
[영향력충분.]
[독립유지유리.]
영토지도보다 전략지도.
어떤 나라를 먹어야 하는지보다.
굳이 안 먹어도 되는 나라를 구분하는 표.
제국이 커질수록 그게 더 중요해진다.
◆바르케시는 현재.
[독립유지유리 / 잠재경쟁.]
카론.
[독립유지유리 / 장기편입후보.]
오르비스.
[영향력충분 / 경제통합우선.]
아르카디아.
[영향력충분 / 정보·통상핵심.]
엘리시온.
[보호·편입완료.]
라사드.
[개도장기보호.]
명확했다.
◆아델라인은 표를 보고 말했다.
“전쟁할 나라가 없군요.”
“아쉬워?”
“조금.”
“버그 나오면 실컷 해.”
그녀가 웃음을 멈췄다.
“그 이름.”
“카르도 안다.”
“확인해야 합니다.”
맞았다.
◆바르케시가 다음 회담에서 고대군사기록 일부를 공개하기로 했다.
조건.
제국도 버그 관련 공개가능 자료를 교환.
나는 승인했다.
게임기억은 당연히 제외.
제국 실제 역사기록만.
우리가 아는 버그.
바르케시가 아는 버그.
같은 적인지.
이름만 같은지.
◆이 무렵.
제국은 더 이상 고립된 최강국이 아니었다.
주변에 국가가 생겼다.
강대국도.
경쟁자도.
시장도.
오래된 미스터리도.
그리고 처음으로.
우리 말고도 버그라는 이름을 아는 문명.
제국의 다음 30년은.
정복보다 정보가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보가 충분해지는 순간.
정복이 다시 가장 싼 선택이 되는 곳도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를 기다렸다.
서두르지 않고.
하지만 놓치지도 않게.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