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9화 — 바르케시의 그림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에스칸 내전이 끝난 지 4개월.
바르케시 제국연합에서 처음 공식문서가 왔다.
직접 사절은 아니었다.
카론을 통해 전달.
짧았다.
[아틀라스 제국의 최근 동부권역 활동을 관찰 중이다.]
[기존 세력균형을 존중하기 바란다.]
마리안이 읽고 말했다.
“경고입니다.”
“점잖네.”
“저쪽 기준으로는.”
◆바르케시.
기억 속 플레이어블 세력.
군사제국.
강한 함대.
공격적 외교.
하지만 현실 데이터는 부족했다.
카론 자료.
오르비스 정보.
아르카디아 상인보고.
모두 합쳤다.
직할성계 약 430.
종속권 포함 700 이상.
인구 1조 3천억 추정.
군함 40만~60만.
기술 VII+.
일부 군사기술 VIII- 가능.
드디어 규모가 커졌다.
◆제국보다 아래.
하지만 지금까지 만난 국가와는 다르다.
전면전이면 우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비용.
700성계.
1조 인구.
장기점령.
주변동맹.
이건 함대 몇 번 부수고 끝나는 상대가 아니다.
라울이 말했다.
“처음으로 전쟁비용을 계산할 국가입니다.”
아델라인은 웃었다.
“그래도 이깁니다.”
“승리와 비용은 다릅니다.”
둘 다 맞았다.
◆바르케시는 카론과 오르비스를 자기 완충권으로 봤다.
우리가 들어오는 걸 불편해한다.
우리도 비슷한 논리를 쓴다.
제국끼리는 서로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충돌하기 쉽다.
◆나는 답신을 보냈다.
[아틀라스 제국은 타국이 주장하는 비공식 세력권을 자동인정하지 않는다.]
[공식조약과 실효통치를 기준으로 행동한다.]
거의 카론에게 했던 말과 같다.
바르케시가 좋아할 리 없다.
◆일주일 뒤.
오르비스 외곽 회원국 하나가 바르케시 군사압박을 받았다.
이유.
제국과의 기술협정.
우연일까.
아마 아니었다.
바르케시는 함대 8천 척을 국경에 배치.
회원국은 오르비스에 지원요청.
오르비스는 카론에.
카론은 우리 반응을 봤다.
연결망이 작동했다.
◆본토 강경파는 즉시 함대파견을 주장.
나는 거부했다.
“우리 조약국이야?”
“직접은 아닙니다.”
“그럼 오르비스가 먼저.”
오르비스가 자기 회원국도 못 지키면.
동맹 가치가 없다.
우리가 매번 대신해주면.
결국 모든 국가가 비용 없이 제국 보호만 요구한다.
책임은 단계가 있어야 했다.
◆오르비스는 경제제재.
카론은 함대 3만 척 전진배치.
바르케시는 멈췄다.
총은 안 쐈다.
좋았다.
지역국가들이 제국 없이도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바르케시는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아틀라스와 직접회담을 제안.]
이번에는 나는 관심이 갔다.
VII+.
일부 VIII 기술.
1조 이상 인구.
플레이어블 세력.
이 정도면 황제가 직접 나갈 가치가 있을 수도 있다.
세라가 물었다.
“가십니까?”
“아직.”
“왜요?”
“대표부터 봐.”
황제가 먼저 움직이면 상대에게 너무 큰 의미를 준다.
외무회담.
군사대표.
그 다음.
◆바르케시 대표단 명단.
황태자 카르 발렌.
제국원수.
외교대신.
황태자가 온다.
상대도 무게를 실었다.
나는 생각을 바꿨다.
“내가 간다.”
세라가 말했다.
“일정 비워두겠습니다.”
“황태자인데 황제가 너무 높은가?”
“상대가 요청한 회담입니다.”
“그렇네.”
의전도 전략이다.
상대보다 한 단계 높은 사람이 나가면.
누가 우위인지 말 없이 보여줄 수 있다.
◆아르카디아와의 첫 통상접촉부터 제국을 지켜봐온 노련한 통상외교관 리에나 메르체가 소식을 듣고 메시지를 보냈다.
[드디어 황제께서 직접 만날 가치가 있는 나라가 나왔군요.]
[자네도 가치 있었어.]
[시장에 직접 오셔서 과일 사셨죠.]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바르케시 첫 회담 장소.
카론 수도성계 외곽.
중립구역.
양쪽 함대는 멀리.
황실근위만 근접.
상대도 황태자 근위.
◆회담 전.
아델라인이 말했다.
“저쪽 황태자 군 경력이 깁니다.”
“얼마나?”
“61년.”
“짧네.”
“저쪽 수명 기준으론 깁니다.”
또 수명 차이.
나는 25년 재위.
그들에게는 긴 경력.
아틀라스 기준에는 젊은 황제.
같은 숫자를 다른 문명이 다르게 본다.
◆바르케시 황태자가 도착했다.
키가 컸다.
군복.
장식 적음.
눈빛이 나를 훑었다.
첫 인사.
“생각보다 젊군.”
나는 답했다.
“자네도.”
통역기가 잠깐 멈췄다.
주변 외교관 표정이 굳었다.
나는 앉았다.
“그래서. 우리를 왜 불렀지?”
바르케시와의 첫 대화는.
예상대로 부드럽게 시작되지 않았다.
◆바르케시 정보수집이 시작되자 첫 인상은 강렬했다.
군복.
함대.
기념비.
군사행진.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산업.
과학.
예술.
도시.
교육.
1조 3천억 인구가 전부 군인은 아니다.
제국 정보원은 보고서 첫 줄에 적었다.
[군사제국이지만 군대만 있는 사회로 단순화하지 말 것.]
좋은 경고였다.
◆바르케시 내부에는 여러 민족과 종족이 있었다.
제국연합이라는 이름대로.
정복지.
자치왕국.
군정주.
직할령.
우리보다 거칠지만 비슷한 다층구조.
일부 보호국은 수백 년 유지.
일부는 병합.
아틀라스와 다른 점.
바르케시는 군사적 동화가 더 강했다.
◆그들의 시민권은 오히려 우리보다 쉽게 얻을 수 있었다.
군복무.
20년.
충성서약.
일정 언어능력.
외계종도 가능.
대신 시민의무가 무거웠다.
군사세.
비상동원.
정치표현 제한.
본토 분석관이 말했다.
“시민권만 보면 더 개방적입니다.”
“대신 자유가 적네.”
제도는 한 항목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바르케시 황태자 카르는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
전쟁영웅.
행정경력.
개혁파.
놀랍게도 군부예산 효율화를 추진.
오래된 원수단과 갈등.
우리에게 공격적인 것과 내부개혁은 동시에 가능했다.
상대도 입체적이었다.
◆에일린은 카르가 곧 황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부황 건강악화.
공식적으론 비밀.
첩보.
나는 물었다.
“확실해?”
“70퍼센트.”
“숫자 너무 높게 말하지 마.”
“그럼 높은 가능성.”
정치인 건강은 민감했다.
공식확인 전까지 외교판단에만 사용.
외부에 흘리지 않는다.
◆바르케시 함대는 제국보다 함선당 성능 낮음.
대신 병력동원 빠름.
전투손실 감수도 높음.
아틀라스는 시민 목숨을 비싸게 본다.
바르케시는 승리를 위해 더 큰 손실을 감수.
전쟁하면 교리차이가 크게 드러날 것이다.
◆라울은 말했다.
“우리가 전술적으로 이겨도 저쪽이 계속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쟁 안 하는 게 낫지.”
“현재는.”
“현재는.”
그 단어가 다시 돌아왔다.
◆바르케시는 경제적으로 오르비스에 의존하는 부분도 컸다.
금융.
보험.
민간물류.
카르가 오르비스를 완전히 지배하지 않는 이유.
정복하면 시장기능이 망가질 수 있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제국과 비슷한 계산.
◆우리는 바르케시에 첫 상업사절단을 보냈다.
군사만 보면 상대가 군사로만 생각한다.
상품.
의료.
문화.
시장.
다른 관계를 만든다.
바르케시 상인들은 의외로 적극적.
제국 제품을 좋아했다.
정치와 소비는 다르다.
◆첫 인기상품.
제국 재활의료기기.
전쟁부상자가 많기 때문.
아이러니했다.
군사제국의 시장이 우리 의료기업에 열렸다.
본토 기업은 돈을 벌었다.
바르케시 퇴역군인은 더 잘 걸었다.
그 관계가 전쟁억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그래도 연결 하나는 생겼다.
◆카르 황태자는 상업사절을 허용하면서도 전략기술은 막았다.
우리도 마찬가지.
서로 이해했다.
제국과 제국 사이에서도.
모든 관계가 적대 아니면 동맹 둘 중 하나일 필요는 없다.
경쟁하면서 거래.
경계하면서 배우기.
그게 더 오래 갈 수 있다.
◆바르케시 황태자 카르와의 첫 회담 뒤 양국 언론전이 시작됐다.
바르케시 매체.
[아틀라스는 신생 팽창제국.]
본토 매체.
[바르케시는 낡은 군국제국.]
둘 다 상대를 단순화했다.
황실은 공식 대응 안 함.
언론끼리 싸우게 뒀다.
◆문제는 보호국 언론까지 끼어들면서 커졌다.
세르마크 보수언론은 바르케시 군사문화를 높게 평가.
로하르 언론은 위험하다고 비판.
벨로아는 시장기회만 봤다.
제국권 내부에서도 바르케시 평가가 하나가 아니었다.
그게 정상이다.
◆바르케시 상업사절단이 벨로아에 도착했다.
현지 상인들은 국경긴장 따위 크게 신경 안 썼다.
계약부터.
바르케시 금속.
세르마크 조선.
벨로아 금융.
제국 의료.
상품은 정치보다 먼저 섞였다.
◆카르 황태자는 자국 기업이 제국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게 제한했다.
특정품목 수출비중 상한.
본토 기업은 불만.
나는 이해했다.
우리라도 그렇게 한다.
강대국은 경제효율만 보지 않는다.
안보비용도 본다.
◆바르케시 내부 종속국 중 하나가 제국에 비밀접촉했다.
자치확대 지원 요청.
에일린이 보고.
“도울까요?”
나는 거부했다.
“지금은.”
바르케시 내부를 흔들면.
그쪽도 우리 보호국을 건드릴 명분.
아직 양국 충돌방지체제가 약하다.
정보는 받되 공작은 안 한다.
◆에일린은 아쉬워했다.
“좋은 기회입니다.”
“기회가 너무 좋을 때 함정일 수도 있어.”
실제로 몇 달 뒤.
접촉인물 일부가 바르케시 정보부 연계라는 증거가 나왔다.
시험이었다.
우리가 내부개입하는지 확인하려 한 것.
안 물었다.
좋은 선택이었다.
◆나는 에일린에게 말했다.
“다음엔?”
“같이 낚을까요?”
“정보만.”
그녀는 조금 실망했다.
정보기관에게 절제는 힘든 미덕이었다.
◆양국은 결국 ‘내정비개입 원칙’을 별도합의했다.
공식정부 전복공작 금지.
반체제단체 무장지원 금지.
정보수집까지 금지하진 않았다.
서로 불가능한 약속은 안 한다.
첩보는 계속.
쿠데타 지원은 선 넘음.
◆그 합의 덕분에 긴장이 조금 내려갔다.
카르는 메시지를 보냈다.
[적어도 서로 어디까지 비열해질지는 정했군.]
나는 답했다.
[낮은 기준이지만 유용하지.]
제국끼리의 평화는 우정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서로의 금지선을 정확히 아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바르케시 연구팀과 버그 기록 교환 준비도 시작됐다.
양쪽 모두 민감자료를 빼고.
고대기록.
생물학 특징.
첫 접촉 사례.
정확히 같은 존재인지 비교.
나는 그 결과가 기다려졌다.
바르케시와 싸울지 말지보다.
버그가 실제로 얼마나 넓게 알려진 적인지.
그게 더 중요할 수도 있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