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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9화 — 침묵의 30년

별의 제국 · 59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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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절 30주기.

제국 전체가 멈췄다.

47초.

약 7조에 이르는 본토·정식 제국령 시민.

수백억의 보호권역 주민.

이번에는 처음으로 외국대표도 함께했다.

아르카디아.

로하르.

세르마크.

벨로아.

카르디아.

라사드.

30년 전에는 제국에 없던 사람들.

그들이 사라진 사람을 같이 추모했다.

황궁 앞 추모광장에는 빈 의자가 놓였다.

옛 보호국마다 하나.

국가 수십 개.

그리고 이름 없는 외부령을 위한 의자 하나.

국기는 걸지 않았다.

국가가 사라졌다고 확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문장만.

휴면문장.

30년 동안 보존된 상징.

나는 연설하지 않으려 했다.

추모일은 황제 연설보다 침묵이 맞다고 생각했다.

실종자 가족협회가 부탁했다.

“짧게라도.”

그래서 올라갔다.

“30년이 지났습니다.”

아틀라스 수명으로는 길지 않았다.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어디로 갔는지.

왜 사라졌는지.

살아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도 30년 동안 바뀌지 않았습니다.”

좋은 말로 포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뀐 것도 있습니다.”

나는 뒤를 봤다.

로하르 국왕.

세르마크 총리.

벨로아 의장.

라사드 대표.

리에나 메르체.

“30년 전 외계의 목소리가 사라졌습니다.”

“오늘 이 광장에는 다시 여러 언어가 있습니다.”

“그들이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온 것입니다.”

“우리는 둘을 혼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종자 가족들이 고개를 들었다.

추모식 뒤 옛 카엘 보호왕국 대사관 문이 30년 만에 열렸다.

돌아온 건 아니었다.

보존점검.

가족협회 요청으로 내부를 처음 공개.

책상.

사진.

컵.

그날 멈춘 일정표.

모든 게 그대로.

리에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저희가 볼 곳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는 그 판단을 존중했다.

한 방에는 아이 그림이 있었다.

카엘 외교관 자녀가 그린 아틀라스 수도.

그 아이도 사라졌다.

당시 나이 43세.

카엘 종족 기준으로 어린이.

지금 살아 있다면 성인.

나는 그림을 오래 봤다.

황제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대단절은 내 권력이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그게 가장 싫었다.

추모기간 중 새로운 유전정보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옛 보호국 생체샘플과 현재 새 외계종족 비교.

직접 동일종 없음.

즉 로하르나 세르마크가 옛 보호국 후손일 가능성은 낮다.

새로운 우주.

새로운 종족.

옛 사람들은 여전히 따로 어딘가에 있다.

혹은.

없다.

대단절 연구원은 30주기에 외부증거 총목록을 공개했다.

아르카디아 대항로 떨림.

별빛 휨 영상.

공명표식기 장애.

X-41 생물군 활동증가.

완전히 연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사건이 본토 내부만의 현상이 아니었다는 증거는 강해졌다.

“본토가 이곳에 나타난 것일 수 있다.”

가설 지지율이 학계에서 처음 50퍼센트를 넘었다.

그러면 질문이 생긴다.

어디서 왔는가.

옛 보호국은 원래 위치에 남았는가.

본토만 떨어져 나온 것인가.

그렇다면 왜 본토 안 외계인은 사라졌는가.

왜 본토 밖 아틀라스인도 사라졌는가.

공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종족만으로도.

대단절은 여전히 모순이었다.

추모식 저녁.

오르 벤카가 대단절 실종자 명부 앞에 꽃을 놓았다.

그는 30년 전 제국인이 아니었다.

세르마크 군인이었다.

이제 시민.

기자가 물었다.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제 나라가 됐으니까.”

짧은 답.

본토에서 크게 퍼졌다.

제국 시민권이란.

과거까지 같이 짊어지는 것일 수도 있었다.

같은 날.

리아 카르멘도 광장에 왔다.

아직 시민이 아니었다.

오르가 물었다.

“또 신청할 거야?”

“언젠가.”

“왜 그렇게 되고 싶어?”

리아는 잠시 생각했다.

“로하르를 버리려고가 아닙니다.”

“그럼?”

“둘 다 갖고 싶어서.”

로하르인.

제국 시민.

둘 다.

새 시대 사람들의 욕심이었다.

47초의 침묵이 끝났을 때.

옛 외교지구 새 공관들의 불이 다시 켜졌다.

아르카디아.

로하르 문화원.

벨로아 상무관.

라사드 연락관.

30년 전보다 적었다.

하지만 5년 전보다는 많았다.

나는 그걸 보고 생각했다.

우리는 사라진 우주를 복원하는 게 아니다.

다른 우주에서.

다시 제국을 만들고 있다.

대단절 30주기에는 옛 실종자 명부도 처음 전면 디지털 공개됐다.

이름.

종족.

직업.

마지막 위치.

가족동의가 있는 경우 사진과 음성.

수십억 건의 기록.

본토 시민들은 자기 옛 이웃을 검색했다.

보호국 주민들도 봤다.

“제국에는 우리 이전에도 이렇게 많은 외계인이 있었나.”

놀라는 사람이 많았다.

새 보호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최초가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다.

명단을 보면 체감이 달랐다.

로하르 한 대학에서는 옛 보호국 언어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남아 있는 음성자료.

문학.

노래.

대사관 기록.

언어학자와 AI가 공동작업.

왜?

돌아오면 말할 수 있게.

실용 가능성은 낮았다.

그래도 했다.

장수명 사회에서는 30년 기다림이 너무 길지 않았다.

아르카디아 학자들도 대단절 연구에 합류했다.

그들의 대항로 떨림 기록.

제국의 침묵 47초.

두 시간축을 정밀비교.

오차 0.3초 이하.

우연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오르테가는 말했다.

“같은 사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인은?”

“아직.”

또 그 말.

하지만 ‘아직’의 무게는 30년 전과 달랐다.

이제 질문의 방향은 보이기 시작했다.

카론 연방과 접촉하기 전 확보한 일부 상업기록에서도 30년 전 공간교란 흔적이 있었다.

아르카디아만의 현상이 아니었다.

범위가 훨씬 넓었을 가능성.

만약 그렇다면.

대단절은 본토 하나를 이동시킨 사건이 아니라.

수천 광년에 영향을 준 거대한 시공간현상일 수 있다.

대단절 조사원 내부에서는 새 가설이 힘을 얻었다.

[본토 보존권역 가설.]

어떤 존재나 장치가.

특정 공간.

특정 인구.

특정 인과관계를 기준으로.

본토를 ‘선택’해 남겼다.

문제는 본토 안 비아틀라스인이 사라지고.

본토 밖 아틀라스인도 사라졌다는 점.

단순 위치도.

단순 종족도 아니다.

“제국 행정권역?”

한 연구자가 제안했다.

본토에 공식등록된 아틀라스 시민.

그러나 본토에 있던 비아틀라스 시민도 사라졌다.

다시 모순.

나는 비공개로 시스템 기억을 떠올렸다.

예전 화면에서 ‘본토’는 명확한 구역이었다.

외곽령.

보호국.

본토.

행정상 분리.

혹시.

그 분류가 현실에 영향을 준 건가.

생각만 했다.

증거는 없다.

공식회의에서는 말하지 않았다.

“게임”이라는 단어를 꺼내는 순간 설명해야 할 게 너무 많아진다.

아직은 내 개인가설.

추모식 뒤 리에나가 물었다.

“황제께서는 옛 보호국이 살아 있다고 믿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했다.

“믿는 건 아니야.”

“그럼?”

“가능성을 닫지 않는 거지.”

“30년인데.”

“우리한텐 길지 않아.”

그녀는 자기 수명 210년을 떠올린 듯했다.

“저희라면 30년은 깁니다.”

“알아.”

시간이 다른 종족끼리는 희망의 유효기간도 달랐다.

실종자 가족협회 일부는 새 보호국 확대를 반대하기 시작했다.

“옛 사람도 못 찾으면서 새 나라만 늘린다.”

그 감정도 이해됐다.

황실은 옛 보호국 탐사예산을 별도회계로 분리했다.

팽창예산과 경쟁하지 않게.

새로운 우주를 얻는 것과.

잃어버린 우주를 찾는 것.

둘 다 한다.

30주기 마지막 행사.

47초 침묵 뒤.

새 보호국 아이들이 옛 외계언어로 짧은 인사를 읽었다.

발음은 서툴렀다.

의미.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

광장에 있던 실종자 가족들이 울었다.

나는 연설하지 않았다.

이번엔 정말 필요 없었다.

밤이 되자.

외교지구에는 새 공관 불빛과 빈 공관의 어둠이 같이 있었다.

둘 다 제국의 일부였다.

현재와 과거.

확장과 상실.

나는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제국은 앞으로 가면서.

뒤도 계속 볼 것이다.

30주기 이후 실종자 가족협회는 두 파로 갈렸다.

하나는 ‘계속 찾자.’

다른 하나는 ‘이제 사망을 인정할 선택권도 달라.’

30년.

아틀라스에게 짧지만.

모든 사람이 기다리고 싶은 건 아니다.

배우자.

상속.

새 가족.

법적 지위.

특별법은 사망추정을 지나치게 오래 막고 있었다.

하원에서 개정논의가 시작됐다.

가족이 원하면 개인별 ‘추정사망’ 신청을 허용할 것.

국가는 전체 실종자 지위를 유지.

개인 가족관계만 정리 가능.

실종자가 돌아오면 권리복구절차.

어려운 법이었다.

누군가는 말했다.

“포기하는 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은 말했다.

“기다리라고 강요하는 것도 폭력입니다.”

나는 두 번째 말에 동의했다.

국가가 기억을 유지할 수는 있다.

개인에게 영원한 기다림을 명령할 수는 없다.

법은 통과됐다.

첫 신청자는 대단절 당시 배우자를 잃은 602세 시민.

그는 30년 동안 기다렸다.

이제 새로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울었다.

“잊는 게 아닙니다.”

아무도 잊으라고 하지 않았다.

제국법이 처음으로 기다림에도 출구를 만들었다.

옛 외교지구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추정사망이 확정된 개인소유 상점 일부는 상속인에게 넘어갔다.

대사관은 여전히 휴면외교재산.

국가와 개인을 구분했다.

거리는 조금씩 현재로 돌아왔다.

모든 문을 영원히 잠가둘 수는 없었다.

나는 개정법 재가 뒤 대단절 기념관을 찾았다.

어떤 이름은 ‘실종.’

어떤 이름은 ‘가족신청 추정사망.’

표시가 달라졌다.

둘 다 기억된다.

기다리는 방식이 다를 뿐.

제국은 이제 상실을 보존하는 것뿐 아니라.

상실과 함께 살아가는 법도 배우고 있었다.

추정사망법 통과 뒤 실종자 가족협회는 분열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다른 선택을 인정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기다리는 사람과 놓아주는 사람 모두 가족이다.]

그 한 문장이 30년의 시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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