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7화 — 이름을 얻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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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 ‘공인가문명’을 얻는다는 건 성 하나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법적 공훈.
공공책임.
정치적 기록.
그리고 후손에게 일정기간 사용할 수 있는 명예.
오르텐 개척협동조합 대표 세 명은 공식 가문명 심사장에 섰다.
귀족심사원이 물었다.
“왜 가문명이 필요합니까?”
대표가 답했다.
“우리가 만든 개척공동체를 한 세대의 회사명으로 끝내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답이었다.
◆공식 공인가문은 귀족작위와 달랐다.
가문명을 받아도 공작이나 백작이 되는 건 아니다.
상원석도 자동으로 없다.
세금특혜도 거의 없다.
대신 공훈가문으로 국가기록에 들어간다.
일부 공직·개척심사에서 신뢰가산.
그리고 이름 자체가 명예.
장수명 사회에서 그 명예는 수백 년 간다.
◆심사는 까다로웠다.
노바오르텐 환경사고.
노동분쟁.
보호국민 임금차별.
세금납부.
공공기부.
전부 조사.
좋은 일만 기록하는 제도가 아니었다.
초기 건설현장에서 로하르 노동자 급여가 아틀라스인보다 18퍼센트 낮았던 사건이 나왔다.
대표가 말했다.
“당시 숙련도 차이였습니다.”
심사원은 자료를 봤다.
일부는 맞았다.
일부는 아니었다.
조합은 미지급차액을 소급지급했다.
가문명 심사는 2년 연기됐다.
◆대표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도를 이용해 내부규정을 고쳤다.
2년 뒤 재심사.
통과.
황실인가.
[오르텐 공인가문.]
귀족작위 없음.
공식 공훈가문.
개척협동조합에서 시작한 새 공인가문이 태어났다.
◆인가식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표가 황실문서를 받고 끝.
그런데 노바오르텐 주민들은 축제를 열었다.
평민도 가문을 만들 수 있다는 상징.
본토 오래된 귀족들은 미묘한 반응.
일부는 축하.
일부는 ‘가문명 남발’이라고 비판.
나는 기준만 지키면 상관없다고 봤다.
명예를 오래된 사람만 독점하면 새 사람이 왜 공훈을 쌓겠는가.
◆오르텐 공인가문의 사용권도 무제한이 아니었다.
현 가주와 일정 친족범위.
공훈·재정·공공책임 정기심사.
몇 세기 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후손은 이름 사용권을 잃을 수 있다.
대표가 물었다.
“후손이 못나면 우리 이름도 사라집니까?”
“응.”
“가혹하군요.”
“그래서 열심히 키워.”
가문명은 영구재산이 아니었다.
조건부 명예.
제국 귀족제가 완전히 굳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노바오르텐에서는 그 뒤 ‘가문 만들기’가 유행했다.
기업가.
과학자.
군인.
개척자.
사람들이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려 했다.
개척원 지원자가 늘었다.
위험한 변경으로 나가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부.
의석.
특허.
그리고 공인가문.
제국은 명예욕까지 팽창동력으로 사용했다.
◆보호국민도 공식 공인가문을 얻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법적으로.
정식 제국 시민만 가능.
마엘 코르가 하원에서 비판했다.
“보호국에서 공훈을 세운 현지인은 왜 안 됩니까?”
귀족원은 답했다.
“제국 공인가문은 시민공동체의 명예체계입니다.”
“그럼 보호국 왕실은?”
“자기 왕가명을 유지합니다.”
둘은 다른 체계였다.
◆카르디아 제후들은 오히려 제국 공인가문을 원하지 않았다.
자기 작위가 더 오래되고 지역에서 더 높았다.
벨로아 상인은 관심이 많았다.
로하르 귀족은 갈렸다.
현지귀족이 제국 시민권과 공인가문을 얻으면.
왕국귀족이면서 제국가문.
복잡한 이중지위가 생긴다.
법무원은 벌써 머리를 싸맸다.
제국이 커질수록 신분제도도 단순해지지 않았다.
◆첫 보호국 출신 공인가문 후보는 뜻밖에 오르 벤카였다.
세르마크인.
정식 제국 시민.
구조공훈.
본인은 거절했다.
“제가 뭘 세웠다고 가문입니까.”
귀족원이 말했다.
“받을 의무는 없습니다.”
그는 구조대원으로 남았다.
명예도 선택이었다.
◆리아 카르멘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말했다.
“시민권도 어렵고 가문은 더 어렵군요.”
오르가 답했다.
“왜 가문까지 원해?”
“안 원합니다.”
“그럼 됐네.”
둘은 웃었다.
◆나는 오르텐 공인가문 인가문서를 보며 과거를 생각했다.
왕족.
오래된 귀족.
상원의원 가문.
그들만 제국을 만드는 게 아니다.
별 하나에 먼저 내려.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세우고.
아이를 키운 사람.
그런 사람이 몇백 년 뒤 귀족이 될 수 있다.
그래야 팽창이 중앙정부 명령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제국은 야망 있는 사람에게.
갈 곳을 계속 만들어줘야 했다.
◆오르텐 공인가문 인가 뒤 첫 가주는 조합대표 중 한 명인 마르쿠스 오르텐이 맡았다.
문제는.
조합은 세 사람이 공동창립.
가문은 한 명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
다른 두 사람도 같은 공훈을 가졌다.
귀족원은 해결책을 제안했다.
공동기원 공인가문.
가주는 순환이 아니라 한 명.
나머지 두 창립자는 직계분가권.
100년 내 독자공훈을 쌓으면 별도 공인가문으로 분리 가능.
복잡했다.
마르쿠스가 말했다.
“회사를 차리는 게 더 쉽군요.”
심사원이 답했다.
“회사는 파산하면 끝나지만 가문은 몇백 년 갑니다.”
그게 차이였다.
◆새 공인가문에는 문장도 필요했다.
오르텐 조합원들은 별, 농기계, 기어, 항로선을 넣으려 했다.
결과가 너무 복잡했다.
황실문장원이 전부 지웠다.
최종안.
검은 바탕.
은색 별 하나.
그 아래 세 개의 짧은 선.
세 창립자를 의미.
마르쿠스가 말했다.
“너무 단순하지 않습니까?”
“천 년 뒤에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오래가는 상징은 단순한 편이 좋았다.
◆공인가문 인가가 알려지자 보호국민들이 다시 질문했다.
“왜 시민만 공인가문을 가질 수 있습니까?”
귀족원은 기존 답을 반복했다.
제국명예체계이기 때문.
마엘은 새 법안을 냈다.
[보호가문 인정제.]
제국 공인가문과는 다름.
보호국민 중 제국 전체에 큰 공훈을 세운 가문을 별도 ‘제국공훈가계’으로 등록.
시민권 없이도 공훈은 국가기록에 남긴다.
귀족원은 처음엔 반대했다.
“명예체계가 이중화됩니다.”
마엘이 답했다.
“이미 보호국 왕실도 따로 있잖습니까.”
맞는 말이었다.
◆나는 법안을 일부 수정해 승인했다.
명칭은 ‘제국공훈가계’.
공인가문보다 권한이 적음.
공식성은 있음.
후손 사용 가능.
정기심사.
시민권을 취득하면 공인가문 심사 가산.
새 계단 하나.
제국은 자꾸 계단이 늘었다.
다종족 사회는 신분도 한 칸짜리로 만들기 어려웠다.
◆첫 제국공훈가계는 라사드 의료가문이었다.
3대째 지역병원을 운영.
성전단 테러 때 수천 명 구조.
개도사업 협력.
현지에서는 이미 유명했다.
황실문서를 받자 가주가 말했다.
[우리는 귀족이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그럼 무엇입니까?]
“공훈을 국가가 공식기억하는 겁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웃었다.
[그걸로 충분합니다.]
명예는 꼭 권력이 없어도 가치가 있었다.
◆오르텐 가문은 인가 뒤 예상 못 한 책임도 받았다.
노바오르텐 공공기금 출연.
개척기념관 관리.
재난추모일 주최.
가문명은 편의가 아니라 의무였다.
마르쿠스가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신청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세라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그러면 제도가 잘 설계된 겁니다.”
명예만 있고 책임 없으면 사람들이 몰린다.
책임까지 있어야 정말 원하는 사람만 남는다.
◆오르텐 공인가문 후손교육도 논쟁이었다.
가문재단이 자녀에게 특수교육.
장학.
인맥.
능력주의를 해친다는 비판.
그러나 사교육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다.
제국은 대신 공직선발과 귀족권한 심사를 더 엄격하게 유지했다.
출발선은 완전히 같지 않다.
그걸 거짓말로 숨기기보다.
결과를 공개하고 경쟁의 길을 넓힌다.
아틀라스 능력주의는 이상적인 평등이 아니라.
세습우위를 통제하려는 체계에 가까웠다.
◆몇몇 오래된 귀족가문은 오르텐을 무시했다.
“가문이라 부르기엔 너무 새롭다.”
마르쿠스가 공개석상에서 답했다.
“귀 가문도 처음 생긴 날이 있었을 겁니다.”
그 말이 유명해졌다.
본토 젊은층이 좋아했다.
오래된 가문들도 더 이상 대놓고 비웃지 않았다.
◆개척사회에는 신흥가문 경쟁이 시작됐다.
누가 더 큰 성계를 개척하나.
누가 더 많은 주민을 정착시키나.
누가 더 좋은 학교와 병원을 만드나.
명예욕이 공공인프라 경쟁으로 바뀌었다.
황실은 그 구조를 의도적으로 강화했다.
가문평가 항목에.
세수보다 주민만족.
환경.
교육.
재난대응.
공공서비스.
돈만 벌어선 높은 평가를 못 받게 했다.
귀족적 허영을 사회에 유용하게 쓰는 방법이었다.
◆나는 새 공인가문 목록이 늘어나는 걸 봤다.
한 해 7개.
다음 해 11개.
아직 적다.
하지만 외부우주가 열리기 전에는 신규가문 탄생 자체가 드물었다.
이제 변경이 다시 사회상승의 길이 됐다.
부자가 될 수 있다.
의원이 될 수 있다.
가문을 만들 수 있다.
언젠가 작위를 받을 수도 있다.
제국의 팽창은 야망의 배출구였다.
내부에서 권력을 두고 싸울 사람이.
밖에 나가 자기 별을 만들 수 있다.
그게 정치안정에도 도움이 됐다.
◆나는 도리안에게 말했다.
“개척귀족 너무 많이 만들진 마.”
“기준은 유지합니다.”
“기준 낮추면.”
“가문 가치가 떨어집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명예는 희소해야 한다.
그러나 닫혀 있으면 안 된다.
그 두 조건 사이.
제국귀족제도도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오르텐 공인가문 인가 뒤 20년이 지나자 첫 분가논의가 나왔다.
창립자 셋 중 한 사람의 후손이 다른 성계를 개척해 별도 공훈을 쌓았다.
기존 공인가문 안에 남을지.
새 공인가문을 만들지.
귀족원은 선택권을 줬다.
새 가문명은 자동이 아니었다.
독자공훈 검증.
재정독립.
공공책임.
승인.
분가는 가족싸움이 아니라 국가심사였다.
가문이 끝없이 가지를 늘려 귀족 숫자가 폭발하지 않게 하는 장치였다.
◆오래된 귀족가문 일부는 신흥 공인가문과 혼인을 시작했다.
돈과 개척지.
새 인맥.
처음에는 ‘평민가문’이라 비웃던 사람들이.
몇십 년 뒤 사돈이 됐다.
세라는 그 소식을 보고 말했다.
“귀족도 시장논리를 따르는군요.”
“혼인이 제일 오래된 시장일 수도 있지.”
그녀가 나를 노려봤다.
“그 표현은 기록하지 마십시오.”
이미 기록되고 있었다.
◆오르텐 공인가문은 첫 상속 때 큰 시험을 받았다.
가주 후보 둘.
한 명은 혈통상 장남.
한 명은 행정능력이 더 높은 둘째.
가문규약은 장자우선.
제국 공인가문 규정은 능력검증.
결국 장남이 자진사퇴.
둘째가 가주.
가문 내부에서는 갈등이 컸다.
하지만 공훈가문이 혈통만으로 굳는 걸 막는 제도는 이렇게 작동했다.
귀족제와 능력주의는 항상 긴장관계였다.
제국은 그 긴장을 없애지 않고 관리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