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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6화 — 개척민

별의 제국 · 56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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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우주 재개방 6년차.

엘리시온 보호권역 바깥에 첫 본격 민간개척단이 출발했다.

제국정부가 보낸 식민선이 아니었다.

개척협동조합 11개.

귀족가문 3개.

기업 8곳.

퇴역군인조합 2개.

과학자 공동체 1개.

목적지는 무주성계 E-392.

테라포밍 가능한 행성 둘.

희귀자원은 평범.

전략관문도 아니다.

그래서 오히려 민간개척에 적합했다.

도리안 벨은 개척권 경매를 열었다.

돈만 많이 내면 이기는 방식은 아니었다.

자본.

정착인구.

환경계획.

자급계획.

장기행정안.

현지생태 보호.

전부 평가.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기업은 탈락했다.

대표가 항의했다.

“저희가 제일 많이 냈습니다.”

도리안이 말했다.

“부동산 경매가 아닙니다.”

별을 개발할 권리.

제국에게는 돈보다 실패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최종권은 ‘오르텐 개척협동조합’이 얻었다.

회원 대부분 평민.

기술자.

농업전문가.

퇴역군인.

중소기업.

유명한 귀족도 없었다.

본토 언론은 흥미로워했다.

“귀족가문을 이겼다.”

도리안은 정정했다.

“점수가 높았습니다.”

제국에서 능력주의는 완벽하지 않았다.

귀족은 돈과 인맥이 많았다.

그래도 제도가 평민이 이길 길을 열어두는 건 중요했다.

개척특허는 120년.

첫 40년 기반시설 우선권.

광업권 일부.

항만운영권.

도시개발권.

대신 주권은 없음.

군사권도 없음.

사법권은 제한적 지방행정만.

특허 마지막 줄.

[본 허가는 영토소유권 또는 세습주권을 구성하지 않는다.]

개척단장은 말했다.

“120년 뒤엔요?”

“재심사.”

“우리가 만든 도시인데?”

“그때 주민들도 있잖아.”

개척자가 도시를 만든다.

그렇다고 미래 주민의 정치권까지 소유하진 않는다.

첫 정착민 380만.

아틀라스인 62퍼센트.

로하르인 14.

세르마크인 8.

벨로아인 7.

기타.

보호국민도 개척에 참여했다.

다만 토지권과 정치권이 달랐다.

아틀라스 시민은 본토와 같은 이동권.

보호국민은 개척거주허가.

마엘 코르는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개척원은 안보와 시민권 차이라고 반박.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나는 절충안을 승인했다.

개척특허 참여 보호국민은 장기거주허가 자동.

20년 이상 거주 시 준시민 심사 가산.

그러나 정식 시민권 자동부여는 없음.

문턱 앞 계단 하나 더.

제국은 팽창할수록 시민권제도를 계속 손봐야 했다.

E-392 첫 도시는 ‘노바오르텐’.

이름은 평범했다.

도시계획은 특이했다.

종족별 중력적응구역.

로하르 표준중력.

세르마크 고중력구역.

아틀라스 혼합구역.

처음부터 다종족을 전제로 만든 제국도시.

대단절 이후 최초였다.

정착 2년 뒤.

세르마크 구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고중력 스포츠시설의 안전기준.

아틀라스 기준으로는 위험.

세르마크 기준으로는 정상.

중앙 안전청이 폐쇄명령.

현지 주민 반발.

결국 종족별 안전표준이 따로 만들어졌다.

같은 제국법 아래.

같은 몸을 전제로 할 수 없었다.

다종족 제국은 법률도 생물학을 배워야 했다.

노바오르텐의 첫 시장선거에서는 아틀라스인이 떨어졌다.

당선자는 벨로아 출신 준시민 후보.

상업행정 경험이 좋았다.

본토 일부가 놀랐다.

“아틀라스 개척도시인데 외계인이 시장?”

법무원은 답했다.

“지방선거 피선거권이 있습니다.”

제국이 만든 규칙이었다.

나는 결과를 그대로 뒀다.

능력주의를 말했으면 결과가 마음에 안 들어도 받아들여야 한다.

오르텐 협동조합은 10년 안에 예상정착목표를 두 배 넘겼다.

항만.

조선소.

농업돔.

대학.

도시는 컸다.

개척단장은 황궁에 작위승급을 청원하지 않았다.

대신 공식 가문명 심사를 신청했다.

[오르텐 공인가문.]

평민조합이.

가문을 만들겠다고.

제국의 오래된 상승경로가 다시 외부우주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바오르텐 첫 겨울은 예상보다 혹독했다.

행성 자전축 계산이 틀린 건 아니었다.

문제는 대기 순환.

테라포밍 모델보다 폭풍이 강했다.

농업돔 17곳 파손.

주거모듈 3천 채 손상.

사망자 18명.

개척단은 본토 지원을 요청했다.

황실은 즉시 구조함을 보냈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중앙이 대신 내진 않았다.

개척특허에는 재난준비 의무가 있었다.

보험.

비축.

대피시설.

그걸 제대로 안 갖춘 사업자는 패널티.

개척은 모험이었고.

모험에는 책임이 따랐다.

오르텐 협동조합은 실수를 공개했다.

대기모델 비용을 아끼려고 검증단계를 하나 줄였던 것.

조합원 총회는 경영진을 교체했다.

본토 언론은 놀랐다.

“황실이 처벌하지 않습니까?”

도리안은 답했다.

“민간조합입니다. 불법이 아니면 내부에서 책임집니다.”

제국은 개척을 장려했지만.

모든 실패를 중앙정치로 만들지 않았다.

시장과 조합, 보험, 법원이 먼저 처리한다.

중앙은 마지막에 들어온다.

폭풍 뒤 세르마크 출신 공병들이 큰 역할을 했다.

고중력 환경에서 구조훈련이 잘 돼 있었다.

그들은 무너진 돔 내부에서 3만 명을 빼냈다.

로하르 의료진이 응급치료.

벨로아 물류회사가 식량재배치.

아틀라스 구조함이 궤도지원.

개척도시는 처음부터 다종족이었다.

재난도 다종족으로 해결했다.

노바오르텐 시의회는 첫 추모비를 세웠다.

18명의 이름.

종족표시는 없었다.

시민들이 원했다.

“여기서는 다 같은 개척민이었습니다.”

나는 그 결정을 승인할 필요가 없었다.

지방의회가 했다.

그런 순간이 좋았다.

제국이 직접 결정하지 않아도 제국다운 결과가 나오는 것.

제도가 문화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개척특허를 둘러싼 정치도 커졌다.

귀족가문 셋은 오르텐 조합의 성공 뒤 더 큰 성계를 요구했다.

“평민조합도 하는데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도리안은 맞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기준.

환경계획.

정착계획.

재정.

공공서비스.

한 귀족가문은 탈락했다.

이유.

주민대표 계획 부족.

그들은 황실에 항의했다.

나는 기각했다.

귀족은 특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새 별의 주민까지 소유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개척민 중 보호국 출신 비율이 늘자 새로운 요구도 생겼다.

“우리가 여기서 30년 살면 왜 여전히 로하르 보호민입니까?”

법적으로 출신 보호국 신분이 유지됐다.

그런데 아이는 노바오르텐에서 태어났다.

로하르를 한 번도 본 적 없다.

정체성이 꼬이기 시작했다.

법무원은 ‘개척권역 거주신분’을 만들었다.

출신 보호국 신분을 유지하되.

일정기간 거주 시 해당 개척권역 지방정치 참여권 확대.

준시민 심사 가산.

정식 시민권은 여전히 별도.

첫 세대 아이들은 자기소개를 다르게 했다.

“로하르계 노바오르텐인.”

“세르마크계.”

“아틀라스계.”

지역정체성이 생겼다.

제국은 그걸 막지 않았다.

새 영토는 새 문화를 만든다.

13,000년 전 아틀라스인도 어쩌면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어떤 별에 정착하고.

거기서 자기 이름을 만들었을 것이다.

노바오르텐 인구가 5천만을 넘자 하원의석이 생겼다.

초기 개척단 우선의석 2석.

일반선거 3석.

개척특허대로.

첫 40년은 개척자에게 정치적 보상을 준다.

그러나 영구적이지 않다.

오르텐 조합 대표는 물었다.

“40년 뒤엔 전부 일반선거입니까?”

“응.”

“우리가 만든 도시인데.”

“그러니까 40년이나 주는 거야.”

장수명 사회에서 40년은 짧지 않았다.

그러나 영원도 아니었다.

첫 의원선거에서 아틀라스 귀족후보가 떨어졌다.

당선자는 세르마크 출신 준시민.

퇴역공병.

폭풍구조 영웅.

본토 언론은 다시 놀랐다.

그는 말했다.

“여기서 사람을 살렸고 여기서 세금을 냈습니다. 출신이 왜 문제입니까?”

좋은 질문이었다.

제국은 답을 제도로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었다.

노바오르텐 성공 뒤 개척신청이 폭증했다.

1년 3만 건.

그중 실제 허가 812건.

대부분 소규모.

광산.

연구기지.

농업돔.

대형 식민권은 17건.

도리안은 말했다.

“이제 중앙정부가 앞에서 끌 필요 없습니다.”

맞았다.

사람이 돈과 명예를 보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팽창이 국가사업에서 사회운동으로 바뀌는 순간.

제국은 그때부터 더 빨라진다.

나는 개척지도에서 새 점들이 늘어나는 걸 봤다.

아직 작다.

아직 본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몇백 년 뒤.

어떤 점은 도시가 되고.

어떤 도시는 대권역이 되고.

어떤 개척자는 공인가문이 되고.

어떤 보호국민은 시민이 될 것이다.

제국은 함대로만 커지지 않았다.

삶이 먼저 가서 국경을 만들기도 했다.

노바오르텐에는 처음으로 ‘개척민 세대’라는 말도 생겼다.

본토에서 태어나 이주한 사람과.

개척지에서 태어난 사람.

둘의 감각은 달랐다.

본토 출신은 언젠가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척지 출생자는 여기가 고향이었다.

도시의 첫 역사교과서도 그 차이를 반영했다.

[우리는 제국의 변방이 아니라 제국의 새로운 중심이 될 수 있다.]

조금 과장됐지만.

개척민에게 필요한 자부심이었다.

황실은 그 문구를 수정하지 않았다.

“중심이 하나여야 하지 않습니까?”

한 관료가 물었다.

“왜?”

“수도는 아우렐리움입니다.”

“수도랑 중심이 같은 말은 아니잖아.”

거대한 제국에서는 여러 중심이 생길 수 있다.

산업중심.

군사중심.

학술중심.

개척중심.

노바오르텐이 언젠가 그중 하나가 된다면.

제국이 실패한 게 아니라 성공한 것이다.

개척특허를 받은 귀족가문 중 하나는 정착민을 너무 적게 모집했다.

자동화로 충분하다고 판단.

광산은 돌아갔다.

도시는 자라지 않았다.

특허평가에서 감점.

가문은 항의했다.

“수익은 최고입니다.”

도리안이 말했다.

“개척특허는 광산특허가 아닙니다.”

사람을 정착시키고 사회를 만드는 게 목적.

돈만 캐고 떠나는 사업이면 다른 허가를 받으면 된다.

제국은 팽창을 인구와 행정의 확장으로 봤다.

빈 별에 회사 깃발만 꽂는 건 영토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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