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5화 — 제국군이 아닌 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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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 보호권역에는 이제 군대가 여럿이었다.
제국군.
로하르 지역군.
세르마크 방위군.
카르디아 공동치안함대.
벨로아 항로경비대.
라사드 왕실군.
전시에 이걸 하나로 움직여야 했다.
라울은 말했다.
“언젠가 사고 납니다.”
“그래서?”
“통합지휘체계를 만들죠.”
◆이름은 엘리시온 권역방위사령부.
사령관은 제국군 대장.
부사령관 다섯 명 중 셋은 보호국 출신.
평시에는 각자 자기 정부 명령.
권역 비상사태에는 제국 통합지휘.
전면전이면 황제 총동원령.
현지에서는 우려했다.
“결국 우리 군대가 제국군 아닙니까?”
답은.
반쯤 맞았다.
◆로하르는 가장 적극적이었다.
리아 카르멘이 군사대학을 졸업하고 돌아왔다.
계급은 로하르 해군 소령.
제국군 계급으로 환산하면 더 낮았다.
그녀는 첫날 함대훈련을 뜯어고쳤다.
명령권 분산.
실시간정보 공유.
손실통제.
고참 장교들이 반발했다.
“제국 흉내다.”
리아가 답했다.
“좋으면 씁니다.”
그 태도는 제국과 닮아 있었다.
좋은 건 가져온다.
출처보다 결과.
◆합동훈련에서 리아 함대는 세르마크 방위군과 맞붙었다.
5년 전 적.
이번에는 가상전.
로하르 승.
세르마크 지휘관이 항의했다.
“제국 센서망을 더 많이 썼다.”
리아가 답했다.
“전쟁 나면 쓸 텐데 왜 훈련에서 안 씁니까?”
라울이 평가서에 적었다.
[정답.]
◆그러나 다음 훈련에서는 리아가 졌다.
세르마크 장교들이 고중력전투에서 더 강했다.
세르마크 종족의 신체특성과 전통교리.
제국군도 일부 배웠다.
라울은 말했다.
“이게 통합군의 가치입니다.”
아틀라스인이 평균적으로 강하다.
그렇다고 모든 환경에서 최고는 아니다.
다른 종족의 강점을 쓰는 편이 합리적이다.
◆라사드군은 아직 전투력이 낮았다.
대신 의료·구조부대가 빠르게 성장했다.
종교적 구호전통.
지역공동체 조직능력.
재난현장에서 뛰어났다.
권역방위사령부는 라사드 구조여단을 별도 편성했다.
라사드 왕은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도 제국을 지킬 수 있는가.]
“사람 살리는 것도 방위입니다.”
그 답이 마음에 들었다.
◆벨로아는 군인이 적었다.
대신 물류.
보험.
화물추적.
전쟁물자 배분.
합동훈련에서 벨로아 민간물류망을 붙이자 보급효율이 23퍼센트 올랐다.
군부 일부가 민간기업 의존을 걱정했다.
라울은 계약을 군사비상법 아래 묶었다.
전시에 동원.
평시에는 돈 받고 영업.
상업국가의 장점을 군대에 넣었다.
◆카르디아 옛 용병은 정찰과 위험지역 작전에 능했다.
제국군 기준으로 장비는 낡았지만 현장판단이 빨랐다.
일부는 제국 외부개척 경비계약을 따냈다.
군사력도 시장이 됐다.
단.
제국 보호권역 내부 전쟁에는 사용금지.
밖에서 해적과 괴수를 잡는다.
전쟁으로 먹고살던 사람이 평화를 깨지 않고도 전문성을 팔 수 있게 됐다.
◆권역군 공용어는 제국어.
그런데 전술손신호와 구조표식 일부는 세르마크식.
물류코드는 벨로아식.
재난등급은 라사드 구조대 방식을 일부 반영.
제국군 규정이 보호국 방식으로 수정됐다.
“우리가 왜 하위문명 표준을 씁니까?”
한 장교가 물었다.
라울이 답했다.
“더 좋아서.”
논쟁 끝.
◆첫 대규모 합동재난은 실제로 찾아왔다.
로하르 외곽 거주환 화재.
인구 1,800만.
동력망 붕괴.
권역사령부가 처음 실전가동됐다.
제국 구조함.
로하르 경찰.
세르마크 공병.
벨로아 물류AI.
라사드 의료여단.
카르디아 구조용병.
전부 한 지휘망.
72시간.
사망 1,912명.
끔찍한 숫자.
그러나 기존체계였으면 수십만 명이 죽었을 사고.
◆추모식에서 로하르 유가족은 제국군만 감사하지 않았다.
세르마크 공병에게도.
라사드 의료진에게도.
5년 전 서로 이름도 몰랐던 종족들이 같은 화재에서 사람을 살렸다.
제국질서는 전쟁을 막는 것보다 더 깊어지고 있었다.
함께 문제를 해결한 경험.
그게 공동체를 만든다.
◆리아 카르멘은 사고현장에서 19시간 연속 지휘했다.
민간인 40만 명을 대피.
제국 구조사령부가 공훈기록을 올렸다.
시민권위원회에도 자동통보.
리아는 소식을 듣고 말했다.
“이걸 위해 한 게 아닙니다.”
오르 벤카가 웃었다.
“나도 그 말 했어.”
둘은 처음 만났다.
세르마크 출신 첫 시민.
로하르 출신 시민권 후보.
제국의 미래가 같은 구조기지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직 아무도 그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권역방위사령부 창설식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는 지휘봉이었다.
제국 사령관이 각 지역군 부대를 직접 지휘할 수 있는가.
평시에는 아니다.
비상등급이 올라가면 단계적으로.
보호국 정부 승인 없이 가능한 최고단계는 ‘즉시재난대응’.
전쟁은 황제 총동원령.
권한표가 복잡했다.
하지만 복잡해야 했다.
군대는 잘못된 명령 하나로 자치권이 사라질 수 있는 기관이었다.
◆첫 합동훈련에서는 문화차이도 터졌다.
라사드 의료여단은 전투 전 기도시간을 요구했다.
제국군은 일정지연을 걱정.
타협.
개인기도는 자유.
부대의식은 출동시간 전.
긴급출동이면 생략.
라사드 병사들은 받아들였다.
종교를 없앨 필요도.
작전시간을 희생할 필요도 없었다.
◆세르마크 장교는 상관에게 공개반론하는 제국군 문화를 어려워했다.
명령 전 토론.
명령 후 복종.
구군정에서는 토론 자체가 불충으로 보였다.
합동참모회의에서 젊은 세르마크 장교가 처음으로 제국 제독의 계획을 반박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제독이 물었다.
“근거?”
장교가 설명했다.
계획이 수정됐다.
그 뒤 세르마크군 내에서도 회의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반대로 로하르 장교는 제국군의 명령 후 규율에 놀랐다.
회의 전에는 격렬하게 싸운 장교들이.
황제가 결정하자 즉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리아가 말했다.
“우리 쪽은 결정 뒤에도 귀족들이 뒤에서 싸웁니다.”
라울이 답했다.
“그래서 인사평가에 넣습니다.”
제국 능력주의에는 ‘결정 후 실행능력’도 포함됐다.
◆합동재난 이후 권역사령부는 실제 전투상황도 대비했다.
가상적.
VII급 침공군.
처음으로 보호국군이 ‘우리가 제국을 방어한다’는 훈련을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제국함대 없이는 17시간 만에 붕괴.
보호국 장교들이 충격받았다.
라울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있습니다.”
다음 훈련.
제국 주력함대 포함.
침공군 격퇴.
보호국군은 측면.
구조.
보급.
지역정보.
각자 역할.
모든 군대가 같은 수준일 필요는 없었다.
한 체계 안에서 맞는 위치를 찾으면 됐다.
◆리아는 훈련 중 제국 제독의 판단오류를 찾아냈다.
공간왜곡지역에서 퇴로계산.
그녀의 대안이 4.2퍼센트 더 효율.
아델라인이 직접 불렀다.
“어떻게 봤지?”
“로하르식 항법교육에서는 저 구간을 그림으로 외웁니다.”
제국은 수치모델 중심.
로하르는 시각공간 패턴 중심.
낮은 문명의 교육법이 특정 문제에서는 더 좋았다.
아델라인은 그 방식을 군사대학에 시험도입했다.
◆리아의 공훈기록이 또 올라갔다.
시민권위원회는 자동알림을 보냈다.
[장기공훈심사 갱신.]
리아는 이번엔 별 반응이 없었다.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 심사날이 온다.
오히려 그 태도가 평가에 좋았다.
◆권역사령부 첫 정식부대에는 이름이 붙었다.
제1엘리시온 구조군.
지휘관은 제국 시민.
부지휘관은 세르마크인.
의무참모는 라사드인.
물류참모는 벨로아인.
항법참모는 로하르인.
몇 년 전이라면 서로 말도 안 섞었을 사람들.
이제 같은 군복은 아니지만.
같은 작전표를 봤다.
제국군이 아닌 군대들이.
제국의 군대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다.
◆권역방위사령부에는 공동전쟁기념실도 만들어졌다.
처음엔 반대가 심했다.
로하르와 세르마크 전몰자를 같은 방에 두는 것.
유가족 일부가 거부했다.
그래서 벽을 나눴다.
한쪽 로하르.
한쪽 세르마크.
가운데는 민간인.
그리고 가장 끝에 제국 시민 3명의 이름.
다니엘 오르.
이셀 바렌.
카일라 렌.
전쟁 전체에서 제국이 잃은 사람은 적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름 하나가 더 크게 보였다.
◆리아는 그 방에서 오래 서 있었다.
“제국은 세 명 때문에 전쟁방식을 바꿨습니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시민 한 명이 비싸니까.”
“로하르인은 덜 비쌉니까?”
아델라인이 그녀를 봤다.
“제국 정책상 시민이 먼저다.”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지휘관이 사람값을 숫자로만 보면 군대는 썩는다.”
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국은 시민을 더 우선한다.
그렇다고 보호국민 죽음을 무가치하게 보진 않는다.
그 미묘한 차이가 중요했다.
◆권역군 급여도 통일하지 않았다.
각 지역 생활비가 다르기 때문.
대신 동일직무 최저비율을 정했다.
벨로아 물류장교가 로하르 장교보다 세 배 받는 일은 막았다.
현지물가와 숙련도를 반영해 범위만.
군대는 사회보다 먼저 다종족 임금정책을 실험했다.
◆혼성부대 숙소에서는 종족별 환경문제가 계속 나왔다.
온도.
중력.
조명주기.
수면시간.
식사.
결국 모듈형 생활구역.
같은 함선 안에서도 방마다 환경이 다르다.
비용은 올랐다.
전투효율도 올랐다.
“다종족이 비싸군요.”
재무관이 말했다.
라울이 답했다.
“쓸 수 있는 능력도 늘어납니다.”
제국은 비용과 장점을 같이 계산했다.
◆첫 권역군 장교회의 마지막에 바렌이 말했다.
“우리가 73년 싸운 이유를 기억하는 사람?”
모두 손을 들었다.
“지금 다시 싸울 사람?”
아무도 들지 않았다.
그가 웃었다.
“그럼 제국이 뭘 했는지는 알겠군.”
제국이 평화를 만들었다는 말보다.
다시 싸울 이유가 줄었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
◆권역사령부 창설 뒤 첫해 복무지원자는 예상보다 많았다.
보호국 청년에게는 안정된 급여와 제국식 교육이 매력적이었다.
일부 본토 의원은 ‘외계인 군대’를 걱정했다.
라울은 숫자를 보여줬다.
권역군 전체를 합쳐도 제국 정규군 일부 대권역보다 작았다.
“걱정할 규모가 아닙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언젠가 걱정할 규모가 되면 그때 제도를 더 만들면 됩니다.”
제국은 미래의 문제를 상상하되.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문제 때문에 현재의 이익을 버리지는 않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