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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2화 — 언어는 누구의 것인가

별의 제국 · 52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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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르어 보호정책은 5년차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만들었다.

제국기업이 로하르어를 쓰기 시작했다.

광고.

계약서.

고객센터.

AI비서.

좋은 일이었다.

그런데 번역품질이 형편없는 회사가 많았다.

한 제국 은행이 ‘장기신탁’을 로하르어로 ‘영원히 돌려받지 못하는 돈’에 가깝게 번역했다.

고객이 놀랐다.

민원이 폭발했다.

로하르 언어원은 제국기업에 번역품질 인증을 요구했다.

기업들은 비용이라고 반발했다.

세리아가 하원에서 말했다.

“우리 시장에서 돈을 벌고 싶으면 우리 말을 제대로 쓰십시오.”

법안은 통과됐다.

본토 언론은 보호무역이라고 비판했다.

나는 법무원 검토 뒤 재가했다.

언어도 시장인프라였다.

계약을 이해할 수 없으면 자유거래도 없다.

제국어 역시 변했다.

보호권역 단어들이 들어왔다.

로하르 음식명.

세르마크 군사용어.

벨로아 금융속어.

카르디아 귀족호칭.

젊은 아틀라스인들이 썼다.

원로들은 불평했다.

“제국어가 흐려진다.”

언어학자는 답했다.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13,000년 된 언어도 고정돼 있지 않았다.

제국이 외부를 바꾸듯 외부도 제국을 바꿨다.

황실연설 번역도 문제였다.

내 말 한마디가 수십 언어로 나갔다.

“지배는 넓게, 직할은 선택적으로.”

로하르어에서는 자연스럽게 번역됐다.

벨로아어에서는 ‘소유는 넓게’로 오역될 위험.

라사드어에서는 ‘지배’가 신의 통치라는 종교적 의미가 강했다.

외교원은 언어별 공식번역을 따로 만들었다.

나는 말했다.

“같은 말인데 왜 뜻이 달라?”

언어학자가 답했다.

“그래서 번역이 직업입니다.”

납득했다.

보호권역 공통회의에서는 제국어 사용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발언자는 자기 언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실시간통역.

일부 본토 의원은 효율이 떨어진다고 불평했다.

마엘 코르가 반박했다.

“자기 권리를 요구할 때 외국어 실력이 권리의 크기를 결정하면 안 됩니다.”

좋은 문장이었다.

제국 하원은 공식통역권을 확대했다.

군대에서는 다르게 갔다.

전투명령은 제국어 하나.

오역이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국 지역군 장교는 일정 등급 이상 제국어 필수.

리아 카르멘은 시험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세르마크 장교들은 발음 때문에 놀림을 받았다.

라울은 즉시 금지했다.

“발음으로 전쟁 이길 거냐?”

군대는 필요한 차이만 봤다.

로하르의 젊은 전술천재 리아 카르멘은 제국 군사대학에서 아틀라스인 동기들과 경쟁했다. 본국에서는 보기 드문 재능이었지만 제국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평균 신체능력.

반응속도.

기억력.

아틀라스인이 압도했다.

첫해 성적 중위권.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로하르에서는 천재.

본토에서는 평범보다 조금 위.

그런데 공간전술 과목에서만 1등.

아델라인이 보고서를 봤다.

“쓸 곳이 있군.”

제국의 기준이 높다고 외계인 모두가 무용한 건 아니다.

특정 분야에서 아틀라스를 이기는 사람.

그런 사람을 찾는 게 외부개방의 가치였다.

리아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제국에 와서 처음으로 제가 둔하다고 느꼈습니다.”

본토 학생들이 웃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제가 정말 잘하는 게 뭔지도 알았습니다.”

그 말이 더 중요했다.

상대적 약점과 강점.

둘 다 알아야 능력주의가 작동한다.

로하르 문화보호파는 리아 같은 인재가 본토에 남을까 걱정했다.

두뇌유출.

제국은 귀환장학제도를 만들었다.

보호국 지원으로 유학한 학생은 일정기간 현지 근무.

개인 돈으로 유학하면 자유.

리아는 군사장학이어서 졸업 후 로하르 지역군 복귀가 원칙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저는 제국군에 남고 싶습니다.”

문제가 생겼다.

제국군 정규장교.

핵심전투직.

시민권 필요.

리아는 보호국민.

그녀가 시민권을 신청했다.

제국 시민권위원회는 서류를 받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보류.

[공훈·복무기간 부족.]

리아는 분노했다.

“군사대학까지 들어왔는데?”

담당관이 답했다.

“교육과 시민권은 별개입니다.”

“제가 뭘 더 해야 합니까?”

“복무와 공훈.”

“얼마나?”

“정해진 숫자는 없습니다.”

제국 시민권은 일부러 어렵게 설계됐다.

돈.

학벌.

왕족.

그것만으로 못 산다.

리아 사건은 보호권역 전체의 논쟁이 됐다.

‘저 정도 천재도 시민이 못 되면 누가 되나.’

본토에서는 반론.

‘아직 30세도 안 된 외국인에게 정치공동체 최고신분을 바로 주는 게 더 이상하다.’

아틀라스 기준 30년은 짧았다.

로하르 기준에는 인생의 상당부분.

수명 차이가 시민권정책에도 충돌했다.

나는 위원회에 말했다.

“기준 낮추지 마.”

“그럼 외계종은 사실상 불리합니다.”

“복무기간은 종족수명 반영해.”

완전 동일기간은 불공정할 수 있었다.

기준은 높게.

시간은 종족에 맞게.

새 제도가 필요했다.

리아의 신청은 거부가 아니라 ‘장기공훈심사’로 전환됐다.

졸업 후 로하르로 돌아간다.

지역군 개혁.

제국 합동작전.

성과가 쌓이면 다시 심사.

그녀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도 받아들였다.

“몇 년 뒤 다시 오겠습니다.”

담당관이 말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 몇 년이.

나중에는 제국 역사에서 중요한 시간이 될 수도 있었다.

리아의 시민권 사건은 군사대학 내부에도 파장을 만들었다.

아틀라스인 동기 몇 명은 말했다.

“성적 좋으면 그냥 주면 되지.”

다른 학생은 반대했다.

“시민권이 졸업장인가?”

리아는 둘 다 싫어했다.

“내 문제를 너희 토론거리로 쓰지 마.”

그 말 뒤로 기숙사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며칠 뒤 동기들이 먼저 사과했다.

정치적 쟁점 뒤에도 실제 사람이 있었다.

군사대학은 외계종 학생평가 기준도 수정했다.

기존 체력시험은 아틀라스 신체기준.

로하르 학생에게 지나치게 불리했다.

그렇다고 기준을 낮추면 실제 전투직무를 수행 못 할 수 있다.

해결책은 직무별 기준.

조종.

지휘.

공병.

보병.

정보.

각각 필요한 능력만 측정.

리아는 보병기준에서 낮았다.

함대지휘와 공간전술은 최고.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시험을 주는 게 아니라.

같은 일을 할 수 있는지 보는 쪽으로 바뀌었다.

이 변화는 본토에서도 논쟁을 만들었다.

“외계인을 위해 기준을 낮춘다.”

군사대학은 수치를 공개했다.

기준은 낮아지지 않았다.

불필요한 신체항목을 빼고 직무성과를 더 엄격하게 측정.

오히려 일부 아틀라스 학생이 탈락했다.

라울은 말했다.

“전투함 지휘관이 3미터 점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한마디로 논쟁이 많이 줄었다.

로하르어와 제국어 혼용은 군함에서도 나타났다.

비공식대화는 로하르어.

명령은 제국어.

긴급상황에서 병사가 무의식적으로 모국어를 쓰는 문제.

번역AI가 자동변환.

훈련에서는 일부러 통신장애를 만들어 양쪽 언어를 모두 익히게 했다.

리아는 말했다.

“언어 하나가 전투력입니다.”

제국군은 그 말도 교범에 넣었다.

아르카디아는 제국의 언어정책을 보고 놀랐다.

그들은 상업편의를 위해 공통어 하나를 강하게 밀었다.

소수언어가 많이 사라졌다.

리에나는 말했다.

“귀국이 더 제국주의적인데 언어는 더 많이 남기는군요.”

“없애서 얻는 게 별로 없으니까.”

“정체성 통합은?”

“황제랑 법이면 충분해.”

리에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 이상한 제국입니다.”

그 말은 이제 칭찬처럼 들렸다.

라사드어 과학용어위원회는 10년 동안 180만 개 새 용어를 만들었다.

너무 많아서 아무도 전부 못 외웠다.

일부는 사라지고 일부는 살아남았다.

‘항성’에 해당하는 새 단어는 대중가요 제목이 됐다.

과학용어가 유행어가 됐다.

문화는 예상 못 한 방식으로 기술을 흡수했다.

본토에서도 외계어 학습이 엘리트 취미가 됐다.

황실관료 시험 외국어 가산.

군 정보직 우대.

상무원 취업.

젊은 아틀라스인이 로하르어와 아르카디아어를 배웠다.

일부는 수십 개 언어를 익혔다.

장수명 종족의 장점이었다.

배울 시간이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로하르어 회화를 조금 배웠다.

세리아와 회담할 때 한 문장을 써봤다.

발음이 이상했는지 그녀가 웃었다.

“폐하, 그 단어는 ‘환영’보다 ‘가축시장’에 가깝습니다.”

“번역기 쓸래.”

“계속 배우십시오.”

황제가 외국어를 잘못 말한 영상이 유출됐다.

본토 조회수 4천억.

왜 이런 건 늘 퍼지는지 모르겠다.

언어는 힘이었다.

제국어가 퍼지는 건 제국 힘의 결과.

동시에 외계어가 본토로 들어오는 것도 팽창의 결과.

어느 쪽만 일어나는 게 아니었다.

우리가 우주를 제국화할수록.

제국도 조금씩 우주화되고 있었다.

언어문제는 법정에서도 더 커졌다.

세르마크인 피고가 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 채 조사받은 사건.

절차무효 판결.

경찰은 항의했다.

“통역기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물었다.

“피고가 그 번역을 이해했습니까?”

대답하지 못했다.

이후 중범죄 조사에는 자동번역만으로 부족하고 공인통역 확인이 필요해졌다.

기술이 있어도 인간확인이 사라지지 않았다.

권역사령부는 군사용 단어사전도 만들었다.

‘후퇴.’

‘철수.’

‘재배치.’

로하르어에서는 뉘앙스가 달랐다.

세르마크어에서는 ‘철수’가 패배를 인정하는 정치적 의미가 강했다.

전투 중 단어 하나가 사기를 흔들 수 있었다.

결국 공용코드는 숫자로 만들었다.

R-1.

R-2.

R-3.

감정이 없는 명령어.

군대는 언어의 정치성까지 제거하려 했다.

그런데 병사들은 숫자코드에도 별명을 붙였다.

R-2를 로하르어로 ‘집에 가자’라고 불렀다.

세르마크군은 자기식 농담을 붙였다.

군사표준은 통일됐지만 문화는 다시 틈으로 들어왔다.

나는 그게 나쁘지 않았다.

규정이 사람을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다.

리아는 제국어 시험에서 최고등급을 받은 뒤 로하르어 군사교범 제작에도 참여했다.

후배가 물었다.

“제국어를 쓰면 되는데 왜 번역합니까?”

리아가 답했다.

“모국어로 이해한 사람이 제국어 명령도 더 잘 알아들어.”

그 말은 교육원 연구로 확인됐다.

개념을 자기 언어로 먼저 이해한 학생이 외국어 전문용어도 더 빨리 배웠다.

제국은 다시 정책을 수정했다.

토착어를 없애는 게 제국어 보급의 지름길이 아닐 수도 있었다.

황실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보호국 지도자를 만날 때 제국어만 쓰지 않고 첫 인사는 현지어로 하자는 의전원 제안.

나는 조건부 승인했다.

“발음 검수해.”

세리아 앞에서 ‘환영’을 ‘가축시장’이라고 말한 뒤 생긴 규정이었다.

세라는 그 사실을 알고 웃었다.

“제국법 하나를 만드셨군요.”

“내 실수도 제도가 되는구나.”

황제의 실수는 기록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 정책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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