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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1화 — 첫 보호국 세대

별의 제국 · 5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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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우주 재개방 4년차.

로하르 수도 벨하임의 초등학교 교실에는 이상한 풍경이 생겼다.

칠판 왼쪽은 로하르어.

오른쪽은 제국어.

아이들은 둘 다 읽었다.

교사는 51세.

학생 평균나이 9세.

그리고 화면 속 원격교사는 312세 아틀라스인이었다.

수명부터 다른 두 사회가 같은 수업시간표를 쓰고 있었다.

첫해에는 제국어가 선택과목이었다.

2년차.

취업 때문에 학생이 몰렸다.

3년차.

중등교육부터 필수.

4년차.

부모들이 오히려 초등학교부터 가르쳐달라고 요구했다.

로하르 문화원은 불안해했다.

“이대로면 100년 뒤 로하르어가 가정언어로만 남을 수 있습니다.”

교육부는 반대로 말했다.

“제국어를 못하면 아이들이 손해봅니다.”

둘 다 맞았다.

그래서 새로운 원칙이 생겼다.

초등학교 수업의 최소 60퍼센트는 로하르어.

제국어는 별도과목.

중등부터 비율 점진확대.

대학은 전공별 자유.

나는 승인했다.

“100년 뒤 다들 두 언어 하면 되잖아.”

세라가 말했다.

“모든 사람이 폐하처럼 언어교육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나도 싫어했는데.”

“결과만 기억하시는군요.”

그럴 수도 있었다.

보호국화 뒤 태어난 첫 아이들은 제국을 외국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항로관제는 제국.

군대도 제국.

황제 얼굴은 학교에서 봄.

본토 드라마를 봄.

로하르 국왕도 동시에 존경.

정체성이 겹쳤다.

한 설문에서 아이가 답했다.

[나는 로하르인이고 제국 사람이에요.]

법적으로는 ‘제국 사람’이 아니었다.

정식 시민이 아니라 보호민.

하지만 아이가 법적 용어대로 자신을 생각할 이유는 없었다.

정치적 정체성은 서류보다 먼저 변할 수 있었다.

세리아는 그 설문을 보고 불편해했다.

“제국화가 너무 빠릅니다.”

나는 물었다.

“억지로 가르쳤어?”

“아니요.”

“그럼?”

“환경 자체가.”

맞았다.

강제동화보다 환경동화가 더 강할 수 있다.

좋은 대학.

큰 시장.

안전한 항로.

유명한 문화.

사람은 유리한 쪽으로 움직인다.

제국은 굳이 ‘제국인이 되어라’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로하르 정부는 문화진흥기금을 늘렸다.

전통음악.

역사극.

지역문학.

토착언어 콘텐츠.

본토 일부에서는 낭비라고 했다.

나는 오히려 찬성했다.

“왜 현지문화에 제국 돈을 씁니까?”

한 의원이 물었다.

“사라지면 다시 못 만들잖아.”

“제국문화로 통합되는 편이 행정상.”

“행정 때문에 노래 없앨 필요 있어?”

제국은 이미 13,000년 동안 자기 문화를 지켜왔다.

다른 사회가 자기 문화를 지키고 싶어 하는 걸 이해 못할 이유가 없었다.

벨로아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제국어보다 아르카디아 상업어가 더 빠르게 퍼졌다.

돈이 이유였다.

벨로아 학생은 제국어, 아르카디아어, 현지어 세 개를 배웠다.

학부모가 항의했다.

“아이들이 언어만 배우다 졸업하겠습니다.”

교육부가 통번역기 사용을 확대했다.

그러자 언어학자들이 반발했다.

“기계에 의존하면 문화이해가 떨어집니다.”

완벽한 답은 없었다.

세르마크 학교에서는 역사교과서가 더 큰 문제였다.

73년 전쟁.

누가 시작했는가.

누가 학살했는가.

누가 피해자인가.

로하르와 세르마크 교과서는 정반대였다.

제국 교육부는 하나로 합치지 않았다.

대신 공동자료집을 만들었다.

[로하르 서술.]

[세르마크 서술.]

[제국 조사로 확인된 사실.]

학생들은 세 개를 같이 읽었다.

바렌은 말했다.

“아이들이 더 혼란스러울 텐데.”

“역사가 원래 그래.”

하나의 정답만 주는 것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 해석인지 보여주는 편이 나았다.

라사드에서는 제국어보다 과학용어 번역이 계속됐다.

나세르 이븐 하라는 본토 대학에서 라사드어 공간기하 교재 제작에 참여했다.

그가 말했다.

[내 언어로 별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오르테가는 그 말을 좋아했다.

제국어를 배우는 천재가 자기 언어를 버리지 않는다.

그게 이상적이었다.

아틀라스 본토에도 변화가 왔다.

학교 외계문명 과목.

로하르 역사.

세르마크 전쟁.

벨로아 상업법.

라사드 종교.

아이들이 배웠다.

대단절 뒤 태어난 아틀라스 어린이에게 외계인은 더 이상 과거 이야기가 아니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이웃이었다.

어느 본토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질문했다.

“보호국은 외국일까요, 제국일까요?”

아이들 답은 갈렸다.

외국.

제국.

둘 다.

교사는 마지막 답을 정답처리했다.

나는 교육보고서에서 그 문장을 보고 웃었다.

어른들도 아직 논쟁하는 문제였다.

아이에게 하나만 고르라고 하는 게 더 이상했다.

제국의 첫 보호국 세대는.

정복당한 기억도.

73년 전쟁의 기억도.

대단절 이전 외계인의 기억도 없었다.

그들에게 제국은 태어날 때부터 있던 질서였다.

이 세대가 자라면.

우리가 만든 제국은 지금과 완전히 다른 나라가 될 것이다.

나는 그걸 두려워하지 않았다.

제국이 천 년을 가려면.

황제보다 다음 세대가 더 중요했다.

로하르 학교의 아침조회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국왕에게 충성맹세.

보호국화 뒤 제국충성문구를 추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교육부가 반대했다.

아이에게 매일 황제 이름을 외우게 할 필요는 없다는 이유.

최종안.

국왕에 대한 헌정문은 선택학교만 유지.

대신 ‘로하르와 제국의 법을 존중한다’는 시민교육문구.

나는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충성은 반복해서 말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제도가 쓸 만해야 생긴다.

본토에서는 반대로 보호국 문화를 체험하는 학교여행이 유행했다.

로하르 왕궁.

벨로아 거래소.

세르마크 전쟁기념관.

라사드 사원도시.

아이들이 수십 광년을 이동해 수학여행을 갔다.

교통비는 비쌌지만 장수명 사회에서는 교육기간도 길었다.

일부 학교는 한 학기 전체를 외부권역에서 보냈다.

보호국 주민들은 처음엔 황당해했다.

“제국 아이들이 왜 우리 역사까지 배웁니까?”

“같은 제국권이니까.”

단순한 답이었다.

세르마크 전쟁기념관에서는 문제가 생겼다.

로하르 학생들이 ‘침략자 미화’라고 항의.

세르마크 학생은 ‘우리 할아버지를 모욕한다’고 반발.

교사들이 중재했다.

제국 교육부는 양쪽 학생을 같은 조로 묶어 전쟁자료를 조사하게 했다.

처음 일주일은 싸웠다.

둘째 주에는 같이 자료를 찾았다.

마지막 발표 제목.

[같은 전투, 다른 기억.]

상까지 받았다.

제국은 기억을 하나로 만들지 않았다.

서로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걸 배우게 했다.

보호국화 이후 로하르 이름도 바뀌었다.

정확히는 이름 짓는 방식.

아틀라스식 짧은 이름이 유행.

반대로 본토에서는 로하르식 중간이름이 멋있다는 유행.

황실문화원은 아무 개입도 안 했다.

문화는 행정령으로 흐르는 게 아니었다.

젊은 사람들이 멋있다고 느끼는 쪽으로 흐른다.

혼혈가정에서는 더 복잡했다.

아틀라스인 부모는 아이가 50살이 돼도 어리다고 느꼈다.

로하르인 부모는 30살이면 완전한 성인으로 봤다.

교육기간.

독립나이.

혼인연령.

가족마다 갈등.

법무원은 생물학적 성숙도 기준을 새로 만들었다.

종족마다 법정성년이 달랐다.

혼혈은 의료평가와 개인발달을 함께 봤다.

다종족 제국은 ‘18세’ 같은 단일 숫자로 사회를 운영할 수 없었다.

첫 혼혈학생이 로하르 학교에 입학했을 때 기자가 몰렸다.

학교장이 전부 내쫓았다.

“학생입니다. 구경거리가 아닙니다.”

황실도 지지했다.

대단절 이후 첫 세대라는 상징성은 컸다.

그래도 아이는 아이였다.

국가서사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태어난 게 아니다.

세리아는 몇 년 뒤 문화원 예산을 더 늘렸다.

나는 물었다.

“제국화 막으려고?”

“네.”

“솔직하네.”

“폐하도 솔직하라고 하셨잖아요.”

“효과 있을까?”

“모릅니다.”

나는 승인했다.

제국이 자기 힘을 확신한다면.

보호국이 자기 문화를 지키려 돈 쓰는 걸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자기 언어와 역사를 가진 사람이 제국질서 안에 남는 편이 더 안정적일 수 있었다.

보호국 1세대 아이들은 앞으로 백 년 뒤에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로하르 평균수명은 아틀라스보다 훨씬 짧았다.

그래서 시간감각이 달랐다.

제국에게 ‘천천히’인 정책이.

그들에게는 한 세대 전체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이후 모든 개도·동화정책에 항목 하나를 추가했다.

[현지 종족 세대길이.]

제국의 100년과.

라사드의 100년은.

같은 시간이 아니었다.

보호국화 7년차가 되자 로하르의 첫 ‘제국형 직업’도 생겼다.

권역법 변호사.

제국 세법 회계사.

성간물류 설계사.

보호권역 행정중개인.

과거 로하르에는 없던 직업들이었다.

대학은 학과를 만들었다.

학부모들은 이름부터 어려워했다.

“법을 배우는데 왜 제국법과 로하르법을 둘 다 배웁니까?”

“둘 다 적용되니까요.”

그 설명 하나로 끝났다.

가장 인기 있는 학과는 의외로 황실행정이 아니라 보호국행정이었다.

본토 관료가 보호국에 파견되는 것보다 현지인이 제국규정을 배워 직접 처리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로하르 학생이 말했다.

“제국에게 통치당하려면 제국법을 배워야 한다는 게 웃깁니다.”

교수가 답했다.

“배우면 통치하는 쪽에도 들어갈 수 있지.”

그 말이 학생들의 태도를 바꿨다.

제국 행정은 외부에서 내려오는 명령만이 아니었다.

현지인이 안으로 들어가 운영할 수도 있었다.

왕실도 세대교체를 준비했다.

알렌은 후계자 교육에 제국법·상원정치·군사통합론을 넣었다.

세리아는 반대하지 않았다.

“왕실이 살아남으려면 제국을 알아야 합니다.”

“왕실이 제국에 너무 익숙해질 수도 있지.”

“그렇다고 모르는 채로 버틸 수는 없잖아요.”

그녀는 현실적이었다.

보호국 왕실이 과거만 붙들면 박물관이 된다.

새 질서에 적응하면 지방통치자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

로하르의 첫 ‘제국세대’ 조사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15세 이하.

제국에 대한 호감도 82퍼센트.

30세 이상.

61퍼센트.

전쟁직접경험 세대.

47퍼센트.

경험이 다르면 정치도 달랐다.

나는 보고서에 적었다.

[정책평가는 연령대 분리.]

제국이 수백 년 가려면 오늘의 여론만 보면 안 된다.

내일의 시민과 보호민이 무엇을 당연하게 느끼는지도 봐야 했다.

세리아는 그 통계를 보고 내게 말했다.

“시간이 폐하 편이군요.”

“항상 그런 건 아니지.”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해야 해.”

강한 쪽에게 시간까지 유리하면.

강압을 덜 써도 된다.

제국은 그 여유를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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