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0화 — 첫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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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우주 재개방령 1주년.
정확히 1년 전.
우리는 본토 밖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다.
지금 지도에는 이름이 생겼다.
로하르.
세르마크.
벨로아.
카르디아.
라사드.
아르카디아.
그리고 수십 개의 미확인 국가.
제국은 1년 만에 다시 외부세계를 가진 나라가 됐다.
◆첫해 보고서는 두꺼웠다.
신규 보호권역 인구.
약 2,100억.
제국 본토·정식 제국령 인구 약 7조에 비하면 작았다.
그래도 나라 몇 개가 한꺼번에 들어왔다.
무역량.
전년 대비 340퍼센트 증가.
권역 내 전쟁 사망자.
92퍼센트 감소.
항로사고.
61퍼센트 감소.
학교 등록.
증가.
의료접근.
증가.
독립성 체감지수.
감소.
좋은 숫자만 있는 건 아니었다.
◆로하르에서는 제국어 학습자가 8억을 넘었다.
세르마크에서는 군수산업 종사자 1,200만 명이 민간산업으로 전환.
벨로아에서는 제국 크레딧 결제가 전체 거래의 37퍼센트.
카르디아에서는 제후간 무력충돌 0.
라사드에서는 영아사망률 급감.
하지만.
로하르 청년층 일부는 전통귀족을 더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세르마크 퇴역군인 자살률이 일시적으로 상승.
벨로아 주거비 급등.
카르디아 옛 용병지역 실업.
라사드 종교갈등.
문명은 그래프 하나로 좋아지지 않았다.
한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보였다.
◆나는 1주년을 기념해 거대한 승전식을 하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전쟁 이긴 건 맞습니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끝난 전쟁을 매년 이길 필요는 없어.”
대신 권역대표들을 황궁에 초청했다.
만찬.
회의.
그리고 불평을 듣는 자리.
세리아는 이동권을 말했다.
다렌은 세금을.
바렌은 감독국 지위를.
카르디아 대표는 제후간 예산을.
라사드 왕은 교사 부족을.
나는 하나씩 들었다.
제국을 넓히는 순간 황제에게 생기는 건 영광보다 민원이었다.
◆바렌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1년 전엔 네 함대를 어떻게 죽일지 생각했다.”
“지금은?”
“감독국 졸업을 어떻게 할지.”
“발전했네.”
“좋은 건지 모르겠다.”
그는 웃었다.
로하르 알렌 왕이 말했다.
“적어도 서로를 죽일 계획은 아니군.”
두 사람은 73년 전쟁의 지도자였다.
지금 같은 테이블에서 술을 마신다.
그게 첫해의 가장 큰 성과일지도 몰랐다.
◆아르카디아 리에나는 만찬에 외국인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녀는 보호국 지도자들을 보며 말했다.
“귀국은 기묘합니다.”
“또?”
“정복당한 사람들이 황제와 농담을 합니다.”
바렌이 들었다.
“난 아직 정복당했다고 인정 안 했소.”
리에나가 물었다.
“군사권이 있습니까?”
“없소.”
“외교권은?”
“없소.”
“그럼.”
바렌이 잔을 마셨다.
“말은 할 수 있잖소.”
나는 웃었다.
그 정도는 맞았다.
◆1주년 국정연설은 제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동시시청 5조 6천억.
보호권역과 외국 시청자까지 합치면 사실상 제국권 전체가 같은 연설을 보고 있었다.
나는 황궁이 아니라 옛 외교지구에서 연설했다.
뒤에는 아르카디아 새 공관.
옆에는 아직 비어 있는 옛 보호국 대사관들.
“1년 전 우리는 외부우주를 다시 열었습니다.”
“찾던 사람들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대단절의 원인도 모릅니다.”
좋은 소식만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과 싸웠고.”
“거래했고.”
“그들을 보호했고.”
“그들에게서 배웠습니다.”
잠시 멈췄다.
“그리고 그들 일부는 이제 제국질서 안에 있습니다.”
◆나는 다음 문장을 천천히 말했다.
“아틀라스 제국은 모든 별을 같은 색으로 칠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안전과 질서가 닿아야 하는 곳에서 물러서지도 않을 것입니다.”
“대등한 문명과는 협상합니다.”
“우리보다 낮은 문명은 끌어올립니다.”
“우리 질서를 위협하면 제압합니다.”
“그리고 보호를 받아들인 사람은 버리지 않습니다.”
반응망이 폭발했다.
지지.
비판.
열광.
불안.
전부 동시에 올라왔다.
제국은 하나의 의견이 아니었다.
하나의 국가였다.
◆연설 뒤 대단절 실종자 가족대표를 만났다.
그들은 축하보다 질문을 가져왔다.
“옛 보호국을 찾는 탐사는 계속됩니까?”
“계속.”
“새 문명 때문에 우선순위가 밀리지는 않습니까?”
“안 밀려.”
그건 약속할 수 있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고 사라진 사람을 잊을 이유는 없다.
◆같은 시간.
X-41 연구구역에서 새 보고가 도착했다.
밤의 천사 둥지 아래 인공구조물.
연대측정 실패.
재료 일부가 버그 관련 전략자료와 미세하게 유사.
유사도는 여전히 낮았다.
오르테가는 결론을 유보했다.
나도.
버그라는 이름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너무 이른 공포는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제국군 비공개 대비등급은 한 단계 올라갔다.
◆그리고.
아르카디아 상단에서 더 먼 성도자료가 들어왔다.
오르비스 방향.
교역량 거대.
수백 개 회원성계.
인구 약 8천억.
일부 기술 VII급.
우리보다 아래.
그러나 엘리시온 국가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규모.
마리안이 물었다.
“다음은 오르비스입니까?”
“아직.”
“그럼?”
나는 제2차 탐사단 보고서를 띄웠다.
오르비스로 가는 중간항로.
미확인 국가 7개.
상선 실종지역 2개.
고대 공명표식기 11개.
“길부터.”
제국은 1년 만에 많은 걸 얻었다.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황궁으로 돌아가는 길.
옛 외교지구의 불빛이 보였다.
27년 동안 꺼져 있던 거리.
이제 한 건물.
두 건물.
조금씩 다시 켜지고 있다.
언젠가.
사라진 옛 대사관에도 불이 들어올까.
나는 아직 몰랐다.
그래도 제국은 다시 밖으로 걷고 있었다.
첫해는 끝났다.
천 년짜리 팽창은.
이제 시작이었다.
◆첫해 동안 아틀라스인 정착민도 늘었다.
군인.
관료.
상인.
교수.
기술자.
가족까지 포함 약 1,800만.
2,100억 보호권역 인구에 비하면 0.01퍼센트도 안 됐다.
그런데 영향은 훨씬 컸다.
주요 항만과 대학, 군사기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작은 아틀라스 거리’가 생겼다.
제국식 식당.
장수명 보험.
아틀라스 학교.
보호국 정부는 걱정했다.
“별도사회가 생기는 것 아닙니까?”
황실은 혼합주거 인센티브를 만들었다.
완전분리도.
강제동화도 피했다.
◆아틀라스인과 보호국민의 혼인도 첫해 11만 건을 넘었다.
법 문제가 복잡했다.
아이의 시민권.
아틀라스 부모가 시민이라고 자동시민권을 줄 것인가.
현재 원칙은 혈통만으로 자동부여.
그러나 비아틀라스 혼혈의 생물학적 차이와 장수명 여부가 제각각이었다.
법무원은 일단 부모 중 한 명이 정식 시민이면 자녀는 시민으로 인정했다.
그 첫 세대가 태어나기 시작했다.
제국은 다시 다종족 시민사회를 갖게 될 것이다.
대단절 이후 처음.
◆출생등록 첫 사례가 황실에 보고됐다.
로하르인 어머니.
아틀라스인 아버지.
아이 이름 에린 벨.
의료진은 건강하다고 했다.
예상수명은 아직 모른다.
유전형도 새로운 조합.
나는 보고서를 보며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옛 외계인들은 사라졌다.
하지만 새로운 연결이 생긴다.
제국은 과거를 되찾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었다.
◆1주년 여론조사.
본토 시민 71퍼센트가 외부팽창 긍정.
보호권역 주민은 지역마다 달랐다.
로하르 64퍼센트.
벨로아 57퍼센트.
카르디아 69퍼센트.
세르마크 46퍼센트.
라사드 73퍼센트.
숫자는 흥미로웠다.
가장 강제로 굴복한 세르마크가 가장 낮았다.
당연했다.
시간이 필요했다.
제국은 46퍼센트를 반역으로 보지 않았다.
여론이었다.
◆세르마크 감독국의 첫 지방선거가 열렸다.
바렌은 출마하지 않았다.
“왜?”
내가 물었다.
“군인이 너무 오래 정치했다.”
그는 군 개혁위원회로 갔다.
민간후보 리안 테모르가 고등행정관에 당선됐다.
투표율 68퍼센트.
반제국 정당도 19퍼센트 득표.
감독조약 폐기를 주장했지만 폭력은 부정했다.
합법정당으로 인정됐다.
전쟁국가가 정치국가로 바뀌는 중이었다.
◆로하르에서는 알렌 국왕이 일부 왕실예산을 의회에 넘겼다.
제국이 요구한 게 아니었다.
왕 스스로 선택.
세리아가 말했다.
“보호국이 된 뒤 왕권이 오히려 줄었습니다.”
알렌이 답했다.
“외교와 군대를 잃었는데 내정에서 더 움켜쥔다고 오래 가겠나.”
현명했다.
왕실은 제국 아래에서도 살아남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와의 통상량은 첫해 예상의 3.8배.
리에나는 말했다.
“귀국은 좋은 고객입니다.”
“우린 자네를 좋은 지도라고 생각해.”
“상품이 아니라 지도입니까?”
“둘 다.”
아르카디아는 웃으면서도 경계했다.
그들은 우리 시장으로 돈을 벌었다.
우리는 그들의 항로망으로 우주를 배웠다.
서로 이용했다.
좋은 외교관계는 때로 그 정도면 충분했다.
◆X-41에서는 연구가 계속됐다.
밤의 천사 유전자 속 인공반복구조.
누군가 설계했을 가능성.
제국은 주변 200광년을 생물위험 감시권역으로 지정했다.
라사드는 보호받았다.
직할령으로 만들진 않았다.
연구기지와 항로기지만 제국 직할.
나머지는 현지왕국.
새 영토원칙이 실제로 작동한 첫 사례였다.
◆첫해 마지막 회의.
세라가 다음 10년 전망을 띄웠다.
보호국 증가 예상.
아틀라스 정착인구 증가.
하원의석 확대.
상원 권역재조정.
시민권 신청 폭증.
외부통상 증가.
“일이 많이 늘겠네.”
“폐하께서 우주를 다시 여셨으니까요.”
“닫을까?”
“이미 늦었습니다.”
맞았다.
문은 열렸다.
상인도.
학생도.
군인도.
왕도.
종교도.
문제도.
전부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외부지도를 봤다.
오르비스.
바르케시.
수십 개 미확인국.
그리고 너무 넓은 검은 공간.
제국은 아직 작은 점이었다.
우리 기준으로는 거대하지만.
은하 기준으로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그 사실이 좋았다.
아직 갈 곳이 많았다.
◆제2차 전략탐사대가 X-41을 떠났다.
다음 목적지.
오르비스 방향 중간항로.
함대 앞에는 검은 우주.
뒤에는 이제 제국권이 된 엘리시온.
나는 출항영상을 끝까지 봤다.
첫해는 끝났다.
두 번째 해부터.
제국은 더 이상 잃어버린 지도를 찾는 데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새 지도를.
직접 그리기 시작할 것이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