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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9화 — 엘리시온 헌장

별의 제국 · 49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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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권역이 커질수록 조약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했다.

로하르 조약.

세르마크 감독협정.

벨로아 상업조약.

카르디아 연방보호협정.

라사드 개도보호협정.

각각 문장이 다르고 예외가 달랐다.

법무원은 결국 말했다.

“공통상위규범이 필요합니다.”

“헌법?”

“보호권역 헌장입니다.”

그렇게 엘리시온 헌장 작업이 시작됐다.

첫 초안은 1,900페이지.

나는 덮었다.

“줄여.”

법무장관이 말했다.

“이미 줄인 겁니다.”

“더.”

두 달 뒤.

312페이지.

“더.”

마지막 핵심헌장은 74페이지가 됐다.

부속규정은 그대로 수천 페이지였지만 적어도 원칙은 읽을 수 있었다.

헌장 제1조.

[엘리시온 외부보호권역의 최종 대외주권과 전략권은 아틀라스 제국 황제 및 제국 중앙기관에 귀속된다.]

세리아가 말했다.

“처음부터 강하군요.”

“숨길 이유 없잖아.”

제2조.

[각 보호국·감독국·연방의 기존 내정기관은 본 헌장과 개별조약 범위에서 존속한다.]

제3조.

[지역문화·언어·종교·민생법은 제국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는 한 보호한다.]

제4조.

[권역 내 국가간 전쟁은 금지한다.]

제5조.

[전략항로·대외군사·전략기술·시민권·권역간 이주정책은 중앙권한이다.]

이 다섯 조항만 읽어도 구조가 보였다.

자치는 있다.

주권은 제한적이다.

가장 큰 논쟁은 이동권이었다.

로하르인은 로하르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동.

하지만 본토 장기이주는 허가제.

벨로아인은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왜 제국 안인데 못 갑니까?”

본토 의원은 답했다.

“보호국민은 시민이 아닙니다.”

차갑지만 법적으로 맞았다.

세리아는 완전 자유이동 대신 단계안을 제안했다.

단기방문 자유.

취업허가 간소화.

고급인재·유학생 우대.

가족결합 우선.

장기정착은 심사.

중앙이 받아들였다.

나는 말했다.

“벽은 유지하되 문은 늘려.”

권역 내부 보호국끼리의 이동은 더 자유롭게 했다.

로하르-세르마크.

벨로아-카르디아.

라사드는 검역 때문에 단계개방.

사람들이 움직이자 결혼과 취업이 늘었다.

국경이 정치지도에는 남고 생활지도에서는 흐려지기 시작했다.

헌장은 보호국 군대도 규정했다.

대외전쟁 금지.

전투함 규모 상한.

제국 통합지휘망 접속.

지역방위·치안·재난대응 우선.

전시에 황제의 총동원령 적용 가능.

세르마크의 옛 장군이자 전후 현실주의의 상징이 된 바렌 노크가 말했다.

“결국 우리 군대도 네 군대군.”

“전시에는.”

“평시에는?”

“자네들이 월급 줘.”

“돈만 우리가 내는군.”

“시설도 쓰잖아.”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웃고 있었다.

보호국의 세금도 공통화됐다.

현지세는 현지정부.

제국 보호부담금은 중앙.

전략항로 관세 일부 중앙배분.

가난한 보호국에는 역교부금.

벨로아는 불만이었다.

“우리가 라사드까지 먹여 살립니까?”

라사드 대표는 기분 나빠했다.

재무원은 계산표를 보여줬다.

벨로아가 얻는 안전항로 이익이 부담금보다 컸다.

다렌은 숫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연대는 감정으로만 만들 필요가 없다.

계산이 맞으면 더 오래 간다.

최고사법권 조항은 11일 싸웠다.

현지법원 최종권.

제국권역법원 상고권.

시민권 사건.

상업분쟁.

종교분쟁.

전략범죄.

결국 기준은 간단하게 정리됐다.

순수 현지사건은 현지 최종.

제국권한과 연결되면 제국 상고 가능.

두 나라 이상 걸리면 권역법원.

제국 시민이 당사자여도 무조건 중앙로 가는 건 아니다.

현지법을 존중하는 대신 최소기본권은 중앙이 보장.

헌장 서명식.

로하르 국왕.

세르마크 고등감독.

벨로아 의장.

카르디아 연방대표.

라사드 국왕.

제9자유항 대표.

그리고 나.

형식적으로 서로 다른 지위의 지도자들이 한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마지막에 서명했다.

[아틀라스 황제.]

그 한 줄이 모든 조약 위에 올라갔다.

서명 뒤 기자가 물었다.

“이제 엘리시온은 제국의 일부입니까?”

나는 답했다.

“제국권의 일부.”

“제국령입니까?”

“아니.”

“차이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지키고, 최종질서를 결정하지만 전부 직접 다스리진 않는다는 것.”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제국입니까, 아닙니까?”

“둘 중 하나로만 나누려 하지 마.”

초은하제국은 지도교과서보다 복잡했다.

헌장 발효 첫날.

로하르 화물선이 세르마크 항만에 무비자로 입항했다.

73년 만에 처음.

선장이 말했다.

“종이 한 장이 전쟁보다 세군요.”

정확히는.

그 종이 뒤에 제국함대가 있었다.

법은 힘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힘도 법 없이 오래가지 않는다.

엘리시온 헌장은.

둘을 하나로 묶는 첫 문서였다.

헌장 초안 협상에는 보호국 대표뿐 아니라 본토 하원의원도 참여했다.

그중 일부는 보호국에게 너무 많은 권리를 준다고 비판했다.

다른 일부는 너무 적다고 했다.

로하르 왕녀이자 자치권 감시파의 얼굴인 세리아와, 벨로아에서 제국권 안의 개인권리를 주장해온 마엘 코르가 처음 같은 위원회에 앉았다.

둘은 제국을 비판한다는 점은 같았다.

방향은 달랐다.

세리아는 로하르 왕국의 자치.

마엘은 보호국 시민의 개인권리.

왕실과 자유주의자가 같은 편처럼 보이다가 지방세 문제에서 바로 갈라졌다.

그게 의회였다.

가장 어려운 단어는 ‘국민’이었다.

제국 시민.

보호국민.

감독국 주민.

자유항 거주자.

모두 제국권 안에 있지만 같은 정치적 지위가 아니다.

마엘은 ‘제국신민’이라는 공통개념을 제안했다.

본토 의원 일부가 반대했다.

시민권과 혼동된다는 이유.

결국 법률용어가 생겼다.

[제국보호민.]

제국의 보호책임 아래 있지만 정식 시민은 아닌 사람.

새로운 신분층이었다.

제국보호민에게는 최소권리가 보장됐다.

생명.

기본사법절차.

종교·양심.

재산.

가족결합.

보호국 내 이동.

교육·의료 최소기준.

그러나 본토 정착권.

상원의원 피선거권.

핵심군사직.

황실·전략기관 접근.

이건 시민권 영역.

선은 분명했다.

세리아가 말했다.

“권리는 주면서 벽도 더 선명해졌군요.”

“그래야 어디를 바꿀지 알지.”

모호한 차별보다 명시된 차이가 정치적으로 싸우기 쉽다.

헌장에는 중앙의무도 들어갔다.

보호국이 외부침공을 당하면 제국이 방어한다.

대규모 재난 시 지원.

통화붕괴·기근 같은 체제위기에서도 최소개입.

“왜 의무를 문서에 박습니까?”

일부 상원의원이 물었다.

“우리가 권한 가져갔잖아.”

외교권과 전쟁권을 빼앗았으면.

보호할 책임도 같이 가져야 했다.

제국주의가 일방적 권리만 의미한다면 오래 못 간다.

헌장 제정과정은 전역에 공개됐다.

보호국 주민이 온라인으로 의견을 제출.

총 180억 건.

AI가 분류.

실제 사람이 읽는 건 요약과 대표사례.

본토 시민이 물었다.

“180억 명 의견을 정말 반영합니까?”

법무원은 솔직하게 답했다.

“전부는 불가능합니다.”

대신 반복되는 쟁점은 위원회에 자동상정.

이동권.

세금.

언어교육.

제국기업 토지매입.

가장 많이 올라왔다.

거대한 민주참여는 모든 사람이 연설하는 게 아니라 의견을 구조화하는 기술이 필요했다.

언어조항도 바뀌었다.

제국어는 상급행정·군사·권역간 사법의 공통어.

각 보호국은 토착어를 공동공용어로 유지 가능.

공공학교 초등교육은 토착어 우선권.

고등교육은 제국어 병행.

100년 뒤 언어비율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황실은 목표치를 두지 않았다.

언어동화는 결과일 수 있다.

정책목표가 되면 저항이 커진다.

헌장 서명 뒤 마엘은 기자에게 말했다.

“좋은 문서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무엇이 부족합니까?”

“시민권.”

그는 보호국민의 집단시민권 전환경로를 요구했다.

현재 제국정책은 개인별 극난도 심사.

집단승격은 정식 제국령 전환 때만.

논쟁은 시작됐다.

나는 당장 바꾸지 않았다.

시민권은 제국의 가장 안쪽 경계였다.

팽창이 빨라질수록 오히려 신중해야 했다.

그날 밤 세라는 말했다.

“헌장이 완성됐는데 논쟁이 더 늘었습니다.”

“정상이지.”

“왜요?”

“규칙 생기면 다음에 뭘 바꿀지 보이잖아.”

법은 갈등을 끝내지 않는다.

갈등이 어디서 싸울지를 정한다.

엘리시온은 이제 함포보다 법정과 의회에서 더 많이 싸우기 시작했다.

그게 평화의 형태일 수도 있었다.

엘리시온 헌장 발효 뒤 첫 헌법소송은 의외로 사소했다.

벨로아 회사가 로하르 도시에서 대형광고판을 세웠다.

로하르 지방정부는 경관보호를 이유로 철거명령.

벨로아 회사는 권역 내 상업자유 침해라고 제국권역법원에 소송.

거대한 헌장 첫 판례가 광고판이었다.

세리아는 웃었다.

“역사책에 보기 좋겠네요.”

나는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전쟁보다 광고판을 놓고 싸우는 편이 낫다.

법원은 로하르 손을 들어줬다.

상업자유는 보장되지만 도시경관은 현지자치권.

벨로아 회사는 철거.

대신 차별적으로 자기 회사만 막았다는 증거가 나오면 다시 소송 가능.

판결은 권역 전체에 공개됐다.

현지정부들은 안도했다.

중앙헌장이 모든 지방규정을 지워버리는 건 아니라는 첫 확인이었다.

두 번째 사건은 더 무거웠다.

세르마크 감독국이 반제국 정치인 한 명의 출국을 막았다.

안보위험이라는 이유.

정치인은 권역법원에 제소.

법원은 출국금지 취소.

구체적 범죄혐의가 없다는 이유.

감독국 정부가 항의했다.

제국 정보기관도 위험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래도 판결은 유지됐다.

에일린이 말했다.

“저 사람은 실제로 위험합니다.”

“증거는?”

“공개할 수 없습니다.”

“그럼 법원은 못 쓰지.”

정보와 법은 항상 같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불편해도 그 차이가 필요했다.

정치인은 출국 뒤 아르카디아에서 제국비판 연설을 했다.

본토 강경파는 판결을 비난했다.

몇 달 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돌아왔다.

말만 했다.

에일린이 말했다.

“이번엔 제가 과대평가했습니다.”

“기록해.”

“이미 했습니다.”

정보기관도 틀릴 수 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기관이 더 강하다.

헌장 제정으로 보호국 하원의석도 재조정됐다.

로하르 2,800석.

벨로아 860석.

카르디아 570석.

세르마크는 감독국이라 중앙 하원의석 0.

라사드는 아직 비표결 대표관.

숫자는 본토에 비하면 작았다.

그래도 보호권역 안에서는 정치적 의미가 컸다.

의석 하나가 예산과 법률위원회 접근권을 만들었다.

마엘 코르는 결국 벨로아 의원으로 당선됐다.

선거구호.

[제국 안에서 제국에 반대하겠다.]

본토 언론이 웃었다.

그는 실제로 당선됐다.

첫 하원연설에서 말했다.

“폐하께 외교권을 돌려달라고 직접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람입니다.”

회의장이 웃었다.

“그래서 여기 왔습니다.”

나는 황실석에서 박수를 치지 않았다.

황제가 특정 의원을 공개지지하면 괜한 의미가 생긴다.

속으로는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마엘의 첫 법안은 보호국민 본토취업허가 기간 단축.

기존 평균 83일.

목표 30일.

중앙관료제는 안보심사를 이유로 반대했다.

절충.

고위험직종 제외 45일.

그는 완전승리하지 못했다.

그래도 38일 줄였다.

정치는 이런 식이었다.

황제에게 한 번 거절당한 요구가.

의회에서 조금씩 형태를 바꿔 현실이 된다.

나는 세라에게 말했다.

“마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귀찮겠네.”

“이미 많습니다.”

“더.”

“제국을 넓히셨으니까요.”

보호국을 늘린다는 건 항로와 세금만 늘리는 일이 아니다.

반대의견도 수입한다.

그걸 감당할 생각이 없다면 제국을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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