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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8화 — 황제를 섬기는 신전

별의 제국 · 48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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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드 수도에서 이상한 보고가 올라왔다.

황제 신전.

나는 처음에 농담인 줄 알았다.

사진을 봤다.

진짜였다.

내 얼굴과 비슷한 조각상.

황실기.

손에는 별을 들고 있었다.

나는 세라를 봤다.

“저거 나야?”

“그렇다고 합니다.”

“부숴.”

마리안이 바로 말했다.

“문제가 생깁니다.”

“왜.”

“현지 종교자유.”

“나를 신으로 믿는 게 자유야?”

“예.”

기분이 이상했다.

신전은 정부가 만든 게 아니었다.

민간종파.

‘별황제회’.

밤의 천사로부터 구원받은 뒤 생긴 신흥종교.

교리는 간단했다.

아틀라스 황제는 별의 질서를 지상에 대행하는 존재.

나는 공식적으로 신이 아니라고 수십 번 말했지만.

그들은 그 부정 자체를 겸손의 증거로 해석했다.

“막을 방법 없어?”

마리안이 말했다.

“사기·폭력·강요가 없으면.”

“내 초상권?”

세라가 말했다.

“황제 공식초상은 공공사용 범위가 넓습니다.”

내가 만든 법이 나를 공격했다.

별황제회는 빠르게 커졌다.

신도 3천만.

몇 달 뒤 1억.

본토 언론이 신기한 구경처럼 보도하자 더 커졌다.

나는 황실성명을 냈다.

[황제는 신이 아니다.]

[황실은 어떠한 숭배도 요구하지 않는다.]

[제국에 대한 충성은 종교적 신앙을 의미하지 않는다.]

별황제회는 그 성명을 신전에 걸었다.

[성스러운 겸양의 말씀.]

나는 포기했다.

라사드 전통사제단은 오히려 분노했다.

외래신앙이라고 금지를 요구했다.

국왕은 곤란해했다.

제국 원칙으로는.

전통종교도 자유.

별황제회도 자유.

서로 폭력만 쓰지 않으면.

라사드에서는 이런 종교다원주의 자체가 낯설었다.

사제단은 말했다.

[진리는 하나다.]

제국 법무관은 답했다.

“국가는 그 진리를 판정하지 않습니다.”

그 문장이 논쟁의 중심이 됐다.

본토 시민 반응은 대부분 장난이었다.

황제 신전 기념품.

조각상 패러디.

‘별을 든 폐하’ 영상합성.

세라는 황실브랜드 관리팀이 과로 중이라고 보고했다.

나는 물었다.

“막아야 해?”

“법적으로 대부분 풍자입니다.”

“그럼 놔둬.”

내가 신이라고 믿는 사람.

내 조각상으로 농담하는 사람.

둘 다 제국망에 동시에 존재했다.

황제가 기분으로 표현을 막지 않는다는 원칙은 여기서도 같았다.

문제는 별황제회 일부 지부가 ‘제국어만 신성한 언어’라고 주장하면서 생겼다.

라사드어 예배를 금지.

현지 문화를 열등하다고 비난.

제국 문화원이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제국은 라사드어 폐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별황제회 지도자는 당황했다.

자기가 숭배하는 제국이 자기 교리를 부정했다.

나는 그 모순이 조금 재미있었다.

더 큰 문제는 헌금이었다.

일부 사제가 신도들에게 재산을 과도하게 요구.

가족갈등.

채무.

법무원이 조사에 들어갔다.

별황제회는 종교탄압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말했다.

“종교 말고 사기혐의로 조사해.”

전통사원도 같은 기준.

제국은 교리에는 관심이 없다.

돈을 어떻게 걷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관심이 있다.

라사드의 온건 대사제 아몬 라셀은 놀랍게도 별황제회 금지에 반대했다.

[잘못된 믿음도 폭력 없이 틀릴 권리가 있다.]

그 발언은 역사적이었다.

몇 년 전이라면 이단을 처형하던 사회였다.

이제 최고사제 중 한 명이 종교자유를 말했다.

제국 개도원 보고서는 그 문장을 사회변화 지표로 기록했다.

나는 아몬과 영상통화를 했다.

“내가 신 아니라는 건 동의하지?”

그가 웃었다.

[물론입니다.]

“고맙네.”

[그러나 폐하를 신으로 믿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것도.”

[그럼 충분합니다.]

사제와 황제가 종교자유를 놓고 합의했다.

세라는 통화가 끝난 뒤 말했다.

“폐하께서 종교정책을 배우고 계십니다.”

“안 배우고 싶었는데.”

제국에는 조직종교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외부 종교사회 통치경험을 다시 배워야 했다.

대단절 전 보호국 기록이 큰 도움이 됐다.

옛 보호국 중에도 황제숭배가 있었다.

제국은 수천 년 전 이미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역사자료의 결론은 명확했다.

강제금지하면 지하종교가 된다.

공식지원하면 정치권력이 된다.

그냥 두면 대부분 문화의 일부가 된다.

나는 옛 정책을 그대로 채택했다.

[비지원.]

[비탄압.]

[법 위반 시 일반법 적용.]

단순했다.

100년 뒤 별황제회가 남아 있을지 나는 몰랐다.

아마 남을 수도 있다.

천 년 뒤에는 문화축제가 될지도.

그건 라사드가 결정할 일이다.

내가 원하는 건 하나였다.

누구도 내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것.

그 선만 지키면.

신전 벽에 내 얼굴 하나쯤은.

참을 수 있었다.

별황제회 문제는 라사드 밖으로도 번졌다.

카르디아 상인이 신전 기념품을 대량수입했다.

벨로아 회사는 ‘공식 황제성상’이라는 가짜 인증표시를 붙였다.

황실 법무원이 바로 제재했다.

“숭배는 자유라면서 상품은 금지합니까?”

회사 변호사가 물었다.

“숭배상품 금지가 아니라 ‘공식’ 사칭을 금지하는 겁니다.”

가짜 황실승인이 문제였다.

제국은 신앙을 규제하지 않았다.

상표는 규제했다.

본토에서도 별황제회 지부 설립 신청이 들어왔다.

신도 대부분 라사드계 장기체류자.

법적으로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신전 부지는 허가됐다.

아우렐리움 외곽.

그 소식을 듣고 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말 수도에 내 신전 생기는 거야?”

세라가 말했다.

“종교시설입니다.”

“내 얼굴 있는데.”

“합법입니다.”

법치가 가끔 황제에게 매우 불편했다.

신전 개관일.

본토 시민 수만 명이 구경하러 갔다.

신도보다 관광객이 많았다.

누군가는 기도했고.

누군가는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는 밖에서 ‘황제는 그냥 사람이다’라는 팻말을 들었다.

경찰은 둘 다 보호했다.

충돌은 없었다.

나는 영상으로만 봤다.

직접 가면 일이 더 커질 게 분명했다.

별황제회 최고지도자가 나에게 공식알현을 요청했다.

거절하려다 생각을 바꿨다.

그는 라사드인 중년 남자.

이름 사하르 벤.

황좌 앞에서 무릎을 꿇으려 했다.

“앉아.”

[폐하 앞에서.]

“앉아.”

그는 의자에 앉았다.

나는 바로 물었다.

“내가 신이야?”

그가 답했다.

[아닙니다.]

예상 밖이었다.

“그런데 왜 신전?”

[폐하를 신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질서를 상징하는 성인으로 보는 분파도 많습니다.]

“교리가 바뀌었네.”

[종교도 배웁니다.]

흥미로웠다.

신흥종교조차 제국 법과 현실에 적응하고 있었다.

나는 조건을 확인했다.

폭력 금지.

강제헌금 금지.

황실 공식기관 사칭 금지.

정치적 복종을 종교의무로 강제 금지.

사하는 모두 동의했다.

[저희도 황실이 종교를 직접 지휘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왜?”

[그러면 신앙이 행정이 됩니다.]

좋은 답이었다.

나는 별황제회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도자는 생각보다 현실적이었다.

전통 라사드 사제단과 별황제회는 몇 년 뒤 공동구호사업을 시작했다.

홍수지역 식량배급.

교리는 서로 틀렸다고 주장하면서.

같이 천막을 쳤다.

제국 개도원은 개입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스스로 공존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본토 학자들은 라사드 종교변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논문제목은 길었다.

[초고도 기술문명 접촉이 행성신정사회의 종교개혁에 미치는 영향.]

라사드 학자들은 불쾌해했다.

[우리를 실험대상처럼 본다.]

학계는 표현을 수정했다.

공동저자에 라사드 연구자를 포함.

연구윤리규정도 새로 생겼다.

제국은 연구하는 방식까지 배워야 했다.

외계문명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회였다.

나는 나중에 신전 문제를 개인기록에 한 줄 남겼다.

[정복보다 숭배가 더 곤란할 때도 있다.]

아마 공개할 일은 없을 것이다.

황제가 신이 되는 건 쉽다.

사람들이 원하면.

신이 아니라고 계속 설명하는 쪽이 더 어려웠다.

황제숭배가 커지면서 황실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일부 원로는 이용하자고 했다.

“충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나는 바로 거부했다.

“종교로 충성 강제하면 나중에 황제가 틀렸을 때 누가 말려.”

황제는 강해야 한다.

무오류일 필요는 없다.

신격화는 권력을 강하게 만드는 대신 수정능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었다.

황실교육원은 그래서 모든 보호국 학교에 한 문장을 넣었다.

[황제는 국가원수이며 인간이다.]

라사드 교육부가 번역하면서 ‘유한한 존재’라는 표현을 썼다.

별황제회가 항의했다.

법무원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역사교육에서 국가가 자기 군주의 생물학적 사실까지 종교교리에 맞출 이유는 없었다.

웃긴 사건도 있었다.

본토 코미디언이 내 신전 조각상을 흉내 낸 공연을 했다.

별을 들고 허리가 아프다고 불평하는 황제.

“이걸 800년 들고 있으라고?”

공연은 대박이 났다.

라사드 별황제회 일부가 모욕이라고 항의했다.

사하르 벤 지도자는 항의를 철회시켰다.

[황제가 허용하는 풍자를 우리가 금지할 이유가 없다.]

그 한마디로 본토에서 별황제회 이미지가 오히려 좋아졌다.

종교도 정치감각이 있었다.

나는 그 공연을 봤다.

세라는 물었다.

“기분 안 나쁘십니까?”

“조금.”

“금지하시겠습니까?”

“그 정도로 기분 나쁘진 않아.”

“황제께서 성숙하셨군요.”

“122살인데.”

“제국 기준으로 젊습니다.”

반박할 수 없었다.

라사드 전통사제단은 이후 황실과 공식협약을 맺었다.

제국은 종교교리에 개입하지 않는다.

사원은 제국법과 공공안전을 준수한다.

사제 신분은 형사면책을 주지 않는다.

사원재산은 회계감사를 받는다.

대신 문화재와 성지는 보호.

그 협약은 다른 종교국가를 만날 때 중요한 선례가 됐다.

제국 종교정책실도 처음 만들어졌다.

이름 때문에 논란이 컸다.

본토에는 조직종교가 거의 없는데 왜 부처가 필요하냐.

마리안이 답했다.

“밖에는 많으니까요.”

제국이 외부로 나갈수록 본토에 없던 문제를 관리해야 했다.

종교.

카스트.

세습노예.

집단의식.

군체정신.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날지 모른다.

자기 문화만 기준으로 행정을 만들 수 없었다.

종교정책실의 첫 원칙은 짧았다.

[믿음은 자유.]

[강요는 제한.]

[법 위에 교리는 없음.]

[유용한 종교조직은 지역사회 파트너로 활용.]

나는 마지막 문장에서 웃었다.

아틀라스 제국다운 표현이었다.

신앙도 행정자원으로 본다.

사제들이 보면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도 실제로는 그렇게 운영됐다.

별황제회 신도 수는 몇 년 뒤 증가세가 멈췄다.

신앙이 사라진 건 아니다.

사회가 안정되자 ‘구원자 황제’ 열풍도 식었다.

신전은 남았다.

축제도.

관광객도.

나는 결국 익숙해졌다.

황제가 수조 명을 다스리면.

그중 누군가는 이상한 방식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그 좋아함을 정치권력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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