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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7화 — 제국의 비용

별의 제국 · 47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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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드 개도예산이 상원 예산위원회에 올라오자 논쟁이 터졌다.

금액은 제국 전체에서는 작았다.

하지만 질문은 돈보다 원칙이었다.

“전략가치도 낮은 IV급 신정국에 왜 제국세를 씁니까?”

상원의원 하몬이 물었다.

이번에는 통합주의가 아니라 재정 문제였다.

재무장관이 답했다.

“불안정 비용보다 저렴합니다.”

“정량화하십시오.”

자료가 떴다.

개도비.

항로경비비.

난민 발생 예상비용.

질병차단비.

향후 반란·전쟁 개입비.

숫자로 놓으면 답이 명확했다.

안정시키는 편이 쌌다.

하지만 또 다른 의원이 물었다.

“그렇다면 라사드가 우리에게 영원히 비용만 발생시키는 보호국이 될 수 있습니까?”

나는 황실석에서 직접 답했다.

“가능하지.”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제국은 이익 없는 영토를 왜 가집니까?”

“영토 아니야.”

“보호권역입니다.”

“그래. 그리고 비용도 순이익만 보는 게 아니야.”

국경 바깥에 붕괴국가가 있는 것보다.

작은 비용으로 안정된 보호국이 있는 편이 낫다.

전략완충.

질병감시.

항로안전.

외교적 깊이.

직접 세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도 있었다.

“그럼 언제 직할령으로 전환합니까?”

“아마 안 할 수도.”

“천 년 뒤에도?”

“필요 없으면.”

라사드는 전략관문도 아니다.

희귀자원도 없다.

아틀라스 정착민도 적을 것이다.

현지 왕실이 행정을 잘하면 중앙이 직접 들어갈 이유가 없다.

“황실기가 안 걸린 행성도 제국입니까?”

하몬이 물었다.

“명령이 필요한 순간 통하면.”

그게 내 답이었다.

하원에서는 반대 방향의 비판도 나왔다.

보호국 대표들이 말했다.

“비용을 내세워 우리를 중앙의 자산으로만 봅니다.”

세리아가 연설했다.

“우리는 투자수익률 표의 숫자가 아닙니다.”

맞았다.

그래서 개도원 평가표에서 ‘순재정수익’을 핵심지표에서 뺐다.

대신 삶의 지표.

교육.

의료.

치안.

이동.

현지정부 역량.

보호국이 스스로 굴러갈수록 성공.

제국 세금이 많이 걷힌다고 성공한 게 아니다.

본토 시민 여론도 갈렸다.

한쪽은 말했다.

[우리 세금부터 본토 복지에.]

다른 쪽은 말했다.

[제국이면 책임져야 한다.]

둘 다 틀리지 않았다.

나는 국정연설에서 말했다.

“제국의 시민은 가장 먼저 보호받습니다.”

먼저.

그 단어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제국이 보호권을 받아들인 사람을 방치하지도 않습니다.”

로하르.

세르마크.

벨로아.

카르디아.

라사드.

그들의 권리는 시민과 같지 않았다.

정치적 지위도 다르다.

하지만 제국이 보호한다고 서명했다면 최소한 책임을 진다.

재무원은 보호국별 ‘자립기여율’을 만들었다.

로하르 72퍼센트.

벨로아 119퍼센트.

세르마크 64퍼센트.

카르디아 81퍼센트.

라사드 12퍼센트.

벨로아는 이미 중앙에 내는 부담금보다 제국경제에 기여하는 세수효과가 컸다.

라사드는 반대.

그 숫자가 공개되자 라사드 내에서 자존심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는 제국의 짐인가.]

국왕이 연설했다.

[지금은 도움을 받는다.]

[영원히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그 연설이 마음에 들었다.

라사드 개도원은 목표를 바꿨다.

50년 뒤 중앙보조금 비율 20퍼센트 이하.

100년 뒤 순자립.

정식 제국령 전환목표는 없음.

개도보호국에서 일반보호국 전환이 목표.

즉.

더 독립적인 지방행정.

더 적은 중앙관여.

제국주의가 항상 더 직접적인 지배로 가는 건 아니었다.

우리 경우에는 반대로.

잘 키운 뒤 손을 덜 대는 게 목표일 때도 있었다.

그해 보호권역 예산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은 의외로 세르마크였다.

군축.

직업전환.

조선소 민간화.

옛 전쟁경제를 평화경제로 바꾸는 비용.

본토 시민들이 불평했다.

“전쟁 일으킨 나라에 왜 제일 많이 씁니까?”

재상은 답했다.

“안 쓰면 다시 전쟁할 가능성이 제일 높으니까.”

처벌과 비용효율은 다른 문제였다.

황제에게는 둘 다 봐야 했다.

나는 예산안 최종재가 전에 한 줄을 추가했다.

[보호국 지원은 충성의 포상이 아니라 제국질서 유지비다.]

좋아서 돕는 것도 아니고.

불쌍해서만 돕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만든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그렇게 정의하니 훨씬 단순해졌다.

상원 표결.

찬성 68퍼센트.

반대 29퍼센트.

기권 3퍼센트.

예산 통과.

라사드 학교는 계속 지어졌다.

세르마크 조선소는 계속 민간화됐다.

로하르 항로는 계속 확장됐다.

정치는 시끄러웠다.

행정은 그 와중에도 굴러갔다.

제국이 거대한 이유 중 하나였다.

예산논쟁 뒤 상원은 보호권역 회계감사단을 파견했다.

본토 시민들은 돈이 새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감사결과.

부정사용 0.7퍼센트.

행정낭비 4.2퍼센트.

예상보다 낮았다.

문제는 라사드가 아니라 본토 건설기업 두 곳이었다.

개도사업 단가를 부풀렸다.

황실은 즉시 계약을 취소했다.

기업대표가 항의했다.

“외부문명에 제국기업을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권위가.”

나는 잘랐다.

“도둑질한 게 권위야?”

대표는 더 말하지 못했다.

제국이 보호국의 부패를 고치면서 본토기업 부패를 눈감으면 아무도 개도정책을 믿지 않는다.

비리기업 중 하나는 유서 깊은 귀족가문 소유였다.

가문명 박탈 논의까지 올라갔다.

최종적으로는 이번 한 건만으로 박탈하지 않았다.

대신 황실특허 30년 정지.

당사자 형사처벌.

가문평가 등급 하락.

귀족이라고 회사와 가문 전체가 곧바로 연좌제로 처벌되진 않았다.

하지만 공훈가문은 공공책임도 더 컸다.

라사드 대표는 상원 청문회에서 말했다.

“저희는 지원을 받지만 감사도 받습니다.”

한 의원이 물었다.

“불쾌합니까?”

“예.”

“그런데 왜 동의합니까?”

“돈을 받으니까요.”

회의장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 답이 제일 정확했다.

책임 없는 지원은 선물이 되고.

선물은 오래가면 권리가 된다.

제국은 보호를 권리와 의무의 묶음으로 만들었다.

보호권역 부담금 체계도 바뀌었다.

부유한 벨로아는 더 많이.

전쟁복구 중인 세르마크는 일시감면.

로하르는 중간.

라사드는 거의 없음.

본토 일부에서 ‘외계 복지국가’라는 비판이 나왔다.

세리아는 하원에서 반박했다.

“우리도 언젠가 더 많이 낼 겁니다.”

나는 그 발언을 흥미롭게 봤다.

로하르 대표가 제국 재정부담을 ‘우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정치적 편입은 언어에서 먼저 보일 때가 있었다.

반면 독립파는 같은 장면을 위험하다고 봤다.

[제국 세금을 우리 세금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 동화가 완성된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제국은 동화를 강제로 목표로 두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예산.

같은 군대.

같은 시장.

수십 년 지나면 정체성이 섞이지 않을 수 없다.

황실이 할 수 있는 건 속도를 관리하는 것뿐이었다.

상원은 결국 ‘보호권역 재정준칙’을 만들었다.

평시 외부지원 총액 상한.

전쟁·재난 예외.

보호국별 자립계획 의무.

10년마다 지원효과 재심사.

지원이 영구적 권리가 되지 않게 했다.

라사드도 찬성했다.

국왕이 말했다.

[언젠가 우리 스스로 학교를 지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말이 개도정책의 목표였다.

같은 날 라사드 최초의 자체 원자로가 가동됐다.

제국이 설계한 게 아니다.

제국 구형기술을 바탕으로 라사드 기술자들이 자체개량.

출력은 낮았다.

효율도 떨어졌다.

그러나 부품의 91퍼센트를 현지생산.

개도원은 최고평가를 줬다.

본토 언론은 왜 성능 낮은 원자로를 칭찬하느냐고 물었다.

오르테가가 답했다.

“저들이 만들었으니까.”

의존을 줄이는 기술은 숫자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

나는 완공식에 영상으로 참석했다.

라사드 기술자들이 내 초상화를 걸려 하자 미리 금지했다.

대신 설계팀 이름을 벽에 새기게 했다.

“황제 이름이 없으면 섭섭해하지 않겠습니까?”

세라가 물었다.

“내가 만들었어?”

“정책은.”

“그럼 정책문서에 있잖아.”

문명을 키우는 데 황제 얼굴이 너무 많이 붙으면.

현지인은 자기 성공도 황제 선물로 생각하게 된다.

그건 좋은 통치가 아니었다.

재정준칙이 생긴 뒤 각 보호국은 처음으로 자기 몫을 공개적으로 비교했다.

그 결과 새로운 정치가 생겼다.

“왜 로하르는 이만큼 내고 벨로아는 더 내는가.”

“왜 라사드는 거의 안 내는가.”

보호권역의회는 없었지만 하원의 보호권역 의원들이 공동청문회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같은 예산표를 보기 시작하면 같은 정치공동체가 되기 시작한다.

제국은 그 효과를 의도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벨로아 의원은 라사드 지원을 줄이라고 주장했다.

라사드 의원은 아직 없었다.

보호국 하원의석 배정기준을 못 넘겼기 때문이다.

세리아가 대신 반론했다.

“대표 없는 지역 예산을 대표 있는 지역이 결정하는 건 문제입니다.”

상원도 동의했다.

결국 일정 인구 이하 개도보호국에는 정식의석 대신 ‘비표결 대표관’을 두기로 했다.

발언.

자료요구.

위원회 출석.

표결권은 없음.

작은 권리.

하지만 정치참여의 시작이었다.

첫 라사드 대표관은 세라핀 공주가 아니라 평민 회계사였다.

이름 마리크 사운.

국왕이 추천하고 현지 자문회의가 승인.

본토에 도착한 그는 하원 규모를 보고 말을 잃었다.

“몇 명입니까?”

안내관이 숫자를 말했다.

그는 다시 물었다.

“한 번에 어디에 앉습니까?”

“안 앉습니다.”

위원회와 전자망 중심.

거대한 제국의 의회는 광장정치가 아니라 네트워크였다.

마리크는 적응하는 데 몇 달 걸렸다.

그가 첫 번째로 한 일은 자기 나라 지원금 증액 요구가 아니었다.

본토 건설기업의 단가부풀리기 자료요청.

라사드 언론은 놀랐다.

“제국 돈인데 왜 우리가 감시합니까?”

마리크가 답했다.

“우리 땅에서 쓰니까요.”

보호국 정치가 한 단계 바뀌었다.

지원받는 사람에서.

지원이 어떻게 쓰이는지 묻는 사람으로.

상원 재정강경파도 그를 높게 평가했다.

정치적 입장은 달랐다.

하지만 장부를 보는 사람끼리는 언어가 통했다.

마리크는 몇 년 뒤 본토 의원들과 공동으로 ‘외부권역 조달투명법’을 발의했다.

비표결 대표관이 법안작성에 참여한 첫 사례였다.

표결권은 없었다.

영향력은 생겼다.

법적 권한과 정치적 영향력은 항상 같지 않았다.

나는 그 과정을 보고 시민권 문턱을 낮추자는 압박이 올 걸 알았다.

하지만 아직은 유지했다.

보호국민이 뛰어난 정치인이라고 바로 시민이 되는 건 아니다.

제국 시민권은 수백 년짜리 책임을 포함한다.

군복무.

세금.

제국 전체법 준수.

정치공동체에 대한 충성.

권리를 넓히는 만큼 기준도 필요했다.

재정논쟁 끝에 보호권역 예산은 통과됐다.

그날 마리크가 개인메시지를 보냈다.

[폐하, 우리에게 돈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흥미가 생겨 답했다.

[왜?]

[조약상 책임이니까요.]

나는 웃었다.

좋았다.

보호국이 영원히 감사만 하는 관계는 건강하지 않다.

권리라고 요구하기 시작할 때.

제국질서도 진짜 제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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