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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5화 — 신성모독

별의 제국 · 45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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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드 산악지대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공립학교 세 곳.

의료소 두 곳.

전력중계소 하나.

동시다발.

사망 412명.

대부분 현지인.

제국인 사망자는 없었다.

성전단은 성명을 냈다.

[별의 거짓신과 그 추종자를 몰아낸다.]

나는 성명을 읽고 물었다.

“우리가 신 아니라는데 왜 거짓신이지?”

마리안이 답했다.

“신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라는 논리입니다.”

“편리하네.”

무슨 말을 해도 죄가 된다.

그런 상대와 신학토론할 생각은 없었다.

범죄로 다루면 됐다.

라사드 국왕은 계엄을 요청했다.

나는 거부했다.

“전국계엄 필요 없어.”

“성전단이 여러 지역에 있습니다.”

“그 지역만.”

권력을 한 번 넓히면 줄이기 어렵다.

특히 전통왕권과 사제권이 강한 나라에서 계엄은 개혁반대파까지 잡는 도구가 될 수 있었다.

제국은 성전단을 없애려 했다.

정치반대파까지 없애려는 게 아니었다.

현지 치안군은 아직 약했다.

그래서 제국 고문단이 들어갔다.

정보.

통신.

비살상장비.

드론.

그러나 작전지휘는 라사드 장교가 맡았다.

라울이 불만을 표시했다.

“우리가 하면 3일이면 끝납니다.”

“그리고 다음에도 우리가 해야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배워야 하잖아.”

제국은 보호국의 마지막 보루였다.

매번 첫 번째 칼이 되면 보호국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는다.

첫 작전은 실패했다.

성전단 지도자를 놓쳤다.

현지군 28명 사망.

라울은 말없이 보고서를 읽었다.

나는 물었다.

“후회해?”

“제가 했으면 안 죽었을 병사들입니다.”

“맞아.”

“그래도 계속 현지군이 해야 합니까?”

“응.”

결정은 차갑게 들렸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했다.

제국이 대신 싸워주는 것과.

보호국이 제국 지원 아래 스스로 싸우는 건 다르다.

두 번째 작전에서는 현지군이 바뀌었다.

제국식 정보공유.

소부대 재량.

의료후송.

야간센서.

사망 3명.

성전단 211명 체포.

민간인 피해 0.

라사드 장교가 말했다.

“첫 작전과 같은 군대가 맞습니까?”

제국 고문관이 답했다.

“장비보다 절차가 바뀌었습니다.”

하위문명에 기술만 던져주는 건 개도가 아니다.

어떻게 쓰는지.

왜 쓰는지.

조직이 함께 바뀌어야 했다.

성전단의 자금출처도 드러났다.

라사드 내부 귀족 12가문.

사원토지 개혁으로 손해를 본 집단.

외부세력은 아니었다.

에일린은 아쉬워했다.

“더 큰 배후가 있을 줄 알았습니다.”

“없는 게 좋지.”

“이야기적으로는.”

“너도 그런 말 해?”

“폐하 영향입니다.”

나는 모른 척했다.

체포된 귀족들을 어떻게 처벌할지가 문제였다.

라사드 법으로는 반역죄.

사형.

제국은 사형을 거의 쓰지 않았다.

특히 정치범에게.

국왕은 법대로 하겠다고 했다.

나는 개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건 순수 현지법 영역에 가까웠다.

마리안이 물었다.

“막으십니까?”

나는 고민했다.

“감형 권고.”

“명령이 아니라?”

“응.”

제국이 모든 법가치를 강제로 복사하기 시작하면 보호국 자치의 의미가 없어진다.

다만 제국 기본권 기준을 조금씩 밀어넣을 수는 있었다.

국왕은 12명 중 7명의 사형을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5명은 학교폭발 직접지시 증거가 확실해 사형 유지.

본토에서는 논쟁이 컸다.

나는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변화는 때로 불편한 중간단계를 거친다.

사제단 내부에서도 분열이 커졌다.

온건파 대사제 아몬 라셀이 공개선언했다.

[지식은 신의 적이 아니다.]

[거짓을 믿기 위해 눈을 감으라는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제국은 그를 지원하지 않았다.

돈을 주면 꼭두각시가 된다.

대신 경호만 제공했다.

강경파는 그를 배교자라 불렀다.

젊은 사제들은 그에게 몰렸다.

종교는 사라지지 않았다.

형태가 변하기 시작했다.

라사드 학교 공격 1주기.

학생들이 추모식을 열었다.

제국기는 없었다.

라사드 국기와 학교 깃발만.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피해자들은 제국을 위해 죽은 게 아니었다.

자기 학교에서 공부하다 죽었다.

국가가 모든 죽음을 제국서사로 흡수할 필요는 없었다.

치안작전 4개월.

성전단 주요조직 해체.

남은 소규모 셀은 현지경찰이 관리.

제국 고문단은 절반 철수.

라울이 보고했다.

“이번엔 현지군이 먼저 철수하지 말라고 합니다.”

“좋은 신호야?”

“제가 보기엔.”

스스로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었다.

라사드 개도지표 첫해 결과.

상하수도 +14퍼센트.

영아사망률 8.7에서 5.1퍼센트.

문해율 +9퍼센트.

여성 중등교육 +22퍼센트.

전력보급 +17퍼센트.

종교분쟁 사망자는 일시적으로 증가.

변화에는 마찰이 있었다.

세라는 물었다.

“성공이라고 보십니까?”

“아직.”

“언제 성공입니까?”

“우리 없어도 굴러갈 때.”

그게 개도의 기준이었다.

제국 깃발이 많아지는 것보다.

제국 관료가 적어지는 게 성공일 수도 있었다.

성전단 지도부 재판은 공개로 진행됐다.

라사드 역사상 처음으로 왕실·사원 범죄재판이 전역 생중계됐다.

피고 측 변호인도 있었다.

강경사제들은 처음엔 변호를 거부했다.

[신의 법정만 인정한다.]

재판장은 답했다.

“그러면 침묵권을 행사하십시오.”

제국법을 그대로 적용하진 않았다.

라사드 신법과 개정형사법을 섞은 절차.

하지만 고문은 금지.

비공개 자백만으로 유죄판결 금지.

증거개시.

그 세 가지는 제국이 양보하지 않았다.

학교폭발 직접지시 증거가 나온 순간 라사드 여론이 바뀌었다.

종교탄압이라고 믿던 일부 시민이 등을 돌렸다.

피해학생 영상.

폭탄구매기록.

사제의 명령문.

신앙논쟁이 아니라 살인사건이 됐다.

온건 대사제 아몬은 말했다.

[신앙을 이유로 아이를 죽인 자는 신앙을 보호한 것이 아니다.]

그 문장이 판결보다 강했다.

사형 유지 5명 문제는 본토에서 계속 논쟁이 됐다.

제국 인권단체는 처형중단을 요구했다.

라사드 피해가족은 엄벌을 요구.

나는 사면권을 쓸 수 있었다.

쓰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감형권고만 유지했다.

국왕은 2명을 추가 감형.

3명은 사형 집행.

불편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보호국 자치가 중앙 마음에 드는 결과만 인정하는 제도라면 자치가 아니다.

제국은 최소선부터 천천히 올리기로 했다.

처형 다음 날.

라사드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두 개 열렸다.

하나는 사형환영.

하나는 사형폐지.

경찰은 둘 사이에 벽을 세웠다.

충돌은 없었다.

몇 년 전이라면 종교전쟁으로 번졌을 논쟁이 시위로 끝났다.

마리안은 말했다.

“이것도 발전입니까?”

“사람 안 죽었잖아.”

그 정도면 발전이었다.

성전단 잔당에게는 조건부 사면이 제시됐다.

무기반납.

폭력범죄 미가담 확인.

6개월 재교육.

지역사회 복귀.

1만 8천 명이 응했다.

라울은 불만이었다.

“다시 무장하면.”

“그때 잡아.”

“위험합니다.”

“전부 감옥에 넣는 것도 비용이야.”

반란을 끝내는 건 적을 모두 죽이는 일이 아니다.

적이 더 이상 적일 이유를 줄이는 일.

세르마크에서 배운 걸 라사드에 적용했다.

사면자 일부는 아이러니하게도 개척원에 지원했다.

자기 고향에서는 낙인이 컸다.

새 지역에서는 새 삶을 원했다.

라사드 외곽위성 농업개척단.

예전 성전단 대원과 공립학교 졸업생이 같은 조에서 일하게 됐다.

처음엔 싸웠다.

몇 년 뒤에는 같이 농장을 운영했다.

국가는 모든 화해를 명령할 수 없다.

같이 일할 이유를 만들 수는 있다.

라사드 사원토지 개혁도 타협으로 끝났다.

몰수 없음.

대신 대규모 유휴토지세.

공공학교·병원에 토지를 임대하면 감면.

사원들은 계산했다.

많은 곳이 임대를 택했다.

제국은 땅을 빼앗지 않았다.

세금이 땅을 움직였다.

세라는 말했다.

“폐하께선 강제로 할 수 있는 것도 자꾸 돈으로 해결하십니다.”

“싸게 먹히잖아.”

“황제답지 않다는 평도 있습니다.”

“황제가 비싸게 해야 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개도 7년차.

라사드에서 신학교 지원자는 줄지 않았다.

대신 공학과 지원자가 폭발했다.

사제가 사라지지 않았다.

기술자가 늘었다.

둘이 같이 존재했다.

그게 내가 원하던 방향에 가까웠다.

제국이 문명을 전파한다는 게.

모두를 아틀라스인처럼 만드는 건 아니다.

자기 문화로 살아가되.

굶지 않고.

배울 수 있고.

쓸데없는 전쟁을 하지 않고.

필요할 때 제국 명령이 통하는 사회.

그 정도면 충분했다.

성전단 해체 뒤 라사드 경찰은 처음으로 ‘종교범죄’라는 분류를 없앴다.

대신 폭행.

테러.

협박.

재산범죄.

일반 형법으로 처리.

믿음 자체를 범죄명에 넣지 않았다.

온건사제 아몬이 그 개정을 지지했다.

[신을 믿는 것이 죄가 될 수 없다면, 잘못 믿는다는 이유만으로도 죄가 되어서는 안 된다.]

라사드 사회에서는 급진적인 말이었다.

왕실도 변했다.

국왕은 제국 고문과 매주 회의했지만 최종 내정서명은 직접 했다.

어느 날 그는 제국 개도관의 권고를 거부했다.

농지세 개혁 속도.

개도관은 황실에 재심을 요청했다.

나는 기각했다.

“왜요?”

세라가 물었다.

“현지권한이잖아.”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럴 수도 있지.”

보호국이 항상 최적의 정책만 골라야 자치할 수 있다면 자치가 아니다.

실수할 권리도 어느 정도 남겨야 했다.

라사드의 첫 민간 신문은 놀랍게도 반제국 성향이었다.

제목.

[우리는 발전하고 있는가, 길들여지고 있는가.]

본토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개도원 일부는 지원금을 끊자고 했다.

나는 거부했다.

“정부보조금 받는 신문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놔둬.”

신문은 제국 의료정책을 칭찬하고 교육동화를 비판했다.

항상 같은 편도 아니었다.

그게 오히려 건강했다.

성전단 잔당 마지막 주요 지도자가 체포됐을 때 라사드군이 먼저 제국 고문에게 말했다.

[우리가 심문하겠다.]

1년 전이라면 불안했을 말.

이번에는 제국 절차를 지키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고문금지.

변호권.

영상기록.

그들은 지켰다.

라울이 보고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조금 군대 같군요.”

그에게서 칭찬을 받기까지 7년 걸렸다.

라사드에게는 꽤 빠른 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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