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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42화 — 밤의 천사

별의 제국 · 42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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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사드가 ‘밤의 천사’라 부르는 생물은 천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제국 생물학 기준으로는.

첫 개체를 잡는 데 13시간 걸렸다.

길이 38미터.

질량 62톤.

진공생존.

금속이온을 먹는다.

선박 표면에 붙어 미세구멍을 만들고 내부로 유기섬유를 뻗는다.

그리고.

신경조직을 찾는다.

오르테가가 말했다.

“사람을 먹는 게 아닙니다.”

“그럼?”

“신경전기 패턴을 흡수합니다.”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기억?”

“그 가능성도 조사 중입니다.”

좋지 않았다.

포획개체는 실험실에서 4시간 만에 죽었다.

죽기 직전.

벽에 이상한 패턴을 그렸다.

반복되는 육각형.

그리고 세 개의 점.

오르테가는 바로 버그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했다.

일치 없음.

유사도 14퍼센트.

낮았다.

그래도 완전히 무관하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버그 생태계에는 수많은 하위생물이 존재했다.

게임에서 몇 종류만 봤다고 현실도 그럴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나는 개인기록에 한 줄을 남겼다.

[버그일 수 있음. 아닐 수도 있음.]

별 도움 안 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정직했다.

라사드는 312년 동안 밤의 천사에게 시달렸다.

처음에는 외곽 위성기지에서만.

80년 전부터 행성궤도까지 접근.

최근 20년 동안 빈도 급증.

아르카디아 상선 실종도 같은 시기 늘었다.

원인은 모른다.

라사드 사제단은 말했다.

[우리가 죄를 지어서.]

제국 과학자는 말했다.

[환경변화 가능성.]

왕은 두 설명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했다.

나는 마리안에게 말했다.

“신앙은 건드리지 마.”

“하지만 원인규명에 방해가 됩니다.”

“원인이 죄라고 믿든 말든 대피명령은 따르면 돼.”

제국은 종교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모든 종교를 없애는 데 세금을 쓸 생각도 없었다.

첫 구조작전은 라사드 수도행성 궤도에서 벌어졌다.

밤의 천사 217개체.

현지 방위함은 이미 후퇴.

제국 구축함 두 척이 들어갔다.

전투는 94초.

고에너지 광선이 생물을 태웠다.

일부는 도망갔다.

한 개체가 구축함 표면에 붙었다.

방어드론이 제거.

피해 경미.

라사드 전역에서 전투가 생중계됐다.

그 다음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거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수십억 명.

제국함을 향해.

[별의 신이 우리를 구했다.]

마리안이 한숨을 쉬었다.

“예상했습니다.”

나는 더 크게 한숨 쉬었다.

라사드 국왕이 공식 칙령을 냈다.

[아틀라스는 신이 아니다.]

놀라웠다.

사제단 일부가 반발했다.

국왕은 계속했다.

[그들은 스스로 신이 아니라고 말한다.]

[신성한 존재라면 거짓말하지 않을 것이니 그 말을 믿어야 한다.]

논리는 이상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나는 웃음을 참았다.

세라가 말했다.

“효율적인 신학입니다.”

“우리가 끼어들 필요 없겠네.”

현지 종교문제는 현지 방식으로 풀게 하는 편이 나았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밤의 천사 공격지역에서 라사드 사제단이 ‘정화’를 이유로 마을을 봉쇄하고 있었다.

감염 가능성을 두려워해 주민을 밖으로 못 나오게 했다.

식량부족.

질병.

사망자 급증.

제국 의료단은 진입을 요구했다.

사제는 거부.

[성역이다.]

현지 왕도 강제로 못 들어갔다.

나는 보고를 듣고 말했다.

“문 열어.”

마리안이 확인했다.

“현지법상 종교자치구역입니다.”

“사람 죽고 있잖아.”

“강제진입을 승인하십니까?”

“응.”

제국군은 성역문을 폭파하지 않았다.

잠금장치만 해제했다.

사제 43명이 길을 막았다.

비살상구속.

의료단 진입.

실제 감염자는 없었다.

굶주림과 세균성 질환만 있었다.

3일 동안 18만 명을 치료했다.

라사드에서는 논쟁이 폭발했다.

[제국이 성역을 침범했다.]

[사제가 사람을 굶겨 죽였다.]

국왕은 제국 편을 들었다.

“보호를 요청한 건 우리다.”

사제단 일부는 국왕을 배교자라고 불렀다.

제국은 그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말은 자유였다.

다만 다시 의료진을 막으면 체포.

경계는 단순했다.

믿음은 자유.

타인의 생존을 해칠 권리는 없다.

오르테가는 밤의 천사 둥지를 찾았다.

가스행성의 작은 위성.

표면 아래 거대한 동굴망.

수십만 개체.

그리고 인공구조물처럼 보이는 것.

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저거 자연물이야?”

“모릅니다.”

“버그?”

“모릅니다.”

오늘도 그 답이었다.

아델라인은 말했다.

“없애면 알 필요가 줄어듭니다.”

오르테가가 바로 반대했다.

“연구해야 합니다.”

“라사드 상선 계속 죽게 둘 겁니까?”

“격리하고 연구.”

둘이 다시 시작했다.

나는 결론냈다.

“일부 보존. 활동개체 제거.”

과학과 군사의 전형적인 타협.

작전명은 ‘새벽’.

제국함대가 위성 주변을 봉쇄했다.

밤의 천사들은 떼로 나왔다.

수십만.

라사드 사람들은 생중계를 봤다.

이번에는 무릎 꿇는 장면을 줄이기 위해 왕실이 계속 방송했다.

[저것은 기술이다.]

[신성한 기적이 아니다.]

아이러니했다.

종교왕국의 왕이 제국의 비신성을 설명하고 있었다.

작전은 3시간 만에 끝났다.

활동개체 98퍼센트 제거.

둥지 70퍼센트 소각.

30퍼센트는 봉인연구구역.

제국 피해.

무인기 411기.

승조원 부상 7명.

사망 0.

라사드에서는 축제가 시작됐다.

나는 축제 이름을 듣고 머리를 짚었다.

[천상구원의 날.]

“이름 못 바꾸나?”

마리안이 말했다.

“현지 문화입니다.”

“우릴 신으로만 안 만들면 됐어.”

“이미 민간에서는 반쯤 그렇습니다.”

“골치 아프네.”

라사드 왕은 감사사절을 보냈다.

황금.

보석.

성유물.

제국 재무원은 황금과 보석은 평가했다.

성유물은 문화부로 넘겼다.

나는 왕에게 답신했다.

[구조비를 따로 청구하지는 않겠다.]

그건 선의 때문에 손해를 떠안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대신 라사드 성계의 항로안전권, 생체위협 연구권, 장기 방위협력은 제국이 확보한다. 현금 몇 상자를 받는 것보다 그 편이 훨씬 가치가 컸다.

라사드 성계는 이제 제국 보호권역 안에 들어왔다.

밤의 천사 문제를 우리가 해결했다.

그러면 이후의 안전도 우리가 관리해야 했다.

그리고 그 안전을 지키려면.

이 문명을 지금 상태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IV급.

행성권 문명.

종교권력 과다.

의료부족.

항로기술 취약.

제국의 다음 질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

새벽작전 전에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죽일까’가 아니었다.

‘얼마나 남길까’였다.

아델라인은 전부 소각을 주장했다.

오르테가는 최소 1퍼센트 생존군집 보존.

둘 사이 차이는 수천 개체였다.

나는 물었다.

“탈출 가능성?”

“격리장 안에서는 극히 낮습니다.”

“극히?”

아델라인이 그 단어를 잡았다.

오르테가는 한숨 쉬었다.

“완전한 0은 과학에서 잘 쓰지 않습니다.”

“군인은 씁니다.”

결국 연구군집은 위성 지하 11킬로미터 격리구역에만 남겼다.

외부로 연결된 모든 통로는 제국군이 끊었다.

연구권한도 황실승인제로 묶었다.

호기심과 안전의 타협이었다.

밤의 천사는 제국무기를 학습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첫 30분에는 직선으로 돌진.

그다음 군집은 분산.

일부는 잔해 뒤에 숨었다.

마지막에는 무인기 신호를 따라 우회했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본능치고는 빠릅니다.”

오르테가는 답했다.

“집단학습일 수 있습니다.”

“지능?”

“문명지능은 아닙니다.”

“확실합니까?”

“아직.”

또 그 단어였다.

아직.

우주는 그 단어를 너무 자주 요구했다.

한 개체가 파괴 직전 이상한 전자파를 방출했다.

동시에 주변 400개체가 방향을 바꿨다.

제국 생물학자들은 군집신호라고 판단했다.

버그의 하이브통신과 닮은 점.

하지만 주파수 구조는 달랐다.

오르테가는 보고서에 썼다.

[버그 관련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직접 계통관계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승인했다.

공포는 이름 하나로 너무 빨리 커질 수 있었다.

라사드 주민들에게 작전영상을 어디까지 공개할지도 문제였다.

왕실은 전부 공개를 원했다.

사제단은 신앙혼란을 이유로 제한을 원했다.

제국은 30분 지연공개를 택했다.

군사기밀과 잔혹장면만 가림.

나머지는 공개.

라사드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기 하늘 밖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봤다.

많은 아이가 그날부터 우주선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제단은 걱정했다.

교육부는 좋아했다.

한 전투가 진로상담까지 바꿨다.

밤의 천사 둥지를 제거한 뒤 아르카디아 보험회사가 가장 먼저 움직였다.

X-41 항로보험 재개.

보험료는 여전히 높았지만 전보다 절반.

상선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라사드 시장에는 외국상품이 늘었다.

밤의 천사를 없앤 효과는 군사보다 경제에서 더 오래갔다.

그러나 제국은 항로를 즉시 완전개방하지 않았다.

생물탐지부표.

격리검문소.

구조기지.

무인순찰망.

전부 설치한 뒤 단계개방.

라사드 상인은 불평했다.

“괴물은 없어졌는데 왜 검사가 필요합니까?”

제국 검역관이 답했다.

“없어졌는지 확인하려고요.”

안전은 승리선언보다 오래 걸렸다.

포획군집 연구에서 놀라운 사실도 나왔다.

밤의 천사는 자연적으로 금속을 먹도록 진화하기 어렵다.

세포 내부에 인공적인 유전자 반복구조.

설계 흔적 가능성.

누가 만들었는지는 불명.

오르테가가 말했다.

“생물무기였을 수도 있습니다.”

“버그가?”

“모릅니다.”

“다른 문명?”

“가능합니다.”

“얼마나 오래됐어?”

“최소 3천 년 이상.”

라사드 역사보다 오래됐다.

우리가 만난 문제는 현지국가보다 더 오래된 우주의 잔재일 수도 있었다.

나는 X-41 연구자료를 최고등급 기밀로 분류하지 않았다.

버그 관련 부분만 제한.

나머지 생물학자료는 대학에 공개.

이유는 단순했다.

연구자가 많을수록 빨리 안다.

에일린은 보안위험을 경고했다.

“생물무기 전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부분은 가려.”

완전공개도.

완전비공개도.

둘 다 쉬운 선택이었다.

제국은 중간을 관리할 능력이 있었다.

작전 종료 5일 뒤.

라사드 수도에서는 밤하늘 축제가 열렸다.

예전에는 공포 때문에 밤에 우주항 불을 줄였다.

이번에는 모든 항구가 불을 켰다.

아이들이 별을 봤다.

사제는 기도했다.

과학자는 망원경을 설치했다.

같은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설명이 공존했다.

제국은 그중 하나만 남기려 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도 다시 그 하늘 때문에 죽지 않게 만들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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