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5화 — 같은 제국, 다른 색

별의 제국 · 35 / 29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엘리시온 보호권역 행정지도는 보기 흉했다.

색이 너무 많았다.

로하르 보호국.

세르마크 군축감독국.

벨로아 상업보호국.

카르디아 보호연방.

제9자유항.

제국 직할 군사기지.

전략항로 직할구간.

상원 행정위원회가 말했다.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도 복잡한데 지도만 단순하게 해서 뭐해?”

“정치적 일체감이.”

“색칠한다고 생겨?”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보호국이라고 모두 같은 나라가 아니다.

그들을 억지로 같은 제도에 넣으면 중앙이 관리하기 편할 수도 있다.

대신 현지는 망가진다.

제국은 13,000년을 살아남았다.

행정표 하나 예쁘게 만들려고 사회를 뜯어고칠 만큼 급하지 않았다.

상원에서는 더 큰 논쟁이 벌어졌다.

“보호국을 궁극적으로 정식 제국령으로 통합해야 합니다.”

연설자는 중부권역 출신 상원의원 데릭 하몬.

통합주의자였다.

그의 논리는 단순했다.

하나의 법.

하나의 시민권.

하나의 군대.

하나의 행정.

“영구적인 이중구조는 장기적으로 제국의 결속을 약화합니다.”

반대편에서는 변경 출신 의원이 말했다.

“전략가치도 낮고 아틀라스인도 없는 행성에 왜 중앙관료를 파견합니까?”

하몬이 답했다.

“제국이기 때문입니다.”

“제국이라서 돈을 버려야 합니까?”

상원에서 웃음이 나왔다.

나는 황실석에서 지켜봤다.

둘 다 일리가 있었다.

그래서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다음 날 황실행정령을 공포했다.

[제국권역 단계화 원칙.]

첫째.

제국의 보호를 받고 외교·국방·전략권을 중앙이 통제한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정식 제국령 전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둘째.

직할편입 여부는 전략가치, 아틀라스 정착비율, 산업통합도, 행정비용, 주민의사, 안보 필요를 종합판단한다.

셋째.

보호국 상태가 장기 지속되는 것을 행정적 실패로 간주하지 않는다.

넷째.

핵심항로·요새·전략자원지는 보호국 내부라도 제한적으로 제국 직할구역을 둘 수 있다.

다섯째.

현지정부가 효율적으로 기능하면 이를 적극 활용한다.

마지막 문장은 내가 직접 넣었다.

[지배는 넓게, 직할은 선택적으로.]

상원에서 찬반이 갈렸다.

하원에서는 의외로 지지가 높았다.

보호국 대표들이 특히 환영했다.

로하르에서는 세리아가 연설했다.

“오늘 황제는 우리를 영원히 제국령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 아닙니다.”

그녀는 언제나 정확했다.

“다만 제국령이 되는 것이 유일한 미래는 아니라고 인정했습니다.”

친제국파는 박수를 쳤다.

독립파도 일부 박수를 쳤다.

서로 이유는 달랐다.

제국정책은 가끔 반대파에게도 숨 쉴 공간을 줬다.

벨로아에서는 반응이 더 현실적이었다.

주가가 올랐다.

직할편입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현지 금융규정과 도시자치가 오래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 본토 언론은 제목을 뽑았다.

[황제의 분권선언.]

세라가 보고 말했다.

“틀렸습니다.”

“뭐가?”

“핵심권한은 오히려 중앙에 더 모으셨습니다.”

“그렇지.”

외교.

국방.

항로.

전략자원.

최고사법.

시민권.

그건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대신 쓰레기수거와 지방학교와 전통축제는 현지에 남겼다.

분권처럼 보이는 중앙집권.

아틀라스식 보호국의 본질이었다.

세르마크에서는 다른 질문이 나왔다.

“우리는 언제 보호국이 됩니까?”

군축감독국은 보호국보다 지위가 낮게 느껴졌다.

바렌이 직접 물었다.

“감독을 언제 끝낼 생각이지?”

“조건 채우면.”

“조건이 뭔데?”

리안 테모르가 목록을 읽었다.

민간정부 정착.

군사문민통제.

전쟁범죄 재판 완료.

지역방위군 개편.

5년 이상 조약준수.

“그 다음은?”

“일반 보호국 전환 심사.”

바렌은 웃었다.

“독립 회복이 아니라 보호국 승격?”

“응.”

“제국식 표현은 가끔 대단해.”

“싫어?”

“현실은 알고 있어.”

세르마크는 이미 외교권도 전쟁권도 잃었다.

단어가 현실을 바꾸지는 않았다.

대신 어느 단어가 다음 단계인지가 중요했다.

보호국의 제국군 복무 문제도 처음 논의됐다.

로하르 청년들 가운데 제국군 지원 희망자가 빠르게 늘었다.

문제는 시민권이었다.

제국군 핵심전투직은 원칙적으로 시민.

보호국민은 보조군과 지역군 중심.

리아 카르멘이 공개적으로 질문했다.

“제국을 위해 싸울 수는 있는데 제국군이 될 수는 없습니까?”

라울은 답했다.

“아예 못 되는 건 아니다.”

“조건이?”

“시민권.”

“시민권 조건은?”

“그게 더 어렵지.”

대화가 인터넷에서 퍼졌다.

시민권 논쟁이 시작됐다.

제국은 외부세계를 넓히고 있었다.

그런데 내부의 문은 여전히 좁았다.

이 모순은 앞으로 오래 갈 것이다.

상원은 총 150표 안에서 외부권역 배정표를 하나 더 돌릴지 논의했다.

현재 마르켄 벨로스 한 명.

인구와 경제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보호국 대표들은 두 명을 요구했다.

본토 일부 의원은 반대했다.

“외부권역 상원표를 하나 더 돌린다고 보호국민의 직접대표권이 늘어나는 건 아닙니다.”

마르켄이 답했다.

“그래서 더 필요합니다.”

“설명하십시오.”

“권한이 중앙에 있으니까요. 중앙권한을 현지에서 감시할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묘한 논리였다.

보호국의 상원의원은 주민대표가 아니다.

제국이 행사하는 권력을 책임지는 대표.

나는 그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결국 외부권역 두 번째 상원표 재배정은 아직 보류됐다.

권역 인구가 기준선을 넘을 때 자동재심사하기로 했다.

같은 날 제국 교육부는 새 초등교과서 개정안을 냈다.

‘제국의 구성’이라는 단원.

본토.

직할령.

자치령.

보호령.

보호국.

감독국.

안전보장국.

교사가 의견을 남겼다.

[너무 복잡합니다.]

교육부 답변.

[제국이 복잡합니다.]

세라가 그걸 보여줬다.

“정직하네.”

제국은 커지고 있었다.

그런데 커질수록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더 복잡해졌다.

같은 황실기 아래.

다른 법.

다른 언어.

다른 왕.

다른 의회.

다른 시민권.

그러나 전쟁은 하나의 중앙이 결정한다.

항로도.

전략기술도.

외부질서도.

그 정도면 충분했다.

제국은 같아지는 공동체가 아니었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공동체였다.

행정령 발표 뒤 황실 민원망에는 하루 만에 3억 건이 넘는 반응이 들어왔다.

대부분 의견표시였다.

[왜 보호국에 세금 쓰나.]

[왜 직할하지 않나.]

[왜 더 자치시키지 않나.]

서로 반대되는 요구가 동시에 쏟아졌다.

세라가 요약그래프를 보여줬다.

“폐하께서 가운데 서 계십니다.”

“좋은 뜻?”

“양쪽에서 욕먹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균형 맞네.”

정책이 항상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제국은 특히 너무 컸다.

7조 명이 같은 생각을 하는 게 더 이상했다.

행정원은 시험삼아 로하르 한 행성의 직할전환 비용을 계산했다.

인구 39억.

현지공무원 1,800만.

현지법 420만 조항.

언어 17개.

토지등기 체계 4종.

직할전환 예상기간 32년.

초기비용은 해당 행성 11년치 세수.

나는 보고서를 닫았다.

“미쳤네.”

행정원장도 인정했다.

“현지정부를 유지하는 편이 훨씬 저렴합니다.”

“그럼 답 나왔잖아.”

중앙집권은 중앙이 모든 서류를 직접 처리한다는 뜻이 아니다. 황제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권한이 아니라,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즉시 회수할지를 결정하는 권한이었다.

최종권한과 전략방향을 중앙이 쥔다는 뜻.

그 차이가 숫자로 보였다.

반대로 A-17 관문성계는 직할전환이 결정됐다.

주민은 적었다.

전략항로 네 개가 교차.

제국군 요새와 대형 관제소가 위치.

아틀라스 정착민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었다.

로하르 정부는 반발하지 않았다.

조약 때부터 예정된 구역이었다.

세리아가 말했다.

“이런 곳부터 제국령이 늘겠군요.”

“아마.”

“그러다 보호국 전체가 조각나는 건?”

“중앙이 멋대로 하면 가능하지.”

“안 한다는 보장은?”

“법.”

“황제가 법을 바꾸면?”

정확한 질문이었다.

나는 답했다.

“상원동의 필요하게 묶을 거야.”

세리아가 잠깐 놀랐다.

황제 권한을 법으로 스스로 제한하는 일.

아틀라스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강한 황권은 모든 결정을 혼자 하는 제도가 아니다.

필요한 순간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제도였다.

A-17 직할편입법에는 조건이 붙었다.

보호국 영토를 추가 직할화하려면 전략필요성 보고.

현지의회 의견청취.

상원 승인.

황제 재가.

비상전시에는 임시관리 가능하지만 전후 재심사.

나는 마지막 조항을 특히 중요하게 봤다.

전쟁은 중앙권력을 쉽게 늘린다.

늘어난 권력은 전쟁이 끝나도 잘 돌아가지 않는다.

13,000년 역사에서 너무 많이 본 문제였다.

하몬 상원의원은 그래도 말했다.

“언젠가 하나의 제국법 아래 통합해야 합니다.”

나는 개인면담에서 물었다.

“왜?”

“같은 제국이니까요.”

“같은 황제 아래 있잖아.”

“그것만으로 부족합니다.”

“자네는 천 년 뒤를 보네.”

“폐하도 보셔야 합니다.”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그의 생각을 틀렸다고 하지 않았다.

어쩌면 500년 뒤 로하르가 자발적으로 완전편입을 원할 수도 있다.

벨로아가 제국령이 되는 편이 유리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오늘부터 결론을 정해두지 않는 것.

제국은 오래 산다.

그래서 미래에게 선택지를 남길 수 있었다.

새 행정원칙은 제국기업에도 적용됐다.

본토 대기업이 보호국 지방정부를 건너뛰고 황실에 직접 사업허가를 요청한 사례가 세 건 나왔다.

나는 모두 반려했다.

“제국기업인데 왜 현지 허가를 받아야 합니까?”

대표가 물었다.

“그 사업은 현지 도시에 짓잖아.”

“보호국은 제국권입니다.”

“그래도 시청은 있지.”

중앙집권은 본토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제도가 아니었다.

현지정부에 남겨둔 권한은 제국기업도 존중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자치는 이름뿐이 된다.

행정령 발표 한 달 뒤 여론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장은 뜻밖에도 ‘지배는 넓게, 직할은 선택적으로’였다.

본토에서는 실용주의의 상징.

보호국에서는 완전병합 공포를 줄이는 문장.

서로 다른 이유로 같은 구호를 좋아했다.

정치는 가끔 그런 식으로 굴러갔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