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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4화 — 일곱 왕관

별의 제국 · 34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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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디아 제후권에는 왕이 없었다.

왕이 일곱 명 있었다.

정확히는 대공 셋, 공작 둘, 성주연합 의장 하나, 그리고 자신을 ‘정통왕’이라 부르는 인물 하나.

모두가 카르디아의 대표라고 주장했다.

카르디아는 41개 거주행성과 12개 주요 궤도도시를 가진 지역이었다.

인구 약 87억.

기술은 V급 후반.

그런데 중앙정부가 거의 없었다.

73년 로하르-세르마크 전쟁 동안 양쪽에 용병을 팔고, 서로도 싸웠다.

제국 조사단이 제출한 첫 보고서 제목은 간단했다.

[통치주체 불명.]

“국가 맞아?”

마리안이 답했다.

“국제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누가 조약에 서명해?”

“그게 문제입니다.”

일곱 세력이 모두 제국과 별도 협정을 원했다.

나는 거부했다.

“하나로 와.”

“누구를 대표로 합니까?”

“그걸 왜 내가 정해.”

일주일 뒤에도 결론이 안 났다.

두 제후는 서로의 대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 제후는 회의장에 오지 않았다.

정통왕을 자칭한 벨카르 3세는 자신의 왕관을 제국이 인정하면 즉시 보호국화에 동의하겠다고 했다.

나는 답했다.

“싫어.”

그가 직접 항의했다.

[본인은 카르디아 왕통의 적법한 계승자요.]

“그래서?”

[제국은 정통성을 존중하지 않소?]

“존중하는데 증명해.”

그는 612년 전 족보를 보냈다.

문제는 다른 대공도 비슷한 족보를 갖고 있었다.

역사가 오래되면 정통성도 늘어나는 모양이었다.

상황이 웃기기만 한 건 아니었다.

제후 하나가 경쟁도시의 식량수송선을 압류했다.

다른 제후가 보복동원.

군함 300척이 움직였다.

제국은 경고했다.

[현 엘리시온 보호권역 내 신규 무력충돌을 금지한다.]

공작 세리온의 함대가 무시했다.

그들은 제국 경고를 “법적 구속력 없는 외국 성명”이라고 발표했다.

아델라인이 물었다.

“대응수준.”

“무장해제.”

“전멸은?”

“왜.”

“확인차 물었습니다.”

30분 뒤 제국 구축함 5척이 들어갔다.

세리온군 317척.

교전시간 6분 11초.

파괴 3척.

추진·무장 기능상실 291척.

도주 23척.

제국 피해 0.

사망은 세리온 측 41명.

대부분 무리한 과부하와 내부사고였다.

제국이 의도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아도 격차는 충분히 보였다.

교전 다음 날.

일곱 지도자가 전부 회의장에 왔다.

시간도 지켰다.

“이제 대표 정했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내가 구조 정할게.”

카르디아 제후권은 하나의 보호국연방으로 묶는다.

기존 일곱 정권은 지방정부로 존치.

공동외교권 폐지.

개별 군사권 폐지.

제국 보호군이 외부방위 담당.

현지 방위대는 치안과 재난대응 중심.

제후들 사이 분쟁은 보호권역법원에서 처리.

연방회의 의장은 10년마다 순환선출.

“왕은?”

벨카르 3세가 물었다.

“자기 영지에서는 마음대로 불러.”

“카르디아 전체의 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오?”

“응.”

그의 얼굴이 굳었다.

“제국이 우리 전통을 파괴하고 있소.”

“일곱 명이 서로 왕이라는데 내가 하나 골라주면 그게 더 파괴 아닌가?”

대답은 없었다.

카르디아 주민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제후들보다 주민들이 내전에 지쳐 있었다.

교역도시에서는 환영시위.

전통 귀족지역에서는 반대집회.

변경 농업행성에서는 별 반응이 없었다.

“황제가 바뀌든 공작이 바뀌든 세금만 덜 걷으면 된다.”

한 농민의 인터뷰가 제국망에서 유명해졌다.

세라는 말했다.

“통치의 본질을 이해하는 분이군요.”

“너무 정확해서 무섭네.”

문제는 제후들의 재산이었다.

군대는 줄어들었다.

관세권도 제국이 가져갔다.

수입이 크게 감소한다.

그대로 두면 반란 동기가 생긴다.

재무원은 보상안을 만들었다.

기존 군사비 일부를 지방개발예산으로 전환.

제후가 운영하던 조선소는 민간기업으로 바꾸고 지분을 일부 인정.

대신 사병 고용 금지.

제후들은 불평하면서도 받아들였다.

칼을 뺏고 주식을 줬다.

“귀족을 투자자로 전환하는군요.”

세라가 말했다.

“총보다 배당금 보는 게 안전하지.”

장수명 귀족에게 수백 년 배당은 꽤 매력적이었다.

카르디아 보호연방의 첫 공동회의는 처참했다.

의장석 높이.

깃발 순서.

호칭.

자리배치.

모든 게 싸움이었다.

제국 조정관은 결국 규칙을 정했다.

의장석은 같은 높이.

깃발은 현지문자 순서.

호칭은 각 지역 내부에서는 자유.

공동회의에서는 전부 ‘대표’.

벨카르 3세가 말했다.

“왕을 대표라 부르라고?”

조정관이 답했다.

“회의 끝나고 왕 하시면 됩니다.”

나는 보고서를 읽고 웃었다.

우주함대로 행성을 제압하는 것보다 의자 높이를 정하는 일이 오래 걸렸다.

카르디아가 들어오면서 엘리시온 보호권역은 더욱 이상한 모양이 됐다.

왕국.

군축감독국.

상업연맹.

제후연방.

자유항.

행정형태가 전부 달랐다.

중앙정부 일부에서는 표준화를 요구했다.

“장기적으로 하나의 보호권역정부를 만드는 게 효율적입니다.”

나는 반대했다.

“지금 왜?”

“행정편의.”

“누구 편의?”

“중앙입니다.”

“그럼 더 좋은 이유 가져와.”

중앙집권은 지방을 똑같이 만드는 것과 달랐다.

중앙이 핵심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면 됐다.

누가 쓰레기를 수거하고 어떤 왕관을 쓰는지는 굳이 통일할 필요가 없었다.

리에나 메르체가 메시지를 보냈다.

[귀국은 정복한 나라의 국체를 이상할 만큼 많이 남기는군요.]

나는 답했다.

[없앨 이유가 없으면.]

잠시 뒤 답이 왔다.

[그럼 아르카디아도 언젠가 보호국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나는 솔직하게 썼다.

[전략적으로 필요하면.]

18분 뒤.

[솔직해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나도 답했다.

[그래도 거짓말보단 낫지.]

아르카디아는 우리가 어떤 나라인지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친절할 수 있다.

거래도 한다.

현지문화를 남겨둔다.

그러나 필요하면 결국 질서 안에 넣는다.

우리는 그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카르디아 개편에서 예상 밖으로 가장 먼저 반발한 건 제후가 아니라 용병조합이었다.

73년 동안 카르디아는 용병수출로 돈을 벌었다.

제국 보호권역에 들어오면 사설전쟁계약 대부분이 금지된다.

용병 240만 명의 일자리가 흔들렸다.

한 조합장은 공개적으로 말했다.

“황제는 평화를 주고 우리 생계를 빼앗았다.”

나는 그 인터뷰를 보고 리안에게 물었다.

“대책?”

“지역방위군 흡수 31퍼센트. 항로보안 18퍼센트. 재난구조 12퍼센트. 나머지는 전환교육이 필요합니다.”

“개척단은?”

“지원자가 많습니다.”

전쟁기술은 개척지에서도 쓸 곳이 많았다.

위험행성 경비.

우주재난.

괴수퇴치.

해적방어.

제국은 용병을 없애기보다 전쟁의 고객을 바꾸기로 했다.

벨카르 3세는 자신의 왕관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자기 영지 내 문화행사에서 ‘카르디아 정통왕’ 칭호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법무원이 물었다.

“제재합니까?”

“왜?”

“연방 전체에 대한 왕권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군대 있어?”

“없습니다.”

“외교권?”

“없습니다.”

“그럼 말하게 둬.”

왕관이 실제 군대와 세금을 갖지 않는다면 문화였다.

제국은 상징과 실권을 구분했다.

그 구분을 이해하지 못한 제후들은 처음엔 혼란스러워했다.

카르디아 보호연방회의 첫 예산에서 또 싸움이 났다.

대공령 셋은 인구비례를 주장했다.

소규모 영지는 동일배분을 주장했다.

제국 조정관은 두 방식을 섞었다.

기본배분 40퍼센트.

인구비례 40퍼센트.

낙후도·인프라 20퍼센트.

누구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오래 갈 가능성이 높았다.

완전히 만족하는 쪽이 하나 있으면 다른 쪽이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았다.

세리온 공작의 무장해제 함대는 폐기하지 않았다.

쓸 수 있는 함선은 구조·세관·훈련용으로 개조했다.

현지 조선소가 작업을 맡았다.

공작가에도 일부 지분수익을 줬다.

세리온은 불평했다.

“내 함선이 내 세금을 걷는 배가 됐군.”

제국 감독관이 답했다.

“예전보다 사람을 덜 죽입니다.”

그 말에 주변 직원들이 웃었다.

세리온은 웃지 않았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서명했다.

제국은 패자를 없애기보다 새 질서에서 먹고살 자리를 주는 걸 선호했다.

죽은 귀족은 반란하지 않는다.

먹고살 길 없는 귀족은 반란한다.

두 번째가 더 귀찮았다.

카르디아의 일곱 제후 중 가장 먼저 새 질서에 적응한 건 의외로 가장 젊은 여대공 미레나였다.

그녀는 사병함대 절반을 우주구조회사로 전환했다.

제국 안전인증을 받자 곧바로 벨로아 보험사와 계약했다.

수입이 전쟁 때보다 늘었다.

다른 제후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

세라는 말했다.

“배당금이 평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평화주의보다 믿을 만하네.”

사람이 선해서 싸우지 않는 것보다 싸우면 손해라서 싸우지 않는 구조가 오래 간다.

반대로 세리온 공작령에서는 구군부 장교들의 폭동이 한 번 일어났다.

규모 3천 명.

제국군은 출동하지 않았다.

새로 만든 카르디아 공동치안대가 진압했다.

사망자 2명.

부상자 41명.

폭동은 여섯 시간 만에 끝났다.

라울이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현지 손으로 끝냈군요.”

그게 중요했다.

모든 소요에 제국군이 출동하기 시작하면 보호국은 스스로 서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제국은 마지막 힘이어야 했다.

첫 번째 경찰이 아니라.

카르디아의 공용문장도 새로 만들었다.

일곱 왕관을 그대로 넣자는 제안.

아예 제국독수리만 넣자는 제안.

결국 중앙에는 카르디아의 오래된 별문양, 둘레에는 일곱 지역표식이 들어갔다.

제국기는 따로 걸었다.

작은 상징 하나를 정하는 데 두 달이 걸렸다.

그런데 주민들은 의외로 만족했다.

누구의 왕관도 다른 왕관 위에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르디아 주민등록도 처음 통합됐다.

일곱 지역이 서로 다른 번호체계를 써 같은 사람이 두 번 등록된 사례가 수백만 건 나왔다.

세금을 두 번 내던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어디에도 세금을 내지 않던 사람도 있었다.

제국 행정망은 번호를 하나로 묶되 기존 지역번호도 역사기록으로 남겼다.

통합은 지우는 일이 아니라 연결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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