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33화 — 벨로아의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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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가 나타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벨로아 상업연맹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쟁자가 생겼다.
벨로아는 엘리시온 회랑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정확히는 국가라기보다 19개 상업도시와 7개 궤도항이 묶인 연맹.
군대는 작았다.
돈은 많았다.
전쟁 중에도 로하르와 세르마크 양쪽에 부품과 식량을 팔았다.
둘 다 벨로아를 욕하면서도 거래를 끊지는 못했다.
나는 그런 나라를 싫어하지 않았다.
살아남는 방식이 명확했다.
문제는 이제 회랑의 최종안보를 제국이 맡게 됐다는 점이었다.
벨로아의 오래된 중립정책이 의미를 잃기 시작했다.
◆벨로아 최고상무회의 의장 다렌 포르가 직접 찾아왔다.
첫 문장은 예상 밖이었다.
“보호국이 되면 세금이 얼마나 오릅니까?”
나는 마리안을 봤다.
“역시 상인국이네.”
다렌이 말했다.
“국기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세금은 듭니다.”
“좋아. 솔직해서.”
제국 재무원이 계산표를 띄웠다.
보호국부담금.
항로보안분담금.
제국법원 운영비.
공동방위기여금.
대신 벨로아가 기존에 유지하던 국경함대와 항로호위비 대부분이 줄어든다.
다렌은 숫자를 20분 동안 계산했다.
“순비용이 오히려 줄어드는군요.”
“전쟁이 없어지면.”
“그 전제가 중요하죠.”
“우리가 있는데 누가 와서 전쟁 걸면 알려줘.”
다렌이 웃지 않았다.
“진심이십니까?”
“응.”
“귀국이 책임진다는 의미입니까?”
“우리가 외교와 국방을 가져가면 당연히.”
보호는 권한만 가져가는 계약이 아니었다.
책임도 따라왔다.
◆벨로아는 로하르와 다른 조건을 원했다.
왕실이 없었다.
귀족도 거의 없었다.
대신 상업의회와 도시별 자치권이 강했다.
다렌은 요구했다.
“도시 상법과 회사법은 건드리지 마십시오.”
“제국 상위법에 안 부딪히면.”
“통화는?”
“현지통화 유지 가능.”
“제국 크레딧을 강제로 법정통화로 지정하지 않는다고요?”
“왜 강제로.”
“로하르에서는 빠르게 퍼지고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쓰는 거지 우리가 칼 들고 쓰라 한 건 아니야.”
다렌은 잠깐 멈췄다.
제국이 모든 걸 중앙에서 정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생각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핵심권한은 정말 많이 가져갔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영역까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는 건 비효율이었다.
◆가장 큰 쟁점은 금융감독이었다.
벨로아 은행들은 비밀계좌를 상품처럼 팔았다.
익명법인.
차명신탁.
무기상과 독재자의 돈도 묻지 않았다.
에일린은 서류를 읽고 말했다.
“이건 정보기관이 아니라 범죄자 천국입니다.”
다렌이 반박했다.
“금융비밀은 신뢰입니다.”
“테러자금도 신뢰입니까?”
“그건 다른 문제죠.”
“어디부터 다른데요?”
두 사람의 표정이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숨기지 않았다.
제국은 조건을 걸었다.
현지인끼리의 합법적 금융비밀은 인정.
제국 안보·조세·중대범죄 조사에는 실소유자 공개.
전략자원과 군수거래는 완전추적.
다렌은 크게 반발했다.
협상은 사흘 걸렸다.
결국 받아들였다.
이유는 이상적이지 않았다.
제국 크레딧 결제망 접속권이 너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금융자유와 거대한 시장.
벨로아는 시장을 골랐다.
◆벨로아 내부에서는 시위가 일어났다.
[금으로 산 자유를 황금 때문에 판다.]
상업의회 앞에 수십만 명이 모였다.
다른 쪽에서는 반대시위가 열렸다.
[전쟁 없는 항로가 진짜 자유다.]
제국군은 들어가지 않았다.
현지경찰이 관리했다.
나는 보고를 받고 물었다.
“폭력?”
“거의 없습니다.”
“그럼 놔둬.”
일주일 뒤 보호국화 국민투표가 열렸다.
찬성 58.4퍼센트.
반대 40.7퍼센트.
무효 0.9퍼센트.
압도적이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그게 나쁘지 않았다.
99퍼센트 찬성보다 믿을 수 있었다.
◆벨로아 보호조약은 로하르보다 얇았다.
281개 조항.
세리아가 그걸 보고 말했다.
“얇다고 표현하기에는.”
“로하르는 436개였어.”
“비교대상이 이상합니다.”
벨로아는 도시별 자치법이 이미 정교했다.
제국이 새로 만들 필요가 적었다.
대신 외교·국방·항로·전략자원·최고사법이라는 핵심은 똑같이 가져갔다.
보호국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로하르는 왕국.
벨로아는 상업연맹.
제국은 형태를 통일하지 않았다.
권한만 통일했다.
◆체결식 날 다렌이 물었다.
“언젠가 벨로아도 정식 제국령이 됩니까?”
“필요하면.”
“필요 없으면?”
“그대로.”
“얼마나 오래?”
“천 년도.”
다렌이 처음으로 당황했다.
“독립을 돌려준다는 뜻입니까?”
“아니.”
“그럼 천 년 동안 보호국?”
“문제 있어?”
그는 잠시 생각했다.
“제국령이 되는 게 승진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행정형태야.”
나는 지도를 띄웠다.
벨로아는 주요항로에 있었지만 아틀라스 정착민은 거의 없었다.
현지행정은 매우 효율적.
직할관료를 대거 넣을 이유도 없었다.
“잘 굴러가는 걸 왜 부숴서 다시 만들어.”
다렌은 그 말을 오래 기억할 것 같았다.
◆보호조약 체결 직후 벨로아 증권시장이 18퍼센트 올랐다.
전쟁위험보험이 급락했다.
제국기업 주가도 올랐다.
현지 반대파는 말했다.
“시장이 종속을 축하한다.”
찬성파는 말했다.
“시장이 평화를 평가한다.”
둘 다 맞을 수 있었다.
경제는 도덕평가를 하지 않는다.
위험과 수익을 계산할 뿐이다.
◆아르카디아 대표 리에나는 벨로아의 보호국화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녀가 내게 물었다.
“벨로아가 귀국에 흡수된 겁니까?”
“보호국.”
“저희 기준에서는 사실상 종속국입니다.”
“자네 기준이 틀린 건 아니야.”
“그런데 왜 독립국처럼 깃발을 유지시킵니까?”
“깃발 내린다고 세금 더 걷혀?”
리에나가 웃었다.
“아니요.”
“그럼 둘 이유가 없지.”
아틀라스 제국은 상징보다 기능을 중시했다.
누가 국방을 결정하는가.
누가 항로를 통제하는가.
누가 최종법을 집행하는가.
그 답만 제국이면 충분했다.
◆벨로아가 들어오면서 엘리시온 보호권역의 경제규모는 크게 늘었다.
로하르의 인구.
세르마크의 산업.
벨로아의 금융.
셋이 서로 다른 강점을 가졌다.
나는 보고서 맨 아래에 적었다.
[통합은 동일화가 아니다.]
제국은 모든 별을 아틀라스로 만들 필요가 없었다.
서로 다른 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면 됐다.
◆국민투표 다음 날 벨로아 상업의회는 제국 깃발을 어디에 걸지를 두고 세 시간 싸웠다.
의사당 지붕 위냐.
기존 연맹기 옆이냐.
조금 낮게 두느냐.
제국 의전국은 답했다.
[외부에서는 제국기가 우선, 내부 지방행사에서는 병렬 허용.]
다렌은 한숨을 쉬었다.
“깃발 높이까지 법이 있습니까?”
마리안이 말했다.
“예전에 없어서 전쟁 난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누구도 웃지 않았다.
오래된 제국은 사소한 규칙 대부분에 사고기록이 붙어 있었다.
◆벨로아 은행의 실소유자 공개제도는 예상보다 큰 폭탄을 터뜨렸다.
첫 달에만 고위정치인 17명, 군수기업 43곳, 세르마크 강경파 관련 계좌 수백 개가 드러났다.
다렌은 얼굴이 굳었다.
“이걸 전부 공개하면 정부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에일린은 냉정했다.
“숨기면 나중에 더 크게 무너집니다.”
나는 절충했다.
범죄혐의는 즉시 수사.
합법적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자산은 독립감사위원회가 먼저 검토.
제국이 직접 명단을 정치무기로 쓰지 못하게 했다.
보호국화는 부패청산 기회였다.
동시에 중앙이 마음에 안 드는 현지인을 제거하는 도구가 되기 쉬웠다.
그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했다.
◆보호조약 체결 한 달 뒤 벨로아 청년실업률은 오히려 올랐다.
전쟁보험, 사설경비, 중개무역 일부가 사라진 탓이었다.
경제 전체는 좋아졌는데 특정직업은 사라졌다.
다렌이 말했다.
“평화도 구조조정을 만드는군요.”
“전쟁으로 먹고살던 사람도 있으니까.”
제국 개발원은 항로관제, 금융감사, 물류AI 교육비를 지원했다.
옛 사설경비원 상당수는 보호권역 세관과 구조대로 이동했다.
사람에게 중요한 건 국내총생산 그래프보다 다음 달 급여였다.
제국은 그걸 놓치지 않으려 했다.
◆벨로아의 첫 보호국 예산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은 교육이었다.
제국어.
회계표준.
성간법.
항로안전.
학생들은 좋아했고 기존 교수들은 불안해했다.
본토 대학이 온라인강의를 무료로 열자 현지 사립대가 경쟁력을 잃었다.
보호국정부는 일부 보조금을 요청했다.
나는 승인했다.
“왜 현지 대학까지 살립니까?”
한 본토 의원이 물었다.
재상은 답했다.
“모든 교육을 본토가 하면 인재도 본토로 빠집니다.”
제국은 사람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보호국을 비워버리는 방식으로 성장시키면 결국 중앙이 모든 지역을 직접 떠안아야 했다.
그건 비효율이었다.
보호국화 첫날 벨로아 세관에는 제국 표준검색기가 들어왔다.
밀수 적발률이 여섯 배 올랐다.
세관원들은 좋아했다.
밀수업자들은 당연히 싫어했다.
그런데 가장 크게 불평한 건 평범한 상인이었다.
검색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다.
제국 기술자는 장비를 다시 조정했다.
정확도는 1.2퍼센트 낮추고 처리속도는 세 배 올렸다.
“보안이 떨어집니다.”
현지 세관장이 말했다.
“대신 항구가 안 멈춥니다.”
완벽한 검사는 좋은 행정이 아닐 수 있었다.
◆다렌은 보호조약 체결 한 달 뒤 내게 숫자 하나를 보냈다.
항로사고 사망자 63퍼센트 감소.
해적피해 91퍼센트 감소.
보험료 48퍼센트 감소.
그리고 마지막 줄.
[독립성 체감지수 -37퍼센트.]
나는 그 보고서를 오래 봤다.
제국이 준 것과 가져간 것이 한 표 안에 같이 있었다.
그 균형을 무시하면 보호국은 언젠가 폭발한다.
그래서 나는 독립성 체감지수를 매년 조사하도록 지시했다.
좋아하지 않아도 따를 수 있다.
하지만 얼마나 싫어하는지는 알아야 했다.
벨로아 의회는 보호국화 뒤 첫 국경일 명칭도 바꿨다.
‘독립기념일’을 없애자는 친제국파 제안은 부결됐다.
다렌이 말했다.
“과거에 독립했다는 역사와 지금 보호국이라는 현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제국은 그 결정을 존중했다.
역사를 고쳐서 충성을 만드는 건 오래가지 않았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