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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9화 — 별을 나누는 법

별의 제국 · 29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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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시온 회랑이 안정되자 제국인들이 몰려왔다.

상인보다 먼저 온 건 측량사였다.

그다음 광업회사.

그다음 부동산개발사.

그 뒤에 귀족가문.

개척특허청은 하루 평균 80만 건의 신규문의에 시달렸다.

아직 회랑 전체가 제국영토도 아닌데 사람들은 벌써 지도를 나눠 보고 있었다.

나는 개척특허청장에게 물었다.

“사기꾼도 많지?”

“엄청납니다.”

“예를 들면?”

“미탐사행성 토지 3천만 제곱킬로미터를 판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땅이야?”

“아닙니다.”

“행성은 존재하고?”

“그것도 아직 확인 안 됐습니다.”

“샀어?”

“12만 명이요.”

나는 이마를 짚었다.

문명이 VIII급이 되어도 사기는 안 사라졌다.

수법만 우주로 커졌다.

진짜 쟁점은 개척권이었다.

보호국 주변의 무주성계를 누가 개발할 것인가.

원칙은 새로 정해야 했다.

황실.

중앙정부.

귀족.

기업.

상단.

현지 보호국.

누구에게나 이해관계가 있었다.

나는 기본원칙을 세웠다.

첫째.

보호국의 기존 생활권과 전통항로를 우선인정.

둘째.

명확한 무주성계는 개척특허 경쟁.

셋째.

최초개척자는 일정기간 채굴·항만·도시개발 우선권.

넷째.

정착인구가 기준을 넘으면 행정구역 신설.

다섯째.

개척자는 초기 하원의석 또는 후보추천 우선권을 받을 수 있음.

여섯째.

장기공훈이 인정되면 공식 가문명 또는 작위 후보.

돈을 벌고.

도시를 만들고.

정치적 대표가 되고.

가문을 세운다.

제국의 변경은 사회상승의 통로였다.

상원에서는 다른 문제가 나왔다.

“아틀라스인 이주가 늘면 보호국 일부를 정식 제국령으로 분리할 것인가?”

나는 그 질문에 조건을 붙였다.

전략항로.

인구.

아틀라스 정착비율.

산업.

현지 주민의견.

행정효율.

“아틀라스인이 산다고 자동으로 직할령은 아니야.”

한 원로상원의원이 말했다.

“그러나 본토 시민이 보호국 법 아래 사는 문제는 생깁니다.”

“그럼 제국 거주특구 만들면 돼.”

“장기적으로는 경계가 복잡해집니다.”

“제국이 커지면 원래 복잡해져.”

나는 단순한 지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직할령.

자치령.

보호령.

보호국.

군사직할구.

상업특구.

각자 필요한 형태로 두면 된다.

모든 별을 같은 행정색으로 칠하는 게 아름답긴 해도 효율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로하르에서는 이주문제가 이미 정치쟁점이 됐다.

제국인 기술자와 상인 120만 명이 6개월 사이 들어왔다.

800억 인구에 비하면 미미했다.

그런데 수도와 항구에 집중되니 체감이 컸다.

집값.

상가임대료.

학교.

혼인.

문화.

세리아가 이주상한을 요구했다.

제국 기업들은 반발했다.

나는 로하르 정부 쪽 손을 들어줬다.

“왜입니까?”

기업대표가 물었다.

“보호국이니까.”

“제국 보호권역 아닙니까?”

“그래서 마음대로 들어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야.”

보호국민은 다른 상급행정구역으로 갈 때 허가가 필요했다.

반대로 본토 시민도 보호국 지방정부가 정한 주거·토지규정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제국은 중앙집권적이었지만 모든 현지규칙을 없애진 않았다.

그걸 없애면 현지정부를 남겨둔 의미가 없었다.

그날 회의 끝무렵.

에일린이 새로운 탐사보고를 올렸다.

회랑 서쪽 140광년.

대형 상선단.

함선 63척.

로하르·세르마크 기술보다 높음.

항행효율 VI 후반 추정.

그리고 선체문장 하나.

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원형 안에 세 개의 교차선.

기억 속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

21세기 지구에서 화면을 보던 시절.

게임이라고 믿었던 그 세계에서.

나는 표정을 감췄다.

“문명 식별됐나?”

에일린이 답했다.

“아직 아닙니다.”

“로하르는?”

“상업국가로 추정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모릅니다.”

나는 문장을 다시 봤다.

기억은 분명하지 않았다.

비슷한 것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접촉하지 말고 추적.”

“이유가 있습니까?”

“VI 후반이면 전보다 신중할 가치가 있잖아.”

그건 충분히 자연스러운 이유였다.

내 개인기억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새 우주는 또 한 겹 열리고 있었다.

개척특허의 가장 큰 매력은 돈만이 아니었다.

명예였다.

제국 시민은 오래 살았다.

재산만 쌓는 데는 언젠가 한계가 왔다.

그다음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름을 남기는 일이었다.

새 도시를 세운 사람.

새 항로를 연 사람.

새 종족과 첫 협정을 맺은 사람.

이런 기록은 수백 년 뒤에도 남았다.

그래서 이미 부자인 상인들이 위험한 변경에 갔다.

“돈 더 벌려고?”

한 기자가 개척기업가에게 물었다.

“돈은 이미 충분합니다.”

“그럼 왜 갑니까?”

“내 이름을 가진 도시 하나 갖고 싶습니다.”

솔직한 대답이었다.

제국은 이런 욕망을 제도 안에 넣었다.

개척권.

의석.

가문명.

작위.

개인의 야망이 제국 확장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이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어떤 귀족가문은 보호국 주변 행성에 자기 깃발부터 꽂으려 했다.

로하르 어업선이 수백 년 이용하던 무주행성을 ‘최초발견’이라고 신고한 사례도 있었다.

나는 특허를 취소했다.

“지도에 국경선 없다고 사람이 없던 건 아니잖아.”

개척법에 ‘전통생활권’ 개념이 추가됐다.

국가의 정식 영토가 아니어도 현지인이 장기간 사용한 공간은 우선권을 인정한다.

이 규정이 없으면 제국 개척자가 법의 빈틈으로 보호국민의 삶을 빼앗을 수 있었다.

팽창은 규칙이 없으면 약탈이 되기 쉬웠다.

아틀라스인 이주정책은 더 조심스럽게 설계됐다.

제국은 보호국에 아틀라스인을 대량이주시켜 인구비율을 뒤집는 방식을 기본정책으로 쓰지 않았다.

필요한 기술자와 상인, 군인만 들어간다.

대규모 정착은 무주성계나 현지정부가 합의한 개발구역 위주.

“왜 이렇게 제한합니까?”

개척파 의원이 물었다.

“아틀라스인 많은 데는 나중에 직할하고 싶어질 테니까.”

“그게 나쁩니까?”

“필요할 때만 하자고.”

보호국을 정식 제국령으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이 원칙은 이주정책과 연결돼 있었다.

제국은 일부러 미래의 병합압력을 만들 필요가 없었다.

첫 신규 개척허가 경쟁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거대귀족가문이 아니었다.

퇴역군인과 기술자 8만 명이 만든 협동조합이었다.

자금은 부족했지만 정착계획이 치밀했다.

의료.

교육.

농업.

방어.

20년 손익계획까지 현실적이었다.

귀족가문은 자본력에서 압도했지만 주민정착 계획이 약했다.

개척원은 협동조합을 선택했다.

귀족사회가 반발했다.

나는 그대로 승인했다.

“돈만 많으면 개척권 사는 제도 아니잖아.”

이 사건은 평민층에서 큰 화제가 됐다.

별이 신분상승 사다리라는 말이 실제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이 수십 년 뒤 성공하면.

하원의석.

공식 가문명.

어쩌면 작위까지 갈 수 있었다.

제국의 귀족제는 과거만 먹고 사는 제도가 아니었다.

새로운 공훈가문을 계속 만들어야 살아 있었다.

개척특허를 받은 협동조합은 첫 정착지를 로하르 영토 밖 무주성계에 잡았다.

문제는 ‘무주’라는 단어였다.

로하르 천문기록에는 400년 전부터 계절별 채굴민이 이용하던 소행성대가 표시돼 있었다.

정식 상주인구는 없었다.

제국 지도라면 빈칸.

현지인에게는 생활권.

개척원은 특허범위를 줄였다.

채굴민의 기존 사용권을 인정하고 공동개발 협상을 의무화했다.

협동조합은 불평했지만 받아들였다.

“우리가 먼저 정식기지를 세웠는데요.”

도리안이 답했다.

“지도에 빈칸이라고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그 원칙은 이후 수많은 개척분쟁에서 반복됐다.

아틀라스 귀족들은 보호국 인근 직할기지 주변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미래에 제국령이 될 거라는 투기였다.

황실은 바로 제한을 걸었다.

[보호국의 미래 편입 가능성은 사적 토지권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식 제국령 전환은 투자자의 기대가 아니라 전략가치와 주민통합도, 아틀라스 정착규모, 행정비용으로 결정한다.

어떤 보호국은 천 년 동안 그대로 보호국일 수 있었다.

그게 실패도 아니었다.

제국이 원하는 건 지도 전체를 같은 행정색으로 칠하는 게 아니었다.

명령이 필요할 때 통하고, 항로가 안전하고, 세금과 조약이 굴러가는 질서였다.

귀족가문 하나가 공개적으로 불평했다.

“정복했으면 땅이 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나는 답했다.

“국가가 커지는 거랑 황실 관청이 늘어나는 건 다른 일이지.”

직할령은 명예가 아니라 비용이기도 했다.

그 비용을 낼 이유가 있는 별만 직접 품는다.

나머지는 현지 손으로 다스리게 하는 편이 더 제국적이었다.

신규 개척성계가 성장하면 정치권도 따라붙었다.

정착민 10만.

100만.

1억.

인구와 산업이 기준을 넘을 때마다 기초행정구역 단계가 올라갔다.

초기 개척단은 일정기간 지방의회 우선의석을 받았다.

영구권은 아니었다.

“우리가 이 별을 만들었는데 왜 의석을 내놓습니까?”

한 개척조합 대표가 물었다.

도리안이 답했다.

“당신들이 별을 만들었지, 후손의 표까지 소유한 건 아니니까.”

개척공훈은 보상한다.

주권은 세습하지 않는다.

그 원칙 때문에 평민 개척자가 귀족이 될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봉건왕이 되기는 어려웠다.

제국 귀족에게 개척은 돈보다 이름을 남기는 일이기도 했다.

무명성계에 항로를 뚫고 도시를 세우면 몇백 년 뒤 그 가문의 이름이 지도에 남았다.

그래서 이미 부유한 가문도 위험한 변경에 투자했다.

명예.

하원의석.

새 공식 공인가문.

작위승급.

장수명 사회에서는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보상이 특히 컸다.

개척허가서 마지막 장에는 언제나 같은 문장이 붙었다.

[본 특허는 주권의 양도가 아니다.]

개척자가 도시를 세우고 세금을 걷는 권한을 받아도 별 자체를 소유하는 것은 아니었다.

제국은 개척을 장려했지만 두 번째 황제를 만들 생각은 없었다.

반대로 실패하면 특허는 회수된다.

제국은 개척자를 작은 왕으로 만들지 않았다.

주민권리 침해.

과도한 독점.

환경파괴.

세금체납.

방위의무 불이행.

이런 사유가 쌓이면 중앙이 권리를 빼앗았다.

개척지에는 자유가 많았지만 주권은 황제와 제국에 있었다.

보호국과 마찬가지였다.

자치는 허용해도 최종권한은 중앙이 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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