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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7화 — 2,800석

별의 제국 · 27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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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르에 배정할 하원의석 숫자를 두고 제국 하원이 사흘간 싸웠다.

2,800석.

최종안이었다.

로하르 인구 약 800억을 완전시민권역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8,500석 수준이 나왔다.

보호국이므로 3분의 1 이하.

그 원칙을 적용해 2,800석.

자유권파는 적다고 했다.

시민권파는 많다고 했다.

개척파는 의석보다 세금배분에 관심이 있었다.

나는 회의록을 보다가 말했다.

“75만 명 규모의 시민권역 하원에 보호국 대표 2,800석을 더하는 문제로 이렇게 싸워?”

세라가 답했다.

“2,800석은 숫자가 아니라 선례니까요.”

맞았다.

첫 신규 보호국.

여기서 정한 기준이 앞으로 수십, 수백 개 보호국에 적용될 수 있었다.

가장 큰 쟁점은 투표권이었다.

로하르 의원은 제국 전체 법률에 투표할 수 있는가.

결론은 제한적 허용.

보호국 세금·무역·군사·이동권 등 직접 관련 법률에는 전면참여.

본토 시민권, 황실승계, 본토 내부세제 같은 일부 사안은 표결권 제한.

로하르 정치인들은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제국 시민들은 당연하다고 봤다.

세리아는 말했다.

“책임은 지는데 권리는 절반입니다.”

나는 답했다.

“시민권도 절반이 아니잖아. 아예 다른 신분이지.”

“그래서 문제라는 겁니다.”

“그럼 시민권 따.”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폐하가 더 잘 아시잖습니까.”

“그러니까 가치가 있는 거지.”

이 문제는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100년 뒤에도 싸울 수 있었다.

나는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치적 갈등이 있는 것과 국가가 불안정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상원 문제는 더 단순했다. 대단절 이후 상원은 재상과 장관의 표를 포함해 총 150표로 고정되어 있었고, 새 보호국이 생긴다고 정원을 늘리지는 않았다.

로하르가 속한 신규 외부상급행정구역에 1석.

단, 상원의원은 정식 제국 시민이어야 한다.

첫 후보로 마르켄 벨로스가 추천됐다.

482세.

평민 상인 출신.

200년 전 변경개척사업으로 큰 성공을 했고.

공익기반시설 건설 공훈으로 공식 가문명을 받았다.

귀족작위는 없었다.

하원의원 60년.

상업·개척정책 전문가.

나는 이력서를 보고 말했다.

“로하르어 할 줄 알아?”

“못합니다.”

“그런데 왜 후보야?”

세라가 답했다.

“보호권역 통치경험과 상업행정 경험 때문입니다.”

“언어는.”

“실시간 통역이 있습니다.”

“배우라고 해.”

“482세에게 새 언어를요?”

“왜. 늙었어?”

아틀라스 기준으로는 중년이었다.

마르켄은 실제로 배웠다.

취임 전 6개월 동안 로하르어 집중교육.

그 사실이 알려지자 현지 반응이 좋아졌다.

통역기가 있는데도 굳이 자기 말을 배우는 상원의원.

작은 행동이 큰 상징이 됐다.

제국 하원 첫 로하르 대표단 선거도 열렸다.

왕당파.

개혁파.

보호조약반대파.

친제국경제파.

농업권역당.

전쟁유가족연합.

새로운 정당들이 쏟아졌다.

제국은 후보를 검열하지 않았다.

심지어 ‘보호국 지위 폐지’를 공약한 정당도 출마했다.

단 한 가지 제한.

무장독립투쟁을 조직하면 불법.

말로 나가자고 하는 건 허용.

세리아가 그 점을 이용했다.

그녀는 왕족이면서 보호조약 감시연합을 만들었다.

“제국에 들어왔으니 제국 제도를 써야죠.”

그녀가 기자에게 말했다.

나는 뉴스를 보고 웃었다.

“진짜 마음에 드네.”

세라가 즉시 말했다.

“왕녀를 영입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표정이 말했습니다.”

첫 선거 투표율 81퍼센트.

전쟁과 보호국화 이후 정치관심이 폭발한 탓이었다.

친제국파가 과반을 얻지 못했다.

보호조약은 인정하지만 자치권을 지키자는 중도연합이 1위.

세리아의 감시연합도 560석을 얻었다.

제국 보수파 일부는 불만을 나타냈다.

“보호국 의석을 줬더니 황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는 말했다.

“그래서 의회잖아.”

2,800명이 모두 내 말을 찬양할 거면 의석을 줄 필요도 없었다.

제국은 복종을 원했다.

그러나 침묵까지 요구하지는 않았다.

그 차이가 아틀라스식 중앙집권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마르켄 벨로스의 상원 청문회는 의외로 인기방송이 됐다.

그가 로하르어로 첫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발음은 형편없었다.

로하르 방송은 자막을 두 번 수정해야 했다.

그래도 현지인들은 좋아했다.

한 의원이 물었다.

“왜 통역기를 두고 직접 배우셨습니까?”

마르켄이 답했다.

“통역기는 뜻을 번역합니다. 기분까지 완전히 번역하진 못합니다.”

“482세에 새 언어가 어렵지 않았습니까?”

“어려웠습니다.”

“포기할 생각은?”

“상원의원 임기가 더 깁니다.”

웃음이 터졌다.

그는 귀족도 황족도 아니었다.

평민 상인에서 시작해 개척공훈으로 가문명을 받고 정치인이 된 사람.

로하르 젊은층에게는 그 경력 자체가 제국 사회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국도 계급사회였다.

하지만 올라갈 사다리는 있었다.

로하르 하원의원 2,800명이 처음 아우렐리움 의사망에 접속했을 때 또 문화충돌이 생겼다.

동시에 수십만 의원이 발언요청을 올리는 구조.

AI가 의제별로 발언을 분류하고.

위원회가 우선순위를 정하며.

개별의원은 물리적 회의장보다 네트워크에서 더 많이 일했다.

로하르 의원 한 명이 말했다.

“이게 의회입니까, 데이터센터입니까?”

제국 의원이 답했다.

“75만 명이 한 방에 모이면 소리만 지르다 끝납니다.”

로하르 대표들은 몇 주 동안 시스템을 배우느라 고생했다.

그러다 적응하자 오히려 자기 국민민원을 직접 중앙위원회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을 좋아했다.

작은 보호국 의원도 특정 사안에서는 본토 대권역 의원과 같은 화면에 앉았다.

표의 가치가 완전히 같지는 않아도 발언 자체는 지워지지 않았다.

첫 회기에서 세리아의 감시연합 의원이 황실예산을 비판했다.

보호국 인프라지원금 대비 황궁 유지비가 너무 크다는 내용이었다.

본토 언론은 재미있어했다.

“보호국 첫날부터 황궁 예산 공격.”

나는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계산은 맞아?”

재무원이 답했다.

“비교기준이 다릅니다.”

“그럼 설명해.”

“삭감은?”

“필요 없으면 안 해.”

황제를 비판했다고 예산을 보복할 생각은 없었다.

세리아는 그 사실을 확인한 뒤 더 열심히 비판하기 시작했다.

세라가 말했다.

“폐하께서 키우셨습니다.”

“내가?”

“예.”

이번엔 부정하기 어려웠다.

2,800석 가운데 첫 번째 법안은 의외로 거창하지 않았다.

보호국민의 본토 단기방문 허가기간을 30일에서 90일로 늘리는 법안.

로하르 의원들이 공동발의했다.

본토 일부 의원은 보안문제를 이유로 반대했다.

에일린 정보원도 조건부 반대.

결국 사전생체등록과 체류지 신고를 조건으로 60일까지 늘어났다.

로하르 언론은 ‘절반의 승리’라고 불렀다.

나는 그 과정을 흥미롭게 봤다.

보호국 대표권은 처음부터 큰 헌법개정에 쓰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여행 며칠 더 하는 문제부터 바꿨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었다.

삶에 가까운 작은 규칙이 쌓여 관계를 바꾼다.

2,800석 배분 자체도 전쟁이었다.

왕도 인구.

지방 인구.

난민지역.

산업성계.

소수종족권.

어디에 몇 석을 줄 것인가.

로하르 귀족들은 옛 신분별 대표제를 일부 유지하려 했다.

제국 선거위원회는 거부했다.

“귀족가문은 가문으로 대표될 수 있지만, 주민표를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2,800석 중 대부분은 인구비례.

일부는 지역보정.

왕실지명석은 0.

알렌이 뜻밖에도 먼저 동의했다.

“제국 하원에 왕이 사람을 꽂으면 처음부터 정당성이 없겠지.”

그 판단은 로하르 왕실이 살아남는 이유를 다시 보여줬다.

자기 권력을 조금 내주고 체제를 오래 가져가는 능력.

첫 로하르 의원단이 본토에 도착했을 때 문제가 하나 생겼다.

숙소였다.

황궁 근처 고급관저를 준비했더니 의원들이 반발했다.

“세금 낭비입니다.”

본토 의원들은 더 황당해했다.

“외국 손님인데요?”

세리아는 말했다.

“우린 이제 손님이 아니라 의원입니다.”

결국 일반 의원관저를 사용했다.

그 작은 선택이 보호국 대표단에게 중요했다.

특혜를 덜 받는 것이 오히려 제국정치 안에 들어왔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상원의원 마르켄에게는 반대 문제가 있었다.

그는 정식 제국 시민이고 상원의원이었다.

법적으로 로하르 주민보다 훨씬 큰 권한을 가졌다.

하지만 로하르인이 아니었다.

그래서 첫 연설에서 말했다.

“나는 로하르의 왕도, 로하르 국민이 뽑은 대표도 아닙니다. 제국이 이 권역에 행사하는 권한을 감시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 정의는 중요한 선례가 됐다.

상원과 하원의 역할이 처음으로 외부보호권역에서 분리돼 보이기 시작했다.

하원 본회의장에는 2,800명이 한꺼번에 앉지 않았다.

제국 하원 자체가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다.

실제 입법은 위원회, 권역회의, 전자표결망을 통해 이루어졌다.

로하르 의원들은 처음 그 구조를 보고 말했다.

“이게 의회입니까, 행정망입니까?”

본토 의원이 웃었다.

“둘 다입니다.”

수십만 명 규모의 하원에서 모든 의원이 연단에 서는 방식은 불가능했다.

보호국 의원들에게 필요한 건 웅변보다 어느 위원회에 들어가고 어떤 연합을 만드는지 배우는 일이었다.

세리아는 첫 달에 세 개의 의원연합에 동시에 가입했다.

보호권역 권리연합.

왕정지역 협의회.

변경예산 감시모임.

서로 성격이 전혀 달랐다.

본토 언론이 물었다.

“어느 진영입니까?”

그녀가 답했다.

“사안마다 다릅니다.”

그 대답이 제국 의회정치와 잘 맞았다.

상원도 하원도 언제나 보수와 진보 두 줄로 나뉘는 곳이 아니었다.

항로예산에서는 친구였던 의원이 시민권법에서는 적이 될 수 있었다.

2,800석도 로하르 인구에 비하면 적었다.

그 사실 자체는 제국도 부정하지 않았다.

정식 시민과 보호국민이 같은 정치권을 갖는다면 시민권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것이 중앙의 논리였다.

로하르 의원들은 그 차별을 없애려 했고, 제국은 쉽게 내주지 않았다.

그 갈등은 앞으로 수십 년 계속될 것이었다.

마르켄은 상원의원 취임 뒤 첫 방문지로 왕궁이 아니라 국경 난민도시를 선택했다.

귀족들은 의전무시라고 불평했다.

그는 말했다.

“보호권역 상원의원은 왕의 대사가 아니라 지역 전체를 보는 자리입니다.”

그 한마디로 그의 성격이 드러났다.

알렌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우리 왕보다 우리 국민을 먼저 보겠다는 거라면 나쁠 것 없지.”

왕실과 제국대표가 처음부터 경쟁관계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역할이 다르면 공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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