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26화 — 제국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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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조약과 감독협정은 종이였다.
진짜 변화는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제국 행정관.
군인.
의사.
교사.
기술자.
기업가.
은행.
상단.
대학.
보험사.
그리고 돈.
너무 많은 돈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로하르 수도 벨하임의 부동산가격은 두 달 만에 18퍼센트 올랐다.
왕실이 긴급주거규제를 검토했다.
제국 상인들이 항구 주변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완충법 발동.”
나는 보고서를 보고 승인했다.
보호국 부동산을 제국인이 무제한 사지 못하게 했다.
첫 20년은 상업용지 소유한도.
주거용지는 장기임대 중심.
전략시설 주변은 현지정부 우선매수권.
제국 자유시장파가 반발했다.
“재산권 침해입니다.”
나는 답했다.
“시장크기가 만 배 차이나는데 그냥 열면 시장이 아니라 인수합병이야.”
보호국을 흡수하는 속도도 정책이었다.
너무 빠르면 사회가 부서진다.
◆가장 빨리 퍼진 건 제국어였다.
강제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제국 회사 취업.
본토 대학 진학.
군사유학.
무역.
법률.
제국어를 알면 기회가 늘었다.
로하르 수도 사설학원가는 세 달 만에 제국어학원이 제일 많아졌다.
한 학원 광고가 유명해졌다.
[제국어 2등급이면 연봉이 달라집니다.]
세리아는 이 현상을 경계했다.
“법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경제가 강요합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게 싫으면 로하르어로도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면 돼.”
“제국기업보다 높은 급여를 어떻게 줍니까?”
“그러니까 성장해야지.”
“쉬운 말씀입니다.”
“황제는 보통 어려운 걸 쉽게 말하는 직업이야.”
세리아가 나를 째려봤다.
우리는 이제 꽤 편하게 말하는 사이가 됐다.
◆제국군과 로하르군의 첫 합동훈련도 시작됐다.
처음에는 장비를 바꾸지 않았다.
로하르 함선 그대로.
제국 교리는 정보공유와 지휘체계만 손봤다.
결과가 컸다.
동일장비 모의전에서 개편부대가 구식지휘부대를 27분 만에 이겼다.
로하르 장군들이 충격을 받았다.
“새 무기를 준 것도 아닌데.”
아델라인이 말했다.
“전쟁은 무기만 하는 게 아니다.”
제국군은 로하르 장비를 비웃지 못하게 했다.
한 젊은 제국 장교가 왕국 구축함을 ‘박물관’이라고 불렀다가 징계받았다.
나는 그 보고를 보고 승인했다.
“강한 거랑 무례한 건 다른 문제야.”
로하르 장교들도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존중받는다는 감정은 동화를 빨리 만들었다.
◆세르마크에서는 반대현상이 나타났다.
제국군이 너무 강해서 현지군이 무력감을 느꼈다.
하르드가 부하들에게 말했다.
“제국군을 따라하려 하지 마라.”
“그럼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잘한다.”
세르마크군은 장기수리와 열악한 보급환경에서 강했다.
제국은 오히려 그 능력을 표준교리에 흡수했다.
몇몇 세르마크 기술자가 본토 군수대학 초빙연구원으로 갔다.
시민권은 아니었다.
정식 제국 공무원도 아니었다.
하지만 자기 기술이 ‘고등문명’에게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세르마크 사회에 큰 자부심을 줬다.
제국의 통치는 채찍만으로 굴러가지 않았다.
상대가 잘하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도 통치였다.
◆회랑에는 처음으로 ‘제국항로’ 표지가 생겼다.
보호국과 감독국을 잇는 핵심 초광속로.
제국군이 순찰하고.
제국 법에 따라 상선안전을 보장했다.
보험료는 또 떨어졌다.
해적은 사라졌다.
정확히는 첫 달에 17개 해적단이 체포되자 나머지가 도망갔다.
벨로아 상업연맹이 가장 먼저 항로사용협정을 요청했다.
그들의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정치에는 관심 없습니다.”
마리안이 대답했다.
“상인은 보통 그렇게 말하면서 정치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회랑은 전쟁터에서 시장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장이 열리면.
제국은 군대보다 더 빠르게 퍼졌다.
◆보호국 진출기업 중 첫 제재대상도 나왔다.
본토 대형건설사 하나가 로하르 지방정부 관료에게 뇌물을 줬다.
항만공사 우선계약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액수는 회사규모에 비하면 작았다.
그래도 황실감찰원은 계약을 취소했다.
보호국 사업 20년 제한.
담당임원 형사기소.
로하르 관료도 현지법으로 체포됐다.
본토 기업계가 반발했다.
“외부시장 개척 초기에는 관행을 고려해야 한다.”
나는 그 문장을 보고 화가 났다.
“무슨 관행?”
세라가 답했다.
“현지에서는 계약수수료라는 명목의 비공식 지급이 흔합니다.”
“그걸 우리가 따라 하라고?”
“기업 쪽 논리는 그렇습니다.”
“싫어.”
제국이 보호국을 개도한다면서 자기 기업이 부패를 수출하면 코미디였다.
이 사건 이후 외부권역 기업윤리법이 더 강해졌다.
◆첫 혼인신고도 들어왔다.
제국 기술자와 로하르 의사.
둘은 의료개도사업에서 만났다.
문제는 법이었다.
제국 시민과 보호국민의 혼인.
배우자 신분.
거주권.
자녀 국적.
생물학적 번식가능성.
법무원과 생명원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결론.
혼인은 인정.
로하르 배우자에게 제국 시민권 자동부여 없음.
대신 배우자 장기거주허가.
자녀는 생물학적으로 가능할 경우 출생시 복수법적지위 심사.
해당 커플은 아직 자녀계획도 없었는데 법무원이 300페이지 지침을 만들었다.
나는 말했다.
“저 사람들 결혼하는데 왜 국가가 더 신났어?”
세라가 답했다.
“첫 사례니까요.”
제국은 늘 선례를 먹고 자랐다.
◆벨로아 상인들은 이런 변화를 가장 빠르게 돈으로 계산했다.
전쟁보험 하락.
항로시간 단축.
세관표준화.
화폐안정.
그들은 제국과 정식통상협정을 맺기 전부터 로하르에 지점을 열었다.
어떤 벨로아 상인은 말했다.
“정복이 이렇게 수익성이 좋은 줄 몰랐다.”
제국 상무관이 정정했다.
“보호권 편입입니다.”
“돈이 되면 이름은 상관없습니다.”
상인다운 답이었다.
◆제국기업의 진입을 제한한다고 현지 상인들이 자동으로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일부 로하르 소비자는 더 싸고 좋은 제국제품을 바로 사고 싶어 했다.
“왜 우리를 보호한다며 비싼 현지제품을 강제로 사게 합니까?”
정부청원에 수억 명이 동의했다.
제국은 규제를 조금 수정했다.
소비재는 빠르게 개방.
핵심금융·의료·통신·기반산업은 천천히.
분야별 속도를 다르게 한 것이다.
보호무역도 지나치면 현지기업의 무능을 연장할 수 있었다.
제국은 경쟁을 없애는 게 아니라 죽지 않을 정도의 시간을 주려 했다.
◆보호국화 3개월 뒤 로하르 정부가 처음으로 제국 중앙명령에 공식 이의를 제기했다.
문제는 식품검역 기준이었다.
제국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로하르 전통 발효식품의 18퍼센트가 판매금지 대상이 됐다.
“미생물 수치가 초과입니다.”
제국 검역관이 말했다.
로하르 식품청은 반박했다.
“그 미생물이 맛을 만듭니다.”
처음에는 우스운 갈등처럼 보였다.
하지만 수백만 농가와 식당이 걸린 문제였다.
공동연구가 시작됐다.
두 달 뒤 제국 기준에 ‘통제발효 예외규격’이 신설됐다.
오히려 본토 발효산업도 그 규격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제국은 보호국에 규칙을 전파했다.
가끔은 보호국 때문에 제국 규칙도 바뀌었다.
◆세무통합은 더 거칠었다.
로하르 귀족 일부는 수백 년 동안 사실상 면세였다.
제국 재무원은 보호국세가 아니라 현지세 문제라며 직접 폐지하지 않았다.
대신 제국 기반시설 투자조건을 달았다.
[동일소득 동일세율을 적용하는 지역에 우선투자.]
왕실은 결국 귀족면세를 단계적으로 줄였다.
귀족들은 황제가 세금을 빼앗았다고 불평했다.
나는 손도 대지 않았다.
돈을 어디에 먼저 쓸지만 정했을 뿐이었다.
강제와 유인은 둘 다 권력이었다.
제국은 비용이 덜 드는 쪽을 선호했다.
◆본토기업들도 보호국민에게 배워야 했다.
로하르에서는 계약 전 식사를 세 번 하는 관행이 있었다.
제국기업은 처음엔 비효율이라고 무시했다.
그 결과 협상실패율이 올라갔다.
상무원 보고서는 결론을 냈다.
[현지 신뢰형성 관행은 비공식 계약비용으로 간주할 것.]
쉽게 말해.
밥을 같이 먹으라는 뜻이었다.
제국은 별을 지배했지만 모든 지역의 장사방법까지 미리 알지는 못했다.
◆보호국 공무원의 급여체계도 뜯어고쳐야 했다.
로하르에서는 중앙관료보다 귀족가문 후원이 더 큰 수입원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제국 감사원은 뇌물이라고 불렀다.
로하르 관료들은 전통후원이라고 불렀다.
둘 다 어느 정도 맞았다.
제국은 하루아침에 금지하지 않고 15년에 걸쳐 공무원 급여를 올리고 사적 후원을 단계적으로 제한했다.
“왜 바로 없애지 않습니까?”
젊은 제국 감사관이 물었다.
세라가 답했다.
“월급도 안 올리고 돈 받지 말라고 하면 관료가 사라지거나 뇌물이 숨어들 뿐이야.”
개혁은 옳은 규칙을 쓰는 일보다 그 규칙으로 먹고살 수 있게 만드는 일이었다.
◆로하르 귀족가문 중 일부는 제국식 회계기준을 먼저 도입했다.
이유는 이상적이지 않았다.
본토은행에서 더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황실은 환영했다.
사람이 선해서 제도를 따르든 이익 때문에 따르든 결과가 같으면 정책은 작동한다.
제국은 도덕적 각성보다 인센티브를 더 신뢰했다.
제국 행정망에 처음 연결된 로하르 지방공무원들은 가장 먼저 휴가제도부터 비교했다.
아틀라스 기준이 지나치게 후해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었다.
수명도 노동생애도 다른 종족에게 같은 복지규정을 복사하면 오히려 제도가 망가졌다.
결국 로하르형 공무원복지표가 따로 만들어졌다.
통합은 동일화가 아니었다.
◆로하르 기업 중 처음으로 제국 본토에 진출한 곳은 거대한 군수회사가 아니었다.
작은 식품회사였다.
로하르식 발효소스.
삼백종 거리의 식당들이 먼저 쓰기 시작했고, 본토 젊은층 사이에서 유행했다.
매출이 폭발했다.
로하르 언론은 이를 ‘첫 역수출’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나는 그 뉴스를 보고 말했다.
“좋네.”
세라는 웃었다.
“이번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제국 편입이 한쪽 방향으로만 흘러가면 식민지에 가까워진다.
작은 것이라도 반대방향 흐름이 생기는 게 중요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