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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21화 — 세 명의 시민

별의 제국 · 21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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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마크 강경파의 31척은 제17외곽보급소에 먼저 발포했다.

그 순간부터 협상은 끝났다.

제국은 이미 공격을 예상하고 있었다.

보급소 방어장은 전개돼 있었고.

민간인 3,200명 중 대부분은 지하대피구역으로 들어갔다.

요격함도 근처에 숨어 있었다.

그래서 피해는 작아야 했다.

실제로 첫 포격은 방어장을 뚫지 못했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제국 요격함 8척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강경파 함대의 무장을 차례로 끊었다.

전투는 2분 14초 만에 끝났다.

29척 항복.

1척 추진불능.

마지막 한 척은 자폭돌입을 시도했다.

그 배도 본체는 보급소에 닿지 못했다.

문제는 잔해였다.

고속으로 쪼개진 파편 하나가 보급소 외부정비구를 관통했다.

방어장이 이미 큰 파편을 막은 뒤였다.

작은 조각 하나.

길이 1.8미터.

그게 세 사람을 죽였다.

다니엘 오르.

184세.

유지보수공학자.

이셀 바렌.

239세.

항만관제사.

카일라 렌.

103세.

수습기술자.

세 명.

제국 전체 인구를 생각하면 통계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더 중요했다.

황제가 사람을 숫자로 보기 시작하면 제국은 아주 쉽게 잔인해질 수 있었다.

나는 사망보고서를 한 장씩 읽었다.

다니엘은 배우자와 자녀 둘.

이셀은 미혼.

카일라는 입사 2년차였다.

내가 물었다.

“대피명령 왜 늦었지?”

세라가 답했다.

“전원대피 완료 전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보급소장은 17분 먼저 이동명령을 내렸습니다.”

“더 빨리 낼 수 있었나?”

“분석 중입니다.”

“내 판단은?”

“폐하께서는 공격함대 출항 확인 직후 경계상향을 승인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화면을 봤다.

“내가 더 빨리 시설폐쇄 명령 내렸으면 살았을 수 있잖아.”

세라는 잠시 침묵했다.

“가능성은 있습니다.”

그녀는 ‘폐하의 잘못이 아닙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위로를 나는 싫어했다.

명령권자라면 결과에서 완전히 빠질 수 없다.

다만 책임을 느끼는 것과 책임을 잘못 배분하는 것도 달랐다.

공격한 건 강경파였다.

그 사실까지 흐리면 안 됐다.

“유가족 통보는?”

“진행 중.”

“황실명의 말고 내 이름으로도 보내.”

“예.”

“그리고 장례는 군장이 아니라 시민국가장.”

세라가 고개를 들었다.

“세 사람 모두 군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시민국가장.”

제국 시민의 죽음은 싸게 처리하지 않는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정책이었다.

적에게도.

우리 관료에게도.

시민 한 명의 목숨이 비싸다는 사실을 계속 알려야 했다.

세르마크 수도에서는 그 세 명이 죽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현실파가 얼어붙었다.

바렌 노크는 강경파 지휘부에 공개통신을 보냈다.

[너희는 세르마크를 구한 것이 아니라 파괴했다.]

하르드 레칸은 더 직접적이었다.

[제4전선군은 즉시 무장을 해제하라.]

[거부하는 함정은 세르마크 정규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강경파는 두 사람을 반역자로 규정했다.

수도 일부에서 실제 교전이 시작됐다.

세르마크가 내전에 들어갔다.

라울은 말했다.

“지금 들어가면 하루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알아.”

“명령만 주십시오.”

나는 잠깐 지도를 봤다.

“현실파가 자기 군을 얼마나 통제하지?”

“약 43퍼센트.”

“중립.”

“31.”

“강경파.”

“26.”

“그럼 아직 세르마크 전체가 적은 아니네.”

“예.”

“바렌에게 연락해.”

바렌은 2분 만에 연결됐다.

얼굴에 상처가 있었다.

“황제.”

“상장. 세르마크가 강경파를 처리할 수 있습니까?”

“할 수 있다.”

“얼마나 걸리지?”

“수도만 보면 며칠. 제4전선군 전체는 몇 달.”

“너무 길어.”

“우리 나라다.”

“그래서 묻는 거야.”

나는 조건을 제시했다.

“현실파 정부를 합법정부로 인정. 제국은 민간피해와 대형교전만 차단. 귀국군이 체포와 치안을 맡는다.”

바렌이 나를 봤다.

“그 대가.”

“기존 감독조건 수용.”

“결국 똑같군.”

“세 명 죽기 전보다 조건이 좋아질 이유는 없지.”

그는 반박하지 못했다.

“시간을 줘.”

“6시간.”

“짧다.”

“아까도 말했지만 73년 생각했어.”

바렌이 피곤하게 웃었다.

“당신은 그 말을 좋아하는군.”

“효과가 있잖아.”

통신이 끊겼다.

6시간 뒤.

세르마크 합법 군정평의회 잔존위원 61퍼센트가 제국 조건을 수용했다.

바렌 노크가 비상국가조정위원장에 선출됐다.

하르드 레칸은 통합함대 임시사령관.

그리고 제국에 공식요청이 왔다.

[강경파 대형함대의 무력화를 지원해 주기 바란다.]

나는 승인했다.

이제 명분도 충분했다.

그리고 사실.

명분이 없어도 세 명의 시민을 죽인 지휘부를 그냥 둘 생각은 없었다.

“3원정함대 출동.”

아델라인이 물었다.

“규모는?”

“한 번에 끝낼 만큼.”

“418척 준비돼 있습니다.”

“보내.”

전투함 418척.

지원함까지 합치면 900척이 넘는 제국함대가 회랑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세르마크 전체 함대보다 숫자는 적었다.

전력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나는 세 시민의 사진을 다시 봤다.

이번에는 보여줄 차례였다.

제국 시민을 죽이면.

어떤 국가가 아니라.

어떤 지휘계통이 책임지는지를.

세 사람의 장례는 제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동시시청자는 6천억을 넘었다.

전쟁선포도 아니고 황제연설도 아닌데 그 정도가 본 이유는 단순했다.

대단절 이후 첫 외부충돌에서 죽은 제국 시민.

상징이 너무 컸다.

나는 세 관 앞에서 직접 추도사를 했다.

“다니엘 오르는 기계를 고쳤습니다.”

“이셀 바렌은 항구를 움직였습니다.”

“카일라 렌은 배우는 중이었습니다.”

“세 사람 모두 전쟁을 하러 간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세르마크 전체를 비난하지 않았다.

“책임은 공격을 명령하고 실행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이 문장을 일부러 넣었다.

본토에서는 이미 ‘세르마크를 없애라’는 여론이 올라가고 있었다.

수조 명의 강대제국이 분노하면 V~VI급 국가 하나는 정말 사라질 수 있었다.

그래서 더 선을 그어야 했다.

“제국은 책임자를 찾습니다.”

“종족을 벌하지 않습니다.”

“국가 전체를 증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제국 시민의 생명을 싸게 여기게 두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게 새 외부정책의 첫 전쟁원칙이 됐다.

카일라 렌의 어머니는 장례 뒤 나를 따로 만나길 요청했다.

나는 받아들였다.

그녀는 211세였다.

딸보다 오래 살 예정이었던 어머니.

장수명 사회에서 자식의 죽음은 더 이상한 비극이었다.

“폐하.”

“말씀하세요.”

“왜 그 함대를 먼저 없애지 않으셨습니까?”

나는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준비된 답을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정치적 이유가 있었습니다.”

“제 딸보다 중요했습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된 셈입니다.”

그녀가 울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

“다음에도 같은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나는 오래 생각했다.

“상황이 같다면 선제공격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녀의 눈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대피는 더 빨리 시킵니다.”

“그게 답입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답입니다.”

황제라고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잘못된 부분을 찾아 다음에 바꿀 뿐이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말했다.

“딸을 숫자로 만들지 마십시오.”

“그러지 않겠습니다.”

그 약속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장례 다음 날 군 교리가 바뀌었다.

미확인 적대함대가 제국 민간시설을 향해 출항하면 대피개시는 ‘발포확인’이 아니라 ‘적대항적 확인’ 시점으로 앞당겨졌다.

정치적 선제공격 금지와 민간대피는 별개라는 단순한 교훈.

세 사람의 죽음이 규정 한 줄로 남았다.

제국의 법과 교리는 이런 식으로 사람의 죽음을 기억했다.

본토 여론이 가장 뜨거워진 건 ‘보복’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전쟁망 인기검색어 1위.

강경파 일부는 세르마크 수도폭격을 요구했다.

나는 공보실에 별도담화를 내게 했다.

[제국은 복수를 국가정책으로 삼지 않는다.]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능력을 제거한다.]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달랐다.

복수는 감정이 끝나야 멈춘다.

정책은 목표가 달성되면 멈춘다.

세르마크 강경지휘부가 제거되고 군사구조가 바뀌면 그걸로 충분했다.

수도 시민에게 포탄을 떨어뜨릴 이유는 없었다.

하원에서도 이 원칙은 지지를 받았다.

제국이 강하다는 걸 보여줄 필요는 이미 없었다.

얼마나 정확하게 힘을 쓰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보상위원회는 세 사람의 가족에게 일괄금액을 지급하려 했다.

나는 거부했다.

“세 사람 삶이 같은 금액으로 끝나?”

세라는 설명했다.

“기본보상은 같고, 부양가족·잔여경력·연금은 별도 계산됩니다.”

그제야 승인했다.

카일라는 103세였다.

아틀라스 기준으로는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나이였다.

예상 생애경력은 수백 년 남아 있었다.

그런 사회에서 전사 한 명이 가지는 경제적 손실도 다른 문명과 달랐다.

하지만 숫자를 아무리 크게 계산해도 가족에게는 부족했다.

그래서 제국은 돈 외에 선택권을 줬다.

유가족 교육·주거·직업지원.

원하면 황실기록원에 개인기록 영구보존.

원하지 않으면 이름을 공공선전에서 빼줄 권리.

다니엘의 가족은 기록공개를 선택했다.

이셀의 배우자는 장례만 공개했다.

카일라의 어머니는 딸이 영웅으로 소비되는 걸 원하지 않았다.

나는 셋 다 존중하라고 했다.

국가는 죽음을 기억할 수 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을 소유할 수는 없다.

상원에서는 세르마크 전체를 보호령으로 강제편입하자는 긴급안도 나왔다.

표결 전 나는 재상에게 물었다.

“통치비용.”

“현재 로하르 보호국의 여섯 배 이상입니다.”

“전략가치는?”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 왜.”

“분노입니다.”

나는 안건에 반대의견을 붙였다.

세 시민을 죽였다고 수백억 명의 사회를 직접 떠안는 건 처벌도 전략도 아니었다.

책임자는 없애고.

전쟁능력은 제한하고.

굴러가는 행정은 남긴다.

제국의 힘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제국의 통치는 무엇을 굳이 하지 않을지 고르는 데 있었다.

제17보급소의 생존자들은 전투 뒤 바로 근무에 복귀하지 않았다.

제국은 전원 심리휴가를 줬다.

세르마크 기준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였다.

“부상하지 않았는데 왜 휴가를 줍니까?”

하르드가 물었다.

제국 군의관이 답했다.

“사람은 몸만 다치는 게 아닙니다.”

장수명 사회에서는 정신적 손상을 방치하는 비용이 더 컸다.

한 사람이 500년 더 일할 수 있는데 전쟁후유증으로 100년을 망치게 둘 이유가 없었다.

이런 복지체계도 제국 군사력의 일부였다.

강한 함선만큼 오래 쓸 수 있는 사람이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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