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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8화 — 세리아 왕녀

별의 제국 · 18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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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르 보호국화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세르마크가 아니었다.

로하르 제1왕녀 세리아였다.

42세.

외교학자 출신.

왕위계승순위 2위.

전쟁기간 대부분을 외교사절과 국제법 연구자로 보냈다.

그녀는 제국을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확히 이해해서 반대했다.

“제국은 우리를 파괴하지 않을 겁니다.”

국민의회 연설에서 그녀가 말했다.

“더 부유하게 만들 것입니다.”

의원들이 조용해졌다.

“병원을 세우고, 학교를 개선하고, 항로를 안전하게 하고, 세르마크의 침공을 막아줄 것입니다.”

“그게 왜 문제입니까?”

한 의원이 물었다.

세리아가 답했다.

“그 대가로 우리가 나라로서 결정하던 중요한 일 대부분을 가져갈 테니까요.”

연설은 제국망에도 번역돼 퍼졌다.

나는 전체 영상을 봤다.

세라가 물었다.

“불쾌하십니까?”

“왜?”

“폐하의 보호정책을 사실상 제국주의라고 비판했습니다.”

“맞는 말인데.”

“그렇습니까?”

“우리가 외교권 가져가고 군대 통제하는데 아니라고 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세라는 내 반응을 기록했다.

“왜 적어?”

“나중에 같은 질문이 들어올 것 같아서요.”

세리아는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이번에는 내가 받아들였다.

홀로그램이 아니라 원격실재 회의실.

그녀는 정면으로 물었다.

“폐하께서는 로하르가 독립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권리는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보호국화를 추진합니다.”

“권리가 항상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는 건 아니니까.”

“제국이 그 우선순위를 결정하고요.”

“현재는.”

세리아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게 제가 두려워하는 점입니다.”

“알아.”

“정말 이해하십니까?”

“내가 네 입장이면 나도 반대했을 수 있어.”

그녀가 처음으로 당황했다.

나는 말을 이었다.

“그렇다고 내 입장에서 결정을 바꾸진 않아.”

“왜요?”

“내가 황제니까.”

세리아가 웃지도 화내지도 못했다.

“놀랍도록 단순한 답변이군요.”

“정치는 결국 누가 책임지느냐의 문제야.”

나는 로하르 지도를 띄웠다.

“보호국이 되면 귀국은 외교주권 상당부분을 잃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대신 앞으로 세르마크가 다시 침공하면 그건 로하르와 세르마크의 전쟁이 아니라 제국에 대한 공격입니다.”

“그것도 알고 있습니다.”

“병원수준은 몇십 년 안에 올라갈 겁니다. 항로보험은 이미 떨어지고 있고. 대학은 본토와 연결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싫은 거지?”

세리아가 잠시 침묵했다.

“예.”

“왜?”

“너무 좋은 조건이라 거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왕녀는 정말 이해하고 있었다.

총칼로 굴복시키는 제국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는 제국이었다.

세리아는 또 물었다.

“보호국이 되면 언젠가 정식 제국령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까?”

“아니.”

그녀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닙니까?”

“전략가치가 크지 않고 아틀라스인 정착도 적으면 굳이 직할할 이유 없어.”

“그럼 우리는 영원히 2등 시민권역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까?”

“가능합니다.”

“그게 더 나쁜 것 아닙니까?”

“어떤 사람한텐.”

나는 설명했다.

정식 제국령이 되면 중앙행정과 제국법이 훨씬 깊게 들어온다.

왕실의 의미는 줄어든다.

지방세 자율성도 줄어든다.

대신 대표권과 시민권 기회는 늘어난다.

보호국은 반대다.

왕실과 문화자치는 더 남지만 정치권은 제한된다.

“귀국 사람들이 나중에 선택하게 되겠지.”

“제국이 허가한다면.”

“맞아.”

세리아가 한숨을 쉬었다.

“폐하께서는 정말 모든 문장을 마지막에 제국이 결정한다는 말로 끝내시는군요.”

“실제로 그러니까.”

“오만합니다.”

“알아.”

“친절하기도 합니다.”

“그건 좋은 말인가?”

“아닙니다.”

나는 웃었다.

세리아도 결국 조금 웃었다.

면담이 끝나기 전 그녀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제가 보호국화에 끝까지 반대하면 어떻게 됩니까?”

“합법적으로?”

“예.”

“아무 일도 없어.”

“보호국이 된 뒤에도?”

“법을 어기지 않으면.”

“황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도?”

“그 정도로 제국이 무너지면 이미 망해야지.”

“명령을 거부하면?”

“그건 다르지.”

세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계가 명확하군요.”

“말은 자유롭게. 명령은 따르게.”

“전형적인 제국이군요.”

“효율적이잖아.”

그녀는 떠났다.

나는 세라에게 말했다.

“저 왕녀 기록해둬.”

“이미 하고 있습니다.”

“왜?”

“폐하께서 좋아하실 유형이라서.”

“내가?”

“제국에 반대하면서도 제국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시잖습니까.”

부정하기 어려웠다.

로하르가 보호국이 된다면 세리아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무조건 제국을 찬양하는 지방엘리트보다.

제국이 잘못할 때 문제를 말해주는 지방통치자가 더 쓸모 있었다.

세리아의 연설은 본토에서도 인기였다.

의외로 제국 시민들이 그녀를 많이 지지했다.

[저 왕녀 말 잘한다.]

[우리 보호국 되기 싫다는 사람인데 왜 호감이지?]

[황제 앞에서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게 더 제국답다.]

일부 방송은 그녀를 ‘로하르의 야당 지도자’처럼 소개했다.

세리아는 불쾌해했다.

“나는 제국 정치인이 아닙니다.”

기자가 물었다.

“그러나 보호국이 되면 제국 의회와 관계하게 됩니다.”

“그게 제가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 영상도 또 인기였다.

나는 말했다.

“저 사람은 뭘 해도 홍보가 되네.”

세라가 답했다.

“폐하께서 직접 상대해 주시니까 더 그렇습니다.”

“내 탓이야?”

“상당부분.”

세리아와의 면담 뒤 나는 그녀에 대한 정보원 평가도 봤다.

부패혐의 없음.

개인재산 평균 이하.

왕족특권 일부 자발적 포기.

군복무경력 없음.

외교능력 우수.

대중연설 최상급.

제국에 대한 적대도 낮음.

주권상실 반대도 매우 높음.

마지막 줄에 에일린의 메모가 붙어 있었다.

[위험인물이 아니라 유용한 반대자.]

정확했다.

보호국에는 이런 사람이 필요했다.

제국 총독이 현지사회를 전부 이해할 수는 없다.

현지인이 ‘여기서 더 가면 터진다’고 알려줘야 했다.

무조건 충성만 외치는 협력자는 단기적으로 편했다.

장기적으로는 위험했다.

제국이 보호국을 오래 유지하려면 반대파도 제도 안에 남겨야 했다.

세리아는 면담이 끝난 뒤 마리안에게 따로 물었다.

“황제 폐하는 정말 제 말을 문제 삼지 않습니까?”

“합법적으로 반대하시는 한.”

“황제 개인도?”

“오히려 흥미로워하십니다.”

“그게 더 무섭군요.”

마리안이 웃었다.

“가끔 그렇습니다.”

세리아는 처음으로 제국에 대해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고 훗날 기록했다.

싫어할 이유는 충분한데.

미워하기는 어려운 국가.

그 모순이 로하르 사회 전체에도 퍼지기 시작했다.

세리아는 제국 시민권 제도를 특히 싫어했다.

“보호국민은 제국을 위해 세금을 내고 군에도 복무할 수 있는데 시민권은 거의 못 얻습니다.”

“보호분담금과 제국세는 달라.”

“당사자에게는 돈이 나간다는 점이 같습니다.”

나는 반박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원의석 주잖아.”

“3분의 1 이하.”

“시민권과 같으면 시민권 구분이 왜 필요해.”

“그 질문 자체가 제국의 답이군요.”

세리아는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나는 오히려 좋았다.

이 문제는 쉽게 해결하면 안 됐다.

시민권이 너무 쉬우면 아틀라스 정치공동체가 의미를 잃는다.

너무 어려우면 보호국이 영원한 2등계층이 된다.

그 균형은 앞으로 수백 년 동안 계속 다툴 가치가 있는 문제였다.

세리아와의 토론 내용 일부가 양측 합의로 공개되자 본토 대학에서 정치철학 논쟁이 생겼다.

[문명격차가 정치적 지배를 정당화하는가?]

학생들은 밤새 싸웠다.

찬성파는 생명구조와 개도책임을 들었다.

반대파는 자결권을 들었다.

교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그 수업 영상을 우연히 봤다.

세라가 물었다.

“황제정책을 비판하는 강의인데 괜찮습니까?”

“저런 거 막으면 내 정책이 더 약해 보여.”

제국 우월주의는 비판을 금지해야 유지되는 신앙이 아니었다.

정말 더 낫다고 믿으면 논쟁을 견뎌야 했다.

세리아에게도 본토 대학에서 강연요청이 왔다.

그녀는 받아들였다.

보호국화 반대론자가 제국 수도에서 ‘제국주의의 위험’을 강연하는 장면은 외부국가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

세르마크 선전망은 처음에는 조작이라고 했다.

실제 생방송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다른 방향으로 비판했다.

[제국은 반대자를 전시품으로 이용한다.]

세리아가 직접 답했다.

[그 말도 일부 맞을 수 있다. 그래도 나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녀는 점점 보호국 시대의 상징적 인물이 되어갔다.

세리아가 본토에서 강연한 날, 그녀는 삼백종 거리도 방문했다.

사라진 외계대사관과 빈 상점들을 본 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제국도 잃은 게 많군요.”

마리안이 답했다.

“그래서 다시 밖으로 나갑니다.”

“보호국을 다시 만들기 위해?”

“사람을 찾기 위해서도.”

세리아는 그제야 제국의 팽창이 단순 영토욕만은 아니라는 걸 조금 이해했다.

그렇다고 반대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다.

상대를 악당으로 생각하면 반대하기 쉽다.

상대에게도 사정과 원칙이 있다는 걸 알면 정치가 어려워진다.

세리아는 본토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을 나중에 공개했다.

[왜 제국의 보호를 받으면서 제국을 비판합니까?]

그녀의 답은 짧았다.

[보호와 찬성은 다른 말이니까.]

그 문장이 제국망에서 크게 퍼졌다.

나도 반박하지 않았다.

충성을 요구할 수는 있다.

생각까지 똑같으라고 요구하면 제국은 너무 많은 관리비를 써야 한다.

세리아의 강연 영상은 로하르보다 본토에서 더 많이 재생됐다.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보호국 왕녀를 제국 시민들이 토론자료로 소비했다.

그 자체가 세리아에게는 또 하나의 모순처럼 보였다.

돌아가기 전 세리아는 나에게 짧은 메시지를 보냈다.

[제국을 조금 더 이해했습니다.]

나는 답했다.

[그래서 찬성하나?]

[아니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좋아.]

그녀가 바로 답했다.

[그 반응이 제일 마음에 안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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