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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7화 — 세르마크

별의 제국 · 17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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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마크 수도 라크툼은 로하르 벨하임과 전혀 달랐다.

도시 중심에 왕궁도, 귀족저택도 없었다.

대신 군정평의회청과 통합전쟁지휘소가 가장 높은 건물을 차지했다.

광장에는 장군 동상이 많았고.

학교 옆에는 예비군 훈련장이 있었다.

상업광고보다 모병광고가 더 컸다.

제국 조사단은 처음부터 호위를 많이 데려가지 않았다.

전투순양함 두 척이면 충분했다.

지상에서는 세르마크가 체면을 세울 수 있도록 현지군 경호를 받았다.

바렌 노크가 직접 조사단을 맞았다.

“황제는 안 왔군.”

에일린이 답했다.

“폐하께서 모든 조사에 직접 오시지는 않습니다.”

“우리 정도는 그럴 가치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바렌이 그녀를 쳐다봤다.

에일린은 미소도 짓지 않았다.

정보원장이 외교를 하면 이런 식이었다.

세르마크의 장점은 분명했다.

군수산업 효율.

병력동원.

기초공학교육.

행성간 보급망.

전시수리능력.

로하르보다 대부분 앞섰다.

특히 손상함을 현장에서 고치는 기술은 인상적이었다.

제국 기술자가 말했다.

“재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굉장히 창의적으로 버팁니다.”

“쓸 만해?”

나는 원격회의에서 물었다.

“예. 본토군은 부품공급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장기고립전 교리에 반영할 가치가 있습니다.”

“가져와.”

“예.”

문제는 군정체제였다.

장점이 단점이 되어 있었다.

군 장교가 지방행정까지 장악.

전쟁목표가 국가정책을 압도.

언론검열.

군수기업 특혜.

반대파 감시.

징병회피 가족에 대한 연좌성 불이익.

제국 조사단은 마지막 항목에 빨간 표시를 했다.

제국은 개인책임을 중요하게 봤다.

아버지가 탈영했다고 자식 대학입학을 막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부당했다.

“폐지 권고.”

바렌이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그건 우리 사회제도다.”

에일린이 답했다.

“그러니까 바꾸라고 권고하는 겁니다.”

“우리에게 귀국 법을 강요하나?”

“보호권역에 들어오면 일부는 그렇습니다.”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권고라고 적었습니다.”

둘은 서로 싫어했다.

그래도 대화는 됐다.

세르마크에서 흥미로운 인물을 하나 찾았다.

하르드 레칸.

함대제독.

54세.

36년 군복무.

로하르와 수십 차례 싸웠고 전쟁영웅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강경파가 아니었다.

에일린이 그를 비공개로 만났다.

“전쟁을 계속하고 싶습니까?”

하르드가 답했다.

“군인은 원하는 전쟁만 하는 직업이 아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끝낼 수 있다면 끝내고 싶다.”

“그런데 왜 세르마크는 못 끝냈죠?”

“이기지 못했으니까.”

솔직했다.

“로하르를 완전히 점령할 수 있습니까?”

“함대를 부술 수는 있다. 점령은 어렵다.”

“왜?”

“800억을 어떻게 지배하나.”

에일린은 그 말을 황궁에 그대로 전달했다.

나는 웃었다.

“저 사람은 계산할 줄 아네.”

라울도 동의했다.

“전쟁을 오래 한 군인은 점령비용을 압니다.”

“강경파는?”

“제4전선군과 일부 수도위원.”

세르마크 내부파벌은 세 갈래였다.

총력승리파.

현실적 강화파.

소수 평화파.

바렌과 하르드는 두 번째였다.

전쟁 자체를 싫어하진 않았다.

다만 이길 수 없는 전쟁을 73년 더 하는 걸 싫어했다.

제국 입장에서는 활용하기 좋은 세력이었다.

현장평가 최종결론.

[현 군정연합정부의 전면존치 비권고]

[행정기구 상당부분 활용 가능]

[제4전선군 강경지휘부 제거 필요]

[군수산업 규모감축]

[지역군 재편]

[최고전쟁권 제국 귀속]

[중기적으로 감독국 또는 보호령 권고]

나는 보고서를 보고 물었다.

“직할은?”

“비효율적입니다.”

“왜?”

“행정은 이미 기능합니다. 반제국 정서도 강해서 직접통치 비용이 큽니다.”

“전략가치.”

“회랑 중심항로 일부가 중요하지만 기지 몇 곳만 직할하면 충분.”

“좋아.”

세르마크 자체를 제국령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다.

대신 핵심군항 몇 곳은 조차하거나 직할군사구역으로 두면 됐다.

국가 전체를 먹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잡는다.

제국이 선호하는 방식이었다.

평가가 끝난 날 바렌이 마지막으로 에일린을 불렀다.

“황제에게 전해라.”

“말씀하십시오.”

“우리가 모든 조건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조건은 거부합니까?”

“군 전체 해체. 외교권 전면포기.”

“그건 핵심조건입니다.”

“그럼 타협이 어렵겠군.”

에일린은 잠깐 그를 봤다.

“상장.”

“왜.”

“귀국이 협상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습니다.”

“힘의 차이는 안다.”

“아는 사람의 행동 같지 않습니다.”

바렌의 턱이 굳었다.

“우리는 나라다.”

“제국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명령하지?”

에일린은 차갑게 답했다.

“나라라는 사실과 제국과 동급이라는 사실은 다르니까.”

그 문장은 세르마크 군정평의회에 그대로 보고됐다.

그리고 강경파는 분노했다.

세르마크 일반시민의 생활은 선전영상과 달랐다.

군국주의 국가라고 모두가 군복을 입고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시장에는 장난감이 있었고.

학교에는 연애문제가 있었고.

노인들은 연금이 적다고 불평했다.

전쟁이 길어졌어도 사람은 평범하게 살았다.

제국 조사단은 이 사실을 일부러 본토에 많이 보여줬다.

적을 괴물로 만들기 시작하면 나중에 통치하기 어려웠다.

로하르 언론 일부가 반발했다.

“세르마크 피해자 감정을 무시한다.”

제국 공보관은 답했다.

“군정강경파의 책임과 일반시민의 존재는 동시에 사실입니다.”

제국은 로하르의 복수감정까지 통제할 생각이었다.

보호국이 되면 마음대로 전쟁할 권리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르드 레칸과 라울의 첫 비공개 대화도 흥미로웠다.

라울이 물었다.

“제국이 없었다면 카르만 회랑을 어떻게 공격할 생각이었나?”

하르드가 잠깐 망설이다 작전도를 그렸다.

우회.

민간교통망 위장.

예비함대 분산배치.

중앙지휘망 미사용.

라울은 끝까지 듣고 말했다.

“좋군.”

하르드가 의심스럽게 봤다.

“적 작전을 칭찬하나?”

“좋은 건 좋다.”

“당신 제국 사람들은 다 그런가?”

“유능한 사람은.”

둘은 두 시간 넘게 전술을 이야기했다.

나중에 라울은 보고서에 적었다.

[레칸 제독: 기술격차를 제외하면 전술적 사고 우수. 향후 지역군 지휘자로 활용 가능.]

전쟁이 끝나기도 전에 제국은 적장을 다음 조직의 장군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그게 제국식 실용주의였다.

세르마크 군정평의회 안에서도 조용한 변화가 생겼다.

젊은 장교 일부가 제국 군제자료를 몰래 보기 시작했다.

명령 전 토론 허용.

명령 후 절대집행.

사후평가에서 계급무관 비판.

세르마크 장교들에게는 낯선 문화였다.

그들의 군은 상관명령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위험했다.

“저렇게 하면 군기가 무너지지 않나?”

한 대령이 말했다.

다른 장교가 답했다.

“그 군대가 우리 240척을 41초에 멈췄다.”

그 한마디면 논쟁이 끝났다.

강한 조직은 자기 문화 자체가 선전이 됐다.

세르마크 청년층은 제국에 대한 반응이 세대별로 달랐다.

전쟁을 오래 경험한 장년층은 굴욕감을 크게 느꼈다.

반면 20대와 30대 일부는 제국 대학·기술·여행기회에 더 관심이 많았다.

“전쟁 끝나면 본토에 갈 수 있습니까?”

한 학생이 조사단에게 물었다.

“현재는 외국인 비자 필요.”

“보호국이 되면?”

“상급행정구역 외 이동허가가 필요합니다.”

“시민이 되면?”

“자유.”

“어떻게 시민이 됩니까?”

그 질문부터 표정이 달라졌다.

정식 시민권 조건을 듣고 학생은 한참 말이 없었다.

“너무 어렵군요.”

“그래서 희소합니다.”

제국 시민권은 보호국 사람에게 먼 목표였다.

그 먼 목표 자체가 제국 질서의 강력한 유인책이기도 했다.

세르마크 군수도시 하나에서는 제국 조사단을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전쟁으로 아들 둘을 잃은 노인이었다.

“당신들이 우리 군대를 줄인다고?”

“예.”

“더 줄여.”

옆에 있던 군인이 화를 냈다.

노인은 소리쳤다.

“네 자식 둘 죽고 말해!”

도시는 잠깐 조용해졌다.

세르마크가 하나의 생각만 가진 국가는 아니었다.

군정국가 안에도 전쟁을 싫어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있었다.

제국은 파벌지도를 군사시설 지도만큼 중요하게 다뤘다.

총으로 국가를 이길 수는 있어도 사회를 이해할 수는 없었다.

에일린은 바렌에게 비밀조건 하나를 제시했다.

강경파가 쿠데타를 시도할 경우 가족과 비전투관료의 신변을 제국이 보장한다는 내용이었다.

“왜 내 가족까지?”

바렌이 물었다.

“귀하가 결단할 때 가족이 인질이 되지 않게 하려고.”

그는 오래 말이 없었다.

권력투쟁에서는 개인의 용기보다 가족안전이 더 큰 변수가 되기도 했다.

제국은 사람을 영웅으로 만들기보다 영웅적 결단이 덜 위험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세르마크 분석에서 제국이 특히 경계한 것은 ‘영웅숭배형 지휘문화’였다.

전선사령관 개인의 명성이 너무 크면 국가명령보다 장군 개인에게 충성하는 부대가 생겼다.

제4전선군이 바로 그랬다.

라울은 말했다.

“이건 기술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도 예전에 있었지?”

“많았습니다.”

제국 초기 수천 년에도 귀족함대와 사병문제가 반복됐다.

황실은 그걸 수천 년에 걸쳐 중앙군으로 흡수했다.

세르마크가 특별히 미개해서 겪는 문제가 아니었다.

제국이 먼저 겪고 오래전에 해결했을 뿐이었다.

이 관점은 개도정책을 덜 오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세르마크 장교단을 조사하면서 제국은 의외의 통계도 발견했다.

퇴역장교의 61퍼센트가 군 밖에서 제대로 된 직업을 얻지 못했다.

군정체제가 스스로 군인을 계속 만들어내는 구조였다.

라울은 말했다.

“함대만 줄이면 반란군을 대량생산하겠군.”

그래서 군축안에는 직업전환교육과 연금개편이 함께 들어갔다.

전쟁을 없애려면 군함뿐 아니라 군함에 매달린 생계도 바꿔야 했다.

에일린은 조사단에게 지시했다.

“세르마크 장교들을 전부 강경파로 분류하지 마.”

“기준은요?”

“명령기록과 행동.”

소속만 보고 처벌하면 강경파가 원하는 선전이 완성된다.

제국은 적을 작게 만들수록 통치가 쉬웠다.

국가 전체가 아니라 실제 책임자만 적으로 만든다.

이 원칙이 곧 내전에서 큰 차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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