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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6화 — 보호할 가치

별의 제국 · 16 / 29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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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르 현장평가단의 최종보고는 예상보다 긍정적이었다.

[통치체계 존치 권고]

[왕실 기능 유지]

[국민의회 유지]

[귀족평의회 개혁 필요]

[현지군 유지 후 단계적 제국표준화]

[경제완충 10~20년]

[제국어 강제보급 불필요]

[전략적 직할편입 필요성 낮음]

마지막 줄이 중요했다.

제국은 땅을 많이 가진다고 자동으로 강해지는 나라가 아니었다.

행정비용.

군사방어.

사회통합.

사법.

인프라.

모든 땅은 비용이었다.

로하르에는 현재 제국이 반드시 직할해야 할 자원이 없었다.

핵심 관문도 아니었다.

아틀라스인 정착자는 0.

왕실은 유능했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보호국 유지.”

나는 보고서에 승인표시를 했다.

세라가 물었다.

“장기적으로도요?”

“필요 없으면 500년이든 1,000년이든.”

“정식 제국령 승격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왜 목표로 해야 하지?”

“일반적인 팽창제국은 영토직할을 선호합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팽창제국이 아니잖아.”

나는 지도를 가리켰다.

“지배는 넓게. 직할은 선택적으로.”

로하르가 충성하고.

세금을 내고.

제국 외교와 국방질서를 따르고.

항로를 열고.

전쟁을 하지 않는다면.

왕이 왕관을 쓰든 지방총독이 제복을 입든 중앙 입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현장조사에서는 작은 문제들이 더 많이 보였다.

로하르 병원은 지역마다 수준차가 컸다.

수도 귀족병원은 나쁘지 않았지만 변경 공공병원은 50년 전 장비를 썼다.

왕실 세금은 생각보다 투명했다.

대신 귀족령 내부세금은 엉망이었다.

농업행성 일부에는 아직 신분별 토지세 차등이 있었다.

제국 조사관이 물었다.

“왜 귀족이 더 적게 냅니까?”

현지 관리가 답했다.

“토지방위의무를 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행성방위는 왕국군이 하는데요?”

“전통입니다.”

“그럼 전통 때문에 세금을 덜 냅니까?”

“…예.”

조사관은 보고서에 적었다.

[폐지 권고.]

이런 일이 수천 건 쌓였다.

제국은 로하르 문화를 지운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기능을 잃은 특권은 문화가 아니라 비용으로 봤다.

가장 큰 논쟁은 교육이었다.

왕국 귀족층은 제국식 대학과 군사학교를 적극 도입하고 싶어 했다.

평민층도 찬성했다.

문제는 로하르어였다.

일부 개혁파가 제국어를 고등교육의 유일언어로 삼자고 주장했다.

제국 교육원이 오히려 반대했다.

“너무 빠릅니다.”

로하르 교육대신이 물었다.

“제국은 제국어 보급을 원하지 않습니까?”

“원합니다.”

“그런데 왜?”

“귀국의 학술용어와 기초교육체계가 붕괴하면 30년간 교육성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중언어.”

초중등은 로하르어 중심.

고등과학·군사·행정은 제국어 병용.

100년 뒤 다시 평가.

제국은 동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천 년을 사는 사람들에게 100년은 긴 정책기간도 아니었다.

로하르 군대는 자존심이 더 강했다.

제국 교관이 왕국 해군 전술을 평가하자 장교들이 반발했다.

“우리 함대는 73년 실전경험이 있습니다.”

제국 교관이 답했다.

“그래서 73년째 못 이기고 있군요.”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나중에 그 교관을 불렀다.

“틀린 말은 아니네.”

“예.”

“그래도 그렇게 말하면 배우겠냐?”

“…아닙니다.”

“사과해.”

“명 받들겠습니다.”

우월하다고 상대를 모욕할 필요는 없었다.

제국의 목표는 로하르군을 없애는 게 아니라 쓸 만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보호국이라도 지역방위는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제국 시민 목숨은 비쌌다.

하위문명의 해적 하나 잡겠다고 매번 아틀라스 병사를 보낼 생각은 없었다.

평가 마지막 날.

마리안이 알렌에게 물었다.

“국왕께서는 보호국이 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하십니까?”

알렌은 한동안 답하지 않았다.

“내 조부는 세르마크와 싸우다 죽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전쟁을 끝내지 못했습니다.”

“예.”

“나도 못 끝낼 뻔했습니다.”

왕은 창밖의 벨하임을 봤다.

“제국 아래 들어가면 로하르는 살아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전과 같은 나라로 남지는 않겠죠.”

마리안은 거짓 위로를 하지 않았다.

“예.”

“당신들은 그걸 발전이라고 부르겠군요.”

“대체로.”

“우리 중 일부는 종속이라고 부를 겁니다.”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알렌이 그녀를 봤다.

“그 말을 허용합니까?”

“제국을 비판한다고 총을 들지 않는 한.”

왕이 처음으로 웃었다.

“이상한 제국이군.”

마리안이 답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로하르 보호국화 평가에는 종교도 포함됐다.

로하르에는 수십 개 종교가 있었지만 정치권력은 크지 않았다.

제국 조사관은 ‘문제 낮음’으로 분류했다.

다만 몇몇 종파가 황제를 예언 속 ‘별의 군주’와 연결하려 했다.

황실은 즉시 부인했다.

“왜 굳이 막습니까?”

알렌이 물었다.

“우리한테 유리하지 않습니까?”

“지금은.”

“나중에는?”

“내가 신이면 다음 황제도 신이어야 하고, 황제가 정책 바꾸면 신의 뜻이 바뀐 게 돼.”

알렌이 생각하다가 웃었다.

“신이 되는 것도 행정적으로 복잡하군요.”

“엄청.”

제국은 종교를 하위문명의 흔한 사회현상으로 봤다.

개인의 신앙은 놔뒀다.

하지만 법과 과학 위에 올라오면 막았다.

보호국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경제평가에서는 로하르의 농업기술 하나가 뜻밖의 관심을 받았다.

자원이 부족한 변경행성에서 미생물 순환계를 이용해 토양을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

제국은 더 좋은 기술이 있었지만 에너지투입이 컸다.

로하르 방식은 효율은 낮아도 유지비가 거의 없었다.

개척원이 바로 가져갔다.

“이거 외곽 소규모 식민지에 쓰자.”

도리안 벨이 말했다.

“제국식 시스템보다 생산량은 18퍼센트 낮습니다.”

“대신 에너지 60퍼센트 덜 먹잖아.”

“맞습니다.”

“좋은데.”

로하르 농업대학은 갑자기 제국 연구비를 받게 됐다.

현지 언론은 떠들썩했다.

하위문명이라고 생각한 제국이 자기 농업기술을 배운다는 사실이 자존심을 살려줬다.

이런 일이 보호국 통합에 의외로 도움이 됐다.

제국군 교관의 ‘73년째 못 이긴다’ 발언은 공식사과 뒤 오히려 좋은 결과를 냈다.

로하르 장교들이 비공개 토론회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말해달라.”

제국 교관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지휘중앙집중 과다.

현장재량 부족.

정보공유 지연.

귀족출신 장교의 보직특혜.

보급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공격교리.

로하르 장교들은 처음에는 반발했다.

그런데 실전자료를 보여주자 조용해졌다.

비판이 모욕이 아니라 개선자료가 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보고서를 보고 말했다.

“이게 개도야.”

세라가 물었다.

“무기 주는 게 아니라?”

“무기는 나중.”

하위문명을 끌어올리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더 큰 포가 아니라 더 나은 조직일 때가 많았다.

로하르 왕실 유지권고에는 조건이 붙었다.

왕실 예산공개.

사법면책 축소.

귀족 임명권 일부 제한.

왕족의 군 고위직 자동진입 폐지.

알렌은 대부분 받아들였다.

귀족평의회가 더 크게 반발했다.

“제국은 왕정을 남긴다면서 왕정의 뼈를 빼고 있다.”

세리아가 오히려 답했다.

“뼈가 아니라 군살일 수도 있습니다.”

보호국화가 역설적으로 로하르 내부개혁의 기회가 됐다.

제국은 모든 제도를 직접 설계하지 않았다.

현지 개혁파가 오래 주장했지만 못 바꾼 것을 외부압력으로 밀어주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에겐 해방.

누군가에겐 간섭이었다.

둘 다 사실이었다.

왕국군 개혁안에는 귀족장교 특례도 손질됐다.

로하르에서는 일부 고위귀족 자녀가 시험점수가 낮아도 장교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제국군은 이 조항을 보고 바로 문제로 표시했다.

귀족평의회는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나는 절충안을 승인하지 않았다.

“군대는 사람 죽고 사는 데야.”

“정치적 반발이 큽니다.”

“연회석이면 양보해. 함교는 안 돼.”

결국 귀족도 동일시험을 치르게 됐다.

대신 왕실근위 같은 의전부대에는 일부 전통선발을 남겼다.

문화는 살리고 전투능력은 타협하지 않는다.

보호국 개혁의 기준이 점점 명확해졌다.

리아 카르멘이 처음 제국 군사시험을 본 것도 이 시기였다.

아직 정식 유학선발 전.

단순한 시범평가였다.

공간전술 문제 20개 중 17개 정답.

제국 평균에는 못 미쳤지만 로하르 최고기록이었다.

교관이 물었다.

“어디서 배웠나?”

“전쟁 중에.”

“학교는?”

“지방군사대학.”

제국은 이름 옆에 작은 별표를 붙였다.

아직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표시.

하지만 긴 이야기는 이런 작은 표시에서 시작되곤 했다.

경제완충기간을 10년으로 잡자 현지 기업들은 짧다고 반발했다.

제국 재무원은 20년을 주장했다.

나는 분야별로 나눴다.

소비재 5년.

일반제조 10년.

금융·의료 20년.

전략산업 30년.

로하르 사람에게 30년은 긴 시간이었다.

아틀라스 기업에게는 진입을 조금 늦추는 정도였다.

양쪽 시간감각의 차이를 이용한 정책이었다.

본토기업들은 불평했지만 결국 받아들였다.

황제가 보호국을 시장으로 열었다고 해서 보호국 자체를 부숴버릴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었다.

개척원은 로하르 보호국 초안에 별도 이주조항을 넣었다.

[아틀라스인 집단정착을 보호국 직할편입의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도리안이 말했다.

“나중에 우리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국경을 바꾸면 매번 같은 의심을 받습니다.”

필요한 항만과 군사기지는 직할구역으로 확보하면 된다.

나라 전체를 삼킬 이유는 없었다.

왕실 존치 결론은 호의가 아니었다.

같은 안정성을 제국 관료제로 만들려면 훨씬 많은 사람과 시간이 필요했다.

알렌 왕실이 잘 굴러간다면 쓰는 게 맞았다.

제국은 전통도 비용효율이 좋으면 보호했다.

알렌은 개혁안에 서명하면서 물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시간을 주는 이유가 뭡니까?”

“우린 안 급하니까.”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수명 긴 문명의 특권이군요.”

“꽤 편해.”

제국의 힘에는 시간도 포함됐다.

서두르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는 건 거대한 전략적 자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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