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0화 — 전쟁중지선

별의 제국 · 10 / 29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아틀라스 제국이 선포한 전쟁중지선은 엘리시온 회랑을 세 구역으로 갈랐다.

첫째.

현재 양국이 실제로 지배 중인 지역.

둘째.

73년간 주인이 여러 번 바뀐 분쟁성계.

셋째.

민간보호구역.

제국은 영토분쟁의 최종결론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대신 전쟁부터 멈추기로 했다.

양국 함대는 현 위치에서 철수.

민간행성 반경 내 중화기 반입 금지.

포로학대 금지.

난민선 공격 금지.

상선통항 보장.

무인기·기뢰 추가설치 금지.

위반함정은 제국군이 강제로 무장해제.

문서 마지막에 양국 서명란은 없었다.

선포였기 때문이다.

로하르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알렌 4세가 직접 통신했다.

“조건부 수용하겠습니다.”

나는 물었다.

“조건은?”

“현재 세르마크 점령하에 있는 로하르 민간인 보호를 제국이 보장해 주십시오.”

“보장합니다.”

“로하르군 철수 중 세르마크가 공격한다면?”

“공격한 쪽 무장을 없앱니다.”

“국적에 상관없이?”

“이미 문서에 적었습니다.”

알렌은 잠시 나를 봤다.

“폐하께서는 우리 편이 아니군요.”

“아직은.”

“그런데 우리를 지키겠다고 합니다.”

“민간인은 지킵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그때 귀국이 어떤 나라가 될지 보고 결정하죠.”

알렌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었다.

제국이 단순히 중재하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

나는 숨기지 않았다.

“국왕.”

“말씀하십시오.”

“제국은 이 회랑을 다시 73년 전 상태로 돌려놓고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럼 무엇을 원하십니까?”

“전쟁이 끝나고 다시 시작되지 않는 구조.”

“보호국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내가 조금 놀랐다.

“빠르네.”

알렌이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도 제국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어디까지 알았지?”

“충분히 강하다는 것.”

“그건 쉬웠겠군.”

“그리고 과거에도 여러 외계국가를 보호국으로 두었다는 것.”

“맞습니다.”

“거부하면?”

나는 즉답하지 않았다.

“아직 제안도 안 했습니다.”

“나중에요.”

“그때 상황을 봅니다.”

알렌은 더 묻지 않았다.

유능한 왕이었다.

미리 싸움을 만들지 않았다.

세르마크는 달랐다.

첫 회신.

[제국의 일방적 전쟁중지선을 인정하지 않는다.]

두 번째.

[세르마크 군정연합은 외부세력의 내정·군사간섭을 거부한다.]

세 번째.

[제4전선군은 기존 작전을 계속한다.]

나는 세 번째 문장을 보고 시간을 확인했다.

발효까지 37분.

“경고는?”

마리안이 답했다.

“세 차례 전달했습니다.”

“상대 지휘관 이름.”

“카르 바젠 상장.”

“직접 연결해.”

몇 분 뒤 화면에 세르마크 장군이 나타났다.

푸른회색 피부.

두꺼운 목.

고중력행성 출신 종족 특유의 단단한 체형.

그는 나를 보면서도 예를 표하지 않았다.

“아틀라스 황제.”

“카르 바젠 장군.”

“우리 군사행동에 개입하지 마시오.”

“37분 뒤부터 개입합니다.”

“당신들은 이 전쟁을 모른다.”

“그래서 73년 기록을 받고 있습니다.”

“기록 몇 장으로 우리 피를 이해할 수 있다고?”

“이해하지 않아도 포격은 멈출 수 있습니다.”

바젠의 눈이 좁아졌다.

“우리 함대는 1,100척이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이 가진 배가 몇 척인지도 안다. 수십 척.”

“평가함대는 그렇죠.”

“허세로 전쟁을 멈출 순 없다.”

나는 의자에 기대었다.

“장군.”

“말하시오.”

“37분 뒤 선을 넘지 마십시오.”

“넘으면?”

“함대가 멈춥니다.”

“격침시키겠다는 협박인가?”

“아니.”

“그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고.”

바젠이 웃었다.

“그 차이를 보여주시오.”

통신이 끊겼다.

라울이 말했다.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나는 그를 봤다.

“신났네.”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발효 3분 전.

세르마크 함대가 움직였다.

1,100척 중 240척이 전방으로 나왔다.

로하르도 긴장했다.

하지만 알렌은 약속대로 함대를 뒤로 뺐다.

발효시각.

제국 경고신호가 회랑 전체에 송신됐다.

[전쟁중지선 발효.]

세르마크 함대는 멈추지 않았다.

10초.

20초.

첫 함선이 선을 넘었다.

나는 말했다.

“실행.”

평가함대 전투순양함 여섯 척이 동시에 사격했다.

포탄은 아니었다.

초정밀 전자기·중력교란.

추진기관 차단.

무기전력 분리.

센서망 소거.

선을 넘은 240척이 차례로 꺼졌다.

첫 함선부터 마지막 함선까지.

41초.

폭발 0.

사망자 추정 0.

추진가능 함정 0.

로하르 지휘망이 조용해졌다.

세르마크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뒤 바젠의 통신이 다시 들어왔다.

이번에는 얼굴이 달랐다.

“무슨 무기를 쓴 거요?”

“그건 귀국이 알 필요 없습니다.”

“우리 승조원은?”

“살아 있습니다.”

“왜 죽이지 않았지?”

“죽일 필요가 없어서.”

바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통보했다.

“장군. 제국은 귀국의 독립을 존중하기 위해 전쟁을 계속하게 둘 의무가 없습니다.”

“…”

“다음부터는 선을 넘기 전에 생각하십시오.”

통신을 끊었다.

전쟁중지선은 그날부터 실제 국경보다 강한 선이 됐다.

그리고 엘리시온 회랑 전체가 처음으로 이해했다.

아틀라스 제국은 중재자가 아니었다.

새로운 질서를 들고 온 국가였다.

세르마크 240척이 멈춘 장면은 회랑 전체로 퍼졌다.

로하르 군 내부에서는 환호가 나왔다.

나는 즉시 외무원에 지시했다.

“축하하지 말라고 해.”

마리안이 물었다.

“왜요?”

“저 사람들 죽은 것도 아니고. 우리가 로하르 대신 복수해준 것도 아니야.”

로하르 국방부는 공식성명을 수정했다.

[제국의 전쟁중지선 집행을 존중한다.]

승리라는 단어는 빠졌다.

이 차이는 작지만 중요했다.

제국이 로하르 편에서 세르마크를 때렸다는 인상이 생기면 안정화정책 전체가 한쪽 편들기로 보인다.

제국은 양쪽 모두를 아래에 둘 생각이었다.

한쪽의 용병이 될 생각은 없었다.

무장해제된 세르마크 함선에는 제국 구조팀이 들어갔다.

처음에는 승조원들이 저항할까 걱정했지만 대부분 멍한 표정이었다.

무기가 사라지고.

엔진이 꺼지고.

통신까지 제국이 통제하는 데 걸린 시간이 41초.

한 함장이 물었다.

“우리를 포로로 잡는 건가?”

제국 장교가 답했다.

“아닙니다. 전쟁중지선 뒤로 견인합니다.”

“함선은?”

“수리 후 반환.”

“왜?”

“규정을 위반했지만 현재 제국과 전쟁상태는 아니니까요.”

세르마크인은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그들에게 강하면 빼앗는 것이 자연스러운 전쟁논리였다.

제국은 다르게 계산했다.

함선을 빼앗으면 세르마크 사회 전체가 굴욕을 기억한다.

돌려주되 다시 선을 넘지 못하게 만드는 편이 통치비용이 낮았다.

힘을 보여준 뒤 절제하는 것.

그 순서가 중요했다.

카르 바젠 장군은 사건 뒤 군정평의회에 불려갔다.

그의 공개증언 일부가 정보원에 들어왔다.

“적 함정은 여섯 척이었다.”

“그런데 240척이 전투불능?”

“예.”

“특수무기인가?”

“모른다.”

“재사용 가능성.”

“모른다.”

“약점.”

바젠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현재로서는 모른다.”

강경파 의원이 소리쳤다.

“모른다는 말밖에 못 하나?”

바젠이 대답했다.

“그게 사실이니까.”

나는 그 기록을 보고 처음으로 바젠을 조금 다르게 봤다.

처음에는 허세가 강했지만 패배 뒤 사실을 왜곡하지는 않았다.

패배에서 배우는 사람은 쓸 수 있었다.

에일린에게 말했다.

“저 장군도 관찰명단.”

“강경파입니다.”

“사람은 바뀔 수 있잖아.”

세르마크를 통치하려면 세르마크인도 필요했다.

제국 사람이 전부 대신할 수는 없었다.

전쟁중지선 사건 뒤 로하르 시장에서는 제국 국기가 품절됐다.

원래는 외국 국기를 거의 팔지 않았다.

상인들이 급하게 인쇄한 제품 중에는 문양이 틀린 것도 많았다.

황실문화원이 공식항의하려 하자 나는 막았다.

“가짜 국기까지 단속할 거야?”

“황실문장 오용입니다.”

“장사꾼이 별 하나 잘못 찍은 건 놔둬.”

며칠 뒤 더 정확한 제품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밀어냈다.

세르마크에서는 반대로 제국기를 태우는 영상이 퍼졌다.

같은 문장이 한쪽에서는 기념품이고 한쪽에서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제국은 둘 다 기록했다.

새 질서는 사람마다 다른 얼굴로 시작되고 있었다.

전쟁중지선 발효 24시간 뒤.

민간선 통행량이 31퍼센트 늘었다.

전쟁 때문에 정박해 있던 상선들이 한꺼번에 움직인 탓이었다.

처음에는 제국도 예상하지 못한 정체가 생겼다.

초광속 진입대기선이 수백만 킬로미터까지 늘어났다.

제국 항로관제팀이 임시로 교통을 맡았다.

세르마크 선박과 로하르 선박이 같은 순번표를 받아야 했다.

한 로하르 상인이 항의했다.

“적국 배와 같은 줄에 서라고?”

관제관이 답했다.

“현재 제국 항로에서는 둘 다 민간선입니다.”

“우리가 먼저 왔다.”

“그럼 귀선이 먼저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단순했다.

국적보다 도착순서.

몇 시간 뒤 세르마크 상선이 먼저였을 때도 같은 규칙이 적용됐다.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공정을 통해 새 질서를 배웠다.

전쟁중지선 주변 시장에서도 변화가 바로 나타났다.

탄약과 비상식량 가격은 떨어지고, 냉장화물과 승객표 가격은 올랐다.

사람들이 전쟁이 끝날 가능성에 돈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제국 경제분석원은 그것을 ‘민간 기대지수’라고 불렀다.

나는 더 단순하게 봤다.

포탄보다 냉동고기가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평화는 통계보다 먼저 장바구니에 나타났다.

중지선에는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이 ‘황제선’, ‘굴욕선’, ‘평화선’이라고 제각각 불렀다.

제국 지도에는 단순히 E-1 임시통제선.

감정은 현지에 맡기고, 행정은 숫자로 처리했다.

첫날이 끝났을 때 전쟁중지선 위반은 17건이었다.

둘째 날 6건.

셋째 날 1건.

넷째 날 0.

공포 때문이든 신뢰 때문이든 규칙은 작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0이라는 숫자를 오래 봤다.

전쟁에서 가장 좋은 전과는 격침 수가 아닐 수도 있었다.

아무도 쏘지 않은 하루.

그게 73년 전쟁에서는 더 어려운 기록이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