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화 — 외계인이 돌아왔다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로하르 난민구조 사실을 공개할지 결정하는 데 걸린 시간은 여섯 시간이었다.
정보원은 비공개를 권했다.
“언어와 정치상황 파악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외무원은 제한공개.
“구조 사실만 공개하고 국가명은 보류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하원 대외권역위원회는 즉시공개를 요구했다.
“대단절 이후 첫 생존 외계문명 접촉은 국민이 알아야 합니다.”
나는 마지막 쪽에 동의했다.
숨길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숨겼다가 나중에 알려지는 편이 더 나빴다.
“공개해.”
세라가 물었다.
“황제담화도 하시겠습니까?”
“짧게.”
“예상 동시시청은 2조 이상입니다.”
“또?”
“오늘은 더 높을 수 있습니다.”
그녀 말대로였다.
[외계 지성문명 생존자 구조 확인]
이라는 제목 하나가 제국망에 뜨자 접속량이 폭증했다.
공식 브리핑 시작 2분 전.
동시접속 1조 7천억.
시작과 동시에 2조를 넘었다.
10분 뒤 2조 6천억.
본토 전역의 학교와 군부대, 대기업, 광산도시, 우주거주구가 방송을 틀었다.
나는 황궁 브리핑실에 섰다.
“오늘 제국 평가함대는 본토 외부 87광년 지점에서 미지문명 난민선 세 척을 구조했습니다.”
화면에 난민선 모습이 떴다.
“생존자 24,817명.”
“이들은 스스로를 로하르 왕국의 시민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잠시 말을 멈췄다.
“대단절 이후 처음으로 확인된 살아 있는 외부 지성문명입니다.”
그 순간 제국망 반응량이 폭발했다.
누군가는 환호했다.
누군가는 울었다.
누군가는 옛 보호국 이름을 검색했다.
‘혹시 살아 있나.’
‘저들만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있는 거 아닌가.’
‘라세인도 찾을 수 있나.’
‘제7보호권역은?’
나는 그 반응을 예상했다.
그래서 다음 문장을 천천히 말했다.
“현재까지 이들이 과거 제국 보호국과 직접 연결된 증거는 없습니다.”
희망을 거짓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수도 삼백종 거리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26년 동안 보존되던 외계문화원이 밤새 문을 열었다.
대단절 전에 외계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나온 노인들이 있었다.
젊은 세대는 실제 외계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들에게 비아틀라스 지성체는 교과서와 영상기록 속 존재였다.
그래도 낯설지는 않았다.
어릴 때부터 ‘우리 제국에는 원래 여러 종족이 있었다’는 역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91세 대학생이 말했다.
“신기하긴 한데 무섭지는 않습니다. 우리 부모 세대는 외계인 이웃이 있었다잖아요.”
다른 시민은 전혀 다른 말을 했다.
“이번에는 보호국을 잘 지켜야죠. 또 사라지게 하면 안 됩니다.”
그 표현이 재미있었다.
이미 로하르를 보호국처럼 말하고 있었다.
아직 그 나라 국왕과 말 한마디 나누지 않았는데.
제국인의 사고방식이 그랬다.
외부문명을 만나면 ‘우리와 대등한 새로운 국가’보다 ‘제국 질서에 어떻게 들어올 국가인가’를 먼저 떠올렸다.
대단절 전 수천 년 동안 그래왔기 때문이다.
◆난민 중 가장 높은 계급은 카렌 벨 소령이었다.
그에게서 회랑 지도를 받았다.
엘리시온 회랑.
약 190광년에 걸친 좁은 항성밀집구역.
최소 17개 국가.
로하르 왕국.
세르마크 군정연합.
벨로아 상업연맹.
카르디아 제후권.
라사드 성왕국.
제9자유항.
그 밖의 소국과 도시국가.
그리고 73년째 이어지는 로하르-세르마크 전쟁.
나는 지도를 보다가 물었다.
“왜 이렇게 오래 싸웠지?”
카렌이 영상 너머에서 답했다.
“처음에는 왕위계승 문제였습니다.”
“그다음.”
“국경 광산.”
“그다음.”
“이주민 문제.”
“또?”
“보복.”
“또?”
카렌은 잠깐 말이 없었다.
“이제는… 이유가 너무 많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오래된 전쟁의 특징이었다.
처음 이유는 사라지고 죽은 사람 수가 이유가 된다.
“민간인 사망은?”
“정확한 집계가 없습니다.”
“추정.”
카렌이 숫자를 말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십억?”
“예.”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V~VI급 문명권에서 수십억 민간인이 73년에 걸쳐 죽거나 실종됐다.
제국 본토라면 황제가 아니라 지방행정관 몇 명이 잘려나갈 일이다.
나는 카렌에게 물었다.
“로하르가 전쟁을 끝낼 수 있나?”
그는 대답하지 못했다.
“세르마크는?”
“군사적으로는 우리보다 강합니다.”
“끝낼 수 있냐고.”
“…아마 아닙니다.”
그게 답이었다.
◆그날 저녁 별의 전쟁실.
라울이 회랑 군사평가를 올렸다.
로하르 해군 총전력 약 6,000척.
세르마크 약 8,500척.
숫자만 보면 컸다.
하지만 함선 평균톤수와 화력, 방어력, 초광속성능을 환산하면 제국 함대와 비교하기 어려웠다.
아델라인이 말했다.
“두 국가 총함대를 합쳐도 제국 정규함대 하나와 정면전은 불가능합니다.”
“얼마나 차이 나지?”
“전술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직접교전이라면 수백 배 이상.”
“산업.”
재무원이 답했다.
“회랑 전체 추정 산업생산이 본토 중형 상급행정구역 하나보다 작습니다.”
“인구.”
“수천억 수준 추정.”
“기술.”
“V~VI.”
나는 지도를 봤다.
17개 국가.
73년 전쟁.
수십억 사망.
마리안이 말했다.
“폐하. 아직 직접개입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릅니다.”
“알아.”
“다만.”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 지역을 완전한 독립 국제체제로 장기간 방치할 이유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나는 그녀를 봤다.
“네가 먼저 그런 말 하는 건 드문데.”
“외교는 독립을 숭배하는 일이 아닙니다. 안정된 질서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
“그래서 어떤 명령을?”
나는 회랑 지도를 확대했다.
“정찰범위 확대.”
“그리고?”
“모든 국가의 정부형태, 군사력, 산업, 교육, 의료, 법, 종족구성, 전략자원 조사.”
라울이 말했다.
“군사목표선정과 같습니다.”
“행정목표선정이기도 해.”
마리안이 조용히 물었다.
“최종목표는 무엇입니까?”
나는 17개 국가의 경계선을 봤다.
“아직 모른다.”
그리고 덧붙였다.
“다만 73년 전쟁을 그대로 두진 않을 거야.”
◆외계문명 공개 다음 날, 삼백종 거리에는 4천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물론 대부분은 직접 걸어온 게 아니라 지역교통망을 이용했다.
그래도 거리 관리망이 세 차례 포화됐다.
사라진 보호국 음식을 파는 식당은 예약이 몇 달 뒤까지 찼다.
외계문화기록관은 26년 만에 최대관람객을 기록했다.
사람들이 왜 갑자기 옛 문화를 보러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새 외계인을 만났는데 모두가 옛 외계인을 떠올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했다.
사람은 새로운 얼굴에서 잃어버린 얼굴을 찾는다.
대단절 실종자 가족단체는 황궁에 공개서한을 보냈다.
[로하르를 돕는 것을 지지한다.]
[그러나 새 보호권역 건설이 옛 실종자 수색을 대체해서는 안 된다.]
나는 직접 답변했다.
[대체하지 않는다.]
[외부확장과 실종자 수색은 같은 탐사망을 사용한다.]
실제로 그랬다.
새 항로를 열 때마다 옛 보호국 신호를 동시에 찾았다.
새 문명을 만날 때마다 대단절 당시 천문기록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제국의 팽창과 과거수색은 경쟁하는 사업이 아니었다.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두 이유였다.
◆하원에서는 벌써 로하르 난민의 법적지위가 논쟁이 됐다.
구조외국인.
임시보호자.
잠재적 보호국민.
용어 하나마다 권리가 달랐다.
“아직 보호국도 아닌데 왜 잠재적 보호국민입니까?”
자유권파 의원이 물었다.
행정원 차관이 답했다.
“장기체류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제국은 이미 로하르의 미래를 정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런데 서류는 정했습니다.”
회의장이 시끄러워졌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며 말했다.
“좋네.”
세라가 의아하게 봤다.
“뭐가요?”
“우리가 너무 빨리 가는지 누군가는 계속 물어야지.”
“답을 바꾸실 생각은 없으시면서요.”
“질문 때문에 속도는 조절할 수 있잖아.”
황권은 방향을 정했다.
의회는 그 방향에서 생기는 마찰을 보여줬다.
둘 다 필요했다.
◆카렌은 제국 공개방송에 짧게 출연했다.
그의 동의를 받은 뒤였다.
“당신들은 아틀라스 제국을 어떻게 봅니까?”
기자가 물었다.
카렌은 잠시 생각했다.
“무섭습니다.”
제국 시청자 반응이 순간적으로 폭증했다.
“왜요?”
“우리 전함 열두 척이 아무것도 못 하고 멈췄습니다.”
“그런데 제국이 당신들을 구조했습니다.”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기자가 이해하지 못했다.
카렌이 말했다.
“우리를 죽일 수 있는데 죽이지 않았다는 건, 선택권이 전부 그들에게 있다는 뜻이니까요.”
나는 그 인터뷰를 보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위문명이 제국을 어떻게 보는지 가장 정확한 설명일지도 몰랐다.
◆공개방송 뒤 옛 보호국 출신 유물 가격이 폭등했다.
대단절 전 외계인이 쓰던 식기, 책, 옷, 심지어 평범한 장난감까지 경매에 나왔다.
황실 문화원이 즉시 경고했다.
[실종자 개인물품 불법거래 단속.]
누군가의 가족사진을 수집품으로 파는 행위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처벌수위를 높였다.
새 외계인을 만났다는 흥분이 옛 실종자를 상품으로 만들게 둘 수는 없었다.
제국은 확장하면서도 기억해야 했다.
우리가 밖으로 나가는 첫 이유 중 하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걸.
◆대단절 실종자 가족협회는 발표 직후 성명을 냈다.
[새로운 외계문명의 발견을 환영한다.]
그리고 다음 문장이 이어졌다.
[그들이 돌아온 것은 아니다.]
기쁨과 상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었다.
제국은 그 차이를 잊지 않기로 했다.
◆제국 교육망은 바로 다음 날 수업자료를 갱신했다.
[외부지성문명은 역사적 사실이자 현재의 현실이다.]
100세 이하 학생들에게는 묘한 문장이었다.
그들은 외계인이 ‘과거에는 있었다’고 배웠다.
이제 교사가 말했다.
“현재형으로 바꿔라.”
어떤 아이가 물었다.
“그럼 다시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교사는 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의 답을 정하는 게 앞으로 제국이 할 일이었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