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166화 — 너무 완전한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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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반은 장부를 펼쳐놓고 카엘을 불렀다.
“보십시오.”
“뭘.”
“마라벤.”
카엘은 지도를 봤다.
관리학교.
장교학교.
지역회계.
곡물비축.
조선소.
지급증.
두 언어 법편람.
주민대표회의.
민병.
카엘은 웃었다.
“자랑하려고?”
오르반은 안 웃었다.
“이 정도면 완결된 지방체계입니다.”
“좋은 거 아닌가?”
“제국 입장에서는 질문이 생깁니다.”
카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질문.”
“왜 이렇게까지 필요한가.”
카엘은 바로 답했다.
“굶주린 해 때문.”
“압니다.”
“해적. 전쟁. 봉쇄.”
“압니다.”
오르반은 문서를 접었다.
“저도 이유를 믿습니다.”
“그런데?”
“중앙에서 같은 방식으로 볼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카엘은 짜증이 났다.
“제국에 충성한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해?”
“말이 아니라 구조를 봅니다.”
“구조가 죄야?”
“아직은 아닙니다.”
그 ‘아직’이 마음에 안 들었다.
오르반은 솔직했다.
“각하가 반역자가 아니어도, 다음 사람이 이 체계를 그대로 갖고 반역할 수 있습니다.”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그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좋은 제도는 나쁜 사람도 쓸 수 있다.
리사라가 토지대장 때 했던 말과 비슷했다.
규칙은 의도를 기억하지 않는다.
카엘은 물었다.
“그럼 만들지 말까?”
오르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왜?”
“필요하니까.”
둘은 잠시 웃었다.
오르반도 마라벤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사실이 서로에게 조금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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