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100화 — 종이보다 오래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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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라 노인은 카엘을 산 위로 데려갔다.
이름은 에란.
카엘이 처음 마라벤에 왔을 때부터 있던 장로 중 한 명.
그는 땅에 반쯤 묻힌 돌을 가리켰다.
아무 글자도 없었다.
“이게 뭡니까?”
다렌이 번역했다.
“경계.”
카엘은 주변을 봤다.
“누구와 누구?”
“여름목초와 겨울목초.”
“마을 경계가 아니고?”
“계절 경계.”
카엘은 돌을 만졌다.
표면은 닳아 있었다.
“얼마나 오래됐죠?”
노인은 웃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어릴 때도 있었다.”
카엘은 적어도 백 년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문서 없음.
왕실 인장 없음.
제국법 없음.
그래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 돌을 지나면 언제 누가 쓰는지.
노인이 말했다.
“당신들이 오기 전에는 종이가 없어도 우리 땅이었다.”
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
“종이에 적어야만 땅이 되는가?”
“아니.”
이번에는 바로 답했다.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종이는 무엇인가?”
카엘은 오래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모른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것.”
노인은 웃었다.
“그럼 잘 써라.”
짧은 말.
카엘은 그날 돌 위치를 지도에 표시했다.
그리고 토지대장 지침 첫 장에 새 문장을 추가했다.
기록은 권리를 창설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권리를 확인하고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리사라는 문장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르반은 법적으로 너무 선언적이라고 했지만 반대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날 오후 온 황실문서였다.
마라벤 토지대장 제도를 다른 동방지역에도 확대 검토.
카엘은 처음엔 기뻤다.
자기 실험이 인정받음.
소농보호.
세금투명성.
공동체 사용권.
좋은 제도.
그런데 첨부된 중앙 표준안에는 카엘이 중요하게 넣은 문장이 빠져 있었다.
문서 부재는 권리 부재의 증거가 아니다.
기록은 권리를 창설하지 않는다.
공동체 사용권 조항도 축약.
오르반이 말했다.
“중앙은 단순화합니다.”
카엘은 문서를 봤다.
“그러면 또 같은 문제 생길 텐데.”
“수정의견 보내십시오.”
카엘은 바로 작성했다.
길게.
구체적으로.
케라 사례.
목책.
충돌.
리사라가 검토.
오르반도 서명.
문서는 황실로 갔다.
카엘은 안도했다.
설명하면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다.
좋은 제도는 고치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아직 강했다.
아주 강했다.
그래서 다음 20화에서 본국이 카엘의 성공을 어떻게 자기 언어로 해석하는지가 더 아프게 다가올 예정이었다.
산 아래로 내려오며 카엘은 오래된 경계돌을 한 번 더 돌아봤다.
종이보다 오래된 것.
법보다 오래된 것.
제국보다 오래된 것.
카엘은 이제 그것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안다는 것과,
거대한 제도 전체가 그렇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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