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84화 — 공동체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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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법무원에서 답이 왔다.
공동체는 소유권 주체로 인정하기 어렵다.
카엘은 문서를 읽고 다시 읽었다.
“왜?”
오르반이 설명했다.
“제국법상 법적 주체가 불명확합니다.”
“길드는?”
“법인격 있습니다.”
“교회?”
“있습니다.”
“마을은?”
“제한적.”
“그럼 케라 공동체도 만들면 되잖아.”
오르반은 고개를 저었다.
“누가 대표합니까?”
카엘은 답하려다 멈췄다.
그게 문제.
케라 일부 공동체는 영구대표가 없다.
계절마다 회의.
가문별 발언.
장로도 절대권한 없음.
리사라가 말했다.
“제국법이 이해할 수 있는 모양으로 바꾸라고 요구하는 거잖아요.”
오르반이 말했다.
“법은 책임질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왜 꼭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하죠?”
“계약을 누가 합니까?”
“공동체가.”
“공동체가 사람입니까?”
회의가 멈췄다.
카엘은 그 질문이 핵심이라는 걸 알았다.
법은 사람과 조직을 ‘주체’로 만든다.
주체가 아니면 권리를 갖기 어렵다.
카엘은 제안했다.
공동체 법인격 특례.
케라 집단은 자체 규칙에 따라 대표자 여러 명을 두고, 공동재산은 개인이 임의 처분 불가.
오르반은 흥미를 보였다.
“새 법체계입니다.”
“마라벤 조례로 안 되나?”
“황실 승인 필요.”
카엘은 사힌에게도 보냈다.
사힌 답.
나는 찬성. 제국이 허락할지는 별개.
카엘은 화가 났다.
“왜 제국 허락이 필요하지? 사하르 땅인데.”
리사라가 조용히 말했다.
“그 질문 이제 하네요.”
카엘은 그녀를 봤다.
“무슨 뜻?”
“마라벤 법정에서 제국법 쓸 때는 편했잖아요.”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맞았다.
제국 보호특례.
제국 법률.
제국 자본.
좋은 일을 할 때도 도움 됐다.
이제 현지 방식이 제국법과 충돌하자 그 힘이 반대로 작동했다.
카엘은 제국을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르반도 반대 이유가 있었다.
계약 안정.
세금.
책임.
하지만 왜 모든 것이 제국법의 문법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더 강하게 의문이 들었다.
결국 황실은 특례를 거부하지도 승인하지도 않았다.
답.
추가 검토.
그 사이 토지조사는 계속됐다.
등록 안 된 땅은 쌓였다.
장부에는 새 항목이 생겼다.
소유권 미확정.
리사라가 그 말을 오래 바라봤다.
“싫어요.”
“나도.”
“그런데 쓰네요.”
카엘은 펜을 내려놨다.
“다른 방법 찾을 때까지만.”
리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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