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77화 —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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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문서 마지막까지 남은 문제는 이름이었다.
황실 서기관이 말했다.
“리사라 아르덴.”
리사라가 바로 말했다.
“싫습니다.”
서기관이 당황했다.
“관례입니다.”
“내 이름은 리사라 사하린이에요.”
카엘이 말했다.
“그대로 쓰면 되잖아.”
서기관이 더 당황했다.
“남작 부인은…”
리사라가 차갑게 말했다.
“남작 부인이 되기 전에 사람이었습니다.”
카엘은 웃음을 참았다.
황실서기관은 오르반에게 도움을 요청.
오르반은 법전을 봤다.
“강제조항 없습니다.”
서기관은 얼굴이 굳었다.
“관례가…”
오르반이 말했다.
“관례는 법이 아닙니다.”
카엘은 오르반을 처음으로 아주 좋아했다.
결국 공식 이름.
리사라 사하린.
필요할 때 ‘마라벤 남작부인’ 호칭.
카엘 가문 성을 쓰지 않음.
문제는 자녀.
아르덴.
사하린.
둘 다.
리사라는 말했다.
“아이가 나중에 고르면 안 돼요?”
카엘이 웃었다.
“귀족사회가 기절하겠는데.”
“그럼 기절시키죠.”
최종적으로 공식 귀족기록은 아르덴.
사하르 가족·상업기록에는 사하린-아르덴 병용 가능.
완벽하지 않았다.
리사라는 타협했다.
“아이 이름까지 지금 다 정할 순 없으니까.”
카엘은 그 말이 좋았다.
미래 사람에게 선택을 남기는 것.
혼인서약문도 두 언어로 작성.
제국어.
사하르어.
두 문장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다.
제국어는 ‘가문을 함께 세운다.’
사하르어는 ‘집을 함께 지킨다.’
카엘은 물었다.
“어느 게 정확해?”
리사라가 말했다.
“둘 다.”
카엘은 웃었다.
그들의 결혼도 마라벤 제도처럼 하나의 언어로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게 좋았다.
그날 밤 카엘은 리사라에게 말했다.
“내 성 안 써도 진짜 괜찮아.”
“알아요.”
“사실 좀 아쉽긴 한데.”
리사라가 웃었다.
“솔직해서 좋네요.”
“당신도 내 이름 써볼 생각 없었어?”
“없어요.”
“너무 즉답이잖아.”
둘은 웃었다.
카엘은 이름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정치가 붙는 줄 몰랐다.
이름도 권력이었다.
누구 가문에 속하는지.
누가 누구를 흡수하는지.
리사라는 그 권력을 나눠주지 않았다.
카엘은 그걸 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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