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75화 — 청혼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75 / 20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청혼은 카엘 계획에 없었다.

정확히는 결혼 자체는 생각했다.

상대가 리사라일 거라는 것도 오래전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언제 말할지 몰랐다.

황실이 먼저 움직였다.

오르반이 문서 하나를 들고 왔다.

“제안이 왔습니다.”

“뭐?”

“혼인.”

카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르케시아 남작가.

딸.

재산 많음.

황실과 가까움.

마라벤 은광과 왕의 길이 주목받으면서 카엘 혼인시장 가치가 급상승.

카엘은 기분이 나빴다.

“거절.”

오르반이 말했다.

“보지도 않고?”

“응.”

“정치적으로 유리합니다.”

“알아.”

“그래도?”

카엘은 리사라를 생각했다.

오르반은 눈치챘다.

“아.”

카엘이 그를 노려봤다.

“뭐가 아야.”

“아무것도.”

오르반은 장부를 챙겨 나갔다.

그날 저녁 카엘은 리사라를 찾아갔다.

그녀는 토지분쟁 문서를 읽고 있었다.

“할 말 있어.”

“말해요.”

카엘은 준비한 문장을 잊었다.

“결혼하자.”

리사라가 고개를 들었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카엘은 갑자기 전쟁터보다 긴장됐다.

“너무 갑작스러웠나.”

“조금.”

“다시 할까?”

“어떻게 다시 해요.”

카엘은 어색하게 웃었다.

리사라는 문서를 덮었다.

“왜 지금?”

카엘은 황실 혼인제안을 말하려다 그만뒀다.

그게 이유처럼 들릴 것 같았다.

“오래 생각했어.”

“얼마나?”

“몇 년.”

“그런데 왜 이제?”

카엘은 솔직히 말했다.

“겁나서.”

리사라가 웃었다.

“뭐가?”

“거절.”

“전쟁은 잘 가면서.”

“전쟁은 지면 남 탓도 되잖아.”

“비겁하네요.”

“알아.”

잠시 웃음.

리사라가 진지해졌다.

“카엘.”

그녀가 이름만 불렀다.

“당신은 나를 사랑해서 결혼하려는 거예요?”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리고?”

“이 땅에 남고 싶어서?”

카엘은 대답하려다 멈췄다.

리사라는 계속했다.

“나는 사하르 사람이고, 당신은 제국 귀족이에요. 나랑 결혼하면 당신은 이곳에 더 묶여요.”

카엘은 생각했다.

맞았다.

리사라와 결혼하면 마라벤은 더 ‘집’이 된다.

그것도 원했다.

“둘 다.”

카엘이 말했다.

리사라는 조금 놀랐다.

“솔직하네요.”

“거짓말하면 숫자 많이 말한다고 했잖아.”

리사라가 웃었다.

“아직 그 말 기억해요?”

“당신 말은 대체로 오래 남아.”

리사라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생각할게요.”

카엘은 실망했다.

“얼마나?”

“모르겠어요.”

“그건 너무…”

리사라가 웃었다.

“기다려요, 영주님.”

카엘은 그날 밤 처음으로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은광 계약보다.

왕의 길 협상보다.

훨씬 길게.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