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60화 — 왕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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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길 첫날 통행량은 예상의 두 배였다.
오렘에서 곡물수레.
마라벤에서 소금과 수입품.
케라 목축상.
상인.
여행자.
아이들까지 구경.
카엘은 다리 위에서 그걸 봤다.
사힌이 옆에 섰다.
“자네가 한 일 중 제일 큰 건가?”
카엘은 생각했다.
“돈으로는.”
“사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사힌이 웃었다.
“요즘 ‘모르겠다’는 말 잘하는군.”
“동방 와서 배웠습니다.”
“좋은 습관이오.”
왕의 길은 마라벤에서 오렘까지 이동시간을 하루 이상 줄였다.
비가 와도 수레 통행 가능.
운송비 감소.
곡물가격도 조금 내려갈 가능성.
마르코는 이미 새로운 창고계약을 계산.
나이라는 운송조합 노선을 확장.
에드윈 학교 학생들은 길 표지판 글씨를 읽으며 좋아했다.
다렌은 순찰계획.
하심은 세입증가를 기대.
각자 같은 길에서 다른 것을 봤다.
카엘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이 길이 이곳을 바꿀 거야.”
그가 말했다.
리사라가 옆에서 물었다.
“좋은 쪽으로요?”
카엘은 웃었다.
“그렇게 만들면 되지.”
예전에 현장에서 했던 말을 이번에는 확신 있게 말했다.
리사라는 미소를 지었다.
완공식 뒤 작은 잔치.
카엘은 술을 조금만 마셨다.
사힌과 오래 이야기했다.
왕국 상황도 조금 나아졌다.
귀족사병 감소.
왕실군 강화.
노예매매 제한 확대.
관세통합 일부 성공.
사힌도 자기 왕국을 만들고 있었다.
둘은 젊었다.
세상이 고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광산기사가 들어왔다.
옷은 먼지투성이.
카엘에게 작은 돌을 내밀었다.
“영주님.”
“뭐지?”
돌 표면에 은빛 맥.
마르코가 바로 다가왔다.
“어디서?”
“탈베시 산쪽.”
베란도 봤다.
광산기사는 말했다.
새 도로를 만들며 돌을 깨던 중 발견.
처음엔 납맥인 줄 알았는데 시료를 구워보니 은 함량이 높았다.
카엘은 돌을 손에 들었다.
무거웠다.
사힌이 말했다.
“축하해야 하나?”
마르코는 이미 눈빛이 달라졌다.
“확인부터.”
리사라는 말이 없었다.
카엘이 물었다.
“왜?”
“아뇨.”
“표정이 그런데.”
리사라는 은빛 돌을 봤다.
“길 완성되자마자 이런 게 나오는 게 좋은 일인지 생각 중이에요.”
카엘은 웃었다.
“당연히 좋은 일이지.”
마르코가 말했다.
“매장량만 충분하면 마라벤 세입이 몇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심 얼굴도 밝아졌다.
재정관은 거의 울 것 같았다.
“드디어 돈 걱정 덜…”
카엘이 말했다.
“그 말 끝까지 해봐.”
사람들이 웃었다.
카엘도.
그날 밤 그는 은빛 돌을 책상 위에 올려뒀다.
다렌의 부적.
세라의 이름패.
첫 전공 은패.
그 옆.
작은 광석.
카엘은 침대에 누워 앞으로 할 일을 생각했다.
학교 확대.
병원.
항구.
왕의 길 유지.
수로.
돈이 생기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황실감사관에게 보낼 보고서 초안이 올라왔다.
탈베시 산맥 광물 발견 보고.
카엘은 펜을 들었다.
리사라가 문가에서 말했다.
은광석 발견 뒤 가장 먼저 달라진 건 사람 표정이었다.
재정관은 희망.
마르코는 계산.
사힌은 경계.
리사라는 불안.
다렌은 그냥 신기해했다.
카엘은 기뻤다.
“은이면 학교 두 개 더.”
리사라가 말했다.
“벌써 쓰려고요?”
“병원도.”
“매장량 확인도 안 했는데.”
“가정.”
마르코가 끼어들었다.
“먼저 채굴권부터.”
카엘은 그를 노려봤다.
“내 산인데.”
마르코가 웃었다.
“그게 문제입니다.”
사힌이 설명했다.
사하르 관습법상 지하자원은 토지권자와 왕실 권리가 겹치는 경우가 많음.
아르케시아 봉건법은 귀금속을 상급군주의 권리로 보는 전통.
제국 보호령.
사하르 왕국.
카엘 봉토.
세 법이 충돌.
카엘의 기쁨이 조금 줄었다.
“그냥 캐면 안 돼?”
리사라가 웃었다.
“이제 영주답지 않은 말을 하네요.”
카엘은 광석을 손가락으로 굴렸다.
작은 돌 하나가 법과 정치와 돈을 전부 불러오고 있었다.
그날 밤 왕의 길 완공잔치는 계속됐지만, 카엘 관저에는 벌써 광산 관련 서신이 쌓이기 시작했다.
사힌 왕실.
제국 황실대리인.
상단.
세라노 투자자.
교회까지.
“교회는 왜?”
에드윈이 말했다.
“광산촌 생기면 사람도 오니까요.”
카엘은 웃었다.
은은 아직 한 닢도 캐지 않았는데 이미 모두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리사라가 창밖 왕의 길을 봤다.
“길이 사람을 데려왔다고 했죠.”
“응.”
“이제 은이 더 많이 데려오겠네요.”
카엘은 말했다.
“좋은 일이지.”
리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카엘도 이번엔 왜 말이 없는지 묻지 않았다.
그저 은빛 돌을 봤다.
자기가 만든 길 끝에서 나온 돌.
성공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성공은 언제나 소유권을 묻는 사람을 데려왔다.
“보내야 하죠?”
“당연하지.”
황실 보고서를 보내기 전 카엘은 문장을 세 번 고쳤다.
은광 발견.
너무 단정적.
은 함유 가능 광맥 발견.
리사라가 말했다.
“좋네요.”
마르코는 말했다.
“너무 약합니다.”
“왜?”
“투자자가 흥미 안 가집니다.”
카엘이 말했다.
“황실 보고서지 투자광고가 아니야.”
마르코는 아쉬워했다.
보고서에는 위치를 정확히 적어야 했다.
그 순간 카엘은 묘한 감각을 느꼈다.
지도에 표시되는 순간 무엇인가 달라진다.
제국 지도에서 비어 있던 마을들.
등록되지 않던 사람들.
공동사용권.
이제 은광.
기록은 보호도 하고, 관심도 불러온다.
카엘은 일부러 매장량 미확정과 공동사용지 가능성을 강조했다.
리사라가 말했다.
“벌써 경계해요?”
“광산은 돈이 크잖아.”
“길도 컸어요.”
“이건 다를 것 같아.”
카엘은 직감했다.
왕의 길은 사람들이 필요해서 같이 만든 사업.
은광은 누가 소유하는지가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는 기대했다.
돈이 생기면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많았다.
카엘은 아직 부가 권력의 시선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당기는지 모른다.
보고서는 봉인됐다.
마라벤을 떠난 전령은 왕의 길을 달렸다.
카엘이 만든 길을 따라,
카엘이 아직 만나지 않은 황실 사람들을 불러오러.
“황실도 알게 되겠네요.”
카엘은 그녀를 봤다.
“그게 문제야?”
“모르겠어요.”
카엘은 웃었다.
“당신도 ‘모르겠다’ 배웠네.”
리사라도 웃었다.
카엘은 보고서에 서명했다.
그 순간 마라벤의 두 번째 시대가 시작됐다.
길이 사람을 불러왔고.
사람이 시장을 만들었고.
시장이 돈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산이 은을 내놓기 시작했다.
왕의 길은 마라벤을 제국의 변방에서 꺼냈다.
카엘은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틀리지 않았다.
다만 성공은 언제나 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데려왔다.
황실.
상단.
귀족.
교회.
투자자.
그들이 곧 마라벤으로 오기 시작할 것이다.
카엘이 그토록 원했던 성장.
그 성장 때문에,
이제 마라벤은 더 이상 카엘만의 작은 영지가 아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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