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9화 — 마지막 돌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59 / 20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왕의 길 마지막 공사는 오르벤 강 지류의 석교였다.

헤른과 베란이 함께 설계.

다리 중앙에는 왕실 요구대로 작은 사힌 문장.

카엘 문장은 없었다.

그가 거부했다.

“왜?”

마르코가 물었다.

“내 길 아니잖아.”

“돈 많이 내셨는데.”

“그럼 영수증 걸까?”

리사라가 웃었다.

다리 이름도 논쟁.

황실은 ‘사힌교’.

제국 관리들은 황제 이름 제안.

주민은 그냥 ‘큰다리’라 불렀다.

결국 공식명은 왕의 다리.

사람들은 계속 큰다리라고 했다.

카엘은 그게 마음에 들었다.

완공 전날, 카엘은 혼자 다리 위를 걸었다.

노을.

강.

멀리 마라벤.

반대쪽 오렘.

다섯 해 넘게 걸린 사업.

돈.

사고.

홍수.

분쟁.

사망자.

카엘은 다리 난간에 손을 올렸다.

뒤에서 발소리.

리사라.

“혼자 감상?”

“내일 사람 많을 테니까.”

둘은 나란히 섰다.

리사라가 말했다.

“처음 길 그을 때 기억나요?”

“묘지 뚫고 직선.”

“그때 그대로 했으면 빨랐겠죠.”

“싸웠겠지.”

“아마.”

카엘은 웃었다.

“지금이 낫다.”

“비쌌는데.”

“당신까지 왜 돈 얘기해.”

리사라가 웃었다.

잠시 조용.

카엘이 말했다.

“마라벤 처음 왔을 때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몰랐어.”

“이제는?”

“뭘 해도 다른 게 바뀐다는 건 알아.”

“좋은 건가요?”

카엘은 강을 봤다.

“무섭지만.”

그때 멀리서 수레 하나가 다리 시험통과.

석재 가득.

문제 없음.

노동자들이 환호.

카엘도 손을 들었다.

완공.

다음 날 공식 개통.

사힌도 카스린에서 왔다.

라심.

마르코.

에드윈.

다렌.

나이라.

하심.

베란.

헤른.

수백 명.

사힌이 말했다.

“연설 준비했나?”

카엘이 종이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아니.”

“왜?”

완공 전날 밤 사힌과 카엘은 다리 위에서 술을 마셨다.

왕이 직접 길바닥에 앉는 모습은 경호병을 불편하게 했다.

사힌은 신경 안 썼다.

“마라벤 많이 달라졌더군.”

“전하가 준 땅이 엉망이라.”

“그래서 자네 줬지.”

카엘이 사힌을 봤다.

“진짜?”

사힌이 웃었다.

“반쯤.”

“나머지 반은?”

“잘하면 내 왕국에 좋은 항구 하나 생기니까.”

카엘은 잔을 들었다.

“역시 왕.”

사힌은 잠시 강을 봤다.

“요즘 귀족들이 자네 얘기 많이 해.”

“욕?”

“반은.”

“나머지는?”

“따라하고 싶어하지.”

카엘은 의외였다.

세금영수증.

공개장부.

노동계약.

학교.

주민대표회의.

몇몇 지역이 비슷한 제도 검토.

카엘은 기뻤다.

“좋은 거 아닙니까?”

사힌은 말했다.

“좋지.”

그런데 표정은 복잡.

“다만 중앙보다 마라벤 규칙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늘고 있어.”

카엘은 처음으로 그 의미를 생각했다.

자기 영지가 잘될수록 왕에게는 좋은 일.

동시에 너무 독립적으로 보일 수도.

“전하가 걱정합니까?”

사힌은 카엘을 봤다.

“아직은.”

둘은 웃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으로 카엘의 성공이 정치적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그림자가 아주 희미하게 나타났다.

“길 보면 되잖습니까.”

개통 전날 사힌은 카엘에게 뜻밖의 질문을 했다.

“자네는 이 길을 누구 길이라고 생각하나?”

카엘이 웃었다.

“왕의 길.”

“이름 말고.”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쓰는 사람들.”

사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답이군.”

“전하는?”

“세금 내는 사람들.”

카엘이 웃었다.

“역시 왕.”

사힌도 웃었다.

그러다 진지해졌다.

“내가 걱정하는 건 자네가 마라벤 사람에게 너무 인기 있다는 거요.”

카엘은 당황했다.

“그게 왜.”

“지금은 좋지.”

“나중엔?”

“사람이 왕보다 영주를 더 믿으면 왕국은 어려워질 수도.”

카엘은 그 말을 이해는 했지만 실감은 못했다.

자기는 사힌 친구.

왕에게 반역 생각 없음.

그런데 충성은 사람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지 문서가 아니었다.

사힌은 카엘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구조를 말하고 있었다.

카엘의 성공이 커질수록 카엘 개인의 권위도 커진다.

카엘은 그날 처음으로 성공 자체도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사힌은 웃었다.

“영주가 되었군.”

“전하 때문입니다.”

“내 탓하지 마시오.”

개통식은 짧았다.

첫 수레가 지나갔다.

두 번째.

세 번째.

상인.

농민.

사람.

길이 살아났다.

카엘은 환호 속에서 눈을 감았다.

이 순간만큼은 성공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그는 아직 마지막 선물이 남았다는 걸 몰랐다.

산에서 내려오는 광산기사가 군중을 뚫고 달려오고 있었다.

손에 은빛 돌 하나를 들고.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