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Story Box
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55화 — 내 이름으로 한 일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55 / 200약 8분0자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공사 7개월째.

다리가 무너졌다.

완공 전 시험 중이었다.

사망자 셋.

부상자 열한.

카엘은 새벽에 현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렸다.

나무와 돌이 강물에 흩어져 있었다.

죽은 사람들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카엘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베란이 다가왔다.

“제 설계 구간 아닙니다.”

변명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제국 측량사가 설계.

하청업체 시공.

검사관 승인.

카엘은 물었다.

“왜 무너졌지?”

조사.

석재 품질 불량.

기초 깊이 부족.

납품업자가 싼 돌을 섞음.

검사관은 뇌물.

카엘은 화가 나서 검사를 당장 감옥에 넣었다.

리사라가 말렸다.

“조사부터.”

“사람 셋 죽었어.”

“그래서 더.”

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조사 결과.

검사관 뇌물 사실.

업체대표도 알고 있었음.

제국 측량사는 몰랐다.

그는 책임지고 사임하겠다고 했다.

카엘이 물었다.

“왜 당신이?”

“설계책임자입니다.”

“돌 바꾼 건 업체잖아.”

“감독은 제 이름으로 했습니다.”

그 말이 카엘을 찔렀다.

내 이름으로 한 일.

카엘은 다리 승인문서에 자기 인장이 있다는 걸 봤다.

그가 돌을 고른 건 아니다.

뇌물도 안 받았다.

하지만 영주 이름으로 진행된 공사.

사망자 가족에게 “나는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례식에서 한 아내가 카엘에게 물었다.

“왜 죽었습니까?”

카엘은 길게 설명하고 싶었다.

부실자재.

하청.

검사실패.

그런데 결국 말했다.

“우리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서.”

그 여자는 울었다.

카엘은 보상금을 지급했다.

돈이 사람을 돌려주진 못했다.

그 뒤 공사감사제도를 바꿨다.

설계자와 검사자 분리.

자재검사 무작위.

노동자도 위험신고 가능.

신고자 불이익 금지.

마르코가 비용 증가를 경고.

카엘이 말했다.

“사람 죽는 비용보다 싸.”

이번엔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다리 붕괴사건 뒤 카엘은 사망자 가족을 한 명씩 만났다.

첫 가족은 보상금을 받았다.

둘째는 거부했다.

“돈 받으면 끝난 것처럼 될까 봐.”

리사라가 번역했다.

카엘은 보상금 수령과 책임인정은 별개라고 설명.

그래도 거부.

카엘은 돈을 강제로 줄 수 없었다.

그 가족 몫은 별도신탁처럼 보관.

언제든 청구 가능.

셋째 가족은 보상보다 아들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카엘은 즉시 처리.

그 과정에서 카엘은 책임이라는 게 돈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더 깊게 느꼈다.

사망자 이름은 다리 옆 작은 돌판에 새겼다.

처음엔 카엘이 기념비를 싫어했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영광이 아니라 실수의 기록.

마르코가 말했다.

“사람들이 길 볼 때마다 사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야지.”

“영주님 평판에 좋지 않을 수도.”

카엘은 돌판을 봤다.

“숨기면 더 나쁘지.”

리사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공 뒤에도 그 돌판은 남았다.

왕의 길의 첫 기념물은 황제도 왕도 카엘도 아니었다.

공사 중 죽은 노동자 세 명이었다.

다렌은 사건 뒤 카엘에게 물었다.

부실자재 사건을 조사하면서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돌 채석장은 오라스 친척가문 소유.

그들이 싼 돌을 좋은 돌로 속여 납품.

카엘은 분노했다.

오라스가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음.

또 같은 구조.

가문.

계약.

중간관리.

카엘은 채석장 납품자격을 박탈했다.

상대는 정치보복이라고 주장.

카엘은 모든 검사기록을 공개했다.

돌 강도시험.

계약.

뇌물증언.

사람들은 이번엔 카엘 편이었다.

카엘은 중요한 걸 깨달았다.

권력자가 적을 처벌할 때는 옳은 것만으로 부족하다.

남들이 왜 옳은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 주요 공공계약 징계는 사유를 공개하도록 했다.

카엘은 자기 적을 더 쉽게 처벌할 권한보다, 함부로 처벌하기 어렵게 만드는 절차를 조금씩 만들고 있었다.

“영주님 잘못입니까?”

카엘은 한참 생각했다.

“일부는.”

“영주님은 몰랐는데.”

“내가 몰랐다는 게 죽은 사람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다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카엘도.

그 문장은 훗날 리사라가 대기근 뒤 카엘에게 던질 말과 닮아 있었다.

카엘은 아직 몰랐다.

권력이 커질수록 모르는 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할 범위가 커진다는 걸.

마라벤에서 처음 배운 책임은 다리 하나였다.

나중에는 수백만 명이었다.

END OF CHAPTER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

다음 화

읽는 흐름을 끊지 않고 바로 다음 화로 이어집니다.

읽던 위치를 저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