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55화 — 내 이름으로 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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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7개월째.
다리가 무너졌다.
완공 전 시험 중이었다.
사망자 셋.
부상자 열한.
카엘은 새벽에 현장에 도착했다.
비가 내렸다.
나무와 돌이 강물에 흩어져 있었다.
죽은 사람들은 천으로 덮여 있었다.
카엘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베란이 다가왔다.
“제 설계 구간 아닙니다.”
변명이 아니었다.
사실이었다.
제국 측량사가 설계.
하청업체 시공.
검사관 승인.
카엘은 물었다.
“왜 무너졌지?”
조사.
석재 품질 불량.
기초 깊이 부족.
납품업자가 싼 돌을 섞음.
검사관은 뇌물.
카엘은 화가 나서 검사를 당장 감옥에 넣었다.
리사라가 말렸다.
“조사부터.”
“사람 셋 죽었어.”
“그래서 더.”
카엘은 이를 악물었다.
조사 결과.
검사관 뇌물 사실.
업체대표도 알고 있었음.
제국 측량사는 몰랐다.
그는 책임지고 사임하겠다고 했다.
카엘이 물었다.
“왜 당신이?”
“설계책임자입니다.”
“돌 바꾼 건 업체잖아.”
“감독은 제 이름으로 했습니다.”
그 말이 카엘을 찔렀다.
내 이름으로 한 일.
카엘은 다리 승인문서에 자기 인장이 있다는 걸 봤다.
그가 돌을 고른 건 아니다.
뇌물도 안 받았다.
하지만 영주 이름으로 진행된 공사.
사망자 가족에게 “나는 몰랐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례식에서 한 아내가 카엘에게 물었다.
“왜 죽었습니까?”
카엘은 길게 설명하고 싶었다.
부실자재.
하청.
검사실패.
그런데 결국 말했다.
“우리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서.”
그 여자는 울었다.
카엘은 보상금을 지급했다.
돈이 사람을 돌려주진 못했다.
그 뒤 공사감사제도를 바꿨다.
설계자와 검사자 분리.
자재검사 무작위.
노동자도 위험신고 가능.
신고자 불이익 금지.
마르코가 비용 증가를 경고.
카엘이 말했다.
“사람 죽는 비용보다 싸.”
이번엔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다리 붕괴사건 뒤 카엘은 사망자 가족을 한 명씩 만났다.
첫 가족은 보상금을 받았다.
둘째는 거부했다.
“돈 받으면 끝난 것처럼 될까 봐.”
리사라가 번역했다.
카엘은 보상금 수령과 책임인정은 별개라고 설명.
그래도 거부.
카엘은 돈을 강제로 줄 수 없었다.
그 가족 몫은 별도신탁처럼 보관.
언제든 청구 가능.
셋째 가족은 보상보다 아들의 시신을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카엘은 즉시 처리.
그 과정에서 카엘은 책임이라는 게 돈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걸 더 깊게 느꼈다.
사망자 이름은 다리 옆 작은 돌판에 새겼다.
처음엔 카엘이 기념비를 싫어했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영광이 아니라 실수의 기록.
마르코가 말했다.
“사람들이 길 볼 때마다 사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야지.”
“영주님 평판에 좋지 않을 수도.”
카엘은 돌판을 봤다.
“숨기면 더 나쁘지.”
리사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완공 뒤에도 그 돌판은 남았다.
왕의 길의 첫 기념물은 황제도 왕도 카엘도 아니었다.
공사 중 죽은 노동자 세 명이었다.
다렌은 사건 뒤 카엘에게 물었다.
부실자재 사건을 조사하면서 더 큰 문제가 드러났다.
돌 채석장은 오라스 친척가문 소유.
그들이 싼 돌을 좋은 돌로 속여 납품.
카엘은 분노했다.
오라스가 직접 개입한 증거는 없음.
또 같은 구조.
가문.
계약.
중간관리.
카엘은 채석장 납품자격을 박탈했다.
상대는 정치보복이라고 주장.
카엘은 모든 검사기록을 공개했다.
돌 강도시험.
계약.
뇌물증언.
사람들은 이번엔 카엘 편이었다.
카엘은 중요한 걸 깨달았다.
권력자가 적을 처벌할 때는 옳은 것만으로 부족하다.
남들이 왜 옳은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뒤 주요 공공계약 징계는 사유를 공개하도록 했다.
카엘은 자기 적을 더 쉽게 처벌할 권한보다, 함부로 처벌하기 어렵게 만드는 절차를 조금씩 만들고 있었다.
“영주님 잘못입니까?”
카엘은 한참 생각했다.
“일부는.”
“영주님은 몰랐는데.”
“내가 몰랐다는 게 죽은 사람한테 무슨 의미가 있지?”
다렌은 대답하지 못했다.
카엘도.
그 문장은 훗날 리사라가 대기근 뒤 카엘에게 던질 말과 닮아 있었다.
카엘은 아직 몰랐다.
권력이 커질수록 모르는 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할 범위가 커진다는 걸.
마라벤에서 처음 배운 책임은 다리 하나였다.
나중에는 수백만 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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