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6화 — 국경 없는 시장
지난 화 끝부분 다시 보기
통행세 협약이 시행되자 마라벤으로 오는 수레가 늘었다.
도로는 더 빨리 망가졌다.
카엘은 어이가 없었다.
“좋아지면 왜 항상 다음 문제가 생기지?”
베란이 말했다.
“사람이 많이 다니니까요.”
“알아.”
“그럼 좋은 문제입니다.”
카엘은 그 표현을 마음에 들어 했다.
좋은 문제.
성장 때문에 생기는 문제.
그렇다고 방치할 순 없었다.
왕의 길 계획이 다시 올라왔다.
이번에는 단순 아이디어가 아니라 예산안.
비용은 마라벤 연간 세입의 거의 절반.
카엘은 숫자를 보고 문서를 덮었다.
“안 돼.”
마르코가 말했다.
“대출.”
“싫어.”
“왜?”
“사힌 전하 빚 보면서 배운 게 있어.”
“빚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못 갚는 빚이 나쁜 겁니다.”
카엘은 그 말을 싫어했다.
또 맞아서.
마르코는 제안했다.
영주정부.
상인조합.
사힌 왕실.
마을.
여러 주체가 비용 분담.
대신 길 사용료 일부를 일정 기간 유지.
카엘은 반대했다.
“통행세 줄이려고 길 만들면서 사용료?”
“공사비 갚을 때까지만.”
리사라가 말했다.
“기간 박아두죠.”
카엘은 조건을 붙였다.
10년 뒤 자동폐지.
유지보수용 소액은 의회성 주민회의 동의로만 연장.
마르코가 웃었다.
“벌써 미래 영주까지 묶으십니까?”
카엘은 멈췄다.
“그래야지.”
“왜?”
“다음 영주가 나보다 멍청할 수도 있잖아.”
리사라가 말했다.
“당신보다 똑똑할 수도 있고.”
카엘은 못 들은 척했다.
재정구조가 만들어졌다.
문제는 노선.
가장 짧은 길은 케라 묘지와 공동목초지를 일부 통과.
다른 노선은 비용 20% 증가.
카엘은 현장답사를 떠났다.
다렌도 동행했다.
케라 출신이니 도움이 됐다.
묘지 앞에서 다렌이 말했다.
“여긴 안 됩니다.”
카엘이 물었다.
“길 조금 옮기면?”
도로재정 회의에서 주민대표 하나가 물었다.
“10년 뒤 사용료 정말 끝납니까?”
카엘이 말했다.
“계약에 적습니다.”
“다음 영주가 바꾸면?”
카엘은 멈췄다.
자기가 영원히 영주일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주민 입장에선 중요한 질문이었다.
리사라가 제안했다.
“변경하려면 주민대표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넣죠.”
카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르코는 싫어했다.
“미래 정책을 너무 묶습니다.”
카엘이 말했다.
“그래서 좋을 수도 있잖아.”
“미래에 상황 바뀌면?”
“그때 대표들이 바꾸면 되지.”
카엘은 자기도 모르게 권한을 나누는 방향을 택했다.
주민대표회의는 처음엔 자문기구였다.
법적 힘도 약했다.
하지만 이런 계약에 동의권이 하나씩 붙으면서 실제 역할이 커졌다.
리사라는 그걸 흥미롭게 봤다.
“영주님.”
“왜.”
“나중에 후회할 수도 있어요.”
“뭘?”
“사람들이 권한 돌려달라고 안 할 텐데.”
카엘은 웃었다.
“좋은 거 아니야?”
리사라도 웃었다.
“기억해둘게요.”
“묘지 경계도 보이는 것보다 큽니다.”
리사라는 케라 장로에게 물었다.
장로는 말했다.
“죽은 사람도 길이 필요하다.”
공사채권을 발행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르코는 주민들에게도 투자기회를 주자고 제안했다.
카엘은 의아했다.
“귀족이나 상단만 사는 거 아니야?”
“작은 단위로 쪼개면 됩니다.”
은화 다섯 닢.
열 닢.
오십 닢.
마라벤 주민도 왕의 길 채권을 살 수 있게.
카엘은 흥미를 느꼈다.
“그럼 길이 성공하면 이자?”
“받죠.”
“실패하면?”
“손실.”
리사라는 걱정했다.
가난한 사람이 전재산을 넣을 수 있다고.
그래서 개인구매 상한과 위험고지.
카엘은 웃었다.
“상인들이 사람한테 위험하다고 설명도 해?”
마르코가 말했다.
“설명 안 하면 다음에 아무도 안 삽니다.”
채권은 예상보다 잘 팔렸다.
부유한 상인만이 아니라 길드와 마을 공동기금도 샀다.
사람들은 단순 세금납부자가 아니라 사업에 돈을 거는 참여자가 됐다.
카엘은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느꼈다.
길이 망하면 자기 돈만 날아가는 게 아니었다.
카엘은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렌이 설명했다.
“묘지 주변 숲도 장례길입니다.”
지도에는 아무 표시도 없었다.
카엘은 우회노선을 선택했다.
재정관이 한숨.
마르코가 계산.
리사라는 웃었다.
“비싼 존중이네요.”
카엘이 말했다.
“존중이 공짜일 필요는 없지.”
그 말은 훗날 도로공사 전체의 원칙이 됐다.
읽은 화로 기록했습니다. 다음 화는 바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