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4화 — 두 번째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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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정착촌은 왕의 길 계획보다 먼저 생겼다.
마라벤 외곽의 버려진 농장.
전쟁 뒤 주인이 돌아오지 않은 땅.
카엘은 임시로 공공관리지로 지정했다.
해산병.
사면자.
난민.
토지 없는 농민.
여러 사람이 들어왔다.
이름은 사람들이 그냥 ‘새밭’이라고 불렀다.
카엘은 거창한 이름을 붙이려다 포기했다.
새밭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농사기술이 없는 사람.
도박.
술.
물 분쟁.
경계싸움.
다렌은 말했다.
“역시.”
카엘은 들은 척도 안 했다.
베란이 수로를 잡았다.
하심은 토지구획.
리사라는 공동규칙 초안을 도왔다.
카엘은 주민들에게 규칙을 직접 정하게 했다.
야간소음.
공동우물.
가축.
분쟁조정.
생각보다 잘 됐다.
카엘이 물었다.
“왜 관청에서 만든 규칙보다 잘 지키지?”
리사라가 말했다.
“자기들이 만들었으니까.”
카엘은 그 말을 기억했다.
새밭 주민들은 길 보수에도 참여했다.
마라벤과 내륙을 잇는 도로 일부를 고쳤다.
그 과정에서 카엘은 처음으로 큰 도로계획을 본격적으로 생각했다.
현재 길은 굽었다.
비 오면 진흙.
다리 부족.
상인 하나가 말했다.
“이 길만 제대로 만들면 항구까지 하루 줄어듭니다.”
마르코는 계산했다.
운송비 감소.
상한 식품 손실 감소.
마라벤 항구 경쟁력 상승.
카엘 눈이 빛났다.
리사라가 즉시 말했다.
“돈.”
카엘이 한숨을 쉬었다.
“당신도 그 말 배웠어?”
“마르코한테.”
카엘은 지도를 펼쳤다.
내륙시장 오렘에서 마라벤 항구까지.
강.
습지.
마을.
언덕.
“길을 새로 놓으면?”
새밭 정착촌의 첫 수확은 기대보다 적었다.
농사를 해본 적 없는 해산병이 많았기 때문이다.
씨앗을 너무 깊게 묻고.
물 주는 시기를 놓치고.
가축이 밭을 망쳤다.
다렌은 말했다.
“그냥 농민을 데려오면 됩니다.”
카엘이 말했다.
“농민은 자기 밭이 있잖아.”
“돈 주고.”
“사람을 왜 옮겨.”
리사라가 웃었다.
“예전 제국 귀족 같았으면 농민까지 같이 옮겼겠죠.”
카엘은 얼굴을 찌푸렸다.
결국 주변 마을의 노련한 농민에게 기술교육 대가를 지급했다.
처음엔 싫어했다.
경쟁자를 왜 가르치냐는 것.
카엘은 새밭이 생산을 늘리면 시장도 커진다고 설득.
마르코가 더 잘 설명했다.
“저 사람들이 곡물 팔면 여러분도 농기구, 씨앗, 가축을 팔 수 있습니다.”
돈 얘기가 더 빨랐다.
교육은 효과가 있었다.
둘째 해 수확량은 크게 늘었다.
카엘은 또 배웠다.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능력을 갖게 하는 건 다르다.
토지만 준다고 농민이 되지 않고.
검을 준다고 병사가 되지 않고.
자유증서를 준다고 삶이 안정되지 않는다.
항상 그 다음 단계가 있었다.
베란이 지도를 한참 봤다.
“가장 짧은 길은 이쪽.”
새밭에는 첫 결혼도 생겼다.
전직 도적이었던 남자와 전쟁난민 여성.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범죄자랑 왜.”
여성은 대답했다.
“지금은 농부입니다.”
카엘은 그 말을 들으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과거를 지우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과거 하나만으로 평생을 묶을 수도 없다.
결혼식 날 새밭 사람들은 직접 만든 빵과 술을 가져왔다.
다렌은 경비가 아니라 손님으로 왔다.
그는 카엘에게 말했다.
“저 사람 예전에 도적입니다.”
“알아.”
“괜찮습니까?”
카엘은 신랑이 아이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는 걸 봤다.
“오늘은.”
다렌은 그 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카엘도 완벽한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도 국가가 사람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없다면, 감옥 밖 세상도 또 다른 감옥이 될 것 같았다.
새밭은 그 생각을 시험하는 작은 실험장이었다.
손가락이 한 선을 그었다.
리사라가 말했다.
“거긴 케라 묘지 있어요.”
카엘은 멈췄다.
지도에는 없었다.
물론.
“또 빈칸이군.”
그는 웃었다.
카엘은 현장답사를 명령했다.
왕의 길이 될 도로는 그렇게 시작됐다.
도적을 줄이려 만든 정착촌에서.
한 상인의 운송비 불평에서.
지도 위 선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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