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FICTION
제41화 — 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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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시장이 자리 잡은 지 세 번째 겨울이 지나고 있었다.
마라벤은 더 이상 카엘이 처음 봤던 작은 포구가 아니었다.
부두에는 새 돌이 깔렸고, 시장은 두 배 가까이 넓어졌다. 자유노동 등록소는 별도 건물로 옮겼고, 에드윈의 글방은 낮에는 아이들, 밤에는 성인들이 차지했다.
그만큼 길도 붐볐다.
그리고 사람이 많아지면 돈도 많아졌다.
도적도 많아졌다.
상인이 죽은 곳은 마라벤에서 반나절 거리였다.
카엘은 시신 옆에 쪼그려 앉았다.
목에는 깊은 자상이 하나.
짐수레는 비어 있었다.
말도 사라졌다.
“처음입니까?”
리사라가 물었다.
“이번 달 세 번째.”
하심이 장부를 펼쳤다.
“첫 사건은 곡물상. 두 번째는 직물상. 오늘은 철물상.”
카엘은 지도를 봤다.
세 사건 모두 내륙길.
그리고 비슷한 구간.
숲이 길 가까이 붙어 있고, 작은 언덕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는 곳.
“단순 도적이 아닌 것 같은데.”
하심이 물었다.
“왜요?”
“너무 골라서 쳐.”
리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난한 농민수레는 안 건드렸네요.”
카엘은 시신 곁에 떨어진 밧줄을 집었다.
매듭이 군용이었다.
정확히는 제국군이 아니라 사하르 왕실군에서 많이 쓰는 방식.
“전쟁 끝난 지 몇 년인데.”
리사라가 말했다.
“병사였던 사람이 다 농부로 돌아가진 않죠.”
카엘은 라디르군 해산병들을 떠올렸다.
사힌군 해산병도.
전쟁은 끝났지만 사람들의 기술은 남았다.
죽이는 법.
매복하는 법.
길을 읽는 법.
“경비대 늘립시다.”
하심이 바로 말했다.
“돈 없습니다.”
카엘은 그를 노려봤다.
“요즘 재정관 말투가 옮았어.”
“현실이 비슷해서요.”
리사라가 웃었다.
마라벤 경비대는 도시 중심이었다.
시장.
창고.
부두.
외곽 길은 마을 자경대와 상인이 알아서 해결.
성장한 마라벤에는 그 방식이 더 이상 맞지 않았다.
카엘은 지방순찰대를 만들기로 했다.
문제는 사람.
제국병을 데려오면 비쌌다.
사하르 왕실군을 부르면 통제권이 애매해진다.
현지 사람을 뽑자니 훈련이 필요했다.
“그럼 훈련하면 되죠.”
리사라가 말했다.
카엘은 그녀를 봤다.
“누가?”
“다렌.”
카엘이 멈췄다.
“다렌?”
“편지 왔잖아요.”
다렌은 케라 친척들과 지내며 성장했다.
몇 년 동안 가끔 카엘에게 편지를 보냈다.
제국어는 점점 나아졌다.
최근 편지에는 짧은 문장이 있었다.
나는 이제 싸울 수 있습니다.
카엘은 그 문장을 보고 웃었었다.
“아직 열여섯 아니야?”
“그 지역에서는 성인 취급받을 나이래요.”
“군인은 안 돼.”
“경비대 견습은요?”
카엘은 고민했다.
다렌이 마라벤으로 오겠다고 한 건 오래전부터였다.
제국군 깃발 아래 서고 싶다는 아이.
이제 아이는 아니었다.
“편지 보내.”
카엘이 말했다.
“대신.”
리사라가 웃었다.
“알아요. 검보다 장부 먼저 배우라고 하겠죠.”
“경비대도 보고서 써야 해.”
“다렌이 좋아하겠네요.”
“싫어해도 배워야지.”
카엘은 지도에 순찰구간을 그었다.
길.
마을.
우물.
숙소.
단순히 병사를 배치하는 게 아니었다.
상인들이 언제 움직이는지.
어디서 쉬는지.
도적이 어디서 정보를 얻는지.
마차꾼조합은 도적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어느 여관이 밤늦게까지 술을 파는지.
어느 관문 경비가 뇌물을 받는지.
어느 숲길에서 낯선 사람이 수레 수를 세는지.
카엘은 그들을 관청으로 불러 지도를 펴놓았다.
“여기서 누가 자주 보였습니까?”
늙은 마차꾼 하나가 말했다.
“검은 모자 셋.”
“이름은?”
“모릅니다.”
“왜 기억해?”
“마차 안 타고 길만 봤으니까.”
다른 사람이 말했다.
“말발굽에 왕실식 편자가 있었습니다.”
다렌이 눈을 빛냈다.
군 출신.
카엘은 경비대를 보내 바로 잡고 싶었다.
마차꾼들은 반대했다.
“잡으러 가면 숨습니다.”
“그럼?”
“우리가 평소처럼 갑니다.”
카엘은 위험하다고 했다.
마차꾼 대표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다니는 길입니다.”
결국 순찰대는 상인수레처럼 위장.
다렌도 평범한 호위복.
카엘은 후방에 남았다.
처음에는 직접 가고 싶었다.
리사라가 막았다.
“영주가 숨어서 도적 잡으러 다니면 관청은 누가 봐요?”
“하심.”
“그럼 하심이 영주 하죠.”
카엘은 마지못해 남았다.
작전은 성공했다.
도적 한 명 체포.
그가 말한 은신처가 43화의 폐농장이었다.
카엘은 보고서를 읽으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자기가 현장에 없어도 일이 됐다.
예전 같으면 불안했을 것이다.
지금은 조금 기뻤다.
좋은 조직은 영주가 빠져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작게 생겼다.
하심이 말했다.
“상단에 이동일정 제출하게 할까요?”
카엘이 고개를 저었다.
“정보가 새면 더 위험해.”
마르코가 불려왔다.
그는 지도만 보고 바로 말했다.
“호송료를 받죠.”
카엘이 얼굴을 찌푸렸다.
“또 돈.”
“무료 경비는 세금으로 내면 됩니다.”
“결국 돈이잖아.”
“세상은 무례할 정도로 그렇습니다.”
결국 기본순찰은 세금으로.
고가화물 전용호송은 추가비용.
작은 상인은 공동호송.
그렇게 정리했다.
카엘은 시신을 다시 봤다.
“범인부터 잡아야겠군.”
리사라가 말했다.
“이번엔 검부터 아니라고 했죠?”
카엘은 지도를 접었다.
“맞아.”
“그럼?”
“사람부터.”
“누구요?”
“이 길을 제일 잘 아는 사람.”
다음 날 카엘은 어부나 군인이 아니라 마차꾼 조합을 불렀다.
도적이 길을 아는 만큼,
그 길을 매일 다니는 사람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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