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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8화 — 해방 뒤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38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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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된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당연한 사실인데 카엘은 정책을 만들 때 그 뒤를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집이 필요했다.

일이 필요했다.

아이를 맡길 곳.

아플 때 갈 곳.

세라는 부두 빨래터에서 일하다 손에 심한 피부병이 생겼다.

에드윈 진료소에 갔다.

일을 쉬자 임금이 끊겼다.

방세는 그대로.

카엘이 알게 됐을 때 세라는 이미 다시 선급금을 빌렸다.

“내가 이자상한 만들었잖아.”

리사라가 말했다.

“상한 안입니다.”

“그래도 빚이 늘었는데.”

“아프면 수입이 없으니까요.”

카엘은 할 말이 없었다.

노예일 때는 주인이 최소한 먹여야 했다.

자유인은 자기가 먹고살아야 한다.

에드윈이 말했다.

“자유가 더 힘들 수 있다는 말은 자유가 나쁘다는 뜻이 아닙니다.”

“알아요.”

“그런데?”

“자유 줬다고 끝난 줄 알았던 내가 바보 같아서.”

카엘은 해방노예들을 모아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는 만족.

누구는 굶음.

누구는 전 주인에게 임금노동자로 다시 돌아감.

한 남자는 말했다.

“예전이 편했습니다.”

카엘이 놀랐다.

“돌아가고 싶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리사라가 번역했다.

“힘들어도 자기 선택이라네요.”

카엘은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편함과 자유는 같은 것이 아니었다.

카엘은 교회, 길드, 상인들과 협의했다.

해방민 임시숙소.

첫 석 달 방세보조.

기술훈련.

공공사업 우선고용.

돈이 들었다.

재정관이 또 한숨을 쉬었다.

“영주님.”

“알아.”

“뭘요?”

“돈.”

재정관이 진지하게 말했다.

“아셔서 다행입니다.”

공공사업 중 가장 많은 인력을 받은 건 부두 준설이었다.

해방노예.

전직 도적.

난민.

현지 노동자.

여러 사람이 같이 일했다.

해방민 숙소를 만들자 주변 주민이 반대했다.

“도둑이 늘어납니다.”

“집값 떨어집니다.”

“왜 우리 세금으로 저 사람들을?”

카엘은 예상하지 못했다.

자유를 지지하는 것과 새 이웃을 받아들이는 건 달랐다.

주민대표 회의가 열렸다.

나이라가 해방민 쪽 대표로 나왔다.

반대측은 시장상인 벨로.

벨로가 말했다.

“우리가 노예제를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왜 하필 우리 동네냐는 겁니다.”

카엘은 그 말이 너무 익숙했다.

모두 좋은 일을 원한다.

자기 문 앞이 아닐 때.

나이라가 말했다.

“우리도 시장 근처에서 살아야 일하러 갑니다.”

리사라가 통역했다.

벨로는 치안 우려를 제기.

카엘은 숙소와 함께 경비초소, 공동우물, 쓰레기수거를 설치하는 타협안을 냈다.

문제는 비용.

주민도 일부 부담해야 했다.

반대가 더 커졌다.

결국 영주기금과 교회가 초기비용.

주민은 유지비 일부만.

6개월 뒤 상황은 예상보다 평범했다.

도둑이 폭증하지도 않았고 집값이 무너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숙소 주변 시장이 커졌다.

벨로 상점 매출도 늘었다.

나이라는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

“집값 떨어진다더니.”

벨로는 대답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지.”

카엘은 그 대화를 듣고 웃었다.

사람이 생각을 바꾸는 장면은 법이 바뀌는 것보다 보기 드물었다.

그날 하심은 숙소 아이들을 위한 작은 글방을 제안했다.

에드윈이 맡겠다고 했다.

카엘은 승인했다.

학교라는 생각은 그렇게 시작됐다.

노예제 폐지의 후속문제에서.

아무도 훗날 그 학교가 마라벤 사회 전체를 바꿀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임금은 많지 않았지만 현금.

카엘은 현장을 자주 찾았다.

해방민 숙소 아이들을 위한 글방이 열리자 예상보다 현지 주민 아이들이 더 많이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공짜였다.

에드윈은 제국어와 기초문자, 계산을 가르쳤다.

리사라는 사하르어 읽기도 넣자고 했다.

에드윈은 바로 동의했다.

카엘은 별 생각 없었다.

“둘 다 배우면 좋지.”

문제는 교재였다.

제국 교회책은 일광교 내용.

사하르 상단책은 상업문서.

리사라가 기초읽기용 짧은 이야기를 직접 만들었다.

물건값 계산.

마을 이야기.

항구.

아이들이 잘 배웠다.

카엘은 한 번 수업을 보러 갔다.

자기 이름을 쓰는 아이.

숫자를 세는 아이.

세라는 뒤에서 같이 배우고 있었다.

카엘은 놀랐다.

“너도?”

세라가 조금 부끄러워했다.

리사라가 말했다.

“읽고 싶대요.”

카엘은 글방 성인수업도 허용했다.

밤반.

부두노동자.

해방민.

상인견습.

초기에는 열 명.

한 달 뒤 서른.

에드윈은 과로했다.

카엘이 말했다.

“교사 더 뽑으세요.”

“돈 주세요.”

“당신까지?”

에드윈이 웃었다.

카엘은 교육이 영지업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글을 읽는 사람이 늘면 계약을 이해하고 세금영수증을 읽고 장부도 맡을 수 있었다.

교육은 도덕만이 아니라 행정기반이었다.

또 하나의 연결이었다.

한 번은 세라가 그곳에서 장부보조 일을 하고 있었다.

글방 아이들이 늘자 에드윈은 작은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들이 제국어를 더 배우려고 합니다.”

카엘이 말했다.

“좋은 거 아닌가?”

리사라가 바로 표정을 굳혔다.

“왜 더 배우고 싶대요?”

에드윈이 말했다.

“일자리 때문입니다.”

관청.

상단.

부두 관리.

제국어를 알면 임금이 높았다.

사하르어 읽기는 생활에 필요했지만 제국어는 출세에 유리했다.

카엘은 처음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리사라는 말했다.

“그러다 부모가 아이한테 사하르어를 안 가르치면요?”

“왜 안 가르쳐?”

“제국어가 더 유리하니까.”

카엘은 반박하려다 멈췄다.

아직 그런 일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은 보였다.

에드윈은 두 언어 교육시간을 비슷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제국어만 배우겠다는 부모도 있었다.

리사라는 강제하지 않았다.

카엘은 그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사람에게 자유를 주면 자기 문화까지 버릴 자유도 있는가.

정답은 없었다.

그때는 작은 교육논쟁이었다.

수십 년 뒤에는 식민사회 전체의 언어문제가 된다.

카엘은 그런 미래를 전혀 몰랐다.

그래서 이 시기의 선택들이 더 자연스럽고, 더 위험했다.

“빨래는?”

세라가 손을 보여줬다.

아직 상처.

하심이 숫자를 가르쳐줬다고 했다.

카엘은 놀랐다.

“글도?”

아직.

숫자부터.

카엘은 웃었다.

세라는 자유를 얻은 뒤 처음으로 다른 일을 배웠다.

그 작은 변화가 카엘에게는 시장폐쇄식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되는 건 아니었다.

해방노예 한 명이 절도죄로 붙잡혔다.

다른 한 명은 도박빚.

또 한 명은 사라졌다.

좋은 정책이 좋은 사람만 만들지는 않았다.

카엘은 그 사실도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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