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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제국
001 / 130LONG-FORM EDITION

ORIGINAL FICTION

제33화 — 자유인이 된 사람

제국은 길을 따라왔다 · 33 / 200약 8분0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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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는 교회에서 사흘 만에 나왔다.

에드윈이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왜 나왔지?”

카엘이 물었다.

세라는 리사라를 통해 답했다.

“먹여주는 건 감사한데, 빚지고 싶지 않대요.”

에드윈이 말했다.

“교회 구호는 빚이 아닙니다.”

세라는 고개를 저었다.

카엘은 이해했다.

법적으로는 빚이 아니어도 사람은 마음에 빚을 느낄 수 있다.

세라는 부두 빨래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임금은 낮았다.

카엘은 화가 났다.

“저건 착취 아닌가?”

마르코가 말했다.

“기술 없는 신규노동자 임금입니다.”

“먹고살 수 있나?”

“혼자 방을 빌리면 어렵죠.”

카엘은 또 정책을 만들고 싶었다.

최저임금 비슷한 것.

리사라가 먼저 말했다.

“잠깐.”

카엘은 입을 다물었다.

“이번엔 뭐가 문제야?”

“임금을 올리라고 명령하면 사람 덜 뽑을 수도 있어요.”

마르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엘은 짜증이 났다.

“그럼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아뇨.”

리사라는 세라가 어디에 사는지 물었다.

해방노예 여자 다섯이 한 방을 같이 썼다.

임금은 낮지만 방세를 나누니 버틸 수 있었다.

문제는 선급금이었다.

고용주가 일 시작 전에 돈을 빌려주고, 높은 이자를 붙였다.

세라 역시 작은 빚을 졌다.

“이건 또 뭐야.”

카엘이 계약서를 봤다.

기간 있음.

이자 높음.

임금에서 자동공제.

법적으로 노예는 아니다.

그런데 빚이 커지면 계약이 연장된다.

에드윈이 말했다.

“사슬만 안 보입니다.”

마르코가 반박했다.

“선급금 없으면 저 사람들 첫 달을 못 버팁니다.”

카엘은 둘을 봤다.

“그럼 이자를 제한하면?”

마르코가 말했다.

“가능합니다.”

리사라가 덧붙였다.

“그리고 계약 종료조건을 명확하게.”

카엘은 바로 규칙을 만들었다.

노동선급금 이자상한.

계약기간 상한.

임금공제 한도.

가족의 채무상속 금지.

해방노예 등록이 늘면서 이름 문제도 생겼다.

노예상은 사람을 짧은 이름으로 기록했다.

본명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출신마을이 다른 사람.

가족명 없음.

심지어 번호로만 불린 사람.

하심이 물었다.

“장부에는 어떻게 적습니까?”

카엘은 당연히 본명이라고 하려 했다.

그런데 한 여자가 자기 노예시절 이름을 버리고 싶다고 했다.

“새 이름을 쓰고 싶대요.”

리사라가 말했다.

“가능해?”

“왜 안 되죠?”

카엘은 잠시 생각했다.

신분기록은 행정에 필요.

하지만 이름은 사람 자기 것.

결국 자유증서 발급 때 새 이름 등록을 허용했다.

옛 이름은 비공개 참고기록.

새 이름이 공식.

첫 번째로 이름을 바꾼 여성은 ‘나이라’라고 했다.

뜻은 ‘아침빛’.

그녀는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카엘은 자유증서에 새 이름을 직접 적었다.

나이라.

나이라는 글을 못 읽었다.

리사라가 알려줬다.

그녀는 종이를 손끝으로 만졌다.

“이게 내 이름?”

“그래.”

카엘이 답했다.

리사라가 번역했다.

나이라는 한동안 웃었다.

카엘은 그 장면이 노예시장 철거보다 더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행정이 사람을 숫자로 만드는 일만은 아니었다.

때로는 빼앗긴 이름을 다시 적어주는 일도 될 수 있었다.

나이라는 이후 부두 운송조합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짐꾼.

나중에는 사람을 모으고 임금을 협상하는 역할.

카엘은 그녀가 생각보다 말을 잘한다는 걸 알게 됐다.

리사라가 말했다.

“글을 못 읽는다고 멍청한 건 아니잖아요.”

카엘은 또 한 번 당연한 걸 늦게 배웠다.

고용주가 사람을 다른 곳에 양도하는 행위 금지.

나이라가 자기 이름을 등록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해방노예들의 이름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왜?”

카엘이 물었다.

리사라가 통역했다.

“노예상들이 기록한 이름이 틀린 사람이 많대요.”

나이라는 사람들을 데려왔다.

어떤 남자는 자기 마을에서 불리던 이름을 되찾고 싶어 했다.

어떤 여성은 옛 이름을 유지하길 원했다.

어떤 사람은 새 이름.

카엘은 선택하게 했다.

하심은 머리를 감쌌다.

“동일인 확인은 어떻게 합니까?”

마르코가 말했다.

“상인들은 표식을 씁니다.”

신체흉터.

출신지.

나이.

증인.

카엘은 불편했다.

사람을 상품처럼 식별하는 방식과 닮았다.

하지만 행정적 필요도 있었다.

리사라가 제안했다.

“사람에게 먼저 자기 증인을 고르게 해요.”

함께 일했던 사람.

가족.

마을사람.

교회.

길드.

국가가 사람을 정의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확인하는 방식.

완벽하지 않았다.

그런데 카엘은 마음에 들었다.

나이라는 자기 증인으로 세라와 에드윈을 골랐다.

에드윈은 웃었다.

“내가 당신 이름을 처음부터 안 것도 아닌데.”

나이라는 말했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이면 된다고.”

그 말이 카엘에게 묘하게 크게 들렸다.

사람은 과거 기록만으로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었다.

새로 살아갈 권리도 있었다.

훗날 독립국의 시민권 논쟁에서 비슷한 문제가 다시 나타나게 된다.

마르코가 문서를 읽었다.

“상인들 싫어하겠네요.”

나이라는 자유증서를 받은 지 한 달 뒤 카엘을 찾아왔다.

요청이 있었다.

“운송일을 맡고 싶답니다.”

리사라가 말했다.

카엘은 물었다.

“짐꾼?”

나이라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을 모으고, 배와 창고 사이 작업을 배치하는 역할.

기존에는 남자 조장이 맡았다.

길드가 반대했다.

“경험이 없습니다.”

나이라는 직접 대답했다.

“노예일 때 창고에서 여덟 해 일했습니다.”

카엘은 길드대표를 봤다.

대표는 당황했다.

노예노동은 경력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엘이 말했다.

“일한 건 일이지.”

시험을 보기로 했다.

화물목록.

사람배치.

시간.

나이라는 글을 잘 못 읽었지만 숫자와 창고표식을 정확히 알았다.

하심이 구두시험을 도왔다.

결과는 합격.

첫 여성 운송조장이 됐다.

큰 선언은 없었다.

그저 사람이 일을 할 줄 알아서 맡았다.

며칠 뒤 나이라가 작업자 임금을 두고 마르코 측 감독과 싸웠다.

카엘이 지나가다 들었다.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목소리는 컸다.

리사라가 웃었다.

“잘 뽑았네요.”

“싸움 잘한다고 하더니.”

나이라는 단순한 ‘구해진 사람’에서 점점 카엘에게 불편한 요구를 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카엘은 그게 오히려 좋았다.

자유인이 영주에게 감사만 한다면 진짜 자유인지 의심스러웠다.

“당신은?”

“저는 이자를 다른 데서 받으면 됩니다.”

카엘이 웃었다.

세라는 그 법을 이해하지 못했다.

리사라가 설명했다.

세라가 물었다.

“영주가 자기 빚도 줄여주는 거냐고요.”

카엘은 고개를 저었다.

“빚을 없애는 건 아니야. 끝날 수 있게 하는 거지.”

리사라가 번역했다.

세라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숙였다.

그날 카엘은 처음으로 해방이 문 하나를 여는 일이라는 걸 느꼈다.

문 밖에는 또 다른 길이 있었다.

거기에도 함정은 많았다.

자유는 상태가 아니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조건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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